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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의 생존본능은 거의 동물적인 것에 가깝다. 비록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는 않는다 해도 어린아이들은 무조건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 가장 힘이 세고 궁극적으로 자신을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는 인물이 진정 누구인지 본능적으로 알아차리기 마련이다. 피를 나눈 형제란 좋은 것이지만, 도저히 혼자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에는 바닥에 주저 앉아 이를 악 물고 눈물을 글썽거리는 어린 형보다 넓고 단단한 아버지의 가슴팍이 훨씬 믿음직하다. 텔레비전 소리만이 요란한 어둔 방 안에 삐걱거리는 문소리가 울려 퍼지면 어린 새미는 아장거리는 걸음걸이로 강아지 꼬리처럼 짧은 팔을 흔들며 현관으로 마중나가곤 했다. 새미의 몸을 하늘 높이 들어올리는 존의 손은 커다랗고 튼튼하고 따스했으며, 늘 긴장감으로 땀에 차 미끌거리는 딘의 자그마한 손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었다. 아빠는 어른이고, 거인이었다. 딘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까지도 해결할 수 있는 사람. 언제나 망설이지 않고 통쾌한 결론과 마무리를 맺어주는 사람. 존이 돌아오면 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심각해 보이던 고민거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손톱의 때만도 못한 사소한 잡담거리로 전락했다. 한가한 시간을 보낼 때면 존의 무릎은 새미의 차지였다. 존의 옆자리는 형의 차지였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아버지의 자리가 늘상 비어있는 탓에 딘의 옆자리가 샘의 것이 되기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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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Natural 낙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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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처음부터 늘 그랬던 것은 아니다. 네살 터울의 동성 형제란 그 간극만으로 무거운 존재다. 열 살짜리 꼬마 소년에게 형은 열네 살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권위를 지닌다. 열두 살짜리 샘에게 열여섯 살의 딘은 감히 넘어다 볼 수 없는 우상이나 진배 없었다. 비록 또래들보다 훨씬 어른스럽다하나 안경과 교정기로 비뚤어진 얼굴을 가리고 키득거리는 꼬마들 사이에 파묻혀 있는 샘에게 아버지의 재킷을 걸치고 자동차 핸들을 돌려가며 교사들에게 이죽거리는 딘은 모방과 경애의 대상이었다. 언제까지고 등을 보며 따라가야 할 길잡이였다. 쫓아가도 쫓아가도 가랑이가 찢어질 운명이라면 상대방이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보게 만들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샘은 언제나 초조했다. 영원히 다가갈 수 없는 제논의 역설. 소년은 그 사이에 늙어 죽어버릴 것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딘은 뒤에서 걸어오는 동생을 결코 잊지 않았다. 키우기 귀찮은 애완동물인 양 기어오르는 엉덩이를 장홧발로 걷어차며 무시하다가도 지나치게 멀리 떨어질라치면 마지못해 혀를 차며 서둘러 거둬들였다. 딘은 고개를 돌리고, 샘은 눈동자를 빛냈다. 배는 곯지 않았다. 애정도 곯지 않았다. 그저 매일같이 앞서 가는 자와 뒤처져 따라가는 자의 신경전이었을 뿐이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평범한 실랑이. 샘은 온갖 기예를 발휘하여 형의 앞모습을 제것으로 만들려 애썼고 딘은 농담과 무시로 방어하며 철갑을 둘렀다. 그러나 알든 모르든 원튼 원치않든, 결론은 늘 정해져 있었다. 둘은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 역시 늘 그랬던 것은 아니다.
[SuPerNatural 낙서] 천사들이란
1. 기계치
“끙, 아무리 들여다봐도 뭘 어떻게 하는지 도저히 모르겠구만. 카스, 나 좀 도와주게.”
“네, 잭. 어떻게 하면 될까요.”
“이 전화기 받고, 내가 부르는 대로 문자 메시지 좀 보내주게.”
“문자요?”
