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Minisinoo
출처: http://dreamwater.org/scottsummers/
번역 허가는 메일로 받았습니다.
++++++
Case X-1743: Unresolved
(An X-Files / X-Men Movie Crossover)
드디어, 다들 아실만한 인물들이 잠시 등장합니다. 오오, 크라이첵이라니 이 얼마만에 들어보는 이름이냐!
으윽, 역시 직역이고, 교정 같은 거 안 봤습니다. ㅜ.ㅜ
+++
1996년, 7월 1일, 네브라스카, 오마하
“뭐 좋은 소식이라도 있나요, 멀더?”
멀더가 조수석에 주저앉자 스컬리가 물었다.
“아직 없어요.”
“이게 대체 몇 번째죠?”
“11번째요. 하지만 아직 몇 군데 남았어요. 시내도 아직 가보지 못했고.”
멀더는 지도를 살펴보았다.
“파남 스트리트로 가서 이스트 13가까지 훑어보죠. 올드 마켓에 가서 정보를 좀 얻어봐야겠습니다. 홈리스들이 머물기에는 좀 고급 동네일 것 같지만 그래도 빠트릴 순 없으니까요.”
올드 마켓은 오마하 시내에서 새로 떠오르는 동네였다. 리히몰 파크에서 좀 떨어진 곳으로 미주리 강을 이어지는 오래된 철도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무척 흥미로운 지역이기도 했다. 오래된 벽돌 건물들이 즐비했음에도 – 그중 일부는 오마하라는 도시가 탄생할 무렵부터 존재하던 것이었다 – 고급 동네에 속했다. 하틀랜드 한 가운데 죽어있는 이 오마하는 세인트루이스가 생겨난 이후 서쪽으로 가는 새로운 관문이 되었었다. 오마하, 옥수수와 가축이 넘치는 땅. 이 거대한 대평원 가장자리에는 놀랍도록 뾰족한 산들이 솟아 있다. 요 며칠동안 멀더와 스컬리는 이 지역의 모든 버스와 기차역, 그리고 싸구려 집들이 즐비한 빈민가를 샅샅이 뒤지고 다녔으나 아무런 성과도 얻을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은 스캇 서머즈의 사진을 가지고 올드 마켓 주위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그리고, 가끔씩은 서로에게도.
[#M_계속 읽으시려면…|그만 읽으시려면…|“스캇이 여기로 왔다는 게 확실해요?”
“세상에 확실한 건 죽음하고 세금밖에 없는 법이에요, 스컬리.”
“그리고 조그만 회색 외계인들하고 말이죠.”
스컬리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고 –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 중 하나였다 – 멀더는 약간 마음이 가벼워졌다.
“스캇이 나타날 가능성이 가장 큰 곳이 여기라는 건 확실합니다.“
멀더가 말했다.
”어쨌든 그 애를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우선 우린 비행기 표라는 이점을 가진데다, 스캇은 앞이 안 보이는 채로 움직이고 있을 테니까요.“
“그 말을 너무 믿는 거 아니에요, 멀더?”
“그럼 테이프를 대체 어디에 사용했겠어요?”
“이게 다 수양부모에게서 달아나려는 연극이라면요?”
“난 칼리라는 여자애 말에 동감입니다, 스컬리. 대체 왜? 이건 연극이 아니에요. 스캇은 우등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할 예정이었고, 대학도 장학금을 받고 합격했어요. 대체 스캇이 왜 이런 바보같은 짓을 저지르고 도망갔는지 누가 나한테 그 이유를 하나만이라도 대 줄 수 있다면 나도 그쪽을 따라가겠습니다만, 그렇지만 그 때까지는 스캇이 무서워서, 그리고 아무도, 심지어 수양부모도 자기편이 되어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도망갔다는 데 걸겠습니다. 어쨌든 프랭클린 부부가 아무리 친절하다 해도 친부모는 아니잖습니까? 그 애는 오랫동안 혼자서 살아왔었고 이제 그런 생활로 되돌아가려는 겁니다. 그러니 누구보다도 먼저 우리가 스콧을 찾아내야죠. 아마 그 애를 찾고 있는 건 우리들뿐만이 아닐 겁니다. 담배맨이 눈빛만으로 벽에 구멍을 낼 수 있는 애를 이용해서 무슨 짓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봐요.”
그는 스컬리가 온 몸을 부르르 떠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날 오후 늦게, 그들은 마침내 스캇 서머즈를 봤다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아, 알아요. 그 장님 남자애 말이죠?”
그는 마켓 옆 도로에 자리를 잡고 있는 거리 미술가였다.
“이틀 전에 처음 나타났어요. 앉아서 기타를 치면서 잔돈을 구걸하더군요. 이 근처에는 그런 거리 음악사들이 많아요. 그래서 다들 구별하기가 힘든데 그 애만은 똑똑히 기억나네요. 지나가던 사람들이 다 멈춰서 그 애 노래를 들었거든요. 왜, 걔가 말썽이라도 부렸나요?”
“아뇨, 그저 이야기를 좀 듣고 싶은 게 있어서요.”
스컬리가 말했다.
“오늘 저녁에도 나타날까요?”
“모르죠. 걔 진짜로 말썽피운 거 아니에요?”
“아니에요. 왜 계속 그런 걸 묻는 거죠?”
“장님 소년을 본 적이 있냐고 묻고 다니던 사람이 하나 더 있었거든요. 하지만 사진은 가지고 있지 않았어요.”
멀더와 스컬리는 눈짓을 주고받았다.
“그 애에 대해 묻고 다니던 그 사람 말입니다.”
멀더가 입을 열었다.
“담배를 피우던가요? 마른 몸에 회색머리, 가느다란 얼굴에 좀 울퉁불퉁한 얼굴 아니었습니까?”
“하? 아뇨, 전혀 그런 얼굴이 아니었는데. 휠체어에 타고 있었어요. 게다가 완전히 대머리였고요. 고급 옷을 입고 다니는 치들 있잖습니까. 돈 많은 노인네에, 영국식 악센트를 쓰던데요.”
멀더는 눈을 깜박였다. 이제까지 그는 콘소시엄 회원들 가운데 그런 묘사에 들어맞는 이는 본 적도, 만난 적도,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그가 모든 회원들을 다 아는 것은 아니었다.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사람은 그와 헤어졌다.
“그럼 오늘밤을 기다려야겠군요.”
“그 휠체어 남자는 누굴까요, 멀더?”
“당신도 대충 짐작하고 있을 텐데요. 적어도 그 남자 옆에 크라이첵이 함께 있지만 않으면 좋겠군요.”
그들은 호텔로 돌아갔고, 멀더는 스컬리와 방 앞에서 헤어졌다.
“평범하게 입어요. 만약 우리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서머즈 친구를 찾고 있다면, 눈에 뜨이고 싶지 않으니까. 조금 빨리 움직입시다. 다섯 시에 데리러 올게요.”
스컬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멀더는 자기 방으로 갔다. 5시에 그들은 청바지와 긴 소매 차림으로 호텔 로비에서 만났다. 총은 남의 눈에 띄지 않도록 몸에 숨긴 채였다. 멀더는 무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 생기지 않기를 빌었다.
“그럼, 우리의 잃어버린 소년을 찾을 준비가 됐나요?”
스컬리는 말없이 끄덕이며 문을 가리켜 보였고, 두 사람은 함께 발을 옮겼다.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마켓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7월의 기분좋은 밤이었고, 머리 위에는 중서부 지방 특유의 투명한 푸른 보석 같은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그러나 동쪽 지평선에는 몇 점의 구름들이 몰려있었고, 바람이 불어왔다.
“비가 올지도 모르겠군요.”
멀더가 말했다. 스컬리는 하늘을 쳐다보고는 한쪽 눈썹을 치켜 올렸다.
