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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스트레인지

이거 엄청 미묘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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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요즘의 마블 영화는 문자 그대로 너무나도 무난하고 밋밋하여 정말 아무 감정적 동요 없이 그냥 평범하게 즐기고 보고 나오는 녀석이 되었다. 그게 뭐 나쁘냐, 고 묻는다면 할말이 없지만 온갖 요소를 다 집어 넣었는데 오! 하고 감정적으로 자극받는 부분이 몇몇 유머러스한 장면 밖에 없다면 그건 좀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적어도 팬질을 하고 싶게’찡’한 부분은 한 군데쯤 있어야 하잖아. 대체 가오갤 이후에 무슨 일이 생긴 거야. 물론 이 영화의 경우에는 극동인으로서 그놈의 서양애들이 생각하는 판타지적인 동양문화 때문에 감상에 더 방해가 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 2D로 본지라, 사람들 말대로 3D나 아이맥스로 봤더라면 그 영상효과에 감탄했을지도 모르겠다만 내게 이 영화의 장점은 두 주연배우들의 목소리에 있고[베니와 매즈 씨가 말할 때마다 가끔 깜짝깜짝 놀라게 되더라 정말] 임팩트는 망토가 다 가져갔고 스트레인지는 얼굴로 열심히 일했다는 느낌이다. 크흡, 박사님 버전 베니 왜 이렇게 잘생겼니. ㅠㅠ 이미 공개된 걸로 알고는 있었지만 엉엉 그 얼굴에 그 목소리라니 ㅠㅠㅠㅠㅠㅠ
그치만 인물의 성격을 왜 이렇게 밋밋하게 그렸는지 잘 모르겠어. 스트레인지만 해도 계속해서 자기 자신밖에 모른다는 말이 나오지만 오히려 의사 시절에는 그 성격이 뚜렷하지만 수련을 시작한 이후에는 도리어 흐릿해졌고, 모르도의 변화도 좀더 임팩트 있게 그릴 수 있었을 텐데. 연출이 그러하니 연기도….으음. 인물들끼리 감정적인 교류가 거의 없다. 차라리 걱정했던 매즈 씨의 케실리우스 캐릭터가 더 분명한 느낌이라고. 케실리우스의 부하들과 레이첼 맥아담스는 너무 소모용이 되어버려서 그점도 아쉬웠고. 틸다 누님은 열연했고. 베네딕트 웡 캐릭터도 사실 불만이야.
중간중간 힉! 한 연출이 있긴 했지만 무난한 편이고, 그래도 다크월드보다는 나았던 것 같다. 쿠키는 둘 다 반드시 볼 것. 으음. 정말 미묘하네. 이 느낌을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모르겠어. 기계적이다?
아, 다 필요없어. 우리 귀염둥이 부유망토가 최고시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이야기 속에 이야기 속에 또 이야기.

이런 구도 무지 좋아합니다.
웨스 앤더슨 특유의 화면과 인물군상에
[캐스팅이 너무 화려하고 많아서 몇 명은 크레딧이 나올 때까지 못 알아봤습니다.
게다가 틸다 누님은 요즘 분장하는 데 재미들린 듯요.]
스토리도 귀여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낮에 보러간 지라 나이드신 분들이 꽤 있었는데
다들 너무너무 재밌다며 자리를 뜨시더라고요.
즐겁고 유쾌한 영화입니다.
거기에 약간의 연민과 역설과 비웃음도 함께.

“설국열차” [미리니름 없음요]

보고 왔습니다.