“그래. 자, 받아 치게. ‘잘 들어, 이 피나 빨아먹는 괴물 자식아. 넌 괴물이야, 샘. 흡혈귀지. 넌 더 이상 예전의 네가 아니야. 돌아갈 수도 없고…'”
“어…..잭? 이게 뭡니까?”
“그게 딘 이 녀석이 하필 샘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지 뭔가. 음성메시지면 대충 가짜 목소리로 덮어씌우면 되는데 일이 꼬이려니 참. 내가 나이를 먹다보니 좀 기계치라 말일세. 문자보내는 법을 도통 모르겠구만. 응, 표정이 왜 그런가?”
2. 예언자님 화났다.
“야, 이 대천사 놈들아! 얌전히 좀 나타나랬지!!! 너네들 땜에 하드 튀겨져서 윈체스터 계시록 마지막 장 파일 날아갔잖아! 백업도 안 해 놨는데!!!! 내 밥줄!!!! 살려내살려내살려내, 내 파일 살려내!! 악악악!!!”
“…..카스티엘, 네게 형벌을 내리노니, 데이터 지옥에 가서 ‘루시퍼 강림/ 카버 에들런드 작’ 문서파일을 에러 없이 무사히 되살려 오라. 파일 깨지니까 이번엔 손자국 남기지 말고.”
3. 천사란 맥주와 치즈버거를 산더미처럼 쌓아준 주제에 화장실도 만들어주지 않고 문과 창문을 모두 닫아버리는 존재들.
“나 갇힌 거야?”
“가고 싶은 곳은 다 갈 수 있네.”
“그럼 나 샘한테 갈래.”
“거기만 빼고.”
“그럼 화장실.”
“같이 가겠네.”
“혼자 갈 거야!”
“안 돼.”
“야!!!!”
[SuPerNatural 낙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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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폭풍과 함께 급격히 몰아친 폭발의 여파는 그 자신도 눈치채지 못하리만큼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너른 들판에 깜부기불이 깜박거렸다. 아직 푸른기가 남은 황야 한복판에서 샘은 어른이 되었다. 혹은 적어도 그렇다고 생각했다. 시야가 트이고 나니 가려져 있던 것들이 한눈에 드러났다. 무성한 덤불은 바스라져도 단단한 가지는 껍질만이 그을릴 뿐, 시련은 뿌리 깊은 나무를 더욱 굳건하게 세운다. 샘은 무엇을 휘둘러도 결코 찍어 넘어뜨릴 수 없는 아버지와 마주쳤다. 강대한 적수. 뒤이어 서로를 넘어뜨리기 위한 치열한 전투가 시작됐다. 그것은 각자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한 날카로운 몸부림이었다.
그 사이의 완충지대에 딘이 있었다. 샘은 조금씩 딘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비록 완벽하지는 못할망정 샘은 애정과 경멸을 벗겨낸 객관적인 눈으로 조금씩 형의 껍질을 파고들었다. 발톱을 세우고 깊이 휘갈겨 팔수록 그의 결심은 더더욱 확고해졌다. 그는 절대로 딘의 입장이 되지 않을 것이며 딘처럼 행동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의 모든 것을 부인할 수도 없었다. 그의 형은 온 몸으로 고스란히 치명적인 포화를 받아내면서도 여전히 형의 기치를 나부끼며 불을 덮어끄려 들었고, 그것이 임시적인 조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비틀린 연민과 애증이 씻겨 나간 감정의 자리를 새로 채웠다. 샘은 격렬한 반응을 보이며, 동시에 반쯤은 체념한 심정으로 절실하게 내밀어진 그 도움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때로는 도저히 내칠 수 없는 것도 있는 법이다. 그리보아 샘은 분명 자라고 있었다. 포용해야 할 것과 튕겨내야 할 것과 흘려 보내야 할 것들을 구분함으로써. 샘은 새로이 발견한 자신의 능력에 미소지었다.
그는 승리를 꿈꾸었고, 완전하지는 못하나 판정승을 거두었다. 그는 떠나길 원했고, 그리하여 떠나는 편을 택했다. 그는 잊어버리고 싶었고, 그래서 잊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