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지인들과 함께
감->가위->귀신->꿈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나온 대화
A: 그러니까 누군가에게 쫓겨서 계단을 막 뛰어내려가다가 미끄러져서 주르르륵 컴컴한 아래로 떨어지는 겁니다.
B: 맞아요, 맞아요.
본인: 어, 전 쫓기면 맨날 계단을 위로 올라가는데요?
…………………잠시 침묵
A: ……..밤새 피곤하겠군요……
B: 미래지향적인 걸까요….
B: 맞아요, 맞아요.
본인: 어, 전 쫓기면 맨날 계단을 위로 올라가는데요?
…………………잠시 침묵
A: ……..밤새 피곤하겠군요……
B: 미래지향적인 걸까요….
지금 생각해보니 분명 계단을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발을 헛디뎌 미끄러진 적은 한 번도 없다. 나는 누군가에게 – 지난번에도 말했듯이 항상 외계인이다 – 쫓길 때면 언제나 모퉁이를 돈다. 선택지는 언제나 왼쪽이 아니면 오른쪽, 나는 본능적으로 둘 중 하나를 선택하고 머릿속으로는 “아니면 어쩌지? 돌았는데 나쁜 놈이랑 마주치면 어쩌지?”라고 되되인다. 다행히도, 몇 년을 계속되어온 이 쫓고 쫓기는 게임에서 아직까지는 한 번도 잘못된 선택을 한 적이 없다.
A: 그리고 항상 텅 빈 공간에서 혼자 배회하거나 혼자 쫓겨요.
C: 맞아요, 저도 그래요.
본인: 어, 전 항상 한 무더기의 사람들과 함께 다니는데요?
A: ………당신, 뭡니까? -_-;;;;
C: 맞아요, 저도 그래요.
본인: 어, 전 항상 한 무더기의 사람들과 함께 다니는데요?
A: ………당신, 뭡니까? -_-;;;;
나는 언제나 몇 명의 사람들과 함께, 아직은 외계인에게 잠식되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우르르르 몰려다닌다. 재미있게도 나는 거의 항상 무리의 제일 앞머리에 서 있다. 그렇다고 리더라든가 그런 건 아니다. 무질서하게 그냥 우르르르 뛰는 것에 불과하니까. 정신을 차려보면 옆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이 뛰고 있다. [현실의 나라면 계단을 헐떡거리며 올라 도망가느니 차라리 그냥 그 자리에서 잡혀 죽는 편을 택할 거다. -_-;;]
게다가 그 나쁜 외계인들마저 정해진 시간에만 인간을 사냥하기 때문에[다음날이 되면 외계인들에게 잡힌 자는 겉모습은 똑같지만 속은 외계인이 되어 자기 집에 앉아있다] 그 시간이 되기 바로 직전까지만 해도 같이 앉아 TV를 보면서 함께 술을 마신다고. -_-;;;; 그러고보니, 이 꿈은 늘 이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우리들은 이웃들끼리 한 집에 몰려앉아 맥주를 마시며 TV를 보고 있고, 시간이 되어 스피커에서 벨 소리가 울리면, 인간인 몇 명은 일어나 도망가기 시작, 외계인인 몇 명은 우리를 쫓아오기 시작. [양쪽 다 누가 자기편인지 아니면 상대편인지 술을 마실 때에도 알고 있는 상태다] 건물 내에서 빙글빙글 돌며 – 가끔씩은 건물 하나가 아니라 쌍둥이 건물이라든가 세쌍둥이 건물로 확장되어 중간 통로를 통해 다른 건물로 이동도 가능하다 – 쫓고 쫓기는 게임을 계속할수록 쫓기는 인원도, 쫓는 인원의 숫자도 점점 늘어난다.
그리고 그 시간이 끝나는 것을 알리는 벨이 울리면, 인간과 외계인들은 다시 어깨동무를 하고 모여서 술을 마시며 낄낄 거린다.
………이거 뭐지……….-_-;;; 말로 할 땐 몰랐는데 글로 써놓고 보니 무지 웃기잖아.
여하튼, 이 꿈은 한 1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계속 되풀이 되고 있고, 건물 내 온전한 ‘인간’으로 남아있는 이들의 숫자는 [나를 비롯하여] 점점 줄고 있다. 건물들의 숫자는 늘었다 줄었다 왔다갔다. 아직까지는 세 개가 최대였다. 건물들 사이의 통로는 지상으로, 통로라기보다는 그냥 개방되어 있는 길에 불과한데, 그냥 길 밖으로 벗어나버리면 이 사태에서 빠져나가 관망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그 통로는 개방되어 있기에 우리 건물들에 살지 않는, 아무 것도 모르는 평범한 인간들이 군데군데 앉아 평화롭게 놀고 있다] 그것이’규칙위반’이기 때문에 결코 벗어나지 않는다.
뭐, 해석을 하고자하면 정말 쉽게 할 수 있겠지만, 저것이 내 무의식이라고 생각하고프지는 않다. 내가 인간들의 위선을 그렇게 여기고 있다고는 생각하고프지 않은데.
덧. 30대를 넘어서면 건물이 혹시 네 개로 늘어나는 걸까?
현실의 나라면.. 이부분 저랑도 비슷하시네요^^;;
그러다 현실과 꿈이 역전되는 기적같은 일이!
인베이더 서바이벌 영화의 주인공 타입이시군요.
(도망치다 뒤쳐져 죽으면 엑스트라, 미리 안전한 지역에 대피해 있을만큼 운 좋으면 카메라 밖;)
…킬레네냐;;
언젠가 죽어라 달리고 있는 누나 옆을 지나 뜬금없이 이프 군이 휭 날아갈 거예요. -_- 왜냐하면 외계인의 소행이니…(후후훗)
ps. 근데 꿈이 마치 태그 게임 같아요; 나이키 광고가 ‘팟’하고 떠오르는걸요 ^^;
우와,, 이렇게 구체적인 꿈을!! 꿈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혹시 말야, 또다른 차원의 당신이 겪고 있는 일을 보는 게 아닐까? (퍽퍽)
스토리는 상당히 재밌는데 언재 한 번 연재해 보지 않을라우?
참다랑/ 심지어 데모할 때도 그랬어요. -_-;;;; 뛰는 건 정말….
렉스/ 엑, 그리되면 전 진짜 죽어요!
마스터/ 저런 류의 꿈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꿨더랬지요. 처음엔 저 혼자 지구를 지켰는데….쿨럭.
세류/ 아니, 킬레네하고는 좀 다르잖습니까.
이프/ 너 외계인인게야?
데굴/ 이건 정말 몇 년동안 계속 되풀이해서 꾸고 있으니까요. 잊을래도 잊을 수가 없죠. 전 대부분 꿈을 꾸지 않거나 금방 잊어버려요.
푸르팅팅/ 아니, ‘스토리’는 없는데?
아니, 이것은 스즈미야 스카이의 우울?
이대로는 곧 지구가 멸망하게 됩니다. 어서 쿙군 닮은 남고생 하나 나포해서 키스를 받으세요,
점점 인간으로 남아있는 이들의 숫자가 줄어들어 결국 혼자 남거나 루크님마저 잡히면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요? 음… 뭔가;;
지그문트/ 남고생인 겁니까? 띠동갑을 꼬셔야 하는 겁니까???? ㅠ.ㅠ
고공강하/ 저 혼자 지구상에 홀로 남았을 때는 과감히 두 손 들고 외계인한테 항복할까 생각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