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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Men] 팬픽 번역: Case X-1743: Unresolved part II-2

옛날 계정이 거의 만기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으, 이걸 아직 안옮겼다는 걸 까먹고 있었네요.



저자: Minisinoo
출처: http://dreamwater.org/scottsummers/

번역 허가는 메일로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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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X-1743: Unresolved
(An X-Files / X-Men Movie Crossover)


“그러니까 당신이 스키너 부국장한테 부탁해서 그 사건을 종결시켰단 말이죠.”
“그렇소.”
자비에가 말했다.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오만 그 사건은 반드시 미제로 남아야 했소. 멀더 요원, 그 당시에 당신은 너무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었어요. 그리고 난 다른 사람들이 스캇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게 해야했소. 그 아이는 그 때 잭 윈터스라는 사람에게 쫓기고 있었는데 (잭 윈터스인지, 잭 다이아몬드인지 원래 이름이 두 개죠. 스캇 서머즈가 어린 시절 홈리스 생활을 하던 때 스캇을 학대하던 인간입니다.)  그는 자신도 뮤턴트면서도 자신의 능력을 다른 이들을 해치는 데 쓰고 있었지요. 스캇의 능력을 알아차리고 자신의 범죄에 이용할 목적으로 스캇을 쫓아다녔다오.”
“그럼 스캇의 양부모가 얼마나 걱정을 하고 있었는지 알고 있었–”
“스캇은 그 사람들에게 한달에 한번 편지를 써요.”
진 그레이가 끼어들었다.
“그러니까 스캇이 무사하다는 걸 알고 있을 거예요.”
“그럼 이건 필요없겠군요.”
멀더는 이제는 노란색으로 변색된, 엘리자베스 프랭클린이 9년 전에 건네주었던 편지를 코트에서 꺼내 흔들었다.



[#M_계속 보시려면…|그만 보시려면…|
“아, 아니오, 스캇은 그 편지를 읽고 싶어할 겁니다, 멀더 요원.”
자비에가 얼굴 가득 의미를 읽기 힘든 커다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런 미소라면 사람들의 신경을 건드릴  수도 있겠는걸, 하고 멀더가 생각하는 동안 편지가 멀더의 손가락에서 빠져 나와 공중을 너울거리며 진 그레이 쪽으로 날아갔다.
그녀가 웃었다.
“내 뮤탄트 능력이에요.”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멀더가 말했다.
“적어도 당신들이 모두 뮤턴트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불편하신가요?”
“아뇨.”
멀더 옆에 앉은 스컬리가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녀는 사태를 지켜보고 있을 뿐 거의 입을 열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스캇이 가족들과 연락을 취하고 있다면 –”


“–왜 이 편지가 필요하냐는 거지요?” 자비에가 그녀의 말을 받았다.
그는 그레이 박사를 쳐다보았다. 진 그레이는 편지를 자신의 서류 가방에 넣으려고 자리에서 일어난 참이었다.
“진, 잠깐만.”
자비에가 스컬리를 향해 눈을 깜박였다.
“왜냐하면 스캇은 가족들에게 쓰는 편지에 발신자 주소를 쓰지 않기 때문이라오. 하지만 이제는 스캇이 과거로부터 도망다니는 걸 끝내야 할 때가 된 것 같군요.”
멀더는 그레이 박사의 몸이 움찔거리며 굳어지는 것을 눈치챘다. 확실히 그녀는 스캇 서머즈가 없는 자리에서 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몇몇 단서들로 미루어보건대 – 물론 그녀의 손가락에서 빛나는 다이아몬드는 말할 필요도 없고 – 멀더는 진 그레이 박사에게 스캇 서머즈가 단순한 보디가드나 자비에 학교에서 일하는 동료 교사(자비에가 말해주었다) 이상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미묘한 감정….그러나 멀더는 그러한 감정이 얼마나 깊어질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레이 박사는 그 편지를 전달할 때와 장소를 결정함으로써 스캇 서머즈를 보호하려 들 것이다. 


그리고 자비에 교수는 그녀가 그리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작정이었다.
“편지를 제자리에 돌려두도록 해라, 진. 그걸 전달하는 건 네 역할이 아니야. 프랭클린 부인이 멀더 요원에게 편지를 전해달라고 부탁했으니 그가 직접 스캇에게 줘야 할 것 같구나.”


진이 몸을 돌렸다. “교수님–” 그러나 그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고 두 사람은 잠시동안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 멀더는 스컬리와 눈짓을 교환했다. 설마 텔레파시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건가? 멀더는 스컬리도 같은 것을 궁금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둘은 텔레파시도 필요 없을만큼 서로를 잘 알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마치 멀더와 스컬리처럼. 


그레이 박사가 입술을 깨물더니 이번에는 뮤턴트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 손을 뻗어 편지를 다시 멀더에게 돌려주었다. 어쩔 수 없이 마지 못해 돌려준다는 표시였다.  


“서머즈 씨는 언제쯤 돌아옵니까?”
멀더가 편지를 받아들고 말했다.
“오지 않을 거요.”
자비에가 대답하자 멀더가 고개를 쳐들었다.
“스캇은 윈체스터로 돌아갔어요.”
진이 앉은 채로 말했다.
“사실 스캇은 어젯밤에 DC에 온 거에요. 오늘 아침에 나와 함께 국회에 가려고요. 하지만 학교를 오래 비울 수 없어서 점심식사만 하고 곧바로 윈체스터로 돌아갔어요.”

자비에가 휠체어 옆 팔걸이에 올려놓았던 팔을 들어 팔짱을 꼈다.
“스캇은 내가 학교에 없을 때 학교를 책임지고 있소. 사실을 말하자면 그 친구가 실질적으로 학교를 관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지.”
자비에가 희미하게 미소짓자, 그레이 박사가 더욱 커다란 미소로 답했다.
“미안하오. 이건 우리끼리만 통하는 농담이라오. 스캇은 조직을 관리하는 재능이 매우 뛰어나요. 어찌보면 악명이 높다고 할 정도로 말이오. 아마 누구에게 물어보느냐에 따라 다른 대답을 듣게 될거요. 하지만 간단히 말해, 스캇이 없으면 학교가 돌아가질 못해요. 우리 학교의 선전 문구에는 내 이름이 들어있을지 몰라도, 실질적으로 우리 학교를 운영하는 교장은 스캇이오. 안 그래도 요즘에는 아예 그 친구 이름을 박아버릴까 생각 중이지.”


“그러시는 게 좋을 거예요.”
진이 말했다. 멀더는 자신과 스컬리가 이 자리에 있는 기회를 틈타 그녀가 자비에 교수에게 일부러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니까”
멀더가 봉투를 집어들며 다시 대화의 주제를 환기시켰다.
“서머즈가 여기 없는데 나더러 어떻게 이 편지를 전하라는 거죠?”
솔직히 멀더는 스캇 서머즈에게 직접 이 편지를 전해주고 싶었다. 잡히지 않는 스캇 서머즈와 얼굴을 맞대고 싶었다.  


“윈체스터에 오면 됩니다, 멀더 요원. 진과 나도 내일 아침이면 거기로 돌아갈 거요. 불행히도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한 것 같으니. 두 분께 ‘특별한 재능을 지닌 학생들을 위한 자비에 학원’을 보여드리고 싶군요. 물론 두 분께서 뉴욕을 방문할 의향이 있다면 말이지요. 아마 상당히…교육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겁니다. 그리고…”
자비에는 스컬리를 바라보며 엇붙였다.
”스컬리 박사는 그레이 박사와 뮤턴트 연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얻을 수도 있겠지요.”
자비에가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다.
“우리가 따스한 햇빛과 정원의 튤립과 히아신스를 감상하며 즐기는 동안, 두 사람은 어둔 지하실에서 현미경을 보며 실컷 즐길 수 있어요.”


멀더가 킥킥거렸다. 스컬리와 그레이 박사의 얼굴이 빨개졌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머리색과 똑같은 얼굴빛을 하고 당황해하고 있었다.


자비에 박사의 초대에도 불구하고 멀더와 스컬리는 단순히 짐을 싸서 뉴욕으로 날아갈 수는 없었다. 애가 있다는 데에는 불편한 점이 하나 있었다. 있었다. 그들은 먼저 마가렛 스컬리에게 전화해 주말동안 빌리를 돌봐달라고 부탁해야 했다. 아무리 자비에의 미소가 상냥해보인다고 해도  그 정체모를 늙은 교수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아들 빌리를 윈체스터에 데려간다는 것은 말을 꺼낼 필요도 없는 무모한 모험이었다. 물론 조금 지나친 걱정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예 의심을 하지 않느니 차라리 일단 하고 보는 편이 나을 테니까. 자비에는 이 문제에 대해 아무 말 없이 그 이상하고 오묘한 미소를 지어 보였고, 그저 언제든 환영한다고 덧붙였을 뿐이다. 멀더는 이 사내가 자신들이 왜 빌리를 데려가지 않는지 이미 그 이유를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묘하게도 그 점을 즐기고 있다는 확신도 들었다. 어쨌든 뮤턴트들은 전체적으로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행동할 게 당연했다. 그레이 박사가 대중에게 그녀의 능력을 숨긴 것을 고려해 볼때, 이는 더더욱 확실했다.

