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죽음
그는 두 눈을 부릅뜨고 기다렸다. 이것과 최초로 하나가 될 때에도 그는 눈길을 돌리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도, 결연히 이 순간을 맞을 것이다.
갑자기 눈부신 빛이 눈동자를 찔렀다. 그는 순간적으로 두 눈을 깜박였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눈앞의 형체가 모습을 갖추어 갔다.
그의 아들은 참으로 기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도 렌즈를 통해 같은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건만, 지금 자연 그대로의 그의 눈동자에 비치는 청년은 마치 처음 보는 사람인 양 낯설어 보였다. 그는 처음으로 아들의 얼굴을 자세히 훑어보았다.
부스스한 금발머리가 시야에 들어왔다. 예전에도 누군가, 저런 머리칼을 지닌 사람을 알았던 적이 있었다. 지난 20년 동안 잃어버렸다 생각해왔던 감정이 얼마 남지 않은 육신을 뜨겁게 휘감아 올라왔다. 오비완. 나의 스승이자, 아비이자, 형제였던 자여. 이 무거운 증오에 눌려, 참으로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내가 얼마나 당신을 존경했으며, 그리고 얼마나 사랑했는지. 내가 얼마나 당신의 이해와, 지도와, 구원을 바랐었는지. 내가 얼마나, 당신이 내밀어주는 손길을 원했었는지.
옛 스승의 마지막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아아, 당신의 말이 옳았다. 당신은 언제나 옳았다. 당신은 그로 인해 상상도 못할 힘을 얻었고, 그렇게 여기 남아있는 것이다. 내 피붙이의 모습으로.
그는 투명한 눈물이 흘러내리는 아들의 뺨을 바라보았다. 이제 불꽃처럼 피어오른 그의 감정은 차갑게 얼어있던 심장에 도달해 그의 가슴을 산산조각 내고 있었다. 그래, 예전에도 누군가 나를 위해 저렇게 울어주던 사람이 있었다. 파드메. 나의 꿈, 희망, 사랑하는 아내여. 당신을 사랑했다. 진심으로 사랑했다. 당신은 모를 것이다. 내가 얼마나 당신의 따스한 품을 그리워했는지. 당신의 이마와, 눈썹과, 코와, 입술과, 다정한 목소리를 얼마나 꿈꾸고, 또 지켜주고 싶었는지. 모든 것으로부터, 이 세상으로부터, 죽음으로부터.
아아, 그러나 당신이 옳았다. 당신은 지켜줄 필요가 없었다. 아니, 당신은 그렇게, 오히려 나를 지켜주고 있었다. 미래를 보고, 희망을 보고, 죽음을 초월한 것은 오히려 당신이었다. 당신이 옳았다.
그는 아들의 푸른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는 그런 눈을 가졌던 사람을 알고 있었다. 생각지도 않았던 모습에, 그는 다시 한번 눈을 깜박였다. 그 안에는 자신이 있었다. 젊고, 깨끗하며, 한때 그 무엇에도 무너지지 않을 듯 견고했던 자신의 모습이. 원하는 것을 향해 똑바로 나아가고, 옳지 않은 것을 거부하며,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발버둥쳤던, 어리석고도 사랑스러웠던 자신의 모습이.
그는 미소를 지었다. 이 얼마나 평화롭고 달콤한 모습인가. 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측은한 아이인가. 그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었다. 눈물을 닦아주고, 품에 안아주고 싶었다. 귓가에 속삭여주고 싶었다. 걱정하지 말라고, 슬퍼하지 말라고, 절망하지 말라고. 20년 전에 자신에게 해 주지 못했던 일을, 하지 못했던 말을, 눈앞의 아들에게 아낌없이 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의 아들은 그와 달리 절망하지 않을 것이다. 그 자신보다도 그를 더욱 잘 알고 있는 이 아이는, 그 때의 그보다도 훨씬 더 자기 자신을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 이 아이가 옳았다. 그의 아들은, 누구보다도 옳았다.
“그만 가거라, 아들아.”
그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날 두고 떠나거라.”
젊은 시절의 그가 고개를 저었다.
“안 돼요. 저와 같이 가세요. 아버지를 두고 갈 순 없어요. 제가 꼭 구해드리겠어요.”
그는 미소를 지었다. 그는 자신의 입에서 똑같은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넌 이미 날 구했단다.”
구원이란 생명이 아닌 법. 그는 누구보다도 이 이치를 잘 알고 있었다.
“네가 옳았다.”
밝은 빛이 비쳤다. 자신의 것이 아닌, 친숙하지만 다른 이의 감정이 흘러들어왔다.
“네 말이 옳았어. 네 누이에게도…….네가 옳았다고 전해주려무나.”
그의 딸, 그와 똑같은 눈을 하고 있을, 파드메와 똑같은 표정을 가지고 있을 그의 딸.
그는 안간힘을 다해 미소를 지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그의 몸은 더 이상 그의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그는 자신을 감싸안는 포스의 기운을 느꼈다. 자신의 육체와 한때 그것을 지탱하던 기계장치 사이에,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현재의 그와 과거의 젊은 그 사이에, 현재의 그와 과거에 알았던 모든 이들 사이에. 그리고 이 우주, 하나의 거대하고 통합된 생명과, 그 자신, 작고 위대한 생명 사이에.
그는 그동안 얼마나 이 평화로운 느낌을 그리워했는지 실감하며 눈을 감았다. 더 이상 힘은 필요 없었다. 포스가 그를 지탱시켜줄 것이다. 그것과 하나가 될 수 있다면…….
