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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30제] 16. 우주선

“어서 오십시오, 공주님.”
“안틸레스 함장님.“

레이아 올가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여 보였다. 이제는 검은 머리보다 흰 머리가 더 많이 섞인 초로의 장군은 온화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드디어 소원을 이루셨군요.”

아직도 앳된 얼굴의, 이제 막 최연소 제국 의회 의원이라는 직책을 거머쥔 소녀는 하마터면 큰 소리로 터져 나올 뻔한 웃음을 간신히 눌러 참았다. 그녀는 총기어린 갈색 눈을 반짝이며 싱긋 웃었다.

“그래요, 드디어! 드디어 제 소유가 되었네요.”
“어렸을 때부터 항상 아버님께 이 탄티브IV를 달라고 졸라댔었죠.”
“아버지께서 항상 저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배라고 말씀하셨으니까요.”

레이아는 갈색 머리칼이 단정하게 말아 올려진 머리를 한쪽으로 약간 기울이고는 함장의 발치에서 조용히 삑삑거리고 있는 파란색의 자그마한 드로이드를 내려다보았다.

“옛날이랑 달리 이젠 많이 낡아버렸지만요.”
“그렇게 말씀하시면 섭섭합니다만.”
“아, 이런. 죄송해요.”

레이아는 안틸레스 함장의 손을 지그시 잡았다.

“제가 아는 건, 이 배가 저를 부모님께 데려다 주었다는 것뿐이에요. 그리고 이 배 덕분에 많은 사람이 생명을 구했다는 것 정도. 저와, 아버지, 그리고 많은……..자유의 투사들도 포함해서요.”

안틸레스 함장은 앨더란의 새 어린 정치가에게 슬픈 눈길을 보냈다. 그러나 레이아는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도…..저와 다른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이 배와 당신께 맡깁니다, 함장님.”

안틸레스 함장은 조그맣고 날씬한, 얼핏 가냘파 보이기까지 하는 소녀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녀의 짙은 갈색 눈동자만은 저 검은 우주에서 빛을 발하는 행성들처럼 굳건한 의지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피가 안 섞였다고 해도, 역시 그 아버지에 그 딸이로군.

“그 임무, 기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공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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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도록 익숙한 그 복도는 20년 전이라 그런지 정말 눈부시게 반짝이더군요………..

[스타워즈 30제] 5. 아버지

스타워즈 30제 팬픽 중 한 녀석으로 [으윽, 결국 한 여섯개까지밖에 완성 못한] 에피 3가 나오기 전, 작년에 썼던 놈입니다. 오늘 보고 돌아오니 마지막 장면과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올려봅니다. [베루가 휙 하니 몸을 돌리는 모습을 보며 내심, “아, 역시”라고 생각했거든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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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아버지

그들은 사막의 모래폭풍처럼 덮쳐왔다가, 모래폭풍처럼 떠나갔다. 검은 폐허만을 남기고.
그들은 표정 없는 얼굴로 물었단다. 드로이드는 어디 있냐고. 그저 다짜고짜 어디 있느냐고 물었지.
그래서 나는 네가 드로이드를 데리고 갔다는 사실에 짜증을 냈다가, 다시 네가 드로이드를 데리고 갔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베루도 마찬가지였지. 그걸 내주든 말든, 어쨌든 그들은 우리를 죽일 테니까. 네가 돌아왔을 때, 거뭇하게 시체가 되어있을 우리를 보게될 거라는 생각에 슬펐고, 그 광경을 보게 될 것이 내가 아니라 너라는 사실에 기뻤다. 네가 아니라, 우리가 묻힐 거라는 게 다행스러웠다.

루크, 처음 네가 우리집에 왔을 때 말이다, 그 어딘가 눈에 익은 옷차림의 중년 사내가 보자기에 싼 너를 우리에게 맡겼을 때, 베루와 나는 하늘에서 선물이라도 떨어진 듯 싶었다. 그 사내가 뭐라고 중얼거리고 신신당부를 하는 듯 했지만 우린 둘 다 아무것도 듣고 있지 않았지. 그저 쌕쌕거리는 숨소리와 그 꼬물거리는 손가락이 신기했다. 아무말도 필요 없었다. 베루는 너를 품에 안고 절대로 넘겨주지 않을 태세로 그를 쏘아보았고, 그는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사막 저편으로 사라져버렸지.