“제기랄.”
그날 저녁, 스컬리는 싱크대 앞에서 찬장 꼭대기 칸에 있는 접시를 집으려고 발끝으로 낑낑대며 투덜거렸다.
“나야말로 그레이 박사같은 능력이 필요해요! 게다가 그녀는 키도 크다고요. 그런 주제에 왜 염동력이 필요하담! 그 여자라면 그런 능력 없이도 접시를 꺼낼 수 있을텐데!”
“아마 그녀도 나름대로 그 능력을 발휘할 데가 있을 거예요.”
멀더가 뒤에서 스컬리의 어깨 너머로 팔을 뻗쳐 “저 머나먼 곳‘에 있는 접시를 꺼냈다.
”그러고 보니 그레이 박사가 당신 머리칼을 계속 쳐다보고 있던데. 오오, 질투여, 그대의 이름은 여자나니.”
스컬리가 있는 힘을 다해 멀더의 등을 후려쳤다.

그래서 두 사람은 금요일이 되어서야 뉴욕 주 윈체스터로 떠날 수 있었다. 그 전에 멀더는 스키너의 사무실에 들렀다. 부국장은 은퇴한 뒤에도 대부분의 시간을 FBI 본부에서 보내고 있었다. 회의에서 돌아온 스키너는 문 앞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 멀더를 발견했다. 그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내가 뭐 도와줄 일이라도 있나, 멀더?”


“5분만 시간을 내 주시죠.”
“멀더, 난 –”
“찰스 자비에가 저와 스컬리를 윈체스터로 초대했습니다.”


스키너는 깜짝 놀라 숨을 들이켰다. 그는 말없이 멀더에게 들어오라는 손짓을 해 보였다. 멀더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자 그는 문을 닫고 돌아섰다. 멀더는 껄렁거리는 태도로 스키너의 책상에 비스듬이 기대 섰다.
“자비에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스키너는 잠시 대답하지 않더니 불쑥 말을 내뱉었다.
“많이는 아닐세.”
그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더니 책상 위의 파일들을 옅으로 치웠다.
“자네는 지금 내 일을 방해하고 있네, 멀더.”


멀더는 몸을 돌려 책상 위에 몸을 굽히고는 스키너가 숨기려는 파일 위에 손을 내려 놓았다. 부국장이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럼 그 사람을 안 지 얼마나 되었습니까?”
“지금으로서는 그를 ‘안다’고 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군. 그에 대해 들었다라고 하는 게 적절할 거야. 자비에는 커다란 영향력을 지닌 사람이거든.”
“담배맨처럼 말이죠.”
“아니지, 멀더. 다른 돈 많은 인간들처럼 말이야. 나는 찰스 자비에가 콘소시엄과 같은 방식으로 위험하리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네. 오히려 그 반대겠지.”


“그는 텔레파시 능력을 가진 뮤턴트입니다. 그런데 위험하지 않아요?”
스키너가 손에 쥐고 있던 펜을 떨어뜨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집어 던졌다. 그는 멀더를 무시하고 어떻게든 일에 집중하려는 노력을 때려 치웠다.
“제발, 세상 모든 사람들 가운데 하필 자네가, 뮤턴트 혐오증이라는 말은 하지 말아주게.”


멀더는 상체를 꼿꼿이 세우고 팔짱을 낀 채 방 저편의 소파를 응시했다.
“물론,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전 비밀이 싫습니다.”
“제발 내가 모르는 걸 좀 말해주게, 멀더. 자비에에 관한 거라면 그 작자는 FBI와 몇 번 엮인 적이 있네. 뮤턴트가 관련된 범죄에서 도움을 주었지.”
“그리고 그들을 보호해 주기도 했죠. 9년 전 네브라스카 오마하에서 스캇 서머즈에게 그랬던 것처럼.”


스키너는 의자 깊숙이 몸을 기대 앉고는 잠시 멀더의 얼굴을 살폈다.
“자비에는 종종 십대 뮤턴트나 그들이 능력을 발화하면서 일으킨 사고들에 대해 조사를 멈춰줄 것을 요청했었지. 서머즈 군처럼 개중에는 엑스파일과 관련된 사건들도 있었네. 하지만 대개는 그렇지 않았지. 그리고 난 이제껏 자비에가 고의적으로 능력을 사용해 범죄를 일으킨 뮤턴트들을 보호하려고 손을 쓴 것은 한번도 보지 못했네. 로버트 모델을 기억하나?(the pusher라고 불리는 에피소드인 듯 합니다) 그도 뮤턴트였네, 멀더. 자기암시 능력을 가지고 있었지. 모델이 처음 나타났을 때 나는 자비에를 알지 못했어. 그런데 98년에 모델이 다시 나타났을 때에는 자비에를 알고 있었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곧장 그에게 도움을 요청했어야 했는데……하지만 그때까지도 그 친구가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정확히 알지 못했거든.  나중에 자비에에게 모델과 린다 바우만에 대해 이야기하자 그는 바우만에 대해 아무 것도 원하지 않더군. 그녀가 아무 것도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오히려 기뻐했어. 찰스 자비에, 스캇 서머즈,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하는 다른 뮤턴트들은 로버트 모델이나 그 누이와는 전혀 달라.”


“확신하시는 겁니까?”
“윈체스터에 가서 직접 서머즈를 만나보게. 아마 자네도 그 친구를 좋아하게 될 거야. 자네처럼 닉스 팬이거든.”


계속

_M#]

[X-Men] 팬픽 번역: Case X-1743: Unresolved part II-1

작가: Minisinoo

작가의 말: 엑스맨 팬들에게, 아무래도 몇몇 말장난을 응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령 ‘
very big truck’이라든가… 그리고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엑스 맨션 지하에 진료실험실이 하나 더 있을 거라고 가정했다. 진이 스컬리를 세레브로나 엑스맨 유니폼이 놓인 복도로 데리고 갔을 리가 없기 때문..등등의 이유에서다. 크레이그 다우너 요원은 엑스맨 만화에 나온 적이 있다. 물론, 존 도겟과 동일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할 것!!!

* 번역 허가는 메일로 받았습니다.


Case X-1743: Unresolved
Part II – Washington, DC, 2005


2005년 봄, 워싱턴 D.C. 미 의회

텔레비전 화면에서는 스피커와 영화관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프로젝터 스크린을 배경으로 불타는 듯한 색깔의 정장을 걸치고 그보다는 약간 부드러운 다갈색 머리칼을 어깨 아래까지 늘어뜨린 미녀가 프레젠테이션을 펼치고 있었다.

“……현재 우리는 인간이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는 순간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주로 사춘기에 나타나는 뮤턴트 발화는 대개 정서적 스트레스가 급격히 증가함으로써 발생하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그레이 박사. 상당히…교육적인 내용이군요. 하지만 박사의 보고를 듣고 나니 커다란 쟁점이 될 수 있는 문제가 떠오르는군요. 간단하게 얘기해서, 뮤턴트들은 위험합니까?”
“편파적인 질문이군요, 켈리 의원님. 운전대 앞에 앉은 비도덕적인 사람들 역시 모두 위험하다고 불 수 있지 않나요?”
“그들에겐 적어도 운전면허증이라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네, 하지만 삶을 영위할 자격이 따로 주어지던가요? 돌연변이 능력을 획득하고 대중 앞에서 그러한 능력을 발현한 뮤턴트들은 모두 공포와 적의, 심지어 폭력적인 반응을 접했습니다. 그런 적대감 때문에 저는 켈리 의원님께 뮤턴트 등록법에 반대하라고 요청하는 것입니다. 뮤턴트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도록 강요하는 것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고요? 대체 뮤턴트들이 뭘 그렇게 숨기고 있는지 궁금하군요. 왜 그렇게 밖으로 나오길 두려워하는 겁니까?”
“그들이 숨어있다고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숨어있다는 게 정확하게 무슨 의민지 알려드리지요, 그레이 박사…”


[#M_계속 읽으시려면…|그만 읽으시려면…|멀더는 한숨을 쉬고 소파에서 일어났다. 어항과 더불어 새로 이사하면서 죽어도 가져와야 한다고 우겼던 낡은 검은 가죽 소파였다. 스컬리는 그리 많이 불평하지는 않았다.
“아주 저 여박사를 산 채로 잡아먹고 계시는구만.”
그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아내가 앉아있는 의자 뒤로 움직여 냉장고에서 차가운 피자 한 조각을 꺼냈다. 결혼한 지 3년이 지났건만, 그의 식사 습관은 변화가 없었다.

피자 상자를 보고 빌리가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피자, 피자, 피자!”
“당신 아들 맞네요.”
스컬리가 식탁에서 서류에 파묻은 고개를 들지도 않은 채 말했다.
“언제 의심이라도 했던가요?”

스컬리가 웃었다. 지금은 이 말이 ‘농담’이 될 수 있지만, 한 때는 그렇지 못했다.

“그리고 내 생각에 저 그레이 박사는 꽤 잘 버티고 있는 것 같아요.”
“대체 어딜 봐서요? 저 켈리라는 인간이 바보라는 점을 빼면 말입니다.”
“그것도 있고…또 다른 점도 있어요. 아주 과학적이고 이성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잖아요.”
스컬리로서는 최고의 칭찬이었다.
“하지만 그걸로 인기를 얻을 수는 없죠.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에 겁을 먹곤 하니까요. 멀더, 당신도 알잖아요.”

멀더는 한숨을 내쉬며 자신과 아들을 위해 리틀 카이사르의 이탈리안 소시지 두 조각을 꺼내 전자렌지에 넣고 돌렸다. 그런 다음 텔레비전이 놓여있는 오락실로 향했다. 새 소파는 거실에 있었고, 그의 낡은 소파는 오락실에 놓여 있었다. 어쨌든 멀더가 거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으니까.

