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보관물: 넷플릭스

“클로즈(2019)” – 넷플릭스

누미 라파스 주연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사설 경호원인 샘이 부친의 죽음으로 막대한 재산을 상속하게 된 조이를 경호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


어쩌다 예고편을 보게 되어서 저건 챙겨봐야지 했는데 때마침 올라온 걸 보게 되었다.

기본 스토리와 빠른 전개가 좋았어.
요즘 누미 라파스가 이런 액션 전문이 되어 가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도 약간 있는데
그래도 누미가 싸우는 건 좋다.
다른 평범한 영화들처럼 조이를 판에 박힌 철부지 아가씨로 그리는 게 아닐까 생각했으나 의외로 그런 상황에 처한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고, 덕분에 영화를 보는 내내 샘보다 조이에게 더 이입하게 된다. 그리고 그러다보니 19금이긴 해도 그 정도 등급을 받는 다른 액션 영화들에 비해 잔인한 장면이 덜한데도 불구하고(솔직히 다 보고 나니 이 등급이 나온 이유를 잘 모르겠다. 심지어 이 전에 내가 가장 최근에 본 게 건 극장판 “알리타: 배틀엔젤”이다 보니.) 실제 상황처럼 저도 모르게 온 몸에 힘이 들어가더라. 저 상황 자체가 그냥 영화로서 구경하고 있다는 느낌보다 훨씬 감정적으로 가까운 충격을 줘서. 조금 생각해보면 다소 슬픈 일이기도 하군.

요즘 쓸데없이 긴 영화들과는 반대로 러닝 타임이 겨우 1시간 30분 남짓. 시간을 10분 정도 더 늘리거나 사건을 하나쯤 더 집어넣어 넣거나 적어도 상대 회사가 어떻게 되었는지 마무리 장면이라도 넣어줬더라면 더 좋았을 걸 그랬다. 클리셰를 피해갈 거라고는 생각했으나 최종 악당에 대한 이야기가 스쳐 지나가는 수준이라 영화의 목적이 갑자기 확 죽어버린 느낌. 말하자면 영화의 마무리 때문에 샘에게 더 큰 초점이 맞춰지고 왠지 후속작을 노리는 게 아닌가 하는, 방향이 살짝 바뀌었다는 인상을 준다.

크게 가볍지는 않지만 밤중에 남은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영화였다.

덧. 인디라 언니 나오신다. 아이고 언니, 제가 언니의 얼굴을 정말 너무너무 사랑하여서 ㅠㅠㅠㅠ 어떻게 저런 얼굴에 저런 목 선을 가질 수 있지 아이고 언니. 

“킹덤(2019)” – 넷플릭스

잘 나왔다고 해서 보러갔는데 이거 재밌네요.

더빙으로 보라는 충고가 있어서 중국어 더빙, 한국어 자막으로 봤는데
정말 찰떡같이 맞아 떨어져서 더욱 재미있었습니다.
보는 도중 고유명사가 워낙 많은지라 번역이 궁금해져서
나중에 시간이 나면 한국어-영어 자막으로도 한번 볼까 합니다.

좀비영화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좋아하는 팬도 아닌데
요즘 나오는 좀비 영화들이 공포스러운 존재에 직면하여 무력감을 느낄 때 나타나는 인간군상을 주로 그리거나 기괴함 또는 폭력성과 관계된 스트레스 해소성이었다면
이 시리즈는 좀비가 상징하는 바가 뚜렷하게 달라서 그게 흥미로운 지점인데

최초감염자가 일국의 왕이고
왕의 희생자를 통해, 그리고 조씨 가문이 저지른 패악의 결과로 행동한 가장 밑바닥 민중들이
순식간에 전염되고
급기야는 “상놈들이 양반을 공격”한다 라는 흐름으로 가는 게 굉장히 참신합니다.
(저거랑 노마님의 신체발부 대사 나왔을 때 좋아 죽을 뻔 했어요.)
가장 밑(위치상으로도 왕국의 최북단에서 북쪽으로 점점 상승)에서부터
하나의 현상으로 나타나지만
사실 그 원인은 가장 꼭대기에 있고 그건 아무도 해결하려 하지 않고 해결되지도 않는 거죠.
무엇보다 배경을 15세기 조선으로 잡았는데 그 세계관을 확실히 백분 활용하고 있습니다.
세계관의 사회적 설정이 소재의 설정과 맞아 떨어질 때마다 쾌감이 느껴져요.

