이것도 지방색인가?

보리잎 된장국

일전에 보리잎 된장국에 대한 포스팅을 올리고 어린 시절 당연하게 여겼던 음식이 전라도 지방에서만 먹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역시 사람은 조금 넓은 물에서 많은 사람들을 접해봐야 하는 건가..라고 생각했더랬지요.

지난주에 아버지 제사를 맞아 광주에 내려간 덕에 요즘 광주에서 싸온 음식들로 도시락 반찬을 충당하고 있습니다. 나물 – 특히 어머니의 솜씨로 버무린 – 을 좋아하기도 하거니와 자취생활을 하면서는 워낙 그런 자잘한 음식들을 먹기가 힘들어 룰루랄라 즐겁게 고사리나물과 죽순 나물을 싸와서 점심시간에 내놓았습니다만……..

죽순 나물을 처음 먹어본다는 회사 사람들의 말을 듣고 다시 한 번 경악했습니다.

아니, 물론, 저희 어머니는 입맛이 깔끔하고 주로 해물 종류를 좋아하시는지라 우리집 죽순 나물은 간장도 안 쓰고 소금으로만 간해서, 버섯이라든가 기타 등등 아무 것도 없고 그냥 새우살과 죽순, 딱 그 두 개 뿐이라 얼핏 보면 희멀건 도라지나물과 비슷해 보이긴 해요. 인정할게요. [아, 젠장, 사진이 있어야 하는데] 하지만 계속 먹으면서 제가 죽순이라고 말하기 전까지 모두들 “도라지구나…”라고 생각했다는 건!!! [죽순과 도라지는 질감은 둘째 치고 생긴 것부터 다르다고요. T.T] 그리고 이런 식으로 죽순을 무친 건 처음 본다는 거예요. [하긴, 인터넷을 뒤져보니 ‘죽순나물’이라고 적힌 게 ‘나물’이라기보다는 그냥 여러 가지 양념들을 넣고 한데 무친. 볶음에 가까운 음식처럼 보이긴 하더군요.-_-;;; 뭐지 이건, 내가 아는 죽순 나물이 아닌데.]

게다가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보니 죽순은 육개장과 짬뽕과 탕에 들어간 것 빼고는 본 적이 없다는 겁니다.

헉……!!!! 이런 문화충격이 있나.
저희 집안이 이상한 겝니까, 회사의 다른 분들이 이상한 겝니까[하지만 충청도, 경기도, 서울 출신이 골고루 몰려있는 여섯 사람이 모두 이상할 리는 없겠죠], 아니면 진짜로 지방색인 겁니까.

집에서 죽순 나물 먹고 자란 분 없습니까? T.T
아, 정말이지 어머니의 음식 방식이 특이한 거라면 빨리 배우지 않으면 안 되겠어요.

덧. 그런데 확실히 나이가 들면 입맛이 변한다는 게 실감이 나요. 전 어렸을 때 메생이국이랑 집장을 무척 싫어했거든요. 요즘엔 없어서 못 먹습니다. T,T 얼마 전 어머니가 서울에 올라와 끓여주신 메생이국을 먹고는 기억속의 맛과 사뭇 달리 꽤 맛있어서 화들짝 놀랐더랬죠.
더불어………집장 먹고 싶어. T.T

이것도 지방색인가?”에 대한 29개의 생각

  1. 해명태자

    저는요, 전라도에 왔더니
    짜장면에 후라이를 안 얹어주잖아요!!!!!!!!
    (인천에서는 짜장면에 후라이를 얹어 줌.)