“피자.”
그는 이렇게 말하며 바닥에 앉아 빌리의 접시와 ‘초록 주스’가 담긴 컵을 내려놓았다. ‘열대 키위와 흰 포도’ 맛 주스였다. 멀더로서는 애가 어떻게 이런 걸 마실 수 있는지 도저히 풀 수 없는 수수께끼였다. 정말 끔찍한 색깔이었으니까. 하지만 멀더는 이미 오래전에 아이들의 입맛이란 엑스파일 감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멀더!”
스컬리가 부엌에서 소리쳤다.
“냅킨은 챙겼어요?”
“네, 네.”
그는 빌리에게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조심해서 먹지 않으면 엄마가 우리 둘의 껍질을 벗겨버릴 거야.”

빌리는 눈을 꿈벅거리며 멀더를 쳐다보더니 조그만 접시와 컵, 그리고 냅킨을 아주 조심스레 집어 들고는 가죽 소파에 앉아있는 아버지 옆에 앉기 위해 커피 테이블 쪽으로 걸어갔다. 멀더는 멍하니 언젠가 자신의 아들도 엑스진을 발화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만약 정말로 그런 일이 생긴다면 어떻게 하지? 멀더 자신이야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 테지만 요즘의 사회정치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멀더는 아무에게도, 특히 자신의 아들에게만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랐다. 물론 이성적인 사람들은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벌써 공포가 퍼져 나가며 증오와 폭력사태가 발생하고 있었다.  빌리의 특이한 임신 과정과 탄생을 생각해볼 때, 멀더는 이 아이가 앞으로 어떻게 자랄지 도무지 짐작도 자기 않았다. 두 사람의 아들은 벌써부터 뛰어난 재능을 보이고 있었다. 네살박이치고 기계를 다루는 능력이 뛰어났고(다른 남자아이들에 비해 훨씬), 평범한 아이들보다 언어 능력도 뛰어났다(남자아이치고는 아주). 하지만 멀더도 스컬리도 ‘평범한’에서 거리가 먼 사람들이니, 그들의 아들이 다른 이들과 다른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그게 돌연변이를 만드는 유전자 탓일 리가 있을까?

그는 다시 텔레비전으로 관심을 돌렸다. 의회는 로버트 켈리 의원의 화려한 수식어구에 동조하고 있었다. 그레이 박사는 입을 다물고 있더니 실망한 표정으로 연단에서 일어났다. 그녀에게 말을 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의석에서 커다란 고합소리가 들려왔다.

“개자식들.”
멀더가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곤 조금 더 큰 소리로 말했다.
 “저 나쁜 자식은 틀림없이 대통령 선거에 나가려는 수작이에요.”
“아마 그럴걸요.”
스컬리가 부엌에서 대답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는 아무런 관심도 나타나지 않았다.

멀더는 팔짱을 끼고는 부루퉁한 얼굴로 텔레비전을 노려보았다. 켈리 의원은 멀더의 기분을 나쁘게 만들었고, 그래서 그는 무엇인가 긴장을 풀어줄만한 논쟁거리가 필요했다. 하지만 스컬리는 그럴 기회를 줄 것 같지 않았다. 게다가 빌리는 너무 어렸다. 멀더는 커다랗게 한숨을 내쉬고는 채널을 돌렸다. 코키 로버트가 그레이 박사의 요점을 정리한 다음 켈리 의원의 이야기를 요약했다. 그녀는 항상 그렇듯 공정했지만 멀더는 지루했다. 단지 그 자신이 토론에 참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다시 채널을 돌렸다. 그레이 박사가 연단을 떠나고 있었다. 복도로 향하는 그녀의 얼굴에는 혐오감만이 가득했다. 건물 밖에 도달하자 수많은 기자들이 그녀에게 달려들었지만, 그레이 박사는 아무말 없이 그들을 헤치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한 젊은 남자가 그녀가 기자들을 몰아내는 것을 도와주고 있었다. 멋들어진 붉은 선글라스를 낀, 모델처럼 생긴 잘생긴 청년이었다. 유전학 박사가 그런 복장의 젊은 보디가드의 도움을 받다니 조금 묘해 보였다.

갑자기 멀더의 뇌 한쪽에서 기억을 관장하는 시냅시스가 탭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그는 저 얼굴을 알고 있었다. 젠장, 그레이의 얼굴이 아니라 저 청년의 얼굴 말이다.

대체 어디서 저 얼굴을 봤더라?

여의사와 그의 보디가드가 휠체어를 탄 대머리 남자와 리무진 옆에서 만나는 것을 본 순간, 멀더의 머릿속에 대답이 떠올랐다.

“세상에….”
멀더가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는 소리쳤다.
“스컬리!!”


“뭐가 필요하다고요?”
화가 난 듯한 목소리가 전화선 저쪽에서 말했다.
멀더는 빨랫감을 뒤적거리며 핸드폰을 다른 쪽 어깨로 옮겼다.
“엑스파일 번호 1743, 파일 안에 편지가 끼워져 있을 겁니다. 그 편지가 필요해요.”
“멀더, FBI 파일에서 증거물을 빼내는 게 어떤 짓인지 당신도 잘 알잖습니까.”
“괜찮아요, 존. 그 편지는 정부 소유가 아니니까. 그건 스캇 서머즈에게 보내는 편지요.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거기 끼워둔 것 뿐입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오늘 아침에 C 스팬에서…겨우 1분도 안되는 동안 얼굴만 힐끗 본 친구가 9년 전에 행방불명된 소년이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단 말입니까?”

“동일인물이야. 확신해요.”
존 도겟이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좋습니다. 그 편지를 보내드리죠. 하지만 데이나에게 보낼겁니다.”
“도겟–”
“나한테 강요할 생각 마십시오, 멀더. 편지는 스컬리 요원에게 보내겠습니다. 그러니 당신은 그녀의 방식대로 따르도록 하세요. 갑자기 그 사람들 삶에 끼어들 순 없잖습니까. 벌써 9년이나 되었다면서요. 그가 원한다면 언제고 가족들에게 연락을 취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은 안 들어요?”

“어쩌면, 하지만 아닐 수도 있죠. 요즘 뮤턴트들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좀 생각해봐요. 만일 그 친구가 뮤턴트라면, 뭐 만약 그렇다면 이제까지 벌어진 일을 설명하기가 훨씬 쉬워지지만, 여하튼 모험을 하고 싶진 않았을 겁니다. 어떤 애들은 뮤턴트라는 이유로 친부모한테 버림받는 판에 그 친구는 수양아이였으니까요.”

“그가 뮤턴트라고 친다면 왜 그의 양부모가 그와 연락하고 싶어한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멀더? 벌써 9년 전 일인데다, 당신 입으로 친부모들마저 뮤턴트 아이들을 거부한다고 했잖아요.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가지만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들 하더군요.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부모와 만나게 하는 건 그 친구한테도 잔인한 일이 아닐까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요, 날 믿어요.”
“당신이 그 말을 할 때가 제일 걱정이 된단 말입니다, 멀더. 당신이 ‘날 믿어요’라고 하면 꼭 누군가가 다치거나 죽잖아요.”
“이건 그런 상황이 아니요–”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래도 편지는 데이나한테 보내겠습니다. FBI 뱃지를 지닌 건 그녀니까요.”


“멀더, 제발 가만히 좀 있어요. 꼭 산더미 같은 흔들의자에 둘러싸인 고양이처럼 움찔거리고 있잖아요.”

멀더는 아내를 바라보려고 했지만 저절로 떠오르는 미소를 참을 수가 없었다. 9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에야 쫓고 쫓기는 게임이 다시금 재개되었고, 이제 그는 사냥감이 살고 있을 커다란 문 앞에 서 있었다. FBI 뱃지는 없지만 온 몸에 스릴이 넘치는 것만큼은 주체할 수 없었다.
“노크해요, 스컬리.”

스컬리는 한숨을 내쉬더니 멀더의 말대로 문을 두드렸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방 안에 있는 사람은 방문객을 기대하고 있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이들은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는 기자들을 막기 위해 호텔 경비들에게 의지하고 있었고 보통의 경우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러나 스컬리의 뱃지는 그런 장애물 따위는 간단히 뛰어넘을 수 있었다. 

문이 열렸다. 진 그레이 박사였다. 방금 낮잠이라도 자고 있었던 양 멍해 보였다. 붉은 머리칼이 얼굴 주위에 헝클어져 있었다.
“무슨 일이시죠?”
그녀가 조심스레 물었다.

스컬리가 배지를 들어보였다.
“FBI의 데이나 스컬리라고 합니다. 이쪽은 제 남편이자 전 파트너인 폭스 멀더죠. 잠시 시간 좀 내주시겠어요, 그레이 박사?”
그레이는 놀란 것 같았지만. 문을 열어 두 사람을 들어오게 했다. 하야트 호텔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방이었다. 바닥에는 두꺼운 카펫이 깔려있고 창에는 짙은 초록색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으며 방 전체가 고상한 나무 장식으로 가득했다.
“물론이죠, 들어오세요.”

멀더는 그레이 박사 옆을 지나 방으로 들어가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아름답고 당당한 태도를 지닌, 인상적인 눈썹과 입술을 지닌 여성이었다. 턱 모양으로 볼 때 약간은 고집이 셀지도 모른다. 그레이는 문을 닫으며 물었다.
“무슨 일이죠?”

최상의 방어는 공격이라고 했던가. 멀더가 말했다.
“조금 옛날 일 때문에 왔습니다. 사실, 9년 전에 있었던 사건이죠.”
그레이는 고개를 저었다.
“무슨 일인지 짐작도 가질 않는군요.”