너를 키우면서, 귀찮았던 일이 없었다면 그건 거짓말일게다. 부모란 그런거지. 아무리 친부모라도 왜 이런 녀석을 낳아 기르고 있는 걸까 그 긴 세월동안 한번쯤은 자문하게 되어 있어. 그래도, 우리는 너를 우리 애라고 생각하는 때가 훨씬 많았다. 아예 타투인에 자리를 잡아버린 그 사람이 네게 뭐라고 이상한 말이라도 할까봐, 일부러 그를 만나지도 않았고 그렇게 내 유일한 아이라고 생각하며 키웠다.

하지만 루크, 네 키가 자라고 머리가 굵어지면서 나는 점점 두려워졌다. 하루에도 몇 번씩 네가 친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며, 하루에도 몇 번씩 너는 네 아들이라고 되뇌었다. 네가 아버지나 어머니에 관한 말을 꺼낼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네가 식탁머리에서 우주를 날고 싶다는 말을 할 때마다 무서워졌다. 너를 데려온 그도 말했었지. 아마도 깨닫게 될 거라고. 하지만 그렇게, 그런 식으로 실감하리라고는 짐작지도 못했었다.

네 아버지, 나와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그 낯선 동생을 본 것은 단 한번 뿐이었다. 큰 키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신비한 힘, 네 아버지는 강한 사람이었지만, 동시에 무서운 사람이었다. 사막에서 태어났다고 들었지만, 하늘을 걷는 자였지. 이 땅에 뿌리박은 나나, 네 할애비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었다. 그래, 나의 새 어머니, 네 아버지의 친어머니를 타스켄 족에게 구해왔을 때, 나는 보았다. 그의 눈은 잔인했다. 강하지만 잔인하고,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지만 차가운 눈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가 빨리 떠나주기를 바랐다. 이 곳은 그가 속한 세상이 아니었으니까. 그는 여기 있으면 안 되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래서 문득문득, 네게서 그의 흔적을 발견할 때마다 나는 섬짓했다. 너도 이 사막에 속한 핏줄이 아니구나, 하고. 너도 저 하늘에, 우주에 속한 자구나, 하고. 아카데미에 입학하는 시기를 늦추려고 할 때마다, 나는 네 얼굴에서 네 아버지를 보았다. 그 강인하고 뜨거운 눈, 고집어린 입술. 너는 분명 그의 아들이었다.

하지만 루크, 이해해다오. 난 네 꿈을 막으려고 했던 게 아니다. 난 단지, 그시기를 늦추고 싶었을 뿐이란다. 농장을 떠나 우주로 달려가고파 하는 너를 볼 때마다 내가 얼마나 질투를 느꼈는지, 이해할 수 있겠느냐? 네가 조종사였다던 아버지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을 때마다, 사막에서 홀로 살아간다는 미친 벤에 대해 궁금해 할 때마다 내가 불안감으로 몸 떨었던 것을 알겠느냐?

어째서, 어째서 핏줄이란 그리 무서운 거냐? 내가 네 아버지다. 베루가 너의 어머니다. 우리가 아직 눈도 채 뜨지 못한 너를 안아 올렸다. 우리가 너를 품에 안고, 얼러주고, 이토록 커다란 청년으로 길러냈다. 그런데도 너는 왜 그렇게 도망가려고 했던 거냐? 왜 우리의 품을 떠나고 싶어 하는 거지? 네 아버지는 죽은 지 이미 오래인데도, 나는 결국 네 아버지가 될 수 없었던 거냐?

그래서, 우리는 감히 차지할 수 없는 자리를 넘본 대가를 치르는 거냐?

저 넓은 우주로 뻗어있을 네 길을 막은 대가가 이런 것일까. 결국 너의 길도 네 아버지처럼 저 붉은 하늘 너머에 있는 것을……

그래, 루크. 너는 이제 마음껏 날아갈 수 있게 되었다. 나도 베루도, 더 이상 너의 앞길을 막지는 못할 것이다. 결국은 네 안의 네 아버지가 너를 데려가는구나. 그렇게 막아보려고 했건만, 운명이 그런걸 어쩌겠느냐. 너는 네 친아버지처럼 날아갈 운명이었던 거다.