“여긴 네브라스카에요, 멀더. 지금 날씨가 마음에 안 들어요? 그럼 15분만 기다려 봐요.”
“그리고 당신은 중서부 지방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멀더. 마서즈비니어드 섬(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남동 끝, 코드곶(串)에서 남쪽으로 약 6km 거리의 바다에 있는 섬: 멀더가 진짜로 여기서 자랐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아마 메사추세츠 출신 – 동쪽 끝- 임을 비꼬는 거겠죠)에서 자라난 주제에.”
스컬리는 말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들은 오래된 기차칸이 있는 레스토랑 앞쪽에 서 있었다. 사인에는 ‘스파게티’라고 쓰여 있었다. 호텔 프론트에 있는 사람이 말하길 기차는 그저 장식물일 뿐이며, 솔직히 말해 음식은 형편없다고 귀띔해 주었다. “업스트림에 가세요.” 그는 이렇게 말했다. “거기서는 맥주를 직접 만든다고요.” 길 건너편에는 말 세 마리가 끄는 마차 한 대가 젊은 연인들이나 아이를 데리고 나온 가족들을 유혹하며 서 있었다.
“갈라져서 찾아볼까요?”
스컬리가 물었다.
“그러면 좀 낫겠군요. 당신은 북쪽과 서쪽을 맡아요. 난 남쪽과 동쪽으로 가보죠. 휠체어를 탄 남자를 조심하고요. 크라이첵이 나타날 지도 몰라요. 스캇을 찾으면 접촉하지 말고 먼저 나한테 전화해줘요.”
“왜요?”
“그냥 날 믿어줘요, 스컬리.”
두 사람은 서로 헤어져 각자 맡은 부분을 향했다. 멀더는 약 30분간 양쪽 인도를 살펴보며 걸었다. 하늘이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었다. 어느 순간, 그는 휠체어를 탄 남자가 와인 가게로 들어가는 것을 흘낏 목격했다. 그러나 인파를 헤치고 가게 근처로 다가가 살펴보았을 때는 이미 아무도 없었다. 멀더가 막 스컬리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고 다이얼을 누르려는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 그는 플립을 열었다.
“멀더입니다.”
“나예요. 찾았어요. 기타를 매고 빨간 모자달린 운동복을 입고 있어요. 난 지금 ……”
스컬리는 잠시 말을 멈추고 둘러보는 것 같았다.
“하워드와 12가 사이 모퉁이에 있어요.”
“곧 갈게요.”
“어, 멀더?”
“왜요?”
“이 애, 정말 노래 하나는 잘하네요.” [제임스 마스덴이 노래 하나는 정말 잘 하죠. ㅠ.ㅠ]
“정신 바싹 차리고 있어요, 스컬리. 휠체어 탄 남자가 있는 것 같아요.”
“알겠어요.”
멀더는 벌써 스컬리가 말한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전화기를 닫고 허리에 찬 다음,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어느새 머리 위에 작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어두운 하늘을 가르고 불빛이 번쩍였다. 흥분감이 그를 감쌌다. 멀더는 뭔가 놀라운 것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것은 오랜 추적이 끝날 때쯤이면 항상 그를 덮치는 감각이었지만, 특히 엑스 파일인 경우에는 이에 더해 과연 무엇이 눈앞에 나타날 것인지 놀라움과 기대감에 휩싸이곤 했다. 바로 이 것이, 그가 살아가는 이유였다.
멀더는 하워드와 12가 사이의 모퉁이에 도착했다. 이제 비는 굵직한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나기로 변해 있었다.
그러나 기타를 치는 붉은 옷의 장님 소년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스컬리도.
휠체어 탄 남자도 없었다.
“이게 뭐야?”
그는 몸을 사방으로 돌리며 소리쳤다.
“스컬리!! 스캇 서머즈!!”
소년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은 별로 현명한 생각이 아닐지도 몰랐지만, 스캇이 놀라서 튀어나올 가능성도 있었다.
불행히도 천천히 움직이는 군중들 사이로 재빨리 움직이는 것은 없었다. 사람들은 멀더를 겉눈질로 힐끔거리며 우산을 펴들고 가판대를 지켰다. 멀더는 빗줄기 한가운데 서서 가죽 신발이 물에 흠뻑 젖는 것을 느끼며 욕설을 내뱉었다.
멀더는 남쪽으로 한 블록 지난 곳에서 스컬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는 아무런 생각없이 이리저리 헤매고 있었다. 멀더는 그녀의 팔을 붙잡아 세웠다. 스컬리는 마치……술에 취한 것 같았다.
“스컬리?”
“멀더?”
갑자기 그녀는 제정신으로 돌아온 듯 했다. 그녀는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여기가 어디죠? 대체 무슨 일이에요?”
스컬리는 다시 고개를 흔들었다.
멀더는 말 그대로 깜짝 놀랐다. 스컬리에게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지?
“스캇 서머즈를 찾고 있어요. 기억나요? 스캇 서머즈를 찾아 오마하에 와 있어요. 샌디에이고에서 말썽을 일으킨 레이저 눈 소년 말입니다.”
스컬리는 다시 머리를 휘젓더니 코를 문질렀다.
“난……꼭, 성 패트릭 날에 맥주 피처를 두 개나 원샷한 기분이에요, 멀더. 스캇 서머즈…….모르겠는데……아, 맞다. 이제 기억나요. 그러니까 우린…….세상에! 그 앤 어디 갔죠?”
스컬리는 주위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 바로 여기 있었는데! 젠장! 어? 그런데 여긴 아까 그 도로가 아니잖아요?”
“아니죠. 우린 지금 거기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있어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모르겠어요.”
“휠체어 탄 남자를 봤어요?”
“네? 아, 아뇨. 휠체어 탄 사람은 못 봤어요. 스캇은 벽 옆에 접는 의자를 세워두고 앉아 기타를 치고 있었어요. 앞에다 기타 케이스를 놓아두고요. 음악을 듣는 척하면서 다가갔죠. 겉으로 보기엔 아무렇지도 않아보이던데요. 그리고 당신 말이 맞았어요.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앞이 안 보이는 듯 행동하더군요. 그래서 당신한테 곧바로 전화했고요. 그런데…그 다음으로 기억나는 건, 지금 여기 있다는 거예요.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죠?”
그녀는 초조하게 물었다. 스컬리는 바보처럼 구는 것을 싫어했다.
멀더는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도로 양끝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나도 몰라요. 하지만 죽어도 어떻게 된 건지 알아낼 겁니다.”
항상 하는 멀더의 다짐을 안고, 그들은 그 후로 이틀 동안 오마하를 이잡듯 뒤졌으나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리고 멀더는 이제, 스캇 서머즈가 납치당한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휠체어를 탄 남자가 무슨 방법을 썼는지는 모르지만 약물을 이용해 스컬리를 혼란스럽게 만든 다음, 멀더가 나타나기 전에 스캇 서머즈를 데려간 것이다. 몇 분만 빨랐더라도….생각하면 할수록, 멀더는 점점 더 불안해졌다. 대체 그 남자는 누구란 말인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체 그 남자는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 걸까?
그들이 오마하에서 스캇 서머즈의 행방을 놓친 지 정확하게 이틀 뒤, 스키너 부국장이 전화로 워싱턴으로 돌아오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 사건은 종결됐네, 멀더.”
“뭐라구요? 누구 권한으로요?”
“날세.”
“부국장님–”
“더 이상 여기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겠네, 멀더. 자네와 스컬리 요원은 내일까지 워싱턴으로 돌아오게. 그리고 그 다음날까지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해. 이 사건은 종결일세.”
“미제로 말이지요.”
“그래, 미제 사건으로. 오마하에서 유령을 쫓아다녀봤자, 시간 낭비라고 보네.”