스컬리가 커다랗게 한숨을 내쉬더니 팔꿈치로 멀더를 찔렀다.
“이 사람은 그냥 무시하세요, 그레이 박사. 이건 공식적 수사도 아니고 다시 수사를 재개할 생각도 없답니다. 단지 당신 수행원 가운데 한 사람이 관심있어 할지도 모르는 정보를 가지고 있어서 찾아왔을 뿐이에요. 아, 그리고 이왕이면 오늘 아침 박사님의 발표 내용이 상당히 뛰어났다는 말씀도 드리고 싶군요. 후에 기회가 된다면 그 연구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싶어요.”
“무슨?”
그레이 박사는 여전히 경계하고 있었다.
“전 의학박사에요. 그리고…..좀 흔치않은 사건들을 많이 다루었지요. FBI를 위해서요. 뮤턴트 염색체와 그 발현 징후에 대한 연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정말 기쁘겠어요.

“아.”
그레이 박사는 이제 조금 긴장을 푸는 듯 했다. 스컬리는 다른 여성 과학자를 안심시키는 법을 알고 있었다. 옷이 아니라, 그녀의 연구에 대해 칭찬의 말을 할 것. 멀더는 다시 씨익 웃었다.

“7년동안 제 남편과 저는 FBI의 엑스파일이라는 부서에서 일했어요.”
스컬리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주로 해명 불능인 현상들에 대해 조사를 했죠.”
“그리고 그중 한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하신다는 말씀이군요? 그 사건이 뮤턴트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시나요?”
멀더의 미소가 더욱 커졌다.
“우리는 그 사건에 뮤턴트가 연관되어 있다고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

“멀더!”
스컬리가 잽싸게 끼어들었다.
그러나 그는 그녀를 무시했다.
“오늘 아침 의회 밖에서 박사님 옆에 있던 젊은 청년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찾아온 겁니다. 선글라스를 쓴 친구 말이죠. 머리를 깔끔하게 자른. 지금 여기에 있나요?”

그레이 박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스캇? 스캇과 이야기를 하고 싶으시다고요?”

멀더는 승리감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한껏 노력해야 했다. 9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후, 마침내 그는  스캇 서머즈를 찾아냈던 것이다. 바로 이 워싱턴에서, 바로 코 밑에. 멀더의 옆에서는 스컬리가 그레이 박사를 안심시키려고 하고 있었다.
“그에게 문제가 생긴 게 아닙니다, 그레이 박사. 단지 옛날 사건에 연루되어 있는 것 같아서요. 그리고 제 남편이 그에 게 전할 정보를 지니고 있거든요.”

그레이는 호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갑자기 옆에 딸린 작은 방에서 휠체어를 탄 나이든 사내가 나타났다.
“아, 이런.”
그는 희미한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두 FBI 요원들께서 그레이 박사를 놀래킨 것 같군요. 진, 이 사람들은 해를 끼치려는 게 아니야.”

멀더는 눈을 가늘게 뜨고 새로 등장한 사내를 노려보았다.
“당신은 또 누굽니까?”
“멀더!”
스컬리가 다시 소리쳤다. 가끔씩 그녀는 멀더가 잘못을 저지른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느끼게 했다.

그러나 노인은 세 사람이 있는 소파 쪽으로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희미한 미소는 이제 커다랗고 흥겨운 웃음으로 바뀌어 있었다.
“드디어 만나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멀더 요원. 스키너 부국장이 당신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 주었지요. 내 이름은 찰스 자비에라고 합니다. 내 제자들은 모두 엑스 교수라고 부릅니다만. 스캇 서머즈를 찾아오신 거지요? 스캇에게 줄 편지를 가지고.”

“그걸 어떻게 알았죠?”
멀더가 놀라서 물었다.
 “9년전, 오하마에 있던 게 당신이죠, 그렇죠?”
“그렇소. 거기에 대해서는 사과를 드리지요, 멀더 요원, 그리고 스컬리 요원. 하지만 그 때는 어쩔 수가 없었어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스캇을 만나야 했으니까. 그는…아주 예민하고 연약한 상태에 있었소.”

“대체 그날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죠?”
스컬리가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멀더는 스컬리의 그런 표정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일시적인 거였소. 내 도덕관을 어긋나는 일이었긴 하지만. 난 그런 능력을 지니고 태어났지요.”
그러더니 갑자기 멀더와 스컬리의 머릿속에서 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스캇 서머즈처럼, 나도 뮤턴트라오.”

“하느님 맙소사….”
멀더가 중얼거렸다. 놀라움 때문인지, 아니면 기쁨 때문인지 자신도 모른 채. 어쨌든 그도 어느 정도 텔레파시를 지니지 않았던가. 멀더는 커다란 미소를 지었다.

-계속
_M#]

[X-Men] 팬픽 번역: Case X-1743: Unresolved part I-3

저자: Minisinoo
출처: http://dreamwater.org/scottsummers/

번역 허가는 메일로 받았습니다.

++++++

Case X-1743: Unresolved
(An X-Files / X-Men Movie Crossover)

드디어, 다들 아실만한 인물들이 잠시 등장합니다. 오오, 크라이첵이라니 이 얼마만에 들어보는 이름이냐!

으윽, 역시 직역이고, 교정 같은 거 안 봤습니다. ㅜ.ㅜ

+++

1996년, 7월 1일, 네브라스카, 오마하


“뭐 좋은 소식이라도 있나요, 멀더?”
멀더가 조수석에 주저앉자 스컬리가 물었다.
“아직 없어요.”
“이게 대체 몇 번째죠?”

“11번째요. 하지만 아직 몇 군데 남았어요. 시내도 아직 가보지 못했고.”
멀더는 지도를 살펴보았다.
“파남 스트리트로 가서 이스트 13가까지 훑어보죠. 올드 마켓에 가서 정보를 좀 얻어봐야겠습니다. 홈리스들이 머물기에는 좀 고급 동네일 것 같지만 그래도 빠트릴 순 없으니까요.”

올드 마켓은 오마하 시내에서 새로 떠오르는 동네였다. 리히몰 파크에서 좀 떨어진 곳으로 미주리 강을 이어지는 오래된 철도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무척 흥미로운 지역이기도 했다. 오래된 벽돌 건물들이 즐비했음에도 – 그중 일부는 오마하라는 도시가 탄생할 무렵부터 존재하던 것이었다 – 고급 동네에 속했다. 하틀랜드 한 가운데 죽어있는 이 오마하는 세인트루이스가 생겨난 이후 서쪽으로 가는 새로운 관문이 되었었다. 오마하, 옥수수와 가축이 넘치는 땅. 이 거대한 대평원 가장자리에는 놀랍도록 뾰족한 산들이 솟아 있다. 요 며칠동안 멀더와 스컬리는 이 지역의 모든 버스와 기차역, 그리고 싸구려 집들이 즐비한 빈민가를 샅샅이 뒤지고 다녔으나 아무런 성과도 얻을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은 스캇 서머즈의 사진을 가지고 올드 마켓 주위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그리고, 가끔씩은 서로에게도.


[#M_계속 읽으시려면…|그만 읽으시려면…|“스캇이 여기로 왔다는 게 확실해요?”
“세상에 확실한 건 죽음하고 세금밖에 없는 법이에요, 스컬리.”
“그리고 조그만 회색 외계인들하고 말이죠.”
스컬리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고 –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 중 하나였다 – 멀더는 약간 마음이 가벼워졌다.

“스캇이 나타날 가능성이 가장 큰 곳이 여기라는 건 확실합니다.“
멀더가 말했다.
”어쨌든 그 애를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우선 우린 비행기 표라는 이점을 가진데다, 스캇은 앞이 안 보이는 채로 움직이고 있을 테니까요.“
“그 말을 너무 믿는 거 아니에요, 멀더?”
“그럼 테이프를 대체 어디에 사용했겠어요?”
“이게 다 수양부모에게서 달아나려는 연극이라면요?”

“난 칼리라는 여자애 말에 동감입니다, 스컬리. 대체 왜? 이건 연극이 아니에요. 스캇은 우등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할 예정이었고, 대학도 장학금을 받고 합격했어요. 대체 스캇이 왜 이런 바보같은 짓을 저지르고 도망갔는지 누가 나한테 그 이유를 하나만이라도 대 줄 수 있다면 나도 그쪽을 따라가겠습니다만, 그렇지만 그 때까지는 스캇이 무서워서, 그리고 아무도, 심지어 수양부모도 자기편이 되어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도망갔다는 데 걸겠습니다. 어쨌든 프랭클린 부부가 아무리 친절하다 해도 친부모는 아니잖습니까? 그 애는 오랫동안 혼자서 살아왔었고 이제 그런 생활로 되돌아가려는 겁니다. 그러니 누구보다도 먼저 우리가 스콧을 찾아내야죠. 아마 그 애를 찾고 있는 건 우리들뿐만이 아닐 겁니다. 담배맨이 눈빛만으로 벽에 구멍을 낼 수 있는 애를 이용해서 무슨 짓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봐요.”

그는 스컬리가 온 몸을 부르르 떠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날 오후 늦게, 그들은 마침내 스캇 서머즈를 봤다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아, 알아요. 그 장님 남자애 말이죠?”
그는 마켓 옆 도로에 자리를 잡고 있는 거리 미술가였다.
“이틀 전에 처음 나타났어요. 앉아서 기타를 치면서 잔돈을 구걸하더군요. 이 근처에는 그런 거리 음악사들이 많아요. 그래서 다들 구별하기가 힘든데 그 애만은 똑똑히 기억나네요. 지나가던 사람들이 다 멈춰서 그 애 노래를 들었거든요. 왜, 걔가 말썽이라도 부렸나요?”

“아뇨, 그저 이야기를 좀 듣고 싶은 게 있어서요.”
스컬리가 말했다.
“오늘 저녁에도 나타날까요?”
“모르죠. 걔 진짜로 말썽피운 거 아니에요?”
“아니에요. 왜 계속 그런 걸 묻는 거죠?”
“장님 소년을 본 적이 있냐고 묻고 다니던 사람이 하나 더 있었거든요. 하지만 사진은 가지고 있지 않았어요.”

