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영원한 반신. 같은 시간 서로를 껴안고 함께 태어나는 쌍둥이 형제. 쪼개진 영혼. 목숨을 건 파트너. 차가운 금속의 살을 지닌 세 번째 손.
한 사람의 제다이 기사가 탄생할 때, 그의 라이트세이버 역시 생명을 얻는다.
“역시, 오늘은 오비완의 머리를 잘라주는 것이 좋겠어.”
콰이곤 진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워낙 귀찮은 일을 싫어하는 탓에 몇 달 간이고 어린 파다완의 머리 모양을 방관해왔으나, 어젯밤 무심코 정신을 차리고 바라본 소년의 금발머리는 밤송이 수준을 넘어 고슴도치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대체 마스터가 파다완의 머리 스타일을 책임져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규칙은 누가 만들어낸 건지 그 낯짝이나 한번 봤으면 좋겠군. 보나마나 머리에 털이 하나도 없는 비인간족 파다완을 맞은 마스터일게 뻔해.”
콰이곤은 자신도 모르게 투덜거리며 컴링크의 버튼을 눌렀다. 귀에 익은 밝은 목소리가 대답했다.
“말씀하세요, 마스터.”
“파다완, 나의 불찰로 네 용모가 더 이상 도저히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황폐해졌다는 것을 인정해야겠다. 머리를 다듬을 도구를 가지고 건너오너라.”
“알겠습니다.”
콰이곤 진은 자신의 허리 근처에서 초롱초롱 기대감으로 반짝이고 있는 초록색 눈동자를 내려다 본 다음, 소년의 자그마한 손 위에 다소곳하니 앉아있는 물체로 시선을 내리 깔았다가, 다시 한번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환하게 빛나는 어린 파다완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이건 대체 왜 가져온 거냐, 파다완?”
“머리를 다듬을 도구를 가져오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오비완이 미소 가득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머, 머리? 아니 분명 다듬을 도구를 가져오라고 말하긴 했다만……혹시 이제껏 이걸로 머리를 다듬어 왔던 게냐?.”
안 그래도 커다란 눈이 더욱 동그래졌다.
“네? 물론 저나 친구들은 실력 부족으로 불가능하죠. 하지만 이제 스승님이 다듬어 주시는 것이니 당연히 이걸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크흠, 하고 콰이곤은 헛기침을 한번 해 주고는 내친김에 깨끗이 정리해볼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던 턱수염을 쓸어내렸다.
“당연히? 물론 이걸 사용하는 기술은 아주 다양하긴 하다만 머리를 다듬는 일에는 그다지 쓸모가 있을 것 같지 않구나. 무엇이든 ‘적절한 용도’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니 말이다.”
콰이곤의 말에 오비완이 고개를 갸웃했다.
“어라? 하지만 다른 제다이 마스터께서, 마스터의 자리에 오르신 분들은 모두 라이트세이버 기술에 능통해 있어서 평소 생활에도 라이트세이버를 항상 이용하고 계신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래서 언젠가 파다완이 되면 이걸로 머리를 다듬어주실 거라고……”
“다른???”
누구냐, 이 순진한 녀석에게 이상한 바람을 불어넣은 정신 나간 제다이느은!!!!!!!!!
“아, 예전에 마스터 윈두가 라이트세이버 수업 도중에 말씀해 주셨어요. 그러니 훌륭한 제다이가 되려면 라이트세이버를 자유자재로 사용해야 된대요. 다른 마스터님들처럼.”
…………그러니까, 이 빌어먹을 친구를 그냥 당장에!!!!!!!
콰이곤은 다시 헛기침을 했다. 망설이면서 입을 떼려는 순간, 소년이 밝고 명랑한 목소리로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마스터 윈두는 잔머리를 다듬을 때뿐 아니라 수염을 깨끗하게 밀 때도 세이버를 이용하신대요. 그러니까 항상 저렇게 매끈하고 반짝이는 머리에, 턱도 반질반질 하신 거예요. 정말 대단하죠? 전 아직 손목 돌리기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데요. 특히 성인용 라이트세이버는 아직 무거워서 힘껏 휘두를 때면 손목이 아파요. 그런데 라이트세이버로 잔털 하나 남기지 않고 머리를 밀려면 얼마나 수련을 해야 하는 걸까요? 우리가 그렇게 물어도 웃기만 하시고 개인차가 있을 거니 우리도 실제로 해 봐야 한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또 방어나 공격 기술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라이트세이버를 몸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게 진짜 실력이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마스터 윈두께 모든 마스터들이 그렇게 훌륭한 실력을 지니고 있냐고 여쭤보니까…..”
“여쭤보니까?”
콰이곤 진은 헐렁한 튜닉 아래로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끼며 힘없이 되물었다.