“그를 발견했었습니다, 부국장님. 유령이 아니에요. 대체 왜 갑자기 사건을 종결시키는 겁니까?”
“더 이상 이 사건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지. 워싱턴으로 돌아오게, 멀더.”
스키너는 전화를 끊었다.
“젠장.”
멀더가 플립을 닫으며 중얼거렸다.
“부국장이 뭐래요?”
스컬리가 저쪽 테이블에서 물었다. 그녀는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는 중이었다. 스컬리는 그의 방에서 자주 일을 하곤 했는데, 두 사람이 정보를 나누기가 쉽기 때문이었다.
“사건 종결이니 내일까지 워싱턴으로 돌아오랍니다.”
스컬 리가 놀라서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직 스캇을 찾지 못했는데요?”
“그리고 아무래도, 우리가 그 애를 찾아내면 안.되.는. 것 같군요.”
멀더는 침대 한쪽에 주저앉아 스키너와의 대화 내용을 설명했다.
“왜 부국장이 이 사건을 덮어두려는 걸까요?”
멀더의 말이 끝나자 스컬리가 물었다.
“모르겠어요. 그리고 우리한테 말해줄 것 같지도 않고요.”
멀더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 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로서는 좌절감을 해소하는 방식이었다.
“그들이 스캇을 데리고 있는 건….아닐까요?”
‘그들‘이 누구인지, 스컬리는 입 밖에 낼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멀더와 스컬리가 엑스파일을 시작했을 때부터 줄곧 싸워온, 어둠 속의 얼굴없는 이들이었다.
“모르겠어요.”
멀더가 말했다.
“어쩌면 그럴지도.”
그러나 사실, 멀더는 의심을 품고 있었다. 아무리 콘소시엄이라 해도, 스컬리의 기억을 순간적으로 지운다거나 길 한복판에서 노래하는 소년을 아무의 눈에 뜨이지 않게 데려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휠체어에 탄 사내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확실히 담배맨보다 더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멀더는 스캇이라는 소년이 제발 복잡하고 은밀한 파워 게임에 휘말리지 않기만을 빌었다.
워싱턴의 사무실로 돌아오고 며칠 뒤, 멀더는 프랭클린 부부에게 전화를 걸어 스캇을 찾지 못했으며, FBI는 사건을 종결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하지만 왜요?”
엘리자베스 프랭클린이 물었다. 당황한 목소리였다.
“저도 자세한 것은 모르겠습니다, 프랭클린 부인. 제 상관의 명령이거든요. 하지만 만일 스캇의 소식을 듣게 된다면, 제게 곧바로 연락해주시겠습니까?”
스캇의 사건을 가로막고 있는 스키너를 펴치고 나아가려면 지렛대가 필요할지도 몰랐다.
“네, 그럴게요.”
그녀가 대답했다.
“아, 멀더 요원?”
“네?”
“제가 요원님께 편지를 하나 보내드릴게요. 스캇한테 보내는 건데, 좀 맡아주시겠어요? 언젠가 당신이 그 애를 찾아낼지도 모르니까요. 그 애에게 우리가 화가 나지 않았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그러면 스캇도 집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 테니까요. 그 애가 무사한지 알고 싶어요.”
“물론이죠, 프랭클린 부인. 편지를 보내주십시오. 만일 제가 스캇을 찾게되면, 꼭 전해주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nd of Part 1
Part 2로 계속
_M#]
태그 보관물: 엑스파일
[X-Men] 팬픽 번역: Case X-1743: Unresolved part I-2
저자: Minisinoo
출처: http://dreamwater.org/scottsummers/
번역 허가는 메일로 받았습니다.
++++++
Case X-1743: Unresolved
(An X-Files / X-Men Movie Crossover)
“프랭클린 씨, FBI 요원 폭스 멀더라고 합니다.”
그는 무의식중에 벌써 신분증을 펼쳐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쪽은 같은 FBI의 데이나 스컬리 요원입니다. 스캇에 대해 물어볼 게 있어서 찾아왔습니다만.”
“스캇은 무사한가요? 그 애를 찾았어요?”
뒤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이 활짝 열리더니 엘리자베스 프랭클린이 얼굴을 내밀었다. 그녀의 얼굴은 주름이 가득했고, 걱정 때문에 눈 주위에는 그림자가 거무스레하게 앉아 있었다. 목소리에는 두려움이 묻어 나왔다.
“스캇은 절대 그런 애가 아니에요! 왜 그 애가 도망갔는지 정말 모르겠어요. 정말정말 좋은 아이거든요. 항상 그랬어요. 그저 인생에 기회가 없었을 뿐이에요.”
“저희는 단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려는 것뿐입니다, 프랭클린 부인.”
스컬리가 말했다.
“스캇에게 죄를 물으려는 게 아니에요.”
‘아직은’. 멀더의 귀에 스컬리가 이렇게 덧붙이는 말이 들리는 듯 했다. 스컬리는 아직도 서머즈라는 소년이 놀라운 재주를 부린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낼수록 멀더는 스컬리의 의견에 찬성할 수 없었다.
프랭클린 부부는 두 사람을 맞아들이고 커피를 내놓았다. 골치아픈 일에 휘말릴까봐 겁에 질리고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불안해하는, 보통 사람들이었다. 어린 소년 하나가 계단 꼭대기에 앉아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더니 멀더가 고개를 들어 쳐다보자 재빨리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애 하나가 부엌 문 사이로 살금살금 걸어와 내다보았다. 그 나이에도 왠지 벌써 닳고 닳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멀더는 소녀가 두려워하고 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게다가 그의 화려한 FBI 경력은 대부분 사람들의 바디랭귀지를 읽음으로써 이룩한 것이었다. 이 두 아이들은 스캇 서머즈의 두 수양형제일 것이다.
[#M_계속 읽으시려면…|닫으시려면…|프랭클린 부부의 집은 전형적인 중산층 가정으로, 오래되어 낡았지만 군데군데 현대적으로 수리한 자국이 있었다. 벽은 인테리어를 따로 했고, 바닥도 새로 덧붙인 것 같았다. 천장에서 돌아가는 커다란 팬이 남캘리포니아의 무거운 봄 공기를 휘저었다. 그러나 천장에는 1960년대에나 유행했던 소용돌이 무늬와 색깔이 변하는 반짝이가 붙어 있었다. 그리고 식당 벽은 싸구려 널빤지로 댔다. 방 구석의 굽더리 널은 이음새가 맞지 않았고, 바닥깔개는 세월과 사람들의 발길로 너무 낡아 있었다. 가구 역시 오래된 것들이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깔끔한 편이었고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데도 동물 냄새 같은 것은 나지 않았다. 이들은 주변을 돌보는 사람들이었다. 집, 애완동물, 그리고 가정이 필요한 떠돌이 아이들까지도. 이들은 좋은 사람들이었다.
“스캇이 여기서 얼마나 살았죠?”
멀더가 물었다.
“열 세 살때부터요.”
진 프랭클린이 대답했다.
“그러니까 4년, 이제 5년이 다 되가는군요.”
“당시에는 오마하에 살았어요.”
그의 아내가 끼어들었다.
“그곳 고아원에서 스캇을 데려왔죠. 진은 그 곳 공군 기지의 장교였어요.”
“군대에서는 제대하셨나요?”
해군 아버지를 둔 스컬리가 물었다. 그녀는 이제 활기를 되찾은 것 같았다.
“그렇습니다.”
진 프랭클린이 대답했다.
“93년에 SAC가 닫자 제대했지요. 그리곤 스캇을 데리고 여기로 이사했습니다.”
그는 뒤쪽을 슬쩍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때부터 칼리가 우리와 함께 살기 시작했고요. 1년 뒤에는 제프가 왔지요.”
