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트 왕가 최후의 왕인 앤 여왕과
영국 역사상 유이하게 여성으로서 왕궁 살림을 맡은
말버러 공작 부인, 애비게일 마샴의 이야기.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가긴 했는데도 재미있었다.
학창시절 찾아 보던 영국 왕조에 관한 영화들을 연상시키는 면도 있었는데
화면은 한층 업그레이드되었고
무엇보다 여왕을 중심으로 권력을 노리는 두 여자가 얽혀
레즈비언 + 왕궁 정치물이 되다보니
남성 왕을 중심으로 한 삼각관계보다 훨씬 스릴감이 뛰어나다.
소재 면에서 참신하기도 하고 – 왕들의 동성애를 다룬 영화가 그렇게 많을진대 여왕의 동성애가 안될 건 뭐람
내가 잘 모르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더더욱.
앤 여왕의 히스테릭함은 항상 언제 사고를 칠까 두근거리고
말버러 공작 부인이 성격은 물론 권력을 탐하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모든 게 매력적이라 나도 같이 흥분할 지경이었다.
(레이첼 언니 절 가져요! 승마복!! 아아악 언니 승마복!!!!!)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무도회 중간에 앤이 화를 내며 나와 복도에서 사라의 뺨을 때리는 장면.
그때 사라의 반응이 두 사람의 관계를 잘 보여줘서 좋았어.
하지만 아직도 마지막에 왜 그렇게 토끼를 크게 부각시켰는지 잘 모르겠군.
개인적으로는 애비게일 역시 그 수많은 토끼들과 같은 존재라는 의미라고 해석하고 있긴 하지만
그 연출은 너무….음 좀 기괴하잖아.
덧. 남자들, 특히 토리 당원들의 화장과 가발은 정말 ㅋㅋㅋㅋ 젠장.
난 영화가 시작하고 몇 장면이 지나간 뒤에야 분칠한 얼굴 속에서 니콜라스 홀트를 구분할 수 있었어. 아, 홀트도 이 영화에서 연기가 좋더라.
덧2. 영화 전체에 흩어져 있는 블랙 유머가 참으로 취향이었다.
같은 감독의 전작인 “더 랍스터”는 기대하고 봤는데도 별로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