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내내 미친듯이 눈물을 줄줄 흘리고
샤워를 하고 났더니
1년이 넘도록 지속되었던 마이너스 감정이
놀랍게도 플러스 쪽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하룻밤도 아니고, 정말로 몇 시간 만에.
너무나도 황당해서 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시튼 동물기가 그렇게 슬픈 이야기였냐?”
는 친구의 말에
“이걸 읽으면서 울지 않는 사람은 인간도 아냐!”
라고 울부짖긴 했지만, 다수는 역시 내 생각에 동의하지 않겠지.
왜냐하면, 짐승들은 그냥 ‘살기’ 때문이다.
정말로 본능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살기 위해 투쟁하기 때문이다.
지겨워할 틈도 없이, 적들 속에서, 목숨을 걸고,
한없이 내달리기 때문이다.
뒤돌아보지 않고, 기력이 쇠진할 때까지.
저들은 그리 산다.
나라면 그 자리에서 고꾸라져 그냥 죽어버리겠지만.
저들은 그리 산다.
그리고 그들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영원토록.
인간의 눈으로 그려진 느낌표들은 오히려 괴리감만을 되살리는데,
어떻게, 슬퍼하지 않을 수가 있지?
영원히 이해할 수 없는 이 세계를 자신이 결코 이해할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시도하고, 거기에 진저리를 치면서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은 본능인 걸까, 혹은 이성인 걸까. 결과를 알면서도 길을 걷고, 답변을 알면서도 질문하고. 한도 끝도 없이 쳇바퀴를 돌듯 의미없고 부질없는 짓의 반복.
모든 인간은 같고, 또 다르다는 사실을 실감하면서, 후자를 바라볼 때는 넘쳐나는 애정에 몸가누지 못하고 전자를 바라볼 때는 샘솟는 혐오감에 치를 떤다. 이건 어리광을 부릴 수도 없는 문제야. 그 순간에 어느쪽을 바라보느냐의 이야기니까.
시간이 흐를수록, 나이를 먹어갈수록, 한쪽을 주시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고개를 돌리는데 걸리는 시간도 길어진다. 종점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런 의미 없이 살기 위해서는.
저도 어릴적 보고 많이 울었었는데…흑흑 다시 보고 싶네용
저도 울었는데요…^^;;; (그치만 왠지 지금 다시 읽으면 울지 못 할 것 같아요…)
저도 많이 울었어요.
왜 어렸을때는 파브르 곤충기에 비교되면서 같이들 읽게 되잖아요.
그치만 말 그대로 곤충의 생태에 대한 책이었던 파브르 쪽 보다는, 동물의 ‘삶’을 보여주는 시튼의 책이 더 마음을 울렸던 듯.
다시 ‘제대로’ 읽게 되면, 또 울 수 있을까요.
전 늑대 로보 이야기랑 회색곰 이야기 읽고선 울었죠.
로보~ 왜 잡힌거야~ ㅠㅅㅠ
근데 여우 이야기 읽을땐 계속 웃었답니다.
이상하게도 시튼 동물기는 읽어볼 기회가 없어서 참…. 파브르 곤충기는 너무너무너무 충격이 컸더랬습니다. 특히 딱정벌레편은 두번 다시 페이지를 펴기도 싫었어요…T.T 글쎄, 인간과 동물이 다르겠지만, 치열하게 살아야만 하는 건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어쨌든 절망하지 않을 정도로 안일하게 사는 건 진짜 사는 게 아닌 것 같아요. 가끔은 눈물도 펑펑 흘리면서 살아야 하는데….=3
새벽달/ 지난번에 저렴하게 마련한 책을 읽고 있어서 아주 보람찬 기분입니다.
mono/ 그죠? 울지 않고선 견딜 수 없다니까요. 으음, 거기다 특히 읽을 때 심리상태와 환경에 따라서도 많이 다를 듯 하지만요.
ㅁAㅁ/ 파브르 곤충기도 어렸을 때는 재미있게 읽었는데, 완역본 읽은 분들은 지루하다고 하더군요. 확실히 시튼 쪽이 감동적이죠.
돌균/ 로보 이야기 캡이지…크흑. ㅠ.ㅠ
jini/ 파브르랑 시튼 이야기는 어렸을 적부터 읽고 자라서 그리 충격적이라는 생각은 안 해 봤군요. -_-a 정말 동물들의 치열한 삶의 방식에는 고개가 숙여지지요.
"의미"는 없지요.
이 말은 무의미하지요.
그런데 어느 출판사에서 나온 걸 말하는 건가요? 한 번 읽어볼까 싶어서 지르려고 봤더니 잡다하게 많더군요.
어렸을때 베스트 애독서 중 하나였습니다. 동물들은 치열하죠. 그들에겐 생존의 문제인지라…
그나저나 원래 드리려던 말씀은, 월페이퍼 보내드렸다는 거였습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요 ㅠㅠ
電腦人間 / 저는 여러권으로 나온 ‘지호’판을 읽고 있습니다만, 로보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는 것 같지 않아 그 녀석은 다른 출판사 녀석을 구매하려고 합니다.
황금숲토끼/ 와앗! 감사합니다!! 저는 중간에 희생되었거나, 아니면 바쁘실 거라고 짐작했지요. >.< 당장 확인하러 갈게요
옛날 이향원 선생님이 만화로 그리셨던 시튼동물기가 불현듯 보고 싶어지는군요. (몇가지가 있었더라…)
잠본이/ 엑, 그런 작품도 있었나요? 저도 보고싶군요.
시튼의 책 이야기에 눈이 멈춰 흔적을 남깁니다~ 지호출판사에서 나온 6권의 책을 읽으셨다면 이제 『아름답고 슬픈 야생동물 이야기』(장석봉 옮김, 푸른숲)만 읽으시면 되겠네요? 지호출판사에서 시튼의 야생동물 이야기 몇 권을 번역한 장석봉씨의 책 한 권이 다른 곳에서 이미 나와있던 터라, 중복 출판하지 않고 그 뒤의 책들만 낸 것 같아요.
시튼에 갑자기 관심이 생겨서 무슨 책이 좋을까 하고 두리번거렸거든요; 햇살과나무꾼이 옮긴 책밖에 몰랐는데, 이 책들에 실린 이야기는 푸른숲 책과 지호 책 두 권 정도에 실린 이야기뿐이더라고요; 뭐야, 완역이 아니었잖아! 라고 외친 뒤 내린 결론은 푸른숲의 책 1권에 지호의 책 6권, 총 7권만 읽으면 다 읽는 거구나! 였다는. ^^;
현린/ 안녕하세요. 예, 안그래도 푸른숲 판을 사려고 벼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지호판을 읽고 왜 그녀석이 없는지 고민하다가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걸 발견했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