부엌에서 내다보던 칼리가 멀더의 눈길을 피해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스캇은 이사를 어떻게 받아들이던가요?”
스컬리가 물었다.
“괜찮았어요. 오히려 무척이나 기대한걸요.”
엘리자베스 프랭클린이 여전히 긴장한 투로 대답했다.
“여보, 좀 앉아요.”
그녀의 남편이 옆자리를 두드리며 말했고, 그녀는 잠시 망설이는 듯 싶더니 남편의 옆 자리에 앉아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진 프랭클린이 말했다.
“경찰과는 벌써 이야기를 끝냈습니다. 스캇은 이제까지 한번도 말썽을 일으킨 적이 없었어요, 멀더 요원. 고아원에서 도망치려고 한 적이 있긴 했지요, 그래서 소년심판소에도 선 적이 있었고요. 하지만 한번도 우리를 슬프게 한 적이 없어요. 단 한번도 말입니다. 그 아이는 단지 좋은 가정이 필요했을 뿐이에요. 그 앤 우리 진짜 아들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나이만 조금 어렸더라도 입양을 했을 거예요.”
“사실은 몇 년 전에 입양을 고려했었어요.”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하지만 절차를 끝낼 때 즈음이면 벌써 18살이 되어버리더군요. 그리고 스캇은 친부모가 누군지 알고 있어요. 자기 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하라고 했지요.”
“부모를 안다고요?”
스컬리가 물었다.
“그렇다면 서머즈 부부는 살아있나요?”
“아, 아니에요. 스캇은 고아입니다.”
진 프랭클린이 대답했다.
“스캇이 8살 때 비행기 사고로 부모가 둘 다 죽었어요. 스캇과 남동생만 살아남았고요. 남동생은 몇 달 뒤에 곧바로 입양되었지만 스캇은 입양되지 못했습니다. 그 애 아버지 역시 공군이었다더군요. 테스트 파일럿이었습니다. 그리고 혹시 스캇의 아버지를 알고 있었냐고 물어보신다면 제 대답은 아니오, 입니다. 하지만 덕분에 저와 스캇 사이에는 연결 고리가 생겼지요.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부터요. 난 그 애에게 비행법을 가르쳤고 스캇은 벌써 비행 면허증을 딸 수 있을 정도예요. 그 앤 정말 내 아들 같았지요. 내가 가질 수 없었던 진짜 아들 말입니다. 하지만 스캇은 자기 가족들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었고, 나와 벳시는 그걸 망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부모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건 중요한 거니까요.”
“스캇은 남동생이 어디 사는지 알고 있습니까?”
멀더가 물었다.
“입양 기관에서는 그런 종류의 정보를 알려주지 않아요. 일종의 기밀 사항이죠. 스캇은 비행기 사고 때문에 머리에 부상을 입은데다 뇌 손상도 있었어요.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그런 걸 싫어하잖습니까. 게다가 나이가 많은 편이었거든요. 그래서 고아원을 이리저리 전전하다가 보이스 타운이라는 고아원까지 가게 된 거죠. 그 곳에서 일하는 자원 봉사자 중 하나가 내 아내의 친구였는데, 그 트레이시가 한번은 공군 기지에서 여름에 정기적으로 열리는 에어 쇼에 스캇을 데려왔어요. 그 때 스캇을 처음으로 만났죠. 그리곤 곧바로 그 아이를 데리고 있기로 결심했습니다. 당시에 스캇은 애정에 너무 굶주려 있었어요. 사실 우리는 그 전까지는 한번도 수양부모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스캇은 달랐어요. 그 아이는 가족이 필요했고, 우리는 항상 아들이 하나 있었으면 했지요. 그래서 91년 크리스마스 때부터 스캇은 우리와 함께 살기 시작했고 그 후로 우리는 한번도 그 선택을 후회해 본 적이 없습니다.”
멀더는 스컬리와 눈짓을 주고받았다. 프랭클린의 이야기는 동화에서나 나올법한 환상적인 스토리였다.
“하나만 더 묻겠습니다, 프랭클린 씨. 아까 스캇이 고아원에서 도망친 적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 이유를 알고 계시나요?”
“아뇨. 스캇은 한번도 그 이야기를 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도 한두번 물어보긴 했지만 이야기하기를 싫어하더군요.”
“강요를 하면, 그 애는 입을 다물어버려요.”
엘리자베스 프랭클린이 말했다.
“그 애는 고아원 생활에 대해서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아요. 사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요.” 그녀는 무릎 위에 올려놓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진과 저는 스캇이 나쁜 경험을 하거나 학대당한 게 아닐까 하고도 생각해봤지만 만약 그렇다 하더라도 트레이시가 보이스 타운에 가기 전이었을 거예요. 게다가 보이스 타운은 꽤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거든요. 그 때 스캇을 좀더 다그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냈어야 했는데…..이제까지는 그럴 이유가 없었을 뿐더러 스캇의 신뢰를 얻어내기란 힘든 일이었거든요. 사실 그 아이가 이 정도만이라도 우리에게 마음을 열어준 게 고마울 정도예요.”
“스캇이 한번도 말썽을 부린 적이 없었기 때문에 우린 과거의 일은 그저 과거의 일로 묻어주자고 생각했거든요.”
진 프랭클린이 덧붙였다.
“그 애가 길거리에서 홈리스로 살아가던 시절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아, 겨우 4개월에 불과하지만 말입니다. 속임수 도박을 해서 먹을 것을 살 돈을 벌었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아무도 거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어쩌면…….그게……”
프랭클린 부인이 머뭇거리며 남편을 쳐다보았다.
“말씀하시죠.”
멀더가 앞쪽으로 기대앉으며 말했다. 진 프랭클린이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스캇은 자물쇠를 딸 줄 알아요. 지난번에 내가 차안에 키를 두고 내렸을 때 자동차 문을 따 주었거든요. 그리고 한번은 중고품 세일 때 샀던 트럭 문도 열었던 적이 있고요. 그러니까 어쩌면 도둑이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우리랑 같이 살면서 그 애가 물건을 훔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아마 그 때는 살기 위해 그런 일을 했을 겁니다. 그래서 그런 일로 그 애를 비난하지도 않았고요. 사실, 솔직하게 말하면 처음에 스캇이 우리 집에 왔을 때는 돈 같은 걸 좀 조심해서 보관했었죠.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눈에 띄면 순간적으로 유혹을 느낄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스캇은 항상 양심적이었고, 정직했어요.“
“스캇은 지나치게 착하게 굴었어요.”
부엌에서 새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칼리였다.
“잘못이라고는 한번도 저지르지 않았으니까. 시간만 나면 나랑 제프한테 우리가 여기 살게된 게 얼마나 행운인지 말하곤 했죠.”
칼리는 코웃음을 쳤다. 성격이 무척 강한 아이로 보였다. 멀더는 칼리의 과거를 알고 싶어졌다. 절대로 만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 너는 스캇이 이런 무모한 일을 저지르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니?”
멀더가 칼리에게 물었다.
“스캇이 왜 그런 짓을 하겠어요?”
그게 바로 멀더가 가진 의문이었다.
“마지막으로 한번 저질러 보고 싶었던 게 아닐까?”
스컬리가 말했다.
“아니면 친구들에게 과시하고 싶었을지도 몰라. 여자친구라든가.”
칼리는 눈을 굴리더니 다시 부엌 쪽으로 걸어갔다.
“그렇게 앞뒤 꽉막힌 인간이 그랬을리 없어요. 그 개자식이 사라져서 속이 다 시원하네.”
프랭클린 부부는 당황했다.
“죄송합니다. 칼리의 말버릇이 –”
진 프랭클린이 입을 열었다.
“괜찮습니다.”