멀더와 스컬리는 눈짓을 주고받았다.
“그 애에 대해 묻고 다니던 그 사람 말입니다.”
멀더가 입을 열었다.
“담배를 피우던가요? 마른 몸에 회색머리, 가느다란 얼굴에 좀 울퉁불퉁한 얼굴 아니었습니까?”
“하? 아뇨, 전혀 그런 얼굴이 아니었는데. 휠체어에 타고 있었어요. 게다가 완전히 대머리였고요. 고급 옷을 입고 다니는 치들 있잖습니까. 돈 많은 노인네에, 영국식 악센트를 쓰던데요.”

멀더는 눈을 깜박였다. 이제까지 그는 콘소시엄 회원들 가운데 그런 묘사에 들어맞는 이는 본 적도, 만난 적도,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그가 모든 회원들을 다 아는 것은 아니었다.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사람은 그와 헤어졌다.

“그럼 오늘밤을 기다려야겠군요.”
“그 휠체어 남자는 누굴까요, 멀더?”
“당신도 대충 짐작하고 있을 텐데요. 적어도 그 남자 옆에 크라이첵이 함께 있지만 않으면 좋겠군요.”

그들은 호텔로 돌아갔고, 멀더는 스컬리와 방 앞에서 헤어졌다.
 “평범하게 입어요. 만약 우리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서머즈 친구를 찾고 있다면, 눈에 뜨이고 싶지 않으니까. 조금 빨리 움직입시다. 다섯 시에 데리러 올게요.”

스컬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멀더는 자기 방으로 갔다. 5시에 그들은 청바지와 긴 소매 차림으로 호텔 로비에서 만났다. 총은 남의 눈에 띄지 않도록 몸에 숨긴 채였다. 멀더는 무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 생기지 않기를 빌었다.
“그럼, 우리의 잃어버린 소년을 찾을 준비가 됐나요?”
스컬리는 말없이 끄덕이며 문을 가리켜 보였고, 두 사람은 함께 발을 옮겼다.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마켓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7월의 기분좋은 밤이었고, 머리 위에는 중서부 지방 특유의 투명한 푸른 보석 같은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그러나 동쪽 지평선에는 몇 점의 구름들이 몰려있었고, 바람이 불어왔다.

“비가 올지도 모르겠군요.”
멀더가 말했다. 스컬리는 하늘을 쳐다보고는 한쪽 눈썹을 치켜 올렸다.
“여긴 네브라스카에요, 멀더. 지금 날씨가 마음에 안 들어요? 그럼 15분만 기다려 봐요.”

“그리고 당신은 중서부 지방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멀더. 마서즈비니어드 섬(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남동 끝, 코드곶(串)에서 남쪽으로 약 6km 거리의 바다에 있는 섬: 멀더가 진짜로 여기서 자랐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아마 메사추세츠 출신 – 동쪽 끝- 임을 비꼬는 거겠죠)에서 자라난 주제에.”
스컬리는 말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들은 오래된 기차칸이 있는 레스토랑 앞쪽에 서 있었다. 사인에는 ‘스파게티’라고 쓰여 있었다. 호텔 프론트에 있는 사람이 말하길 기차는 그저 장식물일 뿐이며, 솔직히 말해 음식은 형편없다고 귀띔해 주었다. “업스트림에 가세요.” 그는 이렇게 말했다. “거기서는 맥주를 직접 만든다고요.” 길 건너편에는 말 세 마리가 끄는 마차 한 대가 젊은 연인들이나 아이를 데리고 나온 가족들을 유혹하며 서 있었다.
 “갈라져서 찾아볼까요?”
스컬리가 물었다.

“그러면 좀 낫겠군요. 당신은 북쪽과 서쪽을 맡아요. 난 남쪽과 동쪽으로 가보죠. 휠체어를 탄 남자를 조심하고요. 크라이첵이 나타날 지도 몰라요. 스캇을 찾으면 접촉하지 말고 먼저 나한테 전화해줘요.”
“왜요?”
“그냥 날 믿어줘요, 스컬리.”

두 사람은 서로 헤어져 각자 맡은 부분을 향했다. 멀더는 약 30분간 양쪽 인도를 살펴보며 걸었다. 하늘이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었다. 어느 순간, 그는 휠체어를 탄 남자가 와인 가게로 들어가는 것을 흘낏 목격했다. 그러나 인파를 헤치고 가게 근처로 다가가 살펴보았을 때는 이미 아무도 없었다. 멀더가 막 스컬리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고 다이얼을 누르려는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 그는 플립을 열었다.
“멀더입니다.”

“나예요. 찾았어요. 기타를 매고 빨간 모자달린 운동복을 입고 있어요. 난 지금 ……”
스컬리는 잠시 말을 멈추고 둘러보는 것 같았다.
“하워드와 12가 사이 모퉁이에 있어요.”
“곧 갈게요.”
“어, 멀더?”
“왜요?”
“이 애, 정말 노래 하나는 잘하네요.” [제임스 마스덴이 노래 하나는 정말 잘 하죠. ㅠ.ㅠ]
“정신 바싹 차리고 있어요, 스컬리. 휠체어 탄 남자가 있는 것 같아요.”
“알겠어요.”

멀더는 벌써 스컬리가 말한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전화기를 닫고 허리에 찬 다음,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어느새 머리 위에 작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어두운 하늘을 가르고 불빛이 번쩍였다. 흥분감이 그를 감쌌다. 멀더는 뭔가 놀라운 것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것은 오랜 추적이 끝날 때쯤이면 항상 그를 덮치는 감각이었지만, 특히 엑스 파일인 경우에는 이에 더해 과연 무엇이 눈앞에 나타날 것인지 놀라움과 기대감에 휩싸이곤 했다. 바로 이 것이, 그가 살아가는 이유였다.

멀더는 하워드와 12가 사이의 모퉁이에 도착했다. 이제 비는 굵직한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나기로 변해 있었다.
그러나 기타를 치는 붉은 옷의 장님 소년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스컬리도.

휠체어 탄 남자도 없었다.

“이게 뭐야?”
그는 몸을 사방으로 돌리며 소리쳤다.
 “스컬리!! 스캇 서머즈!!”
소년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은 별로 현명한 생각이 아닐지도 몰랐지만, 스캇이 놀라서 튀어나올 가능성도 있었다.

불행히도 천천히 움직이는 군중들 사이로 재빨리 움직이는 것은 없었다. 사람들은 멀더를 겉눈질로 힐끔거리며 우산을 펴들고 가판대를 지켰다. 멀더는 빗줄기 한가운데 서서 가죽 신발이 물에 흠뻑 젖는 것을 느끼며 욕설을 내뱉었다.

멀더는 남쪽으로 한 블록 지난 곳에서 스컬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는 아무런 생각없이 이리저리 헤매고 있었다. 멀더는 그녀의 팔을 붙잡아 세웠다. 스컬리는 마치……술에 취한 것 같았다.
“스컬리?”
“멀더?”
갑자기 그녀는 제정신으로 돌아온 듯 했다. 그녀는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여기가 어디죠? 대체 무슨 일이에요?”
스컬리는 다시 고개를 흔들었다.

멀더는 말 그대로 깜짝 놀랐다. 스컬리에게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지?
“스캇 서머즈를 찾고 있어요. 기억나요? 스캇 서머즈를 찾아 오마하에 와 있어요. 샌디에이고에서 말썽을 일으킨 레이저 눈 소년 말입니다.”

스컬리는 다시 머리를 휘젓더니 코를 문질렀다.
“난……꼭, 성 패트릭 날에 맥주 피처를 두 개나 원샷한 기분이에요, 멀더. 스캇 서머즈…….모르겠는데……아, 맞다. 이제 기억나요. 그러니까 우린…….세상에! 그 앤 어디 갔죠?”
스컬리는 주위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 바로 여기 있었는데! 젠장! 어? 그런데 여긴 아까 그 도로가 아니잖아요?”

“아니죠. 우린 지금 거기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있어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모르겠어요.”
“휠체어 탄 남자를 봤어요?”

“네? 아, 아뇨. 휠체어 탄 사람은 못 봤어요. 스캇은 벽 옆에 접는 의자를 세워두고 앉아 기타를 치고 있었어요. 앞에다 기타 케이스를 놓아두고요. 음악을 듣는 척하면서 다가갔죠. 겉으로 보기엔 아무렇지도 않아보이던데요. 그리고 당신 말이 맞았어요.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앞이 안 보이는 듯 행동하더군요. 그래서 당신한테 곧바로 전화했고요. 그런데…그 다음으로 기억나는 건, 지금 여기 있다는 거예요.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죠?”
그녀는 초조하게 물었다. 스컬리는 바보처럼 구는 것을 싫어했다.

멀더는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도로 양끝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나도 몰라요. 하지만 죽어도 어떻게 된 건지 알아낼 겁니다.”

항상 하는 멀더의 다짐을 안고, 그들은 그 후로 이틀 동안 오마하를 이잡듯 뒤졌으나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리고 멀더는 이제, 스캇 서머즈가 납치당한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휠체어를 탄 남자가 무슨 방법을 썼는지는 모르지만 약물을 이용해 스컬리를 혼란스럽게 만든 다음, 멀더가 나타나기 전에 스캇 서머즈를 데려간 것이다. 몇 분만 빨랐더라도….생각하면 할수록, 멀더는 점점 더 불안해졌다. 대체 그 남자는 누구란 말인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체 그 남자는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 걸까?