    그래서 후라이~~~~ 하면서 짜장면을 먹었더니
    짜장에 후라이를 앉아먹는 엽기적인 일이 있다는 듯 다들 말씀하셔서
    알고 보니 인천하고 부산만 후라이를 얹는다더군요. (후우)
    ->정작 서울에서는 짜장면 먹을 일이 거의 없었더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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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알테마

    아, 저도 죽순 나물 좋아합니다:) 죽순을 작게 썰어서 새우랑 간만해서 버무리는 것 맞지요? 약간 쌉싸름한 죽순맛을 무척 좋아합니다. 냉장보관 때문에 야들야들해진 죽순도 좋고요^^ 저는 할머니가 해남 분이시라 먹을 기회가 있었는데 의외로 드문 음식이었나 봐요; 놀라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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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天照帝

    에 인천에선 짜장면에 후라이를 얹어 먹습니까아! (경악)
    …아니 삶은 달걀 올려놓는 건 봤지만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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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라피르

    죽순나물은 처음 들어봅니다;;;
    주로 수도권에서 살았고요~ 저희 마마님은 경상도분(…)

    그런데 집장은 뭔가요?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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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PPANG

    죽순나물을 먹어본 사람이 없다고요!!!! ;ㅁ; 아니 그럼 정말 쇤네는 아주 희귀한 음식만 먹고 자랐던 건가요! 제삿상에도 잘 올리는 그 맛난 것을! 죽순 나는 계절에는 죽순무침, 나물, 된장국에다가 그냥 삶아서 초장에 찍어 먹고 스르릅
    보리된장국도 쇤네 아주 좋아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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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잠본이

    이런 화제가 나오면 꼭 떠오르는 게 순대에 뭘 찍어먹느냐에 따라 고향을 알 수 있다는 그 얘기….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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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lukesky

    해명태자/ 짜장면에 후라이……는 나도 본 적이 없는 듯 하군. 아니, 사실 천조제님이 말씀하신 삶은달걀도 못 본거 같은데..그건 냉면 아닌가.
    알테마/ 네, 바로 그 놈이요, 그 놈!!! 양념 맛은 거의 안나고 정말 죽순 맛 밖에 안나는! 새우를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아아, 역시 아는 분이 있었어! >.< 흠, 알테마 님이 할머님 덕분에 알게 된 거라면 역시 전라도 쪽에서 먹는 걸까요. ㅠ.ㅠ 저는 죽순을 씹을 때 나는 느낌이 정말 좋아요!
    rumic71/ 전 먹으면서 자라서 말이죠. -_-;;;
    天照帝 / 인천과 서울만해도 그런 차이가…….쿨럭
    라피르/ 헉, 죽순나물을 음 들으시는 겁니까. ㅠ.ㅠ
    음, 집장은요..뭐라고 설명해야 하나….채소를 넣고 삭힌, 묽은 고추장 비슷한 녀석인데….아, 백과사전에 나와 있군요!
    "여름철에 먹는 장. 여름에 메주를 쑤어 띄워서 만든 메줏가루를 고운 고춧가루와 함께 찰밥에 버무리되, 무·가지·풋고추 따위를 소금에 절여 장아찌로 박고 항아리에 담아 간장을 조금 친 뒤 꼭 봉하여 풀두엄 속에 8, 9일 동안 묻어서 두엄 썩는 열로 익혀서 먹는 장이다."랍니다. 이거 맛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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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lukesky

    PPANG/ 제 반응이 딱 그거였다니까요. 맞아요, 맞아. 제삿상에 잘 올라오는 녀석!!! 으어, 댓글을 읽으니 초고추장에 삶은 죽순 찍어먹고 싶어요. 저 그거 무지 좋아하거든요. ㅠ,ㅠ 안그래도 요즘 입맛 없는데, 이런 이야기 하고 있으니 군침 도는군요.
    잠본이/ 아, 하지만 그건 부산 쪽만 다르고 다른 곳은 소금 아니었나요. 으흠, 역시 우리나라는 참 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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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meliel

    저도 얘기만 들어봤지 먹어본 적은… 부모님 두분 다 서울 토박이십니다.
    그나저나… 나물 너무 맛있겠어요… 한국 음식 먹고 싶어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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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Ryuciele

    …미국에서 먹고 자란 저는 뭘까요…ㄱ-
    순대는…물에 뻑뻑하게 갠 고춧가루 찍어먹습니다…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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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해오녀