멀더가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칼리는 모르겠지만, 무척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 그리고 계단 위에 앉아있던 아이가 다른 수양아들이죠? 올라가서 그 애와 이야기를 좀 해봐도 되겠습니까? 스컬리 요원은 아직 두 분께 드릴 질문이 남아있는 것 같군요.“
“물론이죠.”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스컬리가 멀더를 쳐다보았다. 멀더는 자신이 다시금 스컬리를 따돌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소년과 따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멀더는 계단을 두 칸씩 뛰어올라가서 2층에 있는 세 개의 침실을 들여다보았다. 소년은 그 중 한 방의 침대에 앉아있었다.
“안녕.”
아이가 고개를 들었다.
“이름이 뭐지?”
멀더는 소년의 이름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일단 이렇게 물었다.
“제프.”
“내 이름은 폭스란다. 들어가도 될까?”
“그럼요. 그런데 폭스라니, 무슨 놈의 이름이 그 모양이에요?”
멀더는 어린 아이의 도전을 무시하며, 방으로 들어가 다른 침대 하나에 걸터 앉았다. 보아하니 스캇의 침대인 듯 했다. 두 소년이 함께 쓰기에는 약간 작은 듯한 방이었다. 아마도 프랭클린 부부의 은행잔고는 그들의 넓은 마음에 따라주지 않는 모양이었다. 실내장식으로 미루어보아, 스콧의 취향은 단순한 것 같았다. 녹색을 좋아했고 옷장 위에는 비행기 모형을 잔뜩 전시해놓았으며 침대 위쪽에는 비행기 포스터를 붙여놓았다. 머리맡에 걸린 책꽃이에는 프랭크 허버트의 듄 시리즈와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3부작, 그리고 그렉 베어의 이온이 꽂혀있었다. 셀레나 기의 사진도 보였다. 다른 책들도 모두 과학이나 비행기과 관련된 서적들 같았다. 분명 스캇 서머즈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들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너희 형은 제트기를 좋아하나 보지?”
“스캇은 내 형이 아니에요.”
멀더는 제프를 쳐다보았다.
“둘이 사이가 안 좋았니?”
“사이는 좋은 편이에요.”
제프가 고집스레 턱을 들어올렸다.
“그래도 형은 아니에요.”
“스캇이 왜 도망갔는지 아니, 제프?”
“아뇨.”
무뚝뚝한 대답이 돌아왔다.
“스캇이 도망간 거라고 생각하니?”
제프가 멀더를 올려다보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스캇을 그냥 내버려둬요! 아무 짓도 안했으니까요. 알았어요?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상관없어요. 스캇은 나쁜 짓이라고는 하나도 안했다구요!”
멀더는 침착한 말투를 유지했다.
“난 그 애가 뭘 잘못했다고 그러는 게 아냐. 단지 무슨 일이 일어났고 스캇이 어디 갔는지 알고 싶을 뿐이란다. 그러면 다치기 전에 찾아올 수 있을 테니까 말야.”
“아, 그래요? 그러시겠죠. 그리곤 붙잡아서 다시 소년원 같은 데 가둬버리겠죠. 하지만 아무도 스캇을 잡을 순 없을 걸요. 스스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또 몰라도.”
소년의 말에는 분노와 자랑스러움이 반반씩 뒤섞여있었다.
“스캇은 한 터프하니까요.”
“난 네 말에 찬성할 수 없구나, 제프. 그래, 네 말대로 스캇은 터프할 지도 모르지만, 세상에는 정말로 나쁜 사람들이 많거든. 사악하고, 스캇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 말이다. 지금은 아무 문제도 없을지 모르지만 오랫동안 거리를 헤매다보면 언젠가 그런 사람들과 부딪치게 될 거야. 어쩌면 죽을지도 몰라. 사람들이 그러는데 스캇은 눈을 감고 도망쳤다며? 앞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자기 몸을 지키기란 어려운 법이야. 스캇이 어디 갔는지, 정말 생각나는 거 없니?”
제프는 멀더의 말을 곰곰이 생각하는 듯 하더니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없어요.”
이번 대답은, 반항심보다는 정직함에서 나온 것이었다.
“오마하였다면 모를까, 여기는 잘 모르겠어요.”
“오마하였다면 어디로 갔을 것 같니?”
“시내로요. 당구장들이 늘어 있는 데가 있거든요. 히스패닉 구역에요. 스캇은 스페인어를 조금 할줄 알아요.”
멀더는 스캇이 눈을 감은 채로 당구를 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적어도 현재 그의 눈에 생긴 문제점을 고려한다면 말이다. 그러나 당구를 칠 수는 없더라도, 자신에게 익숙한 오마하로 돌아갔을 지도 모른다. 적어도 샌디에이고보다는 몸을 숨기기 쉬울테니까.
그러나, 어쨌든 이 제프라는 소년은 너무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있었다. 제프는 머리를 숙이고 앉아 손가락을 신경질적으로 움직이며 한쪽 다리를 흔들었다. 마치 멀더가 빨리 가버리기를 바라는 양. 소년은 아직 아는 것을 다 말하지 않았고, 멀더는 그게 대체 무엇일지 궁금했다.
“어젯밤에 스캇이 집에 왔었니, 제프?”
소년은 앉은 자리에서 거의 1미터나 펄쩍 뛰어올랐다.
“아뇨!”
“제프. 사실을 말해 주어야 한다. 난 스캇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니야. 아까 말한 대로 큰일이 생기기 전에 찾아서 데려오려는 거야. 그러려면 네 도움이 필요해. 만약에 스캇이 어디 갔는 지 안다면, 아니 졸업 파티 이후에 그 애를 보기라도 했다면……”
멀더는 말 끝을 흐리며 기다렸다. 방안의 공기가 점점 더 무거워졌다.
마침내 소년이 굴복했다. 어쨌든 어린 아이였으니까.
“알았어요. 맞아요, 어제 밤에 집에 왔었어요. 우리 방 창문 밖에 커다란 나무가 있거든요. 어제 스캇이 그 나무를 타고 올라와서 창문을 두드리더라구요. 그래서 들어오게 한 다음에 짐 싸는 걸 도와주었어요. 스캇은 앞을 볼 수가 없었거든요. 계속 눈을 꼭 감고 있으면서 눈을 뜨면 날 다치게 할거라고 그랬어요.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스캇은 진짜 겁을 진뜩 먹은 데다 놀란 거 같았어요. 그러면서 빨리 여길 떠야한다고 하더라구요. 나한테 가방에 옷을 좀 집어넣어 달라고 하고는 저금했던 돈을 가지고 갔어요. 나보고 돈을 분류해달라고 그러더군요.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면서요. 그래서 1달러짜리랑, 5달러, 10달러 짜리 지폐 옆을 서로 다르게 접어줬어요. 그 다음에는 가위랑 선글라스랑 두꺼운 테이프를 가져다달라고 했어요, 하지만 정말로, 진짜로 어디 간다고는 말해주지 않았어요. 나도 물어봤는데 대답 안 해줬다구요.”
“그게 몇 시였지?”
“나도 몰라요. 아마 사고가 있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을 거예요. 에, 제 생각에는요. 그 때는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몰랐거든요. 경찰도 오지 않았었고. 9시? 10시?”
멀더는 고개를 끄덕였다. 파웨이 고등학교는 이 집에서 별로 멀지 않았다. 만일 스캇이 사건이 터지고 나서 최대한 빨리 여기로 달려왔다면, 아무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고 아무도 소년의 뒤를 쫓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 있을 동안 한번도 눈을 뜨지 않았다고? 무심코라도 말야?”
“한번도요. 만약에 눈을 뜨면 날 심하게 다치게 할 거라고 그랬어요. 얼굴이 꼭 백짓장처럼 하얬고요. 그렇게 겁먹은 스캇은 처음봤어요.”
“또 다른 말은 없었니?”