그들이 오마하에서 스캇 서머즈의 행방을 놓친 지 정확하게 이틀 뒤, 스키너 부국장이 전화로 워싱턴으로 돌아오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 사건은 종결됐네, 멀더.”
“뭐라구요? 누구 권한으로요?”
“날세.”
“부국장님–”
“더 이상 여기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겠네, 멀더. 자네와 스컬리 요원은 내일까지 워싱턴으로 돌아오게. 그리고 그 다음날까지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해. 이 사건은 종결일세.”
“미제로 말이지요.”
“그래, 미제 사건으로. 오마하에서 유령을 쫓아다녀봤자, 시간 낭비라고 보네.”
“그를 발견했었습니다, 부국장님. 유령이 아니에요. 대체 왜 갑자기 사건을 종결시키는 겁니까?”
“더 이상 이 사건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지. 워싱턴으로 돌아오게, 멀더.”
스키너는 전화를 끊었다.

“젠장.”
멀더가 플립을 닫으며 중얼거렸다.
“부국장이 뭐래요?”
스컬리가 저쪽 테이블에서 물었다. 그녀는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는 중이었다. 스컬리는 그의 방에서 자주 일을 하곤 했는데, 두 사람이 정보를 나누기가 쉽기 때문이었다.
“사건 종결이니 내일까지 워싱턴으로 돌아오랍니다.”
스컬 리가 놀라서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직 스캇을 찾지 못했는데요?”

“그리고 아무래도, 우리가 그 애를 찾아내면 안.되.는. 것 같군요.”
멀더는 침대 한쪽에 주저앉아 스키너와의 대화 내용을 설명했다.
“왜 부국장이 이 사건을 덮어두려는 걸까요?”
멀더의 말이 끝나자 스컬리가 물었다.
“모르겠어요. 그리고 우리한테 말해줄 것 같지도 않고요.”
멀더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 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로서는 좌절감을 해소하는 방식이었다.

“그들이 스캇을 데리고 있는 건….아닐까요?”
‘그들‘이 누구인지, 스컬리는 입 밖에 낼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멀더와 스컬리가 엑스파일을 시작했을 때부터 줄곧 싸워온, 어둠 속의 얼굴없는 이들이었다.

“모르겠어요.”
멀더가 말했다.
“어쩌면 그럴지도.”
그러나 사실, 멀더는 의심을 품고 있었다. 아무리 콘소시엄이라 해도, 스컬리의 기억을 순간적으로 지운다거나 길 한복판에서 노래하는 소년을 아무의 눈에 뜨이지 않게 데려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휠체어에 탄 사내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확실히 담배맨보다 더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멀더는 스캇이라는 소년이 제발 복잡하고 은밀한 파워 게임에 휘말리지 않기만을 빌었다.

워싱턴의 사무실로 돌아오고 며칠 뒤, 멀더는 프랭클린 부부에게 전화를 걸어 스캇을 찾지 못했으며, FBI는 사건을 종결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하지만 왜요?”
엘리자베스 프랭클린이 물었다. 당황한 목소리였다.

“저도 자세한 것은 모르겠습니다, 프랭클린 부인. 제 상관의 명령이거든요. 하지만 만일 스캇의 소식을 듣게 된다면, 제게 곧바로 연락해주시겠습니까?”
스캇의 사건을 가로막고 있는 스키너를 펴치고 나아가려면 지렛대가 필요할지도 몰랐다.
“네, 그럴게요.”
그녀가 대답했다.
“아, 멀더 요원?”
“네?”
“제가 요원님께 편지를 하나 보내드릴게요. 스캇한테 보내는 건데, 좀 맡아주시겠어요? 언젠가 당신이 그 애를 찾아낼지도 모르니까요. 그 애에게 우리가 화가 나지 않았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그러면 스캇도 집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 테니까요. 그 애가 무사한지 알고 싶어요.”  
“물론이죠, 프랭클린 부인. 편지를 보내주십시오. 만일 제가 스캇을 찾게되면, 꼭 전해주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nd of Part 1
Part 2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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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Men] 팬픽 번역: Case X-1743: Unresolved part I-2

저자: Minisinoo
출처: http://dreamwater.org/scottsummers/

번역 허가는 메일로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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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X-1743: Unresolved
(An X-Files / X-Men Movie Crossover)

“프랭클린 씨, FBI 요원 폭스 멀더라고 합니다.”
그는 무의식중에 벌써 신분증을 펼쳐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쪽은 같은 FBI의 데이나 스컬리 요원입니다. 스캇에 대해 물어볼 게 있어서 찾아왔습니다만.”

“스캇은 무사한가요? 그 애를 찾았어요?”
뒤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이 활짝 열리더니 엘리자베스 프랭클린이 얼굴을 내밀었다. 그녀의 얼굴은 주름이 가득했고, 걱정 때문에 눈 주위에는 그림자가 거무스레하게 앉아 있었다. 목소리에는 두려움이 묻어 나왔다.
“스캇은 절대 그런 애가 아니에요! 왜 그 애가 도망갔는지 정말 모르겠어요. 정말정말 좋은 아이거든요. 항상 그랬어요. 그저 인생에 기회가 없었을 뿐이에요.”

“저희는 단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려는 것뿐입니다, 프랭클린 부인.”
스컬리가 말했다.
“스캇에게 죄를 물으려는 게 아니에요.”

‘아직은’. 멀더의 귀에 스컬리가 이렇게 덧붙이는 말이 들리는 듯 했다. 스컬리는 아직도 서머즈라는 소년이 놀라운 재주를 부린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낼수록 멀더는 스컬리의 의견에 찬성할 수 없었다.

프랭클린 부부는 두 사람을 맞아들이고 커피를 내놓았다. 골치아픈 일에 휘말릴까봐 겁에 질리고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불안해하는, 보통 사람들이었다. 어린 소년 하나가 계단 꼭대기에 앉아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더니 멀더가 고개를 들어 쳐다보자 재빨리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애 하나가 부엌 문 사이로 살금살금 걸어와 내다보았다. 그 나이에도 왠지 벌써 닳고 닳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멀더는 소녀가 두려워하고 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게다가 그의 화려한 FBI 경력은 대부분 사람들의 바디랭귀지를 읽음으로써 이룩한 것이었다. 이 두 아이들은 스캇 서머즈의 두 수양형제일 것이다.


[#M_계속 읽으시려면…|닫으시려면…|프랭클린 부부의 집은 전형적인 중산층 가정으로,  오래되어 낡았지만 군데군데 현대적으로 수리한 자국이 있었다. 벽은 인테리어를 따로 했고, 바닥도 새로 덧붙인 것 같았다. 천장에서 돌아가는 커다란 팬이 남캘리포니아의 무거운 봄 공기를 휘저었다. 그러나 천장에는 1960년대에나 유행했던 소용돌이 무늬와 색깔이 변하는 반짝이가 붙어 있었다. 그리고 식당 벽은 싸구려 널빤지로 댔다. 방 구석의 굽더리 널은 이음새가 맞지 않았고, 바닥깔개는 세월과 사람들의 발길로 너무 낡아 있었다. 가구 역시 오래된 것들이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깔끔한 편이었고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데도 동물 냄새 같은 것은 나지 않았다. 이들은 주변을 돌보는 사람들이었다. 집, 애완동물, 그리고 가정이 필요한 떠돌이 아이들까지도. 이들은 좋은 사람들이었다.

“스캇이 여기서 얼마나 살았죠?”
멀더가 물었다.
“열 세 살때부터요.”
진 프랭클린이 대답했다.
“그러니까 4년, 이제 5년이 다 되가는군요.”

“당시에는 오마하에 살았어요.”
그의 아내가 끼어들었다.
“그곳 고아원에서 스캇을 데려왔죠. 진은 그 곳 공군 기지의 장교였어요.”
“군대에서는 제대하셨나요?”
해군 아버지를 둔 스컬리가 물었다. 그녀는 이제 활기를 되찾은 것 같았다.
“그렇습니다.”
진 프랭클린이 대답했다.
“93년에 SAC가 닫자 제대했지요. 그리곤 스캇을 데리고 여기로 이사했습니다.”
그는 뒤쪽을 슬쩍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때부터 칼리가 우리와 함께 살기 시작했고요. 1년 뒤에는 제프가 왔지요.”
부엌에서 내다보던 칼리가 멀더의 눈길을 피해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스캇은 이사를 어떻게 받아들이던가요?”
스컬리가 물었다.
“괜찮았어요. 오히려 무척이나 기대한걸요.”
엘리자베스 프랭클린이 여전히 긴장한 투로 대답했다.

“여보, 좀 앉아요.”
그녀의 남편이 옆자리를 두드리며 말했고, 그녀는 잠시 망설이는 듯 싶더니 남편의 옆 자리에 앉아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진 프랭클린이 말했다.
“경찰과는 벌써 이야기를 끝냈습니다. 스캇은 이제까지 한번도 말썽을 일으킨 적이 없었어요, 멀더 요원. 고아원에서 도망치려고 한 적이 있긴 했지요, 그래서 소년심판소에도 선 적이 있었고요. 하지만 한번도 우리를 슬프게 한 적이 없어요. 단 한번도 말입니다. 그 아이는 단지 좋은 가정이 필요했을 뿐이에요. 그 앤 우리 진짜 아들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나이만 조금 어렸더라도 입양을 했을 거예요.”

“사실은 몇 년 전에 입양을 고려했었어요.”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하지만 절차를 끝낼 때 즈음이면 벌써 18살이 되어버리더군요. 그리고 스캇은 친부모가 누군지 알고 있어요. 자기 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하라고 했지요.”
“부모를 안다고요?”
스컬리가 물었다.
“그렇다면 서머즈 부부는 살아있나요?”

