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영화를 보러간 이유는 단 하나, 숀 빈 씨 때문이었습니다.
영화 자체의 내용은 슬쩍 훑어보았을 때 인디애나 존스 짝퉁인가…라는 느낌이었죠.
그러나 막상 타이틀이 올라가기 시작했을 때, 저와 제 친구는 이 영화가 생각보다 더 끔찍할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월트 디즈니 필름” ……………..;;;;;;;;;;;;;;;;;;;;;;;;;;;;;;;;; “디즈니다.” “좋아, 내용은 포기다.”의 대화가 오고갔으니 알만 하시겠지요.
아아, 역시 디즈니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그네들 특유의 사상과 표현 기법들, 사람 뇌세포를 자살하게 만들 정도의 기가 막힌 플롯, 간혹 가다 허허실실 웃음을 끌어내는 유머가 몇 개 나오기도 했습니다만, 놀랍게도 그러한 유머들은 한심하거나, 그들의 영화 자체를 비꼬는 내용이었습니다.
몇 천년 동안 “구” 대륙에서 전쟁을 통해 약탈되고 강탈된 문화재(보물)들이 “신” 대륙으로 넘어왔고, 이를 “유럽(영국)”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그 땅의 원주민들을 칼과 총으로 싹쓸어 버리고 그 자리에 낼름 들어앉은 “신대륙의 유럽인”들이 “자유에 대한 갈망”을 의미하는 “독립선언문” 속에 비밀을 감춰 200년 후 그들의 자랑스러운 자손이 그걸 찾아낸다는 내용이라니. 대체 제목인 national treasure(국보)는 어느 나라, 누구의 보물인 겝니까.
서양애들은 묘하게 해적에 대해 낭만적인 이미지를 지니고 있지요. 영국애들이 그러는 건 이해가 갑니다. 그네들 부의 많은 일부가 해적들을 비롯해 수많은 약탈을 통해 이어져왔고, 원래 범법자들이란 공포와 선망의 대상이니까요. 미국의 해적질에 대한 낭만은 영국에서 건너온 것이라 봐도 무방할 겁니다. 하지만 해적에 대한 낭만은 순수하게 어린애적인 것입니다. 단순하게 미화된, 순수한 폭력과 그와 연결된 부에 대한 환상. 이들이 강탈하는 것은 단순한 ‘보물’입니다. 그들은 적을 습격하고 그들의 보물을 강탈하고 그것을 숨겨둡니다. 그리고 후세 사람들은 ‘도둑이었던 키드 선장이 숨겨놓은 보물’을 찾아 바다와 수많은 섬들을 헤매죠.
내셔널 트레져에서 나타나는 미국의 건국 아버지들은 이런 해적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짧게 설명되긴 하지만 전쟁과 전쟁을 통해 약탈된 그 많은 보물들이 – 현재의 눈으로 보면 골동품 문화재들이 – 미국으로, 신대륙으로 넘어오게 된 것은 미국이 싸워서 얻어서가 아니라 단지 유럽 애들이 안전한 장소를 필요로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이때다 싶어 손안에 들어온 물건을 돌려주기를 거부하고 홀라당 꿀꺽 삼켜버린 것이죠. 직접 훔친 것도 아니고 도둑을 사기 쳐서 얻어낸 보물을 ‘국가를 위해, 후손을 위해’라는 미명 하에 ‘national treasure’라는 이름을 붙여 물려준 셈입니다.
……그러니까 당신들, 자기네 건국 아버지들이 꼼수 쓰는 치사한 인간들이었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디즈니의 사상은 바다처럼 깊고 오묘하여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군요.
그 국보라는 거대하고 집합적인 놈을 발견하고 났을 때 제일 먼저 주인공들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이집트 시대의 동상입니다. 짧은 역사 때문에 더더욱 역사와 전통에 집착하는 이 지겨운 콤플렉스, 그리하여 그리스, 로마, 이집트 문화와 기독교 전통의 적법한 아들이라 주장하는 강박적인 억지 코드들. 이제는 벗어날 때도 되지 않았나 싶은데도 어린애들처럼 달려들고, 달려들고, 또 달려드는군요.
사실상 가장 끔찍한 것은 이들에게는 그러한 강박관념을 ‘미적’으로 우아하게 표현하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무서울 정도로 직설적이고 가슴이 아플 정도로 유치합니다.
아, 참. 디즈니였죠……….. -_-a;;;;;;;;;;;;;;;;
덧. 역시 디즈니 덕분에, 숀 빈씨는 오랜만에 악역으로 돌아와 ‘산 채로’ 체포당하셨습니다.
크어, 역시 그 목소리는 최곱니다….T.T
덧2. 불쌍한 라일리. 주인공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에 니콜라스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박사와 함께 보냈으나 결국 여자를 빼앗기다니.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