“별로요. 학교에서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고 했고, 자기가 또 말썽을 부려서 나나 진, 베스를 다치게 하기 전에 빨리 떠야한다고 했어요. 아, 그러니까 프랭클린 씨랑 프랭클린 부부말이에요. 우린 그냥 이름으로 부르거든요.”
“괜찮다, 제프. 계속 이야기하렴.”
“그게 다예요. 스캇이 한 말이라고는 대개 ‘이걸 가져와’ 아니면 ‘저걸 가져와’ 뿐이었어요. 엄청 서두르더라고요. 사실 가위랑 테이프를 가져오라길래 좀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나중에 학교에서 무슨 일이 들었는지 알고 나니까 짐작이 갔어요. 아마 눈 때문이겠죠?”
“그럴 확률이 크지.”
그리고 그 순간, 폭스 멀더는 스캇이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공포에 질린 상태에서도, 소년은 실수로라도 다른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어떤 옷을 가져갔지?”
“네?”
“스캇이 어떤 옷을 가져갔냐고 묻는 거다. 두꺼운 옷, 아니면 여름 옷? 점퍼도 가지고 갔니?”
“그냥 티셔츠랑 청바지 같은 거요. 하지만 점퍼는 가지고 갔어요. 그리고 후드가 달린 빨간색 운동복도요. 팔에 구멍이 났는데도 그 바보 같은 옷을 좋아했더랬죠. ‘행운의 셔츠’래나 뭐래나.”
멀더는 자리에서 일어나 명함을 꺼낸 다음 뒷면에 핸드폰 번호를 휘갈겨 쓰고 제프에게 건네주었다.
“만약에 스캇이 집으로 돌아오면, 아주 잠시동안이라도 말이다, 나한테 전화해주렴. 나와 이야기할 마음이 있는 지 알아보고, 만약 그럴 생각이 없더라도 전화해 주겠니? 내가 스콧한테 나쁜 짓을 하려는 게 아닌 건, 너도 알지?”
스캇은 소년의 눈을 정면으로 들여다보며 눈빛으로 확신을 심어주려 했다.
“스캇한테, 화장실 벽을 고의로 그렇게 부순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고 전해주렴. 난 그 애를 도와주고 싶다. 그렇게 전해주겠니?”
제프는 멀더의 명함을 받아들고 앞쪽을 들여다보았다.
“알았어요. 그리고 나도 알아요. 스캇이 잘못한 게 아니라는 걸요.”
멀더는 방을 떠나 스컬리를 눈짓으로 불러낸 다음 프랭클린 부부에게 작별을 고했다.
“그래서요?”
두 사람이 차안에 자리를 잡자마자, 멀더가 물었다.
“뭘 알아냈어요?”
“스캇이 얼마나 좋은 애였는지를 알아냈죠. 별로 쓸모는 없겠지만 몇 부분 적어놓았어요. 나중에 한번 살펴보도록 해요, 멀더. 그래도 스캇이 왜 고아원에서 도망갔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어요. 당신은요?”
“어젯밤 파티 이후에 집에 왔었답니다. 제프가 짐을 싸주었대요. 공업용 테이프와 가위, 선글라스도 함께 말이죠. 그리고 어디론가 떠났다는군요.”
스컬리가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도 나한테는 항상 아이들은 질색이라고 말한단 말이에요, 멀더? 그건 그렇고, 테이프와 가위라뇨?”
“눈 때문에요. 눈을 계속 감고 있으려고 그러는 거죠. 아직도 이게 엉터리 사건으로 보이나요, 스컬리?”
스컬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후 멀더가 덧붙였다.
“내 생각엔 스캇이 가족들을 보호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도망간 거죠. 이 젊은 서머즈 친구의 사진은 구했어요?”
“20장은 되요.”
멀더가 웃었다.
“그 중에 선글라스를 낀 사진은?”
그녀는 대답없이 멀더의 옆 얼굴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집으로 다시 돌아오지는 않겠군요. 대체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걸까요?”
“오하마로 돌아간 것 같아요. 길거리에서 혼자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장소로.”
스컬리는 의문을 제시하지 않았다. 엑스파일 사건을 맡기 전에 멀더는 FBI에서 프로파일러로 일하면서 범죄자들의 심리를 거의 본능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을 자랑했다. 문제는 멀더가 스캇 서머즈를 범죄자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는 그저 겁을 먹고 두려워하는 어린 소년에 불과했다. 멀더는 자신의 본능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기를 바랐다. 그는 다른 누구보다도 먼저 스캇 서머즈를 찾아내고 싶었다. 적어도 소년을 ‘잠재적인 무기’로 생각할지도 모르는 사람들보다 먼저.
그러나 소년을 찾기란 어려울 것이다. 멀더는 여기에 다음 달 월급을 걸 수도 있었다. 아무리 프랭클린 부부와 함께 4년이나 되는 시간을 보냈어도 스캇은 여전히 권위주의를 싫어하고, 게다가 지금은 공포에 질린 상태였다. 만일 누군가에게 연락을 취해온다면 아마도 제프일 가능성이 가장 클 것이다. 사실 멀더는 제프가 곧바로 자신에게 전화를 걸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다. 그러나 그러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지금 멀더가 바라는 것은 스콧이 제프와 함께 이야기를 좀 나누는 것이었다. 적어도 나중에 멀더가 스캇을 발견했을 때 자기 소개를 하는 도중 도망가지 않도록 말이다.
멀더는 스캇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이 사실에 대해 한치의 의심도 품지 않았다.
—계속_M#]
[X-Men] 팬픽 번역: Case X-1743: Unresolved part I-1
저자: Minisinoo
출처: http://dreamwater.org/scottsummers/
번역 허가는 메일로 받았습니다.
++++++
Case X-1743: Unresolved
(An X-Files / X-Men Movie Crossover)
1부 – 1996년, 샌디에이고
1996년 5월 26일,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파웨이 고등학교
폭스 멀더는 넥타이를 풀어헤치고 – 고등학교 화장실에는 에어컨이 없었다 –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뭐가 어떻게 됐다고?”
“걔 눈에서 붉은 광선이 뿜어져 나왔다니까요. 그러더니 벽에 구멍이 났어요. 여자 화장실까지요!”
그리고 분명 벽에는 구멍이 나 있었다. 멀더의 머리도 집어넣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다. 시멘트 벽 두 개가 산산조각이 나서 구멍을 통해 건너편의 체육관이 내다 보였다.
“그러니까 그 친구 눈에서 붉은 광선이 나왔단 말이지?”
멀더는 구멍 가장자리를 손으로 쓸어보았다. 탄 자국은 없었다. 마치 건물 파괴용 철구로 부숴버린 것 같았다.
“그렇다니까요.”
스탠 헨시라는 소년이 말했다.
“거짓말 치는 거 아녜요!”
소년의 목소리는 확신으로 가득했다.
“같이 있던 다른 애들한테 물어 보세요. 아니면 셀레나 기한테 물어보든가. 그 때 여자 화장실에서 친구들이랑 같이 있었거든요. 걔도 나랑 똑같은 이야기를 할 걸요. 아 젠장, 진짜라니까.”
멀더는 벽에서 눈을 떼고 스컬리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지겹다는 듯 천장을 바라보며 눈동자를 굴렸다. 멀더는 슬쩍 미소를 지었다. 이 10대 소년이 한창 졸업파티를 즐기던 도중 화장실에서 마약을 했는지 굳이 확인해 볼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이건 마치 스타트렉에서 튀어나온 이야기 같지 않은가! 아니면 ‘환상특급’ 든가. 고등학교 졸업반 남학생 하나가 여자친구랑 싸우고는 화장실로 뛰어 들어와 갑자기 눈에서 살인광선을 내뿜어 벽을 부숴버렸다라, 평소라면 멀더는 이 이야기를 바보 같은 십대 남자애들의 장난으로 치부했을 터였다.