“네, 그러니까 머리나 수염을 기르고 계신 대부분의 마스터들은 라이트세이버를 그렇게 사용하고 계시다고 하셨어요. 특히 수염을 기르고 계신 마스터 콰이곤의 경우 라이트세이버를 사용했다고는 도저히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자국을 거의 남기지 않고 수염 끄트머리를 깨끗하게 정리할 줄 아신다고 하시던데요? 그래서 그때 다들 나이가 차면 꼭 콰이곤 스승님의 파다완이 되겠다고 했었죠.”
여기서 오비완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결국 그 행운아는 제가 되었지만요.”
“그, 그러냐?”
콰이곤 진은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라이트세이버 수업시간에 중요한 건 안 가르치고 이런 해괴망측한 소리만 해대고 있었단 말이지? 평소에 나더러 어린 수련생들이 뭘 배우겠냐며 좀 진지하게 수업에 임하라고 한 친구가? 이런 포스에 벼락맞을 친구 같으니!!!
“저어, 그런데 스승님? 그럼 전 어디 앉을까요? 아무래도 제 거보다는 손에 익은 스승님의 라이트세이버를 이용하는 것이 낫겠죠?”
콰이곤은 거짓 한점 없이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맑은 눈동자를 마주하고는 세 번째 헛기침을 했다.
“에, 그러니까 말이다 오비완. 음…….갑자기 바쁜 일이 생각났구나. 요다 스승님과 상의할 문제가 있었는데 깜박 하고 있었다. 우선 네 머리를 다듬는 건……”
콰이곤은 오비완의 머리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리고 도저히 눈뜨고 봐주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스스로를 설득시켰다.
“나중에 시간이 생기면 하자.”
오비완의 어깨가 마치 비 맞은 강아지처럼 아래로 추욱 쳐졌다.
“할 수 없죠. 그럼 일이 끝나면 불러주세요.”
콰이곤의 입이 바싹 타올랐다.
“오냐.”
소년의 등 뒤에서 방문이 닫히자마자, 다혈질만 아니었더라면 제다이 카운슬의 일원이 되고도 남았을 제다이 마스터 콰이곤은 번개같은 속도로 자신의 라이트세이버를 집어든 다음, 커다란 체구에 걸친 로브 자락 가득히 분노의 포스를 이글거리며 오랜 지기를 만나러 갔다.
[#M_외전: 애초에 그는 어떻게 라이트세이버의 달인이 되었는가|닫아주세요|
마스터 요다. 제다이가 되려면 아직 배울게 많이 남았나요?”
“흠, 흠. 많고 말고. 배울 것들이. 역시 급하구만, 성격이, 자네는.”
“죄송합니다.”
“흠흠, 특히 부족해, 라이트세이버 기술이. 필요해, 연습이.”
“그렇군요. 그럼 수행을 위해서는 어떤 연습을 해야 합니까?”
“이발.”
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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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30제] 12. 잠입
츄바카가 끌려나가며 울부짖는 소리가 동굴에 올려 퍼졌다. 뒤이어 여러 종족들의 웃음 소리가 음악에 뒤섞여 츄이의 목소리를 지워버렸다.
랜도 칼리시언은 무심코 한숨을 내쉬었다. 입 주위를 압박하고 있는 위장 마스크의 감촉이 평소보다 더 불편하게 느껴졌다. 가모리안 경비병들의 시력이 좋지 않다는 사실이 이렇게 유리하게 작용할 줄은 몰랐다. 이 표유류를 닮은 종족은 시력보다는 주로 후각에 의존하고 있었고 암시장 어딘가에서 구해온 중고 제복과 장비들은 랜도를 훌륭하게 위장해주고 있었다.
그는 방금 대담한 협상을 마치고 혼자 떨어진 곳에 서서 음료수를 들이키고 있는 현상금 사냥꾼을 흘깃 바라보았다.
“제기랄.”
대제 자신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걸까. 이렇게 승산 없는 도박에 손을 대는 건 젊은 시절 객기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왜 끝도 보이지 않는 일에 무모하게 달려든 것일까.
처음에 그를 이 일에 끌어들인 것은 어여쁜 공주님이었다.
“당신은 이 일에 책임이 있어요. 그러니 빠져나갈 생각하지 말아요.”
그렇다. 솔로가 이 어두침침하고 죄악이 가득 찬 타락의 소굴에 벽걸이 장식으로 매달려 있는 데는 자신의 책임이 가장 컸다. 친구를 배신한다는 것은 그에게 있어 ‘나쁜’ 짓이 아니었다. ‘필요한’ 일이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심의 가책 없이 그러한 일을 거침없이 하는 것은 항상 그에 대한 책임을 질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 일은 전적으로 랜도의 책임이었다. 그러니 그는 그 책임을 기꺼이 떠맡아야 했다. 예쁜 공주님이 정색을 하고 부탁을 할 때는 더더욱.
