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에 어른들께 배운 것들 중에서 유난히 기억에 남는 것들이 몇 개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1월 1일마다 주장하는 “아직 정해년[예를 들어] 아님다! 음력 1월 1일이 와야 한다구요!”라든가,
“부모님의 이름을 말할 때, 성에는 ‘무슨무슨 자를 붙이는 게 아니니라.”라든가,
[홍자 길자 동자입니다”가 아니라 “홍 길자 동자입니다”]
“어른한테는 ‘수고하십시오’라는 말을 하면 안 된다”라든가
[풀이하면 결국 ‘고생하세요’인 셈.]
등등등
뭐 그런 거죠.
설이 다가올 때마다 들었던 말도 당연히 있습니다.
“어른들한테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말하면 안된다”는 거죠.
[이건 해마다 들은 말이라 아예 귀에 딱지가 앉아버렸어요…-_-;;;]
명령어이기 때문일 뿐만 아니라 ‘복’이라는 게 원래 ‘주어지는’ 것이라 사실은 동등한 사이에서도 쓰면 안 된다고 하지만 뭐 그 정도까지는 갈 필요 없다고 치고,
어른들께 덕담을 들으면 “네 그러겠습니다”라든가 정 말하고 싶으면 “건강하세요” 정도로 답하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는데,
오늘 문득 생각나서 인터넷을 뒤져봤더니만
심지어 “만수무강하세요”나 “건강하세요”도 예절에 어긋난다는 말이 있지 뭡니까!!
이거 진짭니까????
으음, 대체 어느 쪽을 믿어야 하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하는군요.
역시 집안 어른들 말씀을 듣는 게 맞는 거겠죠??
…전 그냥 무시하고 수고하세요 써요ㅇ<-<…아무도 신경 안쓰던걸요ㅜ.ㅜ;;
그냥 관용어구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
저런말들을 다 어른께 쓰면 안된다면…뭐라 인사드리나;;
좀 전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건강하세요’가
다 들어간 메일을 어른께 보냈는데;;;
저도 조금씩 고민스럽긴 한데, 그렇다고 딱히 대체할만한 만족스런 인사도 찾기 힘든지라 그냥 고민 자체를 살짝 잊어버린달까요.(제 경우 어르신께서 돌아가셨는데 ‘삼가 명복을 빕니다’라고 하는 것도 좀 어색하더라구요;)
… 그런 의미에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느긋하고 마음이 편안한 한해 되시길 기원할께요^^
고민될떄는 좀 엉뚱하지만 소설 동의보감에서 얻은 명조언을 떠올립니다. ‘정하면 금기를 초월한다’ […..] 진심을 담아 공손히 말하면 어지간한 경우는 뜻이 통하지 않을까요..^^;
수고하세요는 일하다보니까 안쓰기 힘들더라고요. 최대한 안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건강하세요도 예의에 어긋나면 어떤 말을 써야하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정도는 너무 일반화 돼서 그냥 넘어가는 분위기라서
저도 그냥 복 많이 받으란 얘기밖엔…
명령형문장은 어른께 하는 게 아니래
그래서 ‘건강하세요’라는 말도 쓰면 안되는 것이지…
‘감사합니다.’정도가 좋을까나…
보름/ 사실 다들 그냥 그러려니 하니 신경쓰는 사람들이 거의 없긴 해요. ^^ 하지만 가끔 나이많은 어르신들한테 따끔하게 당하곤 해서. ㅠ.ㅠ
이프/ 관용어구라…-_-;;;; 그건 좀 다른 것 같은데.
세류/ 사실 아랫사람은 덕담을 할 필요가 없는걸요. -_-;;;
EST/ 저도 가끔 ‘명복을 빕니다’를 쓸 때마다 이상하기도 해요. ㅠ.ㅠ
앗, 그런 의미에서 저도 감사드립니다. ^^ EST님도 즐거운 한해 되시길!
마스터/ 으하하하, 금기를 초월….ㅠ.ㅠ 언젠가는 저런 걸 기억하는 사람들도 다 사라져버리겠죠.
stonevirus/ 엉, 왜? 그냥 "안녕히 계세요"라고 인사하면 되잖아. "수고하셨습니다."라든가. 뭐, 다수의 대중에게는 괜찮지만 아무래도 얼굴을 맞대고 있는 집안 어른께 하기는 좀 그렇지.
아론/ 헤에, 명령어가 문제였군.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명령형이라는 게 문제겠지.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기원합니다.
정도면 적절할까.
여튼 새해 복 많이 받으라구.
형식보다 마음이 중요한 거죠. 너무 괘념치 마세요. 복많이 받으시길.
~ 네~ 집안의 가풍을 따를 수밖에요..
쿨럭.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언니네 집에서 그런다면 모를까….
저도 학교에서 ‘덕담은 어른이 손아래 사람에게 해주는 말’이기 때문에 세배하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하지 말라고 해서 새배할때 안했다가…. 큰아부지한테 눈물 쭉 빠지게 혼났습니다..-_-;;;
집에서라면 모를까, 밖에서는 분위기 맞춰 해야 하는가봐요…..;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