문제는 그런 불상사를 일으킨 소년이 이제껏 한번도 말썽을 부린 적이 없는, 올A 학점의 모범생이라는 사실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그가 쾌활하고, 온화한 성격에,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은 학생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소년은 벌써 반나절 동안이나 행방불명된 상태였다. 사건이 일어나자마자 경찰이 학교에 도착하기도 전에 도망가 버렸던 것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로…..증인들은 소년이 두 눈을 꼭 감고 뛰어갔다고 말했다.
이건,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었다.
[#M_계속됩니다.|닫으시죠|멀더는 다시 한번 벽에 난 구멍 가장자리를 손으로 쓸어 보고는 스컬리에게 복도에서 좀 보자는 고갯짓을 해 보였다. 두 사람은 경찰과 학생들이 우글거리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종이쪽지와 포스터로 범벅된 게시판 쪽으로 걸어갔다. 열 걸음도 못가서 스컬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제발 이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한다고 말하지 말아줘요, 멀더. 이건 당신 기준으로도 말이 안 된다구요.(It’s too ‘out there’ even for you,)”
“그럼 당신 생각에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 같아요, 스컬리?”
“학생들의 장난이죠!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졸업 파티에서 큼지막한 장난을 친 거라고요!”
“장난치고는 좀 정교해 보이지 않나요?”
“똑똑한 애들 짓이에요, 아니 적어도 그 중 하나는 똑똑해요. 지금 자리에 없는 스캇 서머즈 말예요. 아, 학교 다닐 때 한번도 이런 장난을 쳐본 적이 없다는 말은 하지 말아줘요, 멀더.”
멀더는 씨익 웃었지만, 아무말 없이 가루가 잔뜩 묻은 양손을 내보였다.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당신 손이 시멘트 가루 범벅이네요.”
“스컬리!!”
“알았어요. 아뇨, 난 모르겠는데요. 그냥 하얀 시멘트 가루밖에는.”
“바로 그거예요. 아까 그 애가 한 말을 생각해봐요. 스캇 서머즈가 눈에서 붉은 광선을 내뿜었다. 만약에 이게 장난이라면, 애들은 붉은 광선을 뭐로 보이고 싶어했을까요?”
“지금 심각하게 물어보는 거예요?”
“스컬리–”
“알았어요, 알았어. 음, 레이저 광선?”
“레이저는 뜨겁죠?”
“그렇죠.”
그는 손을 들어보였다. “까만 가루가 있나요? 아니면 뭔가 탄 흔적은?”
스컬리는 멀더의 손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아뇨. 하지만 있을 리가 없잖아요, 멀더. 진짜 레이저 광선이 아니었으니까요. 아마 철구나, 다른 걸 사용했겠죠.”
“아니면 다른 걸…..말이죠. 이렇게 벽에 구멍을 뚫으려면 철구 가지고는 부족할 거예요. 그리고 이렇게 정교하고 진짜같아 보이는 장난을 치려고 했다면, 최소한 진짜 레이저 광선처럼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았을까요?”
스컬리는 잠시 멀더의 말을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어쩌면요. 하지만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끝도 없을 걸요. 애들이 그 정도까지 생각했을지도 의문이고요.”
멀더는 무심코 양복 바지에 손을 문질렀다. 하얀 자국이 남았다.
“내가 알고 싶은 건 최고 우등상을 받고 졸업하는 데다 버클리 대에 합격한, 그야말로 타의 모범이라 불리는 – 아, 물론 사소한 말썽같은 건 무시하고 말입니다 – 수양소년이 졸업 파티 때 대체 왜 이런 커다란 일을 벌였냐는 겁니다. 학창시절을 ‘콰쾅!’하고 마무리짓고 싶을 수도 있겠지만 이건 좀 지나치잖아요. 안 그래요, 스컬리?”
그는 계단 아래쪽에서 경찰관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예쁘장한 동양계 소녀를 향해 고개짓을 해 보였다.
“그럼 가서 스캇 서머즈의 데이트 상대를 만나볼까요? 미스 셀레나 기 말입니다.”
“글쎄, 난 모른다니까요!”
그들이 다가가자 소녀가 소리치고 있는 게 들렸다. 히스테리를 일으키기 직전인 것 같았다.
“벌써 다 말했잖아요! 걔가 왜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 모르겠다고! 그리고 나는 아무 짓도 안 했다고요! 우린 아는 걸 다 말했다고요. 왜 우리가 쓸데없이 똑같은 거짓말을 하겠어요?”
‘너희들이 다 함께 꾸민 일이라서?“
경찰관이 – 여경찰이었다 – 대답했다. 그녀는 지치고 피곤해 보이는 얼굴에 이마 앞쪽에는 갈색머리가 길게 헝클어져 내려와 있었다.
멀더는 신분증이 든 지갑을 펼쳐보였다.
“기 양과 이야기를 좀 나눌 수 있을까요?”
멀더가 여경찰을 향해 웃어 보이자 그녀는 피곤하다는 듯 눈동자를 굴리더니 아무말없이 걸어가 버렸다. 멀더는 이제 소녀를 향해 돌아서서 미소를 지었다. 옆에서 스컬리가 짜증을 내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는 멀더가 이른바 ‘증인 꼬시기’ 수법을 이용하는 걸 싫어했다. 그러나 이 방법은 항상 효과가 있었다.
“졸업 파티 전에 서머즈 군과 한두달 정도 데이트를 했다면서?”
“네.”
여자애가 경계하는 투로 조심스레 대답했다. 남자들의 추앙을 받는데 익숙한 타입의 여자애였다. 멀더의 책략에 쉽게 넘어올 것 같지 않았다.
멀더는 매혹도와 미소를 한 단계 올렸다.
“콜라나 한잔 하면서 이야기할까?”
옆에 서 있던 스컬리의 눈썹이 치켜올라갔다. 그러나 그들은 셀레나를 데리고 시내의 커피숍으로 향했다.
“스캇과 나도 여기 자주 오곤 했어요.”
그들이 자리를 잡자 소녀가 입을 열었다. 테이블 한쪽에는 셀레나가, 그리고 그 맞은편에는 스컬리가 앉았다.
“학교가 퀬나면 여기까지 걸어오곤 했죠.”
“다른 교통편을 사용하지는 않았니?”
셀레나는 스컬리를 바라보았다.
“난 차가 있어요. 하지만 스캇은 없었지요. 수양부모랑 같이 살거든요. 적어도 같이 살았었죠.”
“그럼 서머즈는 지금 어디있는 거지?”
셀레나의 방패를 걷어내려고, 멀더가 재빨리 물었다.
셀레나는 멀더를 쳐다보았다.
“몰라요. 도망갔어요.”
“스콧의 가정환경은 어땠니?”
스컬리가 물었다. 고전적인 접근 방법이었다.
“좋았어요.”
음료수 잔에 담긴 빨대를 끌어당기며 셀레나가 대답했다.
“스캇은 가족들한테 정말 고마워하고 있었거든요. 식구들도 다들 잘해줬고요. 차는 안 사줬지만, 어쨌든 무척 잘해줬어요. 스캇이 집에서 학대받았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아니에요.”
눈치가 빠른 아이로군. 멀더는 생각했다.
“그 집에 다른 아이들은 없니?”
“있어요. 둘. 스캇이 제일 나이가 많고요, 칼리라는 여자애가 있어요. 14살인데….진짜 헤픈 애죠. 스캇이 그러는데 스캇한테도 몇 번 집적거렸대요. 그래서 좀 겁이 났다고 하더라고요. 남자애 제프도 말썽꾸러기예요, 하지만 많이 조용해졌어요. 스캇을 우러러보거든요.”
멀더는 스컬리에게 눈길을 돌렸다.