하지만 기억해다오. 나도 네 아버지였다. 비록 핏줄은 이어지지 않았어도 너의 고향은 이 먼지 날리는 사막이다. 너는 네 친아버지처럼 하늘을 걷지만, 언젠가는 이 대지로 내려와야 할 것이다. 내가 몸담았던 이 땅으로. 네 친부모가 너를 탄생시켰다면, 우리 부부는 지금의 너를 만들었단다.

그러니 이제 가거라, 아들아. 나도 사람들에게 자랑을 늘어놓을 것이다. 나는 땅을 가는 농부였지만, 내 아들은 하늘을 걷는 자라고.
그러니 아들아, 네 꿈을 이뤄 저 드넓은 우주를 활보할 때, 이 황토색 행성을 보며 한번쯤 떠올려다오. 네 아버지는 농부였고, 너도 언젠가는 이 곳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태어나고 자란 이 곳에 언젠가 꼭 다시 돌아오겠다고.

나도, 네 아버지였다고 말이다, 루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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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크, 네 녀석이 그나마 그렇게 제대로 클 수 있었던 건 아저씨 내외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알아, 임마???? ㅠ,ㅠ


[스타워즈 30제] 6. 상처

두근. 두근. 두근.
상처가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두근. 두근. 두근.

피가 흐르고 있을리 없는 차가운 금속 덩어리가 심장이 되어 고통을 펌프질했다. 핏줄이 이어져 있을리 없는 손목이 비명을 내지르며 고통의 근원을 뱉어내려고 했다.

두근. 두근. 두근

이건 사실이 아니야.
이건 현실이 아니야.
하지만 이건…………

진실이지.

뜨겁고 차가운 기운이 온 몸을 관통해 들어왔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이젠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얼마나 수없이 그것을 경험했던가. 불꽃처럼 빛나는 붉은 라이트세이버의 섬광, 뜨겁다못해 소름이 끼치던 열선의 고통. 그리고…………..그리고 그 얼음처럼 차갑고 묵직하게 바닥에 깔리던 포스의 기운.

아버지.

완전히 치유되었어야 할 손목이 지끈거렸다.

두근. 두근. 두근.

봉합해 버렸어야 했다, 그런 상처는. 분명히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으면서도, 미리 보고 있었으면서도, 어째서 나는 상처를 완전히 감추지 못했는가. 그렇게 굳게 결심했는데도.

두근. 두근. 두근.

내 탓이다.
나의……………..이기심 때문이다.

두근. 두근. 두근.


루크 스카이워커는 입을 열었다.
“베이더가 저기 타고 있어요.”

온몸을 깔아뭉개는 거대한 포스의 중력에 견디지 못해, 루크의 온 신경이 절규하며 까무라첬다.

“내가……….임무를 망쳐버렸군요. 여기 오지 말았어야 하는 건데.”

“네 착각이야.” 한이 말했다.

희미하게, 아주 희미하게 청년의 검은 장갑이 흔들렸다. 한쪽 가슴이 지릿하게 아려왔다. 귓가에 누군가가 숨소리를 내며 속삭였다.
“자, 어서 오너라, 아이야.”

두근. 두근. 두근.

루크는 고개를 떨구었다.

세상은 고요했다.
우주는 침묵했다.
포스는 그의 심장을 감싸안았다.


[스타워즈 30제] 3. 선물

“루크, 루크! 오늘은 내 생일이야, 아니, 우리 생일이야.”
“아, 그래? 그렇군. 아무래도 레이아가 알고 있는 날이 진짜 생일이겠지.”
“응, 그러니까 우리 오누이가 된 기념으로 서로 선물을 교환하는 게 어때?”
“어, 그거 좋은 생각인데. 뭔가 특별한 느낌도 들고.”
“좋아. 그럼 루크는 생일 선물로 뭘 받고 싶어?”
“아니, 난 그다지……..별로 필요한 것도 없고………”
“정말? 잘 생각해봐.”
“으음, 역시 뭐랄까…..레이아가 좋은 걸로 줘. 뭐든 기쁠 거야, 하나뿐인 쌍둥이 누이가 주는 거라면. 그럼 레이아가 갖고 싶은 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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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_"응, 난…."|"응, 난…."|언제든지 끌 수 있는 쓰리피오 리모컨. -_-+++++++++++”


…………그래, 연애전선에 아주 방해가 되긴 하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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