꺄아, 아무래도 어려울 줄 알았는데 어쩌다 약속이 생겨서 세번째 보고 왔어요. 캬캬캬캬캬캬캬.
이러다 결국 프리스트를 못보지 않을까 싶어요.
폼잡는 폴 베타니 씨를 보고 싶었는데.
여하튼 자잘한 이야기들.
영화 안 보신 분은 지나가세요.
1. 찰스랑 에릭의 나이는 대체 어케 되는 거죠.
어른들은 그렇다쳐도 어린시절 배우들도 도저히 동갑으로는 안보여서…그냥 체구 차이인가.
에릭은 한 열두 살로 보이지만 찰스는 기껏해야 열 살 정도로밖에 안 보여요.
흠, 레이븐이 그때 일곱 살이었다고 치면 18년이 흘렀으니까
……찰스, 어이, 너 여동생 좀 심하게 과보호다. -_-;;;;;
너랑 같이 산 세월만 계산해도 콜라마실 나이는 아니지 않냐?
하긴 그러니 걔 벗은 걸 보고 기겁했겠지.
그건 그렇고 서른 전에 옥스포드 교수라니 행크 정도는 아니어도 천재는 천재군요.
2. 최소한 이쪽 진영 캐릭터들은 하나도 안 버리고 골고루 활약하게 해 줘서 너무 좋아요.
다시 보니 다윈이 확실히 다른 애들에 비해 세상물을 많이 먹어서 어른스럽네요.
산전수전 다 겪었을 엔젤이 가장 먼저 세바스찬에게 넘어갔다는 사실도 흥미롭고.
그건 그렇고 세바스찬, 전쟁도 안 겪은 순진해 빠진 어린애들한테 나치식으로 그런 21금 폭력장면을 선사하면 애들이 어디 무서워서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겠냐.
세바스찬은 애들 꼬시는 법을 찰스에게 좀 배워야겠어요. 어째 초콜릿 권하던 시절에서 발전이 없나요.
아직 ‘뮤턴트’와 일반인 사이의 선도 제대로 못긋고 일반 사회에 익숙해져 있는 애들에게 “방해하면 다 죽여버리겠어!!’를 보여주면 당연히 ‘이러다 나도 죽으면 어케하지?’가 제일 먼저 나오지, 이 친구야.
방에 들어서서 제일 먼저 한 말이 ‘텔레파시 쓰는 놈은 어딨어’길래 두려워서 그런가, 라고 생각했더니만 다음 대사가 ‘아쉽네’인 걸 보니 찰스가 에릭만큼이나 탐나는 스카웃 대상이었나봅니다. 하긴 텔레파시 능력자는 흔하지도 않은데다 그 정도 능력이면….나라도 탐나겠다.
3. 밴시는 보면 볼수록 귀여워요. 아흑, 해리 포터의 론 같지 않나요.
다시 보니 정말 알렉스랑 스캇이랑 궁금하네. 그 선글라스 소년이 스캇이라고 치면 나이 차가 좀 나는 형인데. 어린 동생이 있으면 감옥은 피해야지!
4. 에릭이 사람 손 칼로 찍어놓고 머리카락 쓸어올리며 한모금 쭈욱 들이키는 장면은
볼때마다 사람 한숨이 절로 나오게 하지 말입니다. 엄마야, 왜 이렇게 멋져요? >.<
5. 그런데 어쩌면 그 놈의 헬멧이 사람을 조종하는 물건인지도 모르겠어요!
에릭이 헬멧을 쓰더니만 갑자기 말투가 ‘사이비 교주’처럼 변하더라고요. 으익. 옛날에 평범하게 레이븐에게 충고하는 투가 아니라 억양이 좀 심하게 변해!!!
실은 그 헬멧이야말로 세계를 지배하려는 러시아의 음모일지도 몰라요!!
강한 힘을 가진 사람한테 “날 써봐….세상을 가지게 해 줄게”라면서 막 유혹하는 거예요!!
캬캬캬캬캬캬캬캬캬캬.
그런데 그거 아무리 봐도 금속같더구만. -_-;;;
6. 인물 그 자체로 흥미로운 건 찰스 쪽이지만
[영화에서 에릭 쪽이 상대적으로 공감하거나 이해하기가 쉽다는 점에서]
에릭과 찰스의 관계에서 관심이 가는 건 에릭 쪽입니다.
찰스가 에릭을 보는 시선은 고정되어 있는데 찰스에 대한 에릭의 심경은 좀 복잡한지라.
사실 찰스는 여러 모로 에릭의 스승이에요.
동등한 친구이기도 하지만 일단 ‘교육자’의 위치에 서 있고 정신적으로도 한 단계 위에 있거든요.