그러나 그는 달랐다.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언뜻 보기에도 앳되 보이는 청년은 잘라 말했다.
“그러나 당신의 도움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요.”
폭력과 압박에 못이겨 오랜 도박 친구를 현상금 사냥꾼에게 넘긴 랜도에게, 어디선지 모를 곳에서 함정이라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달려온 이 친구는 마치 이해할 수 없는 외계 종족 같았다.
“당신에게 우리의 의사를 강요하지는 않겠습니다. 당신 나름대로의 계획이 있다면 그것을 따르십시오. 하지만…… 우리는 한 팀이지요?”
어쩌면 마지막 말을 하며 씨익 웃는 그 표정 때문에 자신은 여기 와 있는 지도 몰랐다. 명실상부 공화군의 일부가 되어 일하고 있으면서도 솔로에 대한 책임감과 죄책감 때문에 확실한 직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몇 번이고 솔로를 구해낼 계획을 세우고 또 파기하면서 아무말 없이 기회만 노리고 있던 랜도의 마음 속을 들여다보고 있던 것 같은 한 마디.
이 기묘한 구속 아닌 구속에 솔로 역시 사로잡힌 것일까.
그래서 랜도는 지금 여기에 와 있었다. 자신을 필요로 한다고 말해주던 공화군 장군들을 뒤로하고, 솔로를 구해내기 위해 몇 개월 간이나 이 타투인에서 가장 더럽고 지저분하고 끔찍한 곳에.
이제는 자신과 더불어, 비록 자유롭지는 못한 몸이지만 츄이가 함께 있었다. 심지어 젊은 제다이 친구 옆에 항상 붙어다니던 두 대의 드로이드 마저도 이 곳에 있었다. 한 명씩, 하나씩 동료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처음으로 이 장벽을 뚫고 들어온 랜도의 뒤를 따라, 다들 자신의 길을 찾아서.
랜도는 다시 한번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때가 다가오고 있다.
[스타워즈 30제] 29. 추억
작은 오두막은 모래에 반쯤 파묻혀 있었다. 사막은 뭐든지 먹어치우려고 드는 습성이 있다. 4년이라는 세월은 이 게걸스러운 모래 사막이 홀로 서 있는 조그만 은자의 거처를 커다란 입으로 꿀꺽 삼켜 지루하고 바닥없는 뱃속에서 반쯤 소화시킬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잠시동안 황금빛으로 변한 집을 바라보고 있던 검은 형체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모래의 파도에 휩쓸려 반쯤 부서진 문으로 다가갔다. 그 뒤를 키가 허리까지도 오지 않을 작달막한 그림자가 바닥을 미끄러져 따라가고 있었다.
튼튼한 집이었다. 집 안에서는 온갖 가재도구에 쌓인 몇 센티미터나 쌓인 노르스름한 먼지 뿐, 지붕까지 뒤덮고 올라탄 포식자의 흔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검은 후드의 사내가 자그마한 한숨을 내 쉬었을 때, 탁자 위에는 마치 모래 폭풍이라도 불어닥친 듯 소용됼이가 생겨나 은신처에 몸을 뉘이고 있던 묵은 먼지들의 질서를 흐트러뜨렸다. 그를 뒤따르던 작은 형체가 비웃는 듯 입을 열었다.
“삑 삐이이이익 틱”
그리고 방 한가운데 서서 어두운 그림자를 흩뿌리고 있던 사내는 그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찾아야 해.”
그는 깊숙이 눌러 쓰고 있던 후드를 뒤로 젖혔다. 그늘진 모래빛 머리카락이 드러났다. 그러고 나서, 루크 스카이워커는 한참을 꼼짝않고 그렇게 서 있었다. 아니, 그의 눈동자는 좁은 오두막 안을 천천히 훑어보고 있었다. 어딘가 아득한, 묘한 눈빛이 하나뿐인 탁자와 낡아빠진 의자를 스치고 지나갔다.
저 곳이 바로 그를 처음으로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곳이었다. 그는 저 곳에 앉아 수염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쪽에서 통역 드로이드의 팔을 수리하고 있었지. 루크의 시선이 방을 반쯤 가로질렀다. 쓰리피오는 여전히 시끄러웠고, 알투는 저 곳에 자리 잡고 앉아 그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으며, 아아 그래, 그리고 저 위에 공주님의 영상을 쏟아내었지.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그 때는 모든 것이 살아있었고 활기찼었다. 이 작은 오두막 안에 자리잡은 것들은 모두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작은 냄비 하나하나가, 지붕의 대들보 하나하나가 그와 함께 숨쉬고 있었다. 그 때의 생기에 비하면 지금 기둥을 기어올라가고 있는 지네가 시체처럼 느껴질 지경이었다.