“여자애와 무슨 일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그러니까 칼리가 스캇이 강간이나 뭐 그런 걸 했다고 고발할까봐 스캇이 도망갔다고요?”
날카로운 아이였다.
“뭐, 그런 거.” 멀더가 끄덕였다.
“그럴 리가요. 칼리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에요. 어차피 걔 말은 아무도 안 믿을 텐데요, 뭐. 멍청한 복지국 사람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스캇을 아는 사람이라면 절대로요.”
“스캇이 너를 무섭게 한 적은 없었니?”
스컬리가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넌 인기가 아주 좋은 여자애인데, 하필이면 스캇과 데이트를…..”
“농담이죠?”
셀레나가 경멸조의 목소리로 소리쳤다.
“스캇은 올스타 배구선수인데다가 성적도 거의 올 A였다구요.”
그녀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잘생긴데다가 눈은 또 얼마나 매력적이라고요. 난 걔가 무서워서 데이트를 한 게 아녜요, 스컬리 요원. 그리고 지금 스캇 편을 들고 있는 것도 아니고요. 난 내가 아는 데로 정직하게 말하고 있어요. 그래야 당신들이 스캇을 찾아내고, 그래야 걔 엉덩이를 차줄 수 있잖아요. 스캇은 내 졸업 파티를 엉망으로 만들었다구요.”
멀더는 입술을 깨물었다. 어쩌면 그들은 ‘누가 누구를 두려워하는가’에 대해 잘못된 방향으로 질문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어떤 경우든 보통은 여자애 쪽이 우선권을 갖기 마련이다. 운동선수에, 좋은 성적에, 매력적인 눈동자라. 셀레나는 스캇의 성격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말하지 않았다.
“스캇은 어떤 애였지, 셀레나?”
“벌써 말했잖아요. 똑똑하고 잘생겼다고요. 웃는게 정말 멋졌어요. 게다가 유머감각도 있었고.”
그녀는 다시 빨대로 장난을 치더니 덧붙였다.
“여자애들한테 인기가 많았어요. 좀 지나칠 정도로.”
멀더가 다시 스컬리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벌써 다른 학생 스탠 헨시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있었다. 셀레나 기의 질투심은 학교에서 악명이 높았고,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에 두 사람은 말다툼을 벌였다. 스캇이 다른 여자애와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을 셀레나가 목격했던 것이다. 셀레나는 잔뜩 화가 나서 여자화장실로 들어가 버렸고, 서머즈도 눈이 아프다고 말하며 남자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음 순간, 사건이 일어났다.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지?” 멀더가 물었다.
셀레나는 둘 사이에 있었던 말다툼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그러고 나서 난 여자화장실로 갔어요.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그러니까 다른 여자 친구들이랑요. 친구들이 스캇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그 애는 아무 여자애한테나 잘해준다면서요. 그런데 다음 순간, 그러니까……거울 옆에 있는 벽이 갑자기…갑자기 폭발했어요!! 남자 화장실이 그대로 보이더라구요. 구멍 사이로 빨간 광선이 뿜어져 나오더니 반대쪽 벽을 다시 폭발시켰어요. 체육관까지 직통으로 구멍이 뚫리더라구요. 그러더니 갑자기 광선이 사라졌고 스캇이 세면대에 기대서 있는 게 보였어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는데, 스탠이 옆에서 걔 눈에서 레이저가 나온다고 소리치고 있는 거예요. 그 때 스캇이 화장실 밖으로 뛰쳐나갔어요. 그 뒤로는 못 봤어요.”
“지금 네 이야기가 얼마나 이상한지 알지?” 멀더가 말했다.
“네! 하지만 지어낸 게 아니에요! 거기 있던 사람들 다 봤다구요! 남자애들이 그러는데 스캇이 눈이 타는 것처럼 아프다고 했대요. 눈을 떴는데 눈이 온통 빨갰구요. 그 뒤에 바로 광선이 뿜어져 나왔대요.”
“너희 둘이 데이트를 하고 있을 때도 그런 식으로 아픈 적이 있었니?” 스컬리가 물었다.
셀레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음료수를 마시더니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처럼 얼굴을 찌푸렸다.
“평소에도 두통이 심했어요. 하지만 불평 한번 하지 않았죠. 스캇은 불평하는 법이 거의 없었어요. 아마 고아라서 그럴 거예요. 스캇은 사람들 기분을 상하게 하는 걸 무서워했거든요.”
소녀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더니, 멀더가 기억하기에 처음으로 따뜻한 감정이 섞인 말을 했다. “스캇한테 아무 일도 없으면 좋겠어요. 진짜로 괜찮은 애거든요. 그래도 걔 엉덩이를 차주고 싶어요.”
멀더와 스컬리는 그 외에도 몇 가지 질문을 더 했지만, 이미 멀더는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다 얻었다고 생각했다. 물론 필요한 ‘모든’ 정보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셀레나로부터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정보는 모두 얻은 것 같았다. 그들은 셀레나 기를 부모님이 기다리고 있는 학교로 데려다주고는 렌트카로 향했다.
일요일 정오였다. 하늘에는 태양이 머리 위에 떠 있고, 졸업 파티는 어젯밤이었다. 멀더와 스컬리는 소식을 듣자마자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 일요일 아침 샌디에이고에 도착해 사건 현장을 목격한 학생이나 교사들을 신문하러 곧장 ‘범죄 현상 – 이 사건은 아직도 ‘파괴 행위’라고 불리고 있었다 – 으로 달려왔다.
불행히도, 가장 중요한 목격자는 행방불명이었다. 아무도 스캇 서머즈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지 못했다. 눈이 안 보이는 소년이 도시 전체에 깔려있는 경찰들을 피해 달아날 수 있었는지, 멀더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그는 그저 누군가 앞을 볼 수 없는 소년을 쉬운 표적이라고 생각해서 그의 목을 그어버리지만 않았기를 바라고 있었다.
“아직도 그게 장난이라고 생각해요, 스컬리?”
베이지 색 차 문에 손을 대면서 멀더가 물었다.
“그거 말고는 다른 가능성을 찾을 수가 없네요, 멀더. 사람은 눈에서 레이저 광선을 쏠 수 없어요. 여자친구한테 아무리 화가 났다고 해도 말이죠.”
멀더가 킥킥거렸다. 그는 스컬리를 위해 차 문을 열어주었다. 스컬리는 멀더가 그녀의 다른 능력을 진지하게 인정하기 시작한 후부터 이런 조그마한 예의바른 행동들을 내버려두고 있었다. 대개의 경우 그녀는 멀더의 행동에 어떤 의미가 숨어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그래서 그가 문을 열어주거나 그녀의 코트를 받아주어도 개의치 않았다. 멀더는 차 앞쪽으로 돌아 운전석에 앉은 다음, 열쇠를 끼워 돌리고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만약에, 어떤 사람이 그럴 수 있다면요…..만약에 몸의 신진대사 에너지를 전환시켜서, 화가 날 때 눈으로 내뿜을 수 있다면 말입니다.”
“시선만으로도 죽일 수 있다, 이건가요, 멀더? 제발 좀 현실적으로 생각하자구요. 왜 손이 아닌거죠? 입은요? 아님 코는 어때요?”
“진지하게 따져봅시다, 스컬리. 우린 이것보다 더 이상한 것도 많이 봤잖아요.”
“물론 이상하기야 더 이상했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과학적으로 설명할 여지가 있었–”
“그리고 어쩌면 이 사건도 마찬가지일지도 모르죠. 그 아이를 찾는다면 말입니다.”
“그래서, 지금 어디 가는 건데요?”
“프랭클린 부부를 만나러요. 스캇 서머즈의 양부모죠.”
-계속_M#]
***
옛날 옛적에 번역한 놈이라 좀 부끄럽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