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의 도움으로, 드디어 읽었습니다. 음양사…..회사 회식자리에 잠시 나가서 받아왔더니 일본어 번역 하시는 분이 책을 보시고 ‘이런 무협지를!!!!’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 [덕분에 한동안 화제가 무협지였다는..ㅠ.ㅠ] 으음, 과연 음양사가 ‘무협’의 분류에 들어갈 것인가 잠시 고민했습니다만…..확실히 동양식 환타지이긴 하니…-_-a
여하튼, 1권부터 5권을 내리 읽었습니다. 그 전에 영화와 만화를 모두 접했기 때문에 이야기가 상당히 익숙하더군요. 아쉽습니다. 역시 원작인 책을 먼저 봤으면 좋았을 텐데..하고 후회되는군요. 분위기 자체가 워낙 정적인데다 그 미묘한 말투가 마음에 듭니다. 특히 사건을 하나 생길 때마다 히로마사와 세이메이가 점잖은 실갱이를 벌이듯 ‘갈까?’ 하는 부분이 좋아요. ㅠ.ㅠ
책 앞부분에 헤이안 당시 일본 문화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해 놓은 것도 무척 좋습니다. 한층 무게를 실어주는군요. 내용 자체도 단순히 ‘퇴마록이야’라고 치부하기에는 그 묘사와 자료 조사 정도가 치밀하여 ‘시대극’, 이라는 느낌이 훨씬 강합니다. 특히 다다미[처음에는 사람 이름이 아니라 진짜 ‘다다미’를 말하는 줄 알았습니다…쿨럭]가 패배한 시 읊기 대회같은 경우는 마치 눈 앞에 그림이 그려지는 듯 하여 감탄했습니다. 이런 걸 역사수업 부교재로 삼는다면 점수가 상당히 올라갈텐데 말입니다…..
이런 걸 읽다보면 일본이 얼마나 귀신의 나라인지 실감이 됩니다. 그래도 우리나라의 귀신은 보통 ‘인간’이 주를 이루고 있고, 동물은 주로 ‘수호신’이 되는 경우가 많지요. 사람을 골탕먹여도 ‘장난’이 많고 자신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일본의 귀신은 ‘무섭습니다’. 심지어 인간이 스스로 귀신이 되기도 자처하는 이야기까지 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제가 읽은 일본의 추리소설들은 어딘가 ‘추리’라기보다는 ‘공포’의 이미지를 많이 담고 있었더랬지요. 재미있는 것은 그런 공포 속에 ‘관능’이 배어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라는 것입니다. 정말로 피와 섹스는 뗄레야 뗄 수 없는 모양입니다.
덧. 지나가다가 무심코, 우리나라 만화에서 고등학교 졸업식 날 여자애가 남자 선배에게 ‘단추를 떼어달라’고 말하는 부분을 봤습니다. …………….언제부터 상대방의 교복단추를 갖는 게 우리나라 학생들의 풍습이 된 겁니까? 제가 알기로는 원래 일본 만화에서나 등장하는 것들이었는데요. 일본만화를 하도 읽은 우리나라 애들이 진짜로 그걸 따라하기 시작한 겁니까, 아니면 역시 일본 만화를 보고 자란 작가 혼자의 착각입니까? 이거 심히, 걱정되는 일이 아닐 수 없군요. –;;
전 개인적으로 울 나라의 왕따 문제도 일본 만화의 영향력이 상당히 크다고 생각하는 인간이라서요. 문화의 침투라는 게 별게 아닙니다. -_-;;;
음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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