그런데 가끔은 이 세상물정 모르는 도련님의 빌어먹을 이상주의가 너무 한심해 보일 때가 있단 말이죠.
에릭의 입장에서 보면 찰스가 그렇게 빛과 희망을 주는 캐릭터가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가까운 사이가 되지도 못했을 테지만[둘다 같이 추락한다고 생각해 보십쇼.]
바로 그점 때문에 짜증이 나기도 하죠.
정말이지 매우 현실적인 관계 아닌가요.
조금 안 맞는 비유일지도 모르지만
첨엔 무지 잘 지내다가 나중에 프로이트한테 ‘당신은 너무 성적인 거에만 집착해!”라면서 뛰쳐나간 융이랄까.
여하튼 그 전까지는 찰스가 전체적인 작전 지시를 내리는 입장이었는데
갑자기 상황이 역전되어 찰스에게 지시를 내리는 에릭을 보니
조금 기분이 묘하더구만요.
7. 안테나 앞에서 둘이 눈물 흘리는 장면을 볼 때마다
에릭도 에릭이지만 찰스가 에릭의 어머니와의 아름다운 추억[자신에게는 없는]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해집니다.
남의 추억을 자기 것으로 느끼고 눈물을 흘리며 “고맙다”고 인사하죠.
정녕 서로가 서로에게 없는 것을 가지고 있는 관계예요.
보통의 다른 영화들은 ‘아버지’를 매개로 하는데 반해[프로페서 X는 엑스맨들의 아버지입니다], 이 영화는 찰스고 에릭이고 둘 다 첫 장면이 ‘어머니’로 시작합니다.
에릭은 사랑하는 어머니를 잃는데서 시작되고[사실상 매그니토의 탄생]
사진을 찍을 때조차 한발짝 떨어져서 남처럼 미소짓는 어머니를 가진[즉 원래 어머니에게 버려진 것이나 마찬가지인] 찰스는 레이븐[여동생의 형태를 띄지만 실은 어머니의 대체]을 만나죠.
에릭과 세바스찬 쇼의 관계는 뒤틀린 부자관계를 연상시키는데[학대-피학대는 물론 ‘어머니를 죽였어’라는 대사 때문에 오디푸스 컴플렉스까지] 결국엔 에릭도 ‘아버지’를 죽이고 [세바스찬의 말을 빌자면] ‘왕의 길’을 걷게 됩니다.
거기다 오랫동안 찰스의 옆에 있던 레이븐이 둘의 운명이 바뀌는 결정적인 순간에 에릭을 선택했다는 점까지 추가하면…
오오, 역시 뭔가의 해석이란 어떻게 갖다 붙이느냐에 따라 막 다 되는군요!!!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지. 난 그냥 긍정적 이상을 상징하는 어머니와 부정적으로 그려지는 아버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뿐인데. -_-;;
8. 에릭이 찰스에게 가장 처음으로 진짜 동질감을 느끼기 시작한 건 ‘세레브로’ 장면이 아닐까 싶어요. “너도 드디어 실험실 쥐가 신세구만” 할 때 그 분노가 숨어있는 빈정거리는 말투가!! >.<
물론 그 후 말 그대로 부부가 손잡고 애들 찾으러 다니면서…..쿨럭.
9. 동전이 눈앞으로 다가올 때 침 삼키는 찰스 표정이 정말 눈물나게 좋습니다. 아흑.
에릭 때문에 링크도 못 끊고오!!! 에릭 이 자식!!!! 제발 몰랐다고 해줘!! 아니 그보단 복수심에 눈멀어서 찰스 생각 자체를 안했겠지.
아, 그러니까 나중에 찰스가 비행기에서 나올 때 조금 힘들어하면서 휘청거리는 장면만 넣어줬어도. 엉엉.
흑, 찰스 이야기를 막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고 싶은데 너무 많아서 시작이 힘들어요. ㅠ.ㅠ
애 능력은 왜 이리 출중하고 성격은 오만함과 순진함을 넘나들면서도[찰스가 순진하기만 하고 오만하지 않았더라면 에릭이 관심을 보이지 않았을걸요. 에릭 자신도 자기가 사람의 목숨을 좌지우지 할수 있다는 오만함을 가지고 있으니까] 성자급이고[아니 일단 텔레파시 능력자인데 어떻게 인간의 본성을 믿을 수가 있는겨! 역시 인간이 아닌 게야!] 가정환경은 어떠하고 등등. 완전 무궁무진해요!!
덧. 끄응, 군데군데 미흡한 부분이 있긴 했지만 마지막 찰스와 모이라의 대화에서 오역만 안 나왔더라면 좋았을텐데. 찰스를 곧 죽어도 정부편에 서는 비굴한 애로 만들었어!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