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나는 친구들에게 먼저 전화를 하거나, 메시지를 보내거나, 말을 거는 법이 없다. 기껏해야 미리 잡힌 약속을 확인하기 위해, 혹은 무언가를 물어봐야하거나 그럴 ‘일’이 있을 경우뿐이다. 혹은 어쩌면 내가 그들을 보고 싶다고 생각하기 전에 그들이 언제나 먼저 연락을 해오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들을 그리워할만한 시간을 갖기도 전에, 언제나 무언가 사건이 터지거나 또는 그들의 인내심이 폭발한다. 그래서 이상하게도, 한 달에 기본요금을 조금 넘기는 전화요금에도 불구하고 나는 주변인들에게 “항상 바쁜 사람”으로 인식되어 있다.
동시에 나는 혼자 있을 때 언제나 나만의 해야 할 일이 있고, 그것은 “내 스케줄의 일부”이지 “비어있는 시간”이 아니다. 다른 이들과 만나는 시간은 일종의 “공적인 시간”, “나의 시간”이 아니라 “나와 그들의 시간”이기 때문에, 따라서 나는 “다른 약속이 없는데도 자신과 만나주지 않는다”고 불평을 하는 친구들에게 뭐라고 설명해야할 지 당황하곤 한다. 그 시간은 “나와의 약속”이며, 내게는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 그것을 지키지 못한다면, 나는 죽어버릴 지도 모른다. 나의 우울증은, 대개 그 약속이 계속해서 파기되는 데서 기인한다.
그래, 분명히 나는 이제껏 많은 친구들에게 불평을 들었다. “연락 좀 해라.” 하지만 얼마 지나면 그들은 알게 된다. “사교성”이 뛰어나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내가 얼마나 진정으로 내성적이고, 어둡고, 말이 없고 홀로 되기를 즐기는 성격인가를. 나는 언제나 누군가가 “말을 들어줄 기회”를 제공해주는데 익숙해져 있다. 기회를 찾아 나서는 사람은 대개 “말하는 자”이지, “듣는 자”가 아니다. 나는 언제나 “여기에”,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앉아 있다. 나는 어차피 그들이 날 찾아오길 기대하지 않았기에 그들이 올 때마다 기뻐한다. 기쁘게 맞이하고 기쁘게 떠나보낸다. 누군가는 남고, 누군가는 떠난다. 미안, 하지만 그게 나다.
그러니까………내 말은 대체 이 모든 것을 어떻게 만난 지 몇 달밖에 안 되는 외국 애에게 설명할 수 있단 말이냐. -_-;;;;; 이제껏 만난 적도 겨우 두 번이건만[당시 우울증이 심해서 모든 사람을 피해 다닐 시기라 확실히 타이밍이 안 좋았다] 왜 그리 나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지 1주일에 한번씩 “술 마시자. 그리고 왜 우린 친구인데도 나만 계속 먼저 연락하는 거냐”고 불평을 늘어대고 있다!!!! 영어는 문자 속도도 느려서 답변 보내는데 시간도 엄청 잡아먹는다고!!!! 거기다 할 말도 없는데, 사춘기 때 여자친구들과도 하지 않았던 전화수다를 당신과 하란 말이냐. -_-;; 아아, 정말 어찌해야할지 난감하다.
…음, 그러니까… 이 경우…. 저도 누나랑 똑같은 상황이란 말이죠. -_-;;; ‘캡숑 바빠서 연락도 잘 안 하는 인간’으로 인식되는. 난감. 그나마 누나는 사교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라도 받으니 다행이에요.(웃음) 저는 그마저도 없어서 어쩔 땐 힘듭니다. 🙂
ps. 아, 그 외국인 친구에게 그 얘기 자체를 같이 투덜거리는 것도 한 가지 방법 아니에요?
오호..다크사이드에 현혹될 소지가 엿보이는군.. -ㅅ-;; 문자가 아니라 그냥 대화로 하는게 더 낫겠는걸? 근데 그 친구, 술은 잘 마시냐?
음.. 저와는 반대시군요.. 하지만 저도 아무 것도 안하고 칩거하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런 걸 이해 못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설명을 해도 소용이 없는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저도 그렇고 친구들도 그렇고 서로 그렇게 연락 안 하는 사이랍니다. 그렇다고 아주 친한 친구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 그냥 어느새 주변에 저 같은 사람이나 저 같은 사람을 이해해 주는 사람만 남더라구요. 그런데 그렇게 불편하진 않…(퍼엉)또 저는 외로움을 심하게 타는 체질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사람을 찾지도 않는 뭔가 이상한 체질이라서.;;(극과 극을 달리는 타입;)
으음…비정하게 들릴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외국인 분이 사업상 파트너나 아주 맘에 드는 분이 아닌 이상 그렇게 잘 대해 주실 필요 없을 것 같네요. 그냥 무시하다 보면 적응하던가 아니면 떨어져 나가거나 둘 중 하나거든요. 저런 타입은 왠지 몇 번 친절하게 대해주면 계속 달라붙어서 귀찮게 굴 타입으로 보이네요. 조심하셔야겠어요.;;;
어느날, 녹음관련 일을 하던 한 친구가 녹음기를 품에 안고 하루종일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습니다.