    음.. 죽순과 도라지는 생김새 자체가 다른데요…;;
    죽순을 소금으로 무치시는군요.. 저희 어머니는 된장으로 무치시는 걸 좋아하시더라구요… 소금으로 무친 죽순은 식당에서나 맛볼뿐…. 어릴적부터 양념된장으로 무친걸 먹어서 그런지, 어색하더라구요.. ^^
    포스트 보니, 보리된장국이랑 죽순나물 먹고싶어요… 여긴 채소값이 비싸서, 순천에서 흔하게 먹었던것을 못 먹고 있어요.. 같은 전라도라도 남도와 북도의 차이는 크더군요…ㅠ.ㅠ

    그런데, 서울에서 파는 매생이는 맛이 어떤가요…
    굴과 매생이를 넣은 시원하고 따끈한 맛이 아니란 말씀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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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lukesky

    meliel/ 부모님 떠나 타지에 살다보면 제일 먹고 싶은게 정말 집에서 무친 나물이더라구요. ㅠ.ㅠ 외국에서는 정말 그런 것들이 더 절실해지죠.
    Ryuciele/ 헉, 류시엘님 강적이십니다!
    해오녀/ 그러니까 말이죠. 생긴 것부터 다르잖아요. ㅠ.ㅠ 아, 양념된장으로 무친 것도 먹어본 적 있어요. 하지만 저희집은 주로 소금이라. 그런데 북도의 음식은 어때요? 그 쪽에 친척들이 있긴 하지만 음식을 먹어본 적은 거의 없어서리.
    메생이는 엄마가 서울에서 안 판다고 광주에서 가지고 올라오셨습니다. 아아, 이 크고도 넓은 어머니의 사랑이란! 굴을 넣은 따끈한 녀석 맞아요. 후루루룩 하고 마시는 ^^* 그게…. 어렸을 적에는 그 매끈매끈한 느낌이 싫어서 도리질을 쳤더랬는데, 커서 먹으니 진짜 시원해서 좋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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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eponine77

    저는 ‘죽순’ 자체가 낮설어요. 어머니가 아예 반찬꺼리로 생각도 안하시는 지라…집에서 먹을 일이 없었답니다. 밖에서는 음식에 섞인 것을 먹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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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jini

    죽순은 남쪽 지방에서 먹을 수 있지 않을까요…. 친가, 외가 모두 거의 서울과 인천에서 살아온지라, 접할 일이 거의 없는데 말이죠. 그런데 정말 인천에서는 짜장면에 후라이를 얹는 겁니까!! (금시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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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teajelly

    저희집도 죽순나물을 먹는데 저는 ‘볶음’ 인줄 알았어요. 잘 먹기만 하고 참 관심이 없었네요. 중3과 고1때 걸쳐 4개월 정도 이리(지금의 익산?)에서 기숙사 학교를 다닌 적이 있는데 그때는 어려서 맨날 푸성귀만 주고 풀든 쓴 국만 준다고 불평했어요. 하지만 고2때 서울 근교의 기숙사 학원에서 생활해보고 이리 기숙사 반찬의 호사스러움을 깨달았답니다. 미소스프도 아니고 달랑 된장과 송송 썬 파만 든 된장국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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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휘레인

    저희 부모님도 경남 토박이이신데, 죽순 나물 아시던데요;; 그런데 보통 제가 먹었던 건 죽순 회, 초무침이나 된장 찌개 등에 넣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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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우미

    후라이를 얹는 짜장면은 간짜장 아닌가요?!!! 기냥 짜장면에는 안 얹어주고 조금더 비싼 간짜장을 시켜야 럭셔리함의 표시로 후라이를 얹는거 아니었나요!!!???
    그나저나…다른데서는 짜장면에 후라이 안 얹는줄 몰랐네요. 전 다 그런줄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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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yu_k