자신은 젊은 혈기에 가득 차 있던, 아무 것도 모르는 철부지였다. 잔뜩 잘난 체만 하고 돌아다니면서도 실속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어린아이였다. 그리고 그는…..역전의 전사였다. 미치광이이긴 했지만.
다시 한번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래, 그는 아마도 전 우주에서 가장 훌륭한 미치광이였을 것이다. 아, 요다 스승님을 제외하면. 4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루크는 살아 움직이는 노인의 모습을 눈 앞에 생생히 떠올릴 수 있었다. 시간은 뒤죽박죽이었다. 그는 현실이면서도 과거였다. 이 곳에 둘러앉아 레이아의 메시지를 들여다보고 있던 때가, 바로 어제인 듯 하면서도 루크가 태어나기 훨씬 전 까마득한 과거인 듯 느껴졌다. 그 몽롱한 기시감.
그는 조용하면서도 우아한 몸짓으로 좁은 오두막 안을 거닐었다. 그는 소년 루크에게 담요를 건네었고, 머리 위의 선반을 뒤적거렸고, 절제된 동작으로 소년에게 공구 상자를 내밀었다. 그는 흔들의자에 앉아 잠자코 작은 아스트로메크를 주시했고, 인자한 푸른 눈을 반짝이며 미소를 지었다. 주름투성이지만 여전히 강인해 보이는 손가락은 턱 위에, 이마에는 지혜가, 어깨에는 세월이 쉬고 있었다. 이 작은 세계는 그에게 속해 있었으며 모든 것은 말없이 그에게 복종하고 있었다. 소년이었던 루크도, 정신없는 드로이드들도, 심지어 꾸물거리며 쉴새없이 틈을 노리는 모래 바람도.
과거는 곧 현재고, 현재는 곧 미래다. 루크는 그를 만날 것임을 그 과거에 이미 알았었고, 그를 실제로 만났으며, 앞으로도 언젠가 다시금 만나게 될 것이다.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서.
수없이 성장을 치러온 젊은이는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그러나 지금 이 시대, 이 공간은 죽어있는 곳이었다. 주인은 이미 떠났다. 육신은 움직이지 않는다. 눈 앞에 펼쳐지던 광경이 삽시간에 하얗게 사라졌다.
과거든 미래든, 다른 공간 다른 시대를 잠시 엿보고 돌아올 때면 항상 몸과 머리가 모두 멍해지곤 했다, 순간이 곧 영원이 되고 영원이 다시 순간으로 돌아올 때, 그 사이를 뛰어넘는 것은 어떤 존재에게도 힘든 일이다. 미숙한 자들은 그 빈 공간에 먹히기도 한다. 언젠가 자신이 그러했던 것처럼. 하지만 이제 루크는 어른이었고, 과거와 미래에 대한 환상을 어느 정도 지배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단지, 스스로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을 뿐.
진실을 알면서도, 과거의 추억이란 항상 머무르고 싶은 공간이다.
모르는 사이, 푸른 눈동자가 물기로 흐릿해졌다. 이것 또한 일종의 부작용. 루크는 무리하게 눈을 깜박이는 짓 따위는 하지 않았다. 자연스러운 것은 자연스러운 대로, 그냥 그렇게 흘려보내야 한다.
“자, 그럼 알투.”
쾌활한 척 낸 목소리는 어딘가 약간 거칠어져 있었다.
주인과 마찬가지로 과거의 어느 순간에 날아갔다온 듯한 표정의 작은 로봇이 고개를 돌렸다.
“일을 시작하자.”
[스타워즈 30제] 7. 수염
“나는 너의 ‘마스터’다, 아나킨!”
“하지만 마스터는 아무리 봐도 동안이라, ‘스승님’ 같이 느껴지질 않는다구요. 이성적으로는 ‘아버지’같은 사람이라고 우겨 넣으려고 해도, 마스터 얼굴을 보면 말짱 도루묵이 되는 걸요.”
“눈으로 보는 것에 집착할 거냐? 요다 스승님의 몸집이 작다고 해서 포스가 약하더냐?”
“요다 님은 인간형 종족이 아니잖아요. 또 요다 스승님은 머리카락도 몇 개 없다구요.”
“……..-_-+++++”
“게다가 마스터는 키도 나보다 더 작고……….”
“아나킨!!!”
“수염이라도 기른다면 모를까. ‘아저씨’처럼 말이죠.”
“…………(으드득) 원하는 대로 해 주마.”
부제: 그는 왜 아저씨가 되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