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추방된 세계” / 김창규
표제작품인 “우리가 추방된 세계”는 예전에 다른 앤솔로지에서도 읽었는데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전체적으로 보통 사람들이 SF라고 하면 떠올릴만한 배경을 토대로 본질적으로 추리, 스릴러, 공포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어서 심심할 틈이 없는 책이다. 제일 마음에 드는 건 여전히 “우리가 추방된 세계”지만 “발푸르기스의 밤”과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가 가장 좋았다. 일단 단편부터 시작했는데 “삼사라”도 조만간 읽어야겠어. 꽤 취향에 맞는 작가를 발견한 것 같아 기쁘다.
“냉면”
도서전에서 안전가옥의 두 책을 두고 고민하다가 지인이 추천해준 책으로 집어왔더랬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중화냉면”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들었고, “목련면옥”은 그런 류의 글이 끼어있을 거라고는 예상치 못해서 뜻밖의 재미가 있었다. 남극과 하와이안은 두 작가답긴 하지만 여기서는 묘하게 어울리지 않는다.
흠, “대멸종”도 주워올 걸 그랬나. 그렇지만 주머니 사정에 너무 버거웠어. 디스토피아 이야기는 아직도 읽을 게 너무 많았고.
“카산드라” /크리스타 볼프
트로이의 카산드라 이야기는 여자의 입에서 나오는,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옳은 예측과 평가라는 점에서 해석이 무궁무진하고, 비극일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늘 사람을 먹먹하게 만든다. 가장 이성적인 사람이기에 주변의 광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이성을 놓을 수 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미친 여자라는 평을 듣게 된다는 것은 지금까지도 통용되는 이야기다. 예전에 “메데이아”가 나왔을 때 읽어둘 걸 그랬어. 황금가지에서 나온 건 너무 오래되어서 지금 읽으면 뉘앙스가 좀 미묘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