    이럴수가;; 저는 처음보는 음식들이 가득하네요. 그나저나 설명만 들어도 입에 침이 고이는군요! 죽순 나물이라니!!!!ㅜㅜ 죽순 엄청 좋아하는데…꼭 한 번 먹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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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rumic71

    그러고보니 서울 어느 중국집에서도 한 번 접했던 것 같습니다. 어느 장소인지는 기억에서 소거되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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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오우거

    헉… 전 음식레벨이 높군요. 본문 리플에 나온 음식들 다 먹고 자랐습니다. 지방에 따라 먹는게 저리도 갈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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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천유

    움머나… 죽순나물, 메생이국,후라이 혹은 계란 얹은 짜장면… 한번도 못 먹어봤어요..
    제가 모르는 음식의 세계가 이리 많다는 것에 그저 감탄만… (그래서 먹고 싶은 거 생각하면 고작 떡볶이, 피자 이런 것 뿐이군요… ㅠ.ㅠ) 그나저나 저런 귀한 음식을 언제나 먹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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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lukesky

    eponine77/ 음….반찬거리로 아예 보지 않는다…….ㅠ.ㅠ 서양애들이 오징어와 김은 먹을 게 아니라고 보는 것과 비슷한 거려나요.
    jini/ 그러고보니, 대나무는 따뜻한 지방에서 나는 거였죠. 그렇다면 아래쪽에서만? 아니, 그래도 경상도의 문제가 남는데요.
    teajelly/ 헉, 학창시절부터 많이 옮겨다니셨네요. .우리나라 된장국에 파만 송송이라니…으음, 맛이 조금 궁금하기도…..^^
    휘레인/ 알려지기는 꽤 알려진 것 같아요. 인터넷을 뒤져보니 조리법도 꽤 떠 있더라고요. 한데 그게 제가 아는 모습과는 많이 달라서….-_-;; 초무침도 맛나죠!
    우미/ 그러고보기 오이가 올라간 것도 간짜장이었던가요…
    yu_k/ 사실 만들기는 간단할 것 같은데, 죽순을 사서 삶아서 껍질을 까는 것이 좀…..ㅠ.ㅠ
    rumic71/ 짜장면 말입니까?
    약토끼/ 모르겠어. 한 분이 그러시던걸.
    오우거/ 오호, 대단하시군요. 인천사시는 전라도 분이신겁니까.
    Zannah/ 새삼 제가 축복받고 자랐다는 느낌이…^^
    천유/ 윽, 단 하나도요? 아니 사실 위에 나온 음식들은 다들 귀하다기 보다는 아주 서민적인 녀석들인데….오히려 그래서 요즘 세상에는 더 먹기가 힘든지도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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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stonevirus

    죽순은 전남지방에 많죠. 그러다보니 경남은 몰라도 경북에선 그리 흔하지 않지요. 그래서 경상도쪽과 충청도 이북은 잘 모르는 듯 합니다. 저두 죽순 나물은 오늘 첨 들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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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 천유

    네… 하나도요…
    저는 어느 별에 살고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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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 Mushroomy

    천유/외할머니께서 전라도 분이신데도 저도 어느 별에서 왔는지 신기할 따름….[하긴… 오래 전부터 서울서 사셨으니 그게 당연한 건가…;] 저도 먹어보고 싶어요오오우…[엉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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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 휘레인

    요는 대나무의 북방한계선이죠-_-; 대나무는 차나무와 비슷한 기후 조건을 가진 걸로 알고 있습니다. 대강 지리산과 소백산맥 남쪽인가; 자세히 안 찾아봤는데-_-;;; 경북까지 올라가지 않습니다요. (이것도 애매한 게 남쪽이라도 추운 곳이 있고, 중부라도 따뜻해서 자랄 수 있는 곳도 있거든요;) 에에…자라는 곳도 보통 산 아래쪽의 평지나 탁 트인 장소에서 많이 볼 수 있잖아요. 그러니 영남보다 호남쪽이 유리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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