이거 좋군요.
원작도 안 봤고
자료검색도 안 했고
감독 인터뷰를 찾아보지도 않았고
일부러 정보가 전무한 상태로 보러갔는데
즐거웠어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괴물”이 날 것이라면
“설국열차”는 훨씬 차분하고 무르익은 느낌이 납니다.
SF라기보다는 환타지에 가깝지만
근래들어 본 SF 라는 것들이 워낙 엉망인지라
이런 스토리가 진심으로 반갑군요.
게다가 이건 말 그대로 오랜만에 보는 ‘고전적인 스토리’가 아닙니까.
무엇보다 적당한 시간 안에 컴팩트하게 보여줘서 좋았어요.
쓸데없는 장면이 거의 없을 정도.
분명히 헐리우스 식의 이야기이고, 헐리우드 배우들이 나와 연기를 하고 있는데
공식에서 벗어나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때마다 “어?”하는 이질감이 닥쳐와요.
그런데 그런 이질감이 봉감독 영화에서는 자주 볼 수 있는 녀석인지라
전체 속에서는 낯설게 느껴지면서도 부분적으로는 또 익숙함이 든단 말입니다.
그 점이 마음에 들어요.
그런 장면들이 한국 영화 속에서 볼 때보다 오히려 더 잘 녹아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소소한 트릭들도요.
아, 이건 당연히 이거겠구나, 라고 짐작하게 해놓고
다른 트릭을 숨겨놓고 있어요. 억지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개인적으로는 ‘괴물’보다 나았습니다.
배우들도 좋았고요.
솔직히 제가 본 크리스 에반스 중에 제일 나았고
틸다 누님은 정말 즐겁게 연기한 것 같았으며
에드 아저씨, 멋져. ㅠㅠㅠㅠㅠㅠㅠ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에드 해리스와 존 허트가 한 영화에 나오는데
한번도 한 화면에 같이 나오지 않습니다! 억!!!!
제가 그 말을 했더니
다른 분이 팬들을 위해 남겨둔 거라고 하시더군요. 캬캬캬캬.
나아가 다른 캐릭터들은 이 정도 설명으로도 충분하지만
송강호와 고아성은 배경 설명이 조금 더 필요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커티스의 이야기만큼이나 남궁상민에게도 이야기할 기회를 줬어야 했어요.
워낙 성격이 ‘송강호’긴 하지만. -_-;;
저는 개인적으로 노란옷 아가씨의 이야기가 많이 궁금하더군요.
역시 덕질을 하고 팬픽을 쓰라는 감독의 깊은 뜻인가.
 
덧. 시간만 난다면 혼자서라도 한번 더 보러 가고 싶은데 말이죠.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앞부분에 제시된 여러 장면과 대사들이 얼마나 아이러니했는지 알게 되거든요.
한데 요즘 이런저런 일들 때문에 밤까지 일하고 있어서 과연 제가 엉덩이를 들고 보러갈지 모르겠습니다. ㅠㅠ
덧2. 봉감독의 10대 소녀는 이번에도 딸이자 어머니군요. 놀란 감독의 ‘여동생’ 캐릭터와 비슷한 걸까요.
덧3. 틸다 누님 코멘터리! 제발 코멘터리!!! 으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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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라이즈 킹덤”

상영관은 그래도 꽤 되는데
시간표가 엉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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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보고 저리 봐도 웨스 앤더슨 영화입니다.
캬캬캬캬캬, 뭐랄까
이제 이 아저씨 영화도 팀 버튼처럼 딱 보면
아, 이 사람 거구나, 싶어요.
일종의 브랜드화라고 해야할까요.
두 주인공 꼬마아이들의 무표정을 볼 때마다
기존 영화들에서 빌 머레이의 표정을 떠올리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고요.
여하튼 귀엽습니다.  
극장에서 처음에는 키득키득거리던 웃음소리가 시간이 지나면 마음놓고 큰소리로 풀리는 게 느껴져요.  
이 고전스러운 시대적 배경과 설정에다
클리셰들이 잔뜩 모이고 모여 이런 구성을 이루는 것도 그렇고
아이들의 소꼽장난[이라고 하기에는 대단히 진지하지만]
은 놀라울 정도로 순수해 보인단 말이죠.
저는 유튜브 영상 몇 개 밖에 안 봤지만 “벅시 말론”이 이런 느낌일까요.
 
더구나
틸다 스윈튼, 에드워드 노튼, 빌 머레이, 브루스 윌리스, 프란시스 맥도맨드
어디다 내놔도 빠지지 않는 배우들까지 좌악 깔려 있으니. ^^*
이대 모모에서 하고 있지만
그리 오래 걸려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정말 유쾌하게, 행복하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덧. 에드워드 노튼을 정면으로 비춰줄 때 순간순간 케빈 스페이시처럼 보여서 깜짝깜짝 놀랐습니다.
덧2. 이런 브루스 윌리스를 보고 나오니 커다랗게 ‘다이하드 5’ 포스터가 걸려 있어서 영 적응이 안되더라고요. ^^* 배우들이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