집에 와서 녹음된 자신의 대화를 틀어보면서 목소리별로 분류를 해보니, 각각이 다 서로를 향한 말이 아닌, 자신을 향한 독백에 지나지 않더랍니다. 분명 대화는 교차했지만, 그건 자신의 발화일 뿐이었고, 늘 반복되기만 했지요. 영화나 소설처럼, 대화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거나 설득이 되는 등의 일은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언젠가 ‘대산 대학문학상’ 수상한 연극 대본의 한 대목에서 읽은 부분이에요.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다 해도 결국 그건 각자 할 말을 하는 것뿐.
만나지 않는다 해도 달라질 건 없다는 걸, 배려하든 배려하지 않든 ‘너’는 ‘나로 인해서는’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이해해 달라는 정도의 말은 필요하겠죠.
저도 ‘나와의 약속’이 중요해서 참 연락같은건 안하는 인간이어요. (다만 전 할짓없는데 연락안하는 사람으로 인식되어있지만요) 하지만 연락이 사람사이의 모든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외국인 친구라는 분은 루크스카이님을 좀더 이해할 필요가 있는거같아요. 루크스카이님이 그 분을 위해 ‘자신과의 약속’을 깨뜨릴 수 없다는 걸 알려주시면 될지도? 다른 사람과의 약속을 위해 자신과의 약속을 무너뜨리고 우울증에 빠질 순 없는 노릇아니겠습니까;;
이해시키는 것이 구차하고, 그쪽에서 간섭해 들어오는 것이 인내의 한계를 넘는다고 판단되시면, 미안하지만 나는 네가 생각하는 친구가 아닌 것 같다고 말 하는 수 밖에 없지요.
이프/ 사실 난 ‘사교성’도 별로라고 생각하는데, 친구들이 주장하는 걸 보니 그게 맞는지도. -_-;;; 영어로 설명해야한다는 게 문제라고, 크헉.
하늘이/ 그래서 짜증나서 우선 오늘 만나기로 하긴 했는데, 아흑. 술은 잘 마시는 것 같던걸. 근데 그건 아무 상관도 없는 문제잖아?
Nariel/ 사실 지난번에 만났을 때는 진짜 피크였던 때라 그 비슷한 이야기를 했거든요. 요즘은 사람도 안 만나고, 혼자 있는게 좋다고. 그런데도 연락이 없다고 저러는 것 같더군요. 오, 나리엘님은 먼저 연락하시는 스타일인가봐요?
LUPENNA/ 사실 저는 깊이 친해지려면 시간이 좀 걸리는 타입이라, 대부분의 관계들이 5~10년 이상을 유지해 오고 있거든요. 제 경우도 저와 비슷하거나 저를 용납할 수 있는 사람들만이 주변에 남아있기 때문에 그게 가능한 거겠지만요. 그게….좀 바보같은 이야기인데 전 ‘잘해준다’ 것의 경계선이 어디인지를 잘 모르겠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다 비슷하게 구는 편이라서. ㅜ.ㅜ 그런데 이런 타입의 사람은 중학교 때 이후 처음이라 좀 난감합니다.
아셀/ 지난번에도 비슷하게 말하긴 했는데, 더욱 강하게 말할 필요가 있나 보군요. –;;; 위 이야기는 좀 슬프네요, 확실히
몬드/ 한국말이라도 통하면 어케든 자세하게 설명해볼 텐데 말입니다. 사실 저 시기에는 다른 친구들한테 이해시키는 것도 힘들었거든요.
나마리에/ 사실 지금의 관계도 아직 ‘friend’라고 하긴 미흡하죠. 끄응, 어쩌면 정말 그리 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사람들 얼굴만 보면 마음이 약해지니, 원. 어차피 오늘 만나자고 한 것도 어케든 해결해야겠다고 작정을 하고 나가는 거긴 한데….
…남 얘기가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정 반대입니다 제가 먼저 연락하고 문자보내고 그러다가 어느순간 세상하고 담쌓은듯 아무하고도 연락안하고 살때도 있죠 먼저 연락하고 그러는게 싫어질때요 나 혼자 연락해서 뭐하나 라는 자괴감그런거요 그러다가 그거 지나면 열심히 문자보내고 (답문이 오건말건…) 그럽니다 그게 뫼비우스의 띠 처럼 반복되더라구요
어느 나라 쪽인지요? 북유럽계라면 루크님의 심정을 이해할 듯 하고, 라틴계나 동양권이라면… 더 열심히 설명해줄 수 밖에요.
연락안하는 건 저도 마찬가지지만, 저는 제 패턴을 이해하는 친구들하고만 놉니다;; 끼리 끼리 모인다고, 그걸 이해하는 친구들 역시 패턴이 비슷한 사람들이지요. 그다지 영양가 없는 훈계만 늘어놓으면서 찝쩍대는 사람들은 ‘그냥 아는 사람’ 이라고 말합니다. 당사자들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 하지만.