“아, 아니에요. 스캇은 고아입니다.”
진 프랭클린이 대답했다.
“스캇이 8살 때 비행기 사고로 부모가 둘 다 죽었어요. 스캇과 남동생만 살아남았고요. 남동생은 몇 달 뒤에 곧바로 입양되었지만 스캇은 입양되지 못했습니다. 그 애 아버지 역시 공군이었다더군요. 테스트 파일럿이었습니다. 그리고 혹시 스캇의 아버지를 알고 있었냐고 물어보신다면 제 대답은 아니오, 입니다. 하지만 덕분에 저와 스캇 사이에는 연결 고리가 생겼지요.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부터요. 난 그 애에게 비행법을 가르쳤고 스캇은 벌써 비행 면허증을 딸 수 있을 정도예요. 그 앤 정말 내 아들 같았지요. 내가 가질 수 없었던 진짜 아들 말입니다. 하지만 스캇은 자기 가족들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었고, 나와 벳시는 그걸 망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부모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건 중요한 거니까요.”

“스캇은 남동생이 어디 사는지 알고 있습니까?”
멀더가 물었다.

“입양 기관에서는 그런 종류의 정보를 알려주지 않아요. 일종의 기밀 사항이죠. 스캇은 비행기 사고 때문에 머리에 부상을 입은데다 뇌 손상도 있었어요.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그런 걸 싫어하잖습니까. 게다가 나이가 많은 편이었거든요. 그래서 고아원을 이리저리 전전하다가 보이스 타운이라는 고아원까지 가게 된 거죠. 그 곳에서 일하는 자원 봉사자 중 하나가 내 아내의 친구였는데, 그 트레이시가 한번은 공군 기지에서 여름에 정기적으로 열리는 에어 쇼에 스캇을 데려왔어요. 그 때 스캇을 처음으로 만났죠. 그리곤 곧바로 그 아이를 데리고 있기로 결심했습니다. 당시에 스캇은 애정에 너무 굶주려 있었어요. 사실 우리는 그 전까지는 한번도 수양부모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스캇은 달랐어요. 그 아이는 가족이 필요했고, 우리는 항상 아들이 하나 있었으면 했지요. 그래서 91년 크리스마스 때부터 스캇은 우리와 함께 살기 시작했고 그 후로 우리는 한번도 그 선택을 후회해 본 적이 없습니다.”

멀더는 스컬리와 눈짓을 주고받았다. 프랭클린의 이야기는 동화에서나 나올법한 환상적인 스토리였다.
“하나만 더 묻겠습니다, 프랭클린 씨. 아까 스캇이 고아원에서 도망친 적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 이유를 알고 계시나요?”
“아뇨. 스캇은 한번도 그 이야기를 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도 한두번 물어보긴 했지만 이야기하기를 싫어하더군요.”

“강요를 하면, 그 애는 입을 다물어버려요.”
엘리자베스 프랭클린이 말했다.
“그 애는 고아원 생활에 대해서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아요.  사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요.” 그녀는 무릎 위에 올려놓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진과 저는 스캇이 나쁜 경험을 하거나 학대당한 게 아닐까 하고도 생각해봤지만 만약 그렇다 하더라도 트레이시가 보이스 타운에 가기 전이었을 거예요. 게다가 보이스 타운은 꽤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거든요. 그 때 스캇을 좀더 다그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냈어야 했는데…..이제까지는 그럴 이유가 없었을 뿐더러 스캇의 신뢰를 얻어내기란 힘든 일이었거든요. 사실 그 아이가 이 정도만이라도 우리에게 마음을 열어준 게 고마울 정도예요.”

“스캇이 한번도 말썽을 부린 적이 없었기 때문에 우린 과거의 일은 그저 과거의 일로 묻어주자고 생각했거든요.”
진 프랭클린이 덧붙였다.
“그 애가 길거리에서 홈리스로 살아가던 시절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아, 겨우 4개월에 불과하지만 말입니다. 속임수 도박을 해서 먹을 것을 살 돈을 벌었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아무도 거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어쩌면…….그게……”
프랭클린 부인이 머뭇거리며 남편을 쳐다보았다.
“말씀하시죠.”
멀더가 앞쪽으로 기대앉으며 말했다. 진 프랭클린이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스캇은 자물쇠를 딸 줄 알아요. 지난번에 내가 차안에 키를 두고 내렸을 때 자동차 문을 따 주었거든요. 그리고 한번은 중고품 세일 때 샀던 트럭 문도 열었던 적이 있고요. 그러니까 어쩌면 도둑이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우리랑 같이 살면서 그 애가 물건을 훔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아마 그 때는 살기 위해 그런 일을 했을 겁니다. 그래서 그런 일로 그 애를 비난하지도 않았고요. 사실, 솔직하게 말하면 처음에 스캇이 우리 집에 왔을 때는 돈 같은 걸 좀 조심해서 보관했었죠.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눈에 띄면 순간적으로 유혹을 느낄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스캇은 항상 양심적이었고, 정직했어요.“

“스캇은 지나치게 착하게 굴었어요.”
부엌에서 새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칼리였다.
“잘못이라고는 한번도 저지르지 않았으니까. 시간만 나면 나랑 제프한테 우리가 여기 살게된 게 얼마나 행운인지 말하곤 했죠.”
칼리는 코웃음을 쳤다. 성격이 무척 강한 아이로 보였다. 멀더는 칼리의 과거를 알고 싶어졌다. 절대로 만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 너는 스캇이 이런 무모한 일을 저지르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니?”
멀더가 칼리에게 물었다.
“스캇이 왜 그런 짓을 하겠어요?”

그게 바로 멀더가 가진 의문이었다.

“마지막으로 한번 저질러 보고 싶었던 게 아닐까?”
스컬리가 말했다.
“아니면 친구들에게 과시하고 싶었을지도 몰라. 여자친구라든가.”
칼리는 눈을 굴리더니 다시 부엌 쪽으로 걸어갔다.
“그렇게 앞뒤 꽉막힌 인간이 그랬을리 없어요. 그 개자식이 사라져서 속이 다 시원하네.”

프랭클린 부부는 당황했다.
“죄송합니다. 칼리의 말버릇이 –”
진 프랭클린이 입을 열었다.

 “괜찮습니다.”
멀더가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칼리는 모르겠지만, 무척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 그리고 계단 위에 앉아있던 아이가 다른 수양아들이죠? 올라가서 그 애와 이야기를 좀 해봐도 되겠습니까? 스컬리 요원은 아직 두 분께 드릴 질문이 남아있는 것 같군요.“

“물론이죠.”
엘리자베스가 말했다. 스컬리가 멀더를 쳐다보았다. 멀더는 자신이 다시금 스컬리를 따돌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소년과 따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멀더는 계단을 두 칸씩 뛰어올라가서 2층에 있는 세 개의 침실을 들여다보았다. 소년은 그 중 한 방의 침대에 앉아있었다.
“안녕.”
아이가 고개를 들었다.

“이름이 뭐지?”
멀더는 소년의 이름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일단 이렇게 물었다.
“제프.”
“내 이름은 폭스란다. 들어가도 될까?”
“그럼요. 그런데 폭스라니, 무슨 놈의 이름이 그 모양이에요?”

멀더는 어린 아이의 도전을 무시하며, 방으로 들어가 다른 침대 하나에 걸터 앉았다. 보아하니 스캇의 침대인 듯 했다. 두 소년이 함께 쓰기에는 약간 작은 듯한 방이었다. 아마도 프랭클린 부부의 은행잔고는 그들의 넓은 마음에 따라주지 않는 모양이었다. 실내장식으로 미루어보아, 스콧의 취향은 단순한 것 같았다. 녹색을 좋아했고 옷장 위에는 비행기 모형을 잔뜩 전시해놓았으며 침대 위쪽에는 비행기 포스터를 붙여놓았다. 머리맡에 걸린 책꽃이에는 프랭크 허버트의 듄 시리즈와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3부작, 그리고 그렉 베어의 이온이 꽂혀있었다. 셀레나 기의 사진도 보였다. 다른 책들도 모두 과학이나 비행기과 관련된 서적들 같았다. 분명 스캇 서머즈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들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너희 형은 제트기를 좋아하나 보지?”
“스캇은 내 형이 아니에요.”
멀더는 제프를 쳐다보았다.
“둘이 사이가 안 좋았니?”
“사이는 좋은 편이에요.”
제프가 고집스레 턱을 들어올렸다.
“그래도 형은 아니에요.”
“스캇이 왜 도망갔는지 아니, 제프?”
“아뇨.”
무뚝뚝한 대답이 돌아왔다.

“스캇이 도망간 거라고 생각하니?”
제프가 멀더를 올려다보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스캇을 그냥 내버려둬요! 아무 짓도 안했으니까요. 알았어요?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상관없어요. 스캇은 나쁜 짓이라고는 하나도 안했다구요!”

멀더는 침착한 말투를 유지했다.
“난 그 애가 뭘 잘못했다고 그러는 게 아냐. 단지 무슨 일이 일어났고 스캇이 어디 갔는지 알고 싶을 뿐이란다. 그러면 다치기 전에 찾아올 수 있을 테니까 말야.”
“아, 그래요? 그러시겠죠. 그리곤 붙잡아서 다시 소년원 같은 데 가둬버리겠죠. 하지만 아무도 스캇을 잡을 순 없을 걸요. 스스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또 몰라도.”
소년의 말에는 분노와 자랑스러움이 반반씩 뒤섞여있었다.
“스캇은 한 터프하니까요.”