어떤 분들의 지적과 같이 아직 배두나의 역할이 너무 작아서 불만이고
중전마마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서 2시즌에서는 되려 아버지를 잡아먹을 수 있을만큼 성장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중전마마 얼굴 클로즈업 할 때마다 좋아 죽겠네요.

 

“오티스의 비밀상담소”(2019) (넷플릭스)

영국 채널4 제작 넷플릭스 드라마.
원제는 Sex Education(성교육)

성 상담사를 어머니로 둔 16세 오티스가
우연한 계기로 교내에서 헤프기로 유명한 메이브와 함께 친구들의 성/관계 상담을 시작하는 이야기.

19세 관람가이기도 하고
(사실 청소년이 대상인 이야기는 청소년들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첫 장면부터 꽤 수위가 세게 시작해서 또 이런 류의 코미디인가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1화부터 정말 정신없이 보기 시작해서 심지어 하루만에 다 끝냈어.
처음의 그 가벼운 분위기 – 아이들이 어른이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차마 털어놓지 못할 성과 관련된 이야기들 – 을 조금씩 끌어 올리더니
순식간에 우리 주위에 있는 심각한 주제로 이어지고
그러면서도 그 주제들을 결코 지나치게 무겁게 다루지도 않는다.
머릿속으로 이론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문제들로 던져주어 반론과 반론을 끄집어 내는 게 아니라
직접 경험하는 현실적인 상황들을, 결국은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임을 보여주고
결국 인간과 인간의 문제로 다가가는데

흥미로운 건 청소년과 청소년 – 청소년과 사회 – 청소년과 어른들(부모들)
그리고 어른들과 어른들의 세계까지 자연스럽게 확장된다는 것.
1화를 볼 때부터 오티스와 어머니의 관계에 대해 거의 아동학대 수준이잖아! 라고 울부짖었는데
그 갈등과 해결을 향해 찬찬히 풀어가고
초반에 친구 에릭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서도 약간은 우려스러웠는데
놀랍게도 가장 크고 높이 성장한 것도, 나를 가장 많이 울린 것도 에릭이었다.

그리고 릴리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죽는 줄 알았어. ㅋㅋㅋㅋ
아마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얼굴이라서 더욱 그랬을 수도 있고.

메이브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2시즌 빨리 나와줬으면 좋겠어.

덧. 오티스를 보고 쟤 되게 에이사 버터필드 닮았다, 했는데 본인이었고
어머니인 진 역할은 질리언 앤더슨. 뭐죠, 이 너무나도 설득력있는 캐스팅은.
덧2. 로그원에서 드레이븐 장군 역을 맡았던 알리스테어 아저씨가 나오는데, 아들 역이 정말 너무나도 빼어 닮아서 친부자인줄만 알았다.

“버드박스”(2018)

넷플릭스 오리지널.

몇 개 안 되긴 하지만 내가 본 넷플릭스 오리지널 중에서 제일 좋았다.

눈으로 목격하면 비정상적인 자살 충동을 느끼게하는 어떠한 존재가 세상을 휩쓸고
그 와중에 살아남으려는 사람들과,
아이를 데리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려는 여주인공의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되는데

이제껏 수없이 반복되고 변주된 미지의 공포, 봐서는 안 되는 것을 다루면서도
익숙하다거나 지루함 없이 끌어나가는 솜씨가 일품이고
산드라 블록의 연기도 굉장해.

게다가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묘하게 가식적이거나 인위적인 부분이 없다.
무슨 차이인지 모르겠어. 분명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는 설정들이고 평소 보던 위치를 맡은 구성원들인데도 이들의 행동방식은 누구라도 될 수 있는,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이 언제든 이 중 누구에게라도 이입할 수 있는 듯 보여서 – 정의롭다기보다 인간적이고 친절한 이들이고, 야비한 이들도 왜 그런 결론에 이르게 되었는지 이해가 가서 – 굉장히 환상적인 설정인데도 현실감이 있다. 시각적인 것의 현실감, 잔혹하거나 냉정하고 잔혹한 것이 곧 현실이다라고 외치는 것들이 실은 얼마나 원초적인지 새삼 깨닫게 되고.

바깥 세상을 알지 못하고, 심지어 바깥을 내다보지도 못하는 캄캄한 버드 박스.

원작 소설이 있다고 한다.
궁금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