아무리 친구라해도 상대의 생활을 존중홰 줄 필요는 있겠지요. 누님이 먼저 나서서 선을 긋는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나저나 영어로 수다를 떤다니…;;;다른 나라에서나 가능한 이야기가 ^ㅅ^;;;
misha/ ….두손 꼬옥.
THX!1138/ 그렇군요. 언제나 양쪽의 사람들이 있는 법이죠. 그리고 언제나 반복되지요. 아무리 결심을 해봐도……
rumic71/ …동유럽 출신입니다. 오늘 어떻게든 설명을 하긴 했는데, 앞으로 어찌 될지…그 친구의 사정을 들으면 또 그럴 수 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울양/ 그냥 아는 사람과 친구의 경계는 너무나도 힘듭니다. 제가 너무 우유부단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들을 싫어하거나 하는 건 아니니…
돌균/ 문제는 선을 그어도, 그게 얼마 안간다는 거야. 끄응. 아니, 영어라고 해도 어차피 문법적으로 완벽할필요는 없으니까, 뭐.
핑백: [ip] s.jerng
우후후. 저랑은 조만간 진짜 한 잔 해야죠. 🙂
저도 루크스카이 님이랑 비슷한 편인데요. 한 친구가 진지하게, ‘너무 일방적이니까, 싫어하는데 연락을 해오니까 억지로 만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어’라고 말해줘서 ㅡ그때부터 그애한테는 종종 먼저 연락하곤 해요. 사람은 다 다르니까 ‘난 원래 그래’라고 한대도 같은 행동에 대해 불안감 느끼는 레벨도 다를 거고… 서로서로 맞춰주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게 귀찮으면 그 사람하고는 안 보고 사는 거고.;
그 친구분이 많이 적극적인 성격 같으시네요. 게다가 영어 문자라니 으윽…; 전 절교입니다. 아니, 절교 전에 사귀지도 못했겠지만..;;;
외향형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내향형의 성향 중 하나로군…
서양사람들보다 동양사람들이 내향형이 많다고 하던데…
그나저나…영어문자; 압권 -_- b
전뇌인간/ 옙! 아이고, 그러고보니 정말 날짜를 잡아야할텐데요. 끄응. 계속 이차저차 정신이 없다보니…ㅠ.ㅠ
지그문트/ 언어의 장벽이 상당히 큰 것 같아요. 저도 다른 친구가 그렇게 말했을 때는 저런 반응을 보이진 않을텐데 말이죠. 그리고 아마도….제가 "자기만의 생활"을 지닌 사람들을 좋아해서 그런 지도 모릅니다. 저 친구는 한국어를 할 지 모르기 때문에 주말이면 같이 보낼 친구가 없다고 투덜거리더라구요. 그 사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저라면 그래도 뭔가 할 일이 산더미 같을 텐데.
세류/ 으음, 확실히 서양 사람들은 성격이 외향적이죠. 게다가 옆에 사람이 없으면 견디질 못하는 거 같기도 하고. -_-;;;;; 아아, 일하다가 영어문자 받으면 진짜 전화기 집어던지고 싶어요. ㅠ.ㅠ
글쎄, 참… 사람 사귀는 것도, 부지런해야 한다니까요…..심적으로 말이죠… 주변에서 아예 너는 머릿속에 개폐 기능을 달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들 하지요. 가끔은 내가 너무 나 중심적으로 사는 것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지만, 어쩌겠어요….마음 가는대로하는 수밖에… ‘연락을꼭 해야만 해’ 라는 생각이 들면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면서 할말이 전혀 떠오르질 않는 걸요…. 그냥 가는대로 자연스럽게 생긴대로 사는 것이 정신 건강상 바람직하다고 믿습니다만…(어디가?)
네 포스팅을 보고 나니, 내가 왜 이리 힘들어하는지를 깨닫게 됐어.
내가 바로 너와 같은 타입인거야!!!!! 근데, 나의 경우는 진짜로 사람들이 너무 날 안찾아서 그게 우울의 또 하나의 원인이 되는거야. -_-
아 참 내 얘기 따윈 각설하구, 그 사람과의 관계를 지속하고 싶은거니? 그사람에게 상당한 호감 같은 것은 있구? (아마 있는 것 같은데, 그래서 고민하겠지) 최대한 성격의 차이점을 설명하고 앞으로는 일주일에 적어도 한번씩은 연락을 하겠지만 그 이상은 기대하지 말아달라고 얘기하는 게 좋겠지.
jini/ 저도 할말이 없는걸….이라고 생각하니 연락을 할 수가 없더군요. 대체 무슨 말을 하라는 건지, 원. ㅠ.ㅠ
푸르팅팅/ 아니, 별로 호감같은 것 없는데. 단지 ‘불쌍’하달까. –;; 일주일에 한번 연락? 엄마한테도 일주일에 한번 할까말까인데 대체 무슨 소리야 –;;;
그럼 확 끊어 버려. 그거 골치아프다 너.
우엡 ;ㅇ; 저도 딱 그래요. 맨날 친구들이 하는 말 "연락좀해"
-ㅅ- 필요하면 하면 되잖아…… 그 대신 난 언제나 늘 그 자리이거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