“난 네 말에 찬성할 수 없구나, 제프. 그래, 네 말대로 스캇은 터프할 지도 모르지만, 세상에는 정말로 나쁜 사람들이 많거든. 사악하고, 스캇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 말이다. 지금은 아무 문제도 없을지 모르지만 오랫동안 거리를 헤매다보면 언젠가 그런 사람들과 부딪치게 될 거야. 어쩌면 죽을지도 몰라. 사람들이 그러는데 스캇은 눈을 감고 도망쳤다며? 앞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자기 몸을 지키기란 어려운 법이야. 스캇이 어디 갔는지, 정말 생각나는 거 없니?”

제프는 멀더의 말을 곰곰이 생각하는 듯 하더니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없어요.”
이번 대답은, 반항심보다는 정직함에서 나온 것이었다.
“오마하였다면 모를까, 여기는 잘 모르겠어요.”
“오마하였다면 어디로 갔을 것 같니?”
“시내로요. 당구장들이 늘어 있는 데가 있거든요. 히스패닉 구역에요. 스캇은 스페인어를 조금 할줄 알아요.”

멀더는 스캇이 눈을 감은 채로 당구를 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적어도 현재 그의 눈에 생긴 문제점을 고려한다면 말이다. 그러나 당구를 칠 수는 없더라도, 자신에게 익숙한 오마하로 돌아갔을 지도 모른다. 적어도 샌디에이고보다는 몸을 숨기기 쉬울테니까.

그러나, 어쨌든 이 제프라는 소년은 너무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있었다. 제프는 머리를 숙이고 앉아 손가락을 신경질적으로 움직이며 한쪽 다리를 흔들었다. 마치 멀더가 빨리 가버리기를 바라는 양. 소년은 아직 아는 것을 다 말하지 않았고, 멀더는 그게 대체 무엇일지 궁금했다.

“어젯밤에 스캇이 집에 왔었니, 제프?”
소년은 앉은 자리에서 거의 1미터나 펄쩍 뛰어올랐다.
“아뇨!”
“제프. 사실을 말해 주어야 한다. 난 스캇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니야. 아까 말한 대로 큰일이 생기기 전에 찾아서 데려오려는 거야. 그러려면 네 도움이 필요해. 만약에 스캇이 어디 갔는 지 안다면, 아니 졸업 파티 이후에 그 애를 보기라도 했다면……”
멀더는 말 끝을 흐리며 기다렸다. 방안의 공기가 점점 더 무거워졌다.

마침내 소년이 굴복했다. 어쨌든 어린 아이였으니까.

“알았어요. 맞아요, 어제 밤에 집에 왔었어요. 우리 방 창문 밖에 커다란 나무가 있거든요. 어제 스캇이 그 나무를 타고 올라와서 창문을 두드리더라구요. 그래서 들어오게 한 다음에 짐 싸는 걸 도와주었어요. 스캇은 앞을 볼 수가 없었거든요. 계속 눈을 꼭 감고 있으면서 눈을 뜨면 날 다치게 할거라고 그랬어요.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스캇은 진짜 겁을 진뜩 먹은 데다 놀란 거 같았어요. 그러면서 빨리 여길 떠야한다고 하더라구요. 나한테 가방에 옷을 좀 집어넣어 달라고 하고는 저금했던 돈을 가지고 갔어요. 나보고 돈을 분류해달라고 그러더군요.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면서요. 그래서 1달러짜리랑, 5달러, 10달러 짜리 지폐 옆을 서로 다르게 접어줬어요. 그 다음에는 가위랑 선글라스랑 두꺼운 테이프를 가져다달라고 했어요, 하지만 정말로, 진짜로 어디 간다고는 말해주지 않았어요. 나도 물어봤는데 대답 안 해줬다구요.”

“그게 몇 시였지?”
“나도 몰라요. 아마 사고가 있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을 거예요. 에, 제 생각에는요. 그 때는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몰랐거든요. 경찰도 오지 않았었고. 9시? 10시?”

멀더는 고개를 끄덕였다. 파웨이 고등학교는 이 집에서 별로 멀지 않았다. 만일 스캇이 사건이 터지고 나서 최대한 빨리 여기로 달려왔다면, 아무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고 아무도 소년의 뒤를 쫓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 있을 동안 한번도 눈을 뜨지 않았다고? 무심코라도 말야?”

“한번도요. 만약에 눈을 뜨면 날 심하게 다치게 할 거라고 그랬어요. 얼굴이 꼭 백짓장처럼 하얬고요. 그렇게 겁먹은 스캇은 처음봤어요.”
“또 다른 말은 없었니?”
“별로요. 학교에서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고 했고, 자기가 또 말썽을 부려서 나나 진, 베스를 다치게 하기 전에 빨리 떠야한다고 했어요. 아, 그러니까 프랭클린 씨랑 프랭클린 부부말이에요. 우린 그냥 이름으로 부르거든요.”
“괜찮다, 제프. 계속 이야기하렴.”

“그게 다예요. 스캇이 한 말이라고는 대개 ‘이걸 가져와’ 아니면 ‘저걸 가져와’ 뿐이었어요. 엄청 서두르더라고요. 사실 가위랑 테이프를 가져오라길래 좀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나중에 학교에서 무슨 일이 들었는지 알고 나니까 짐작이 갔어요. 아마 눈 때문이겠죠?”
“그럴 확률이 크지.”
그리고 그 순간, 폭스 멀더는 스캇이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공포에 질린 상태에서도, 소년은 실수로라도 다른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어떤 옷을 가져갔지?”
“네?”
“스캇이 어떤 옷을 가져갔냐고 묻는 거다. 두꺼운 옷, 아니면 여름 옷? 점퍼도 가지고 갔니?”
“그냥 티셔츠랑 청바지 같은 거요. 하지만 점퍼는 가지고 갔어요. 그리고 후드가 달린 빨간색 운동복도요. 팔에 구멍이 났는데도 그 바보 같은 옷을 좋아했더랬죠. ‘행운의 셔츠’래나 뭐래나.”

멀더는 자리에서 일어나 명함을 꺼낸 다음 뒷면에 핸드폰 번호를 휘갈겨 쓰고 제프에게 건네주었다.
“만약에 스캇이 집으로 돌아오면, 아주 잠시동안이라도 말이다, 나한테 전화해주렴. 나와 이야기할 마음이 있는 지 알아보고, 만약 그럴 생각이 없더라도 전화해 주겠니? 내가 스콧한테 나쁜 짓을 하려는 게 아닌 건, 너도 알지?”
스캇은 소년의 눈을 정면으로 들여다보며 눈빛으로 확신을 심어주려 했다.
“스캇한테, 화장실 벽을 고의로 그렇게 부순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고 전해주렴. 난 그 애를 도와주고 싶다. 그렇게 전해주겠니?”
제프는 멀더의 명함을 받아들고 앞쪽을 들여다보았다.
“알았어요. 그리고 나도 알아요. 스캇이 잘못한 게 아니라는 걸요.”

멀더는 방을 떠나 스컬리를 눈짓으로 불러낸 다음 프랭클린 부부에게 작별을 고했다.

“그래서요?”
두 사람이 차안에 자리를 잡자마자, 멀더가 물었다.
“뭘 알아냈어요?”

“스캇이 얼마나 좋은 애였는지를 알아냈죠. 별로 쓸모는 없겠지만 몇 부분 적어놓았어요. 나중에 한번 살펴보도록 해요, 멀더. 그래도 스캇이 왜 고아원에서 도망갔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어요. 당신은요?”
“어젯밤 파티 이후에 집에 왔었답니다. 제프가 짐을 싸주었대요. 공업용 테이프와 가위, 선글라스도 함께 말이죠. 그리고 어디론가 떠났다는군요.”

스컬리가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도 나한테는 항상 아이들은 질색이라고 말한단 말이에요, 멀더? 그건 그렇고, 테이프와 가위라뇨?”
“눈 때문에요. 눈을 계속 감고 있으려고 그러는 거죠. 아직도 이게 엉터리 사건으로 보이나요, 스컬리?”

스컬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후 멀더가 덧붙였다.
“내 생각엔 스캇이 가족들을 보호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도망간 거죠. 이 젊은 서머즈 친구의 사진은 구했어요?”
“20장은 되요.”
멀더가 웃었다.
 “그 중에 선글라스를 낀 사진은?”
그녀는 대답없이 멀더의 옆 얼굴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집으로 다시 돌아오지는 않겠군요. 대체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걸까요?”
“오하마로 돌아간 것 같아요. 길거리에서 혼자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장소로.”

스컬리는 의문을 제시하지 않았다. 엑스파일 사건을 맡기 전에 멀더는 FBI에서 프로파일러로 일하면서 범죄자들의 심리를 거의 본능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을 자랑했다. 문제는 멀더가 스캇 서머즈를 범죄자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는 그저 겁을 먹고 두려워하는 어린 소년에 불과했다. 멀더는 자신의 본능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기를 바랐다. 그는 다른 누구보다도 먼저 스캇 서머즈를 찾아내고 싶었다. 적어도 소년을 ‘잠재적인 무기’로 생각할지도 모르는 사람들보다 먼저.

그러나 소년을 찾기란 어려울 것이다. 멀더는 여기에 다음 달 월급을 걸 수도 있었다. 아무리 프랭클린 부부와 함께 4년이나 되는 시간을 보냈어도 스캇은 여전히 권위주의를 싫어하고, 게다가 지금은 공포에 질린 상태였다. 만일 누군가에게 연락을 취해온다면 아마도 제프일 가능성이 가장 클 것이다. 사실 멀더는 제프가 곧바로 자신에게 전화를 걸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다. 그러나 그러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지금 멀더가 바라는 것은 스콧이 제프와 함께 이야기를 좀 나누는 것이었다. 적어도 나중에 멀더가 스캇을 발견했을 때 자기 소개를 하는 도중 도망가지 않도록 말이다.

멀더는 스캇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이 사실에 대해 한치의 의심도 품지 않았다.

—계속_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