누군가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아버지,…”
누구의 목소리?
“전 안 갑니다.”
그는 다시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는 더 이상 다스 베이더가 아니었다. 그는 아나킨 스카이워커도 아니었다. 그는 시스도 아니고, 제다이도 아니었다. 심지어, 그는 더 이상 인간도 아니었다.
포스가 그와 함께하고 있었다.
그 순간에 교차했을 아나킨의 감정에 가슴이 싸아-합니다. T_T
이렇게 하나가 되어 녹아든 그는- 포스가 소환하는 흐름에 몸을 맡겼고…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아나킨이 되어 엔도의 숲 속에 떨어졌으니… 눈 앞에는 옛스승의 묘하게 웃음띤 얼굴이… (이자식 감동을 어디로 잇고 있는 거냐!)
포스가 함께 하기를…T_T;;; (엉엉)
저 "네가 옳았다"와 "넌 이미 나를 구했단다"는 들을때마다 눈물나요. 아나킨으로서 저 말을 읊는 것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후회, 죄책감, 그리고 그것들에서 해방되면서 느끼는 온갖 감정들의 교차를 의미하는 것이겠죠.. 프리퀄의 모든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게 하는 장면입니다ㅠㅠ
그리고 [그는 미소를 지었다. 그는 자신의 입에서 똑같은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부분에서 가슴이 찡합니다;_;
May the force be with all skywalkers ㅠ_ㅠ
아나킨 ㅜ ㅜ
루크스카이님 때문에 아직 현실로 못돌아가고 있습니다. ^^;;
감동..또 감동..
너무 좋습니다. 저도 kimji님 의견에 동감.
아침부터 울리시는군요ㅠ_ㅠ 한문장 한문장 가슴을 찌르십니다…
책에만 나오는 대사같은데, 베이더가 "luminous beings we are… not this crude matter…"라고 할때도 만감이 교차하더라구요.
루크님은 제가 30제하게된게 루크님 때문인거 모르시죠ㅠㅠ
(루크님이 쓰신 30제들때문에 갑자기 불붙어서 30제를 하게되다니OTL)
감동적입니다. 눈물이 났어요.
May the Force be with you, Always.
어쩜 좋습니까. 영화보다 루크 님 글이 더 좋으니 OTL
오리/ 있는폼 없는폼 다 잡아놓고 포스와 하나가 되었는데 옛스승들은 물론이오, 아들보다도 더 어린 나이로 돌아가 아들과 마스크없이 대면하게 되었으니 이 어찌 고개를 들 수 있겠습니다. [퍽!]
asura/ 영원히 함께하게 될 겁니다.
kimji/ 정말이지 에피 3를 보고 클래식을 다시보는데 저 장면에서 아나킨의 심정을 생각하니 기분이 묘해지더군요. 물론 그 전에도 감동적이긴 했지만 아나킨의 ‘과거’를 아는 상태에서는 더더욱……루크의 대사 하나하나가 아나킨이 하던 말과 같다는 건[물론 나온 순서도 반대고 정확한 의미는 다르지만] 참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돌균/ 스카이워커 가 만세!!!
THX1138/ 아이고오, 아나킨……..ㅠ.ㅠ [사실 그래도 전 역시 아나킨보다는 저 중년의 베이더경이……..쿨럭]
분홍복면/ 저도 마찬가지여요. ㅠ.ㅠ 현실로 돌아와야 할텐데요. 에구
Eugene/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이/ 아, 에피 6 소설책에 나오는 대사죠…….황제를 없앤 후의 베이더는 정말 가슴아픈 존재입니다. ㅠ.ㅠ
몬드/ 헉, 그…그렇습니까? 영광입니다! 몬드 님의 좋은 그림/글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ㅁAㅁ/ And at peace.
깃쇼/ 어마나, 그런 엄청난 찬사를 해 주시다니!
루크님의 글을 보니 더더욱 스타워즈에서 빠져나오기 힘듭니다. 덕분에 Shadows of the Empire까지 주문했다는..
덕분에 중학교 때 이후로 기술서적이 아닌 소설을 영어로 보겠다는 마음까지 먹었네요.
아아아아악;;ㅁ;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가슴을 연이어 내리친다.- 아아. 너무 좋습니다. 훌륭합니다. 그렇게, 포스와 하나가 되었지요. 언제나 그랬듯이. 훌륭한 유산을 남기고 말이에요.
그 희미하게 미소짓던 마지막 모습이 생각나네요 -_ㅜ 정말 후련하다는 듯해서 프리퀄때가 생각나 더 가슴이 아파요.
연화/ 주문하셨어요? 우하하하하핫! 반디와 종로 영풍에 남아있었을텐데요. 다른 분들이 저와 같은 책을 함께 읽으신다니, 저는 기쁩니다. >.<
rucien/ 정말로 완벽하게 포스와 하나가 되어………..회춘도 하시고, 쿨럭.
사과주스/ 아우, 프리퀄의 가장 안좋은 점은 클래식의 장면 하나하나를 가슴아프게 만들었다는 거여요.ㅠ.ㅠ
그는 포스와 하나가 된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러나 바로 그때…
"너 잘 만났다. 이리 좀 와라."
"설마 네 죄를 모른다고는 하지 않겠지?"
녹색의 귀큰 노인과 턱수염 할배가 눈을 부라리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본이/ 그러니 죄짓고 살면 나중에 고생한다는 진리가……우하하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