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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세탁소” – 넷플릭스

요즘엔 사전정보를 찾아보는 게 귀찮아서 몇 줄의 영화 설명만 보고 클릭해서 보는 편인데,
이 세탁소가 ‘돈세탁’을 의미하는 거라는 건 영화가 시작되고 조금 지나서야 알았다.
난 메릴 스트립의 이른바 모험 영화인줄 알았지.

파나마 페이퍼스 사건을 바탕으로 한 원작 서적을 영화화 한 작품.
이 거대한 사기극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떤 사례들이 있고 어떻게 평범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대체 이런 사태의 원흉은 무엇인지
독특한 방식으로, 그러나 매우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난 이게 보시라이 스캔들까지 이어져 있는 줄은 몰랐어. 정말 어마어마하다.

소더버그 작품 답게 정말 온갖 얼굴아는 배우들이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메릴 스트립 분량이 저거밖에 안되는데 전면에 내세웠어?
라고 생각하지만 마지막 장면을 보고 조금은 납득.
거의 계몽용 선거운동 영화에 가까울 정도였다.

짧고 유익한 영화였다.

“우리가 사랑한 영화들” – 넷플릭스

모두 네 편.
8-90년대 사랑받았던 ‘더티 댄싱’ , ‘다이 하드’  , ‘고스트버스터즈’, ‘나홀로 집에’를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 “고스트버스터즈”만 빼고 정말 좋아하는 영화들이라 입을 벌리고 낄낄거리며 봤다.
[“고스트버스터즈”는 오히려 TV에서 해 준 애니메이션에 더 익숙한 세대라. 나중에 중학생 땐가 1편을 비디오로 빌려봤는데 그때즈음엔 어디가 재밌다는 건지 잘 모르겠더라고. 그건 그렇고 먹깨비를 슬라이머라고 번역하다니 이게 무슨 일입니까 번역가 양반. ㅠ.ㅠ ]

“더티댄싱”이 1편이라는 게 조금 신기했는데, 나는 이 영화를 재개봉때 수십번 돌려보며 재빨리 달려가 볼 정도로 사랑하지만  주변에서는 잘 만나보지 못했거든. 미국인들에게는 꽤 각별한 영화인가 생각했다. 제작, 각본이 전부 여성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고, 대형 스튜디오가 아닌 ‘배급사’에서 만든 작품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확실히 시리즈의 1편으로 선택할 정도로 흥미진진하고 드라마틱한 이야기였어.

“다이하드”를 다시 보고 싶어졌다.

4편이라는 게 아쉬울 정도였는데, ‘우리가 사랑한 토이들’이 재시청 목록에 떠 있는 걸 봤더니 벌써 3시즌까지 올라와 있더라. 그렇다는 건 이 시리즈도 다음 시즌이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이니 기다려보기로 했다.

“우리 사이 어쩌면” (2019)

넷플릭스 작.


나는 거친 말이나 자기 비하 류의 코미디를 좋아하지 않고
그런 점에서 넷플릭스에서 스탠딩 코미디를 몇 번 시도해봤다가 결국 포기했는데
엘리 웡도 그 중 한 사람이다.

다만 랜달 박과 아시아계 배우들끼리 로맨스 코미디를 찍는다는 점이 흥미로워서
예고편이 나올 때부터 궁금했는데
기대보다 훨씬 정통적인 로맨스물이 나왔다.

누구나 주연배우들의 외모를 보면 이게 평범한 로맨스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할 텐데
코미디 부분도, 로맨스 부분도 굉장히 정석적으로 풀어냈어.
키아누 리브스 출연 부분은 약간 과한 장면들이 있기는 했으나
배우들이 너무 즐거워하고 있는 게 보여서 다른 무엇보다 그 부분이 웃음 포인트.

아, 그리고 마커스의 음악은 생각보다 좋았고
특히 엔딩 크레딧은 정말 길이길이 남을 걸작이라고 생각한다. 낄낄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보다 더 즐거운 작품이었다.

덧. 그렇지만 랜달 씨, 아무리 그래도 김치찌개 먹을 때에는 밥이 필요하다는 걸 지적하지 않았단 말입니까. ㅠ.ㅠ

“FYRE: 꿈의 축제에서 악몽의 사기극으로” (2019) – 넷플릭스

밖에 안 나가니 요즘 넷플릭스 작품들만 보고 있는 것 같네.

나름 동시대 미국 문화를 따라잡자 싶어 처음에 “아메리칸 밈”을 틀었는데
화면을 보고 있는 내가 같이 바보가 되는 것 같아 중반을 넘기지 못하고 포기.
누군가 대신에 이 다큐를 보라고 추천해주었다.

저쪽 연예계에 관심이 없어 나는 전혀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심지어 누이마저 아는 걸 보니 꽤 떠들썩했던 사건인 모양이다. 이름깨나 있다는 사업가와 유명인사가 손을 잡고 ‘고급화’ 컨셉으로 음악 페스티벌을 준비하고 홍보했으나 실무는 전혀 신경쓰지 않은 채 입으로만 떠들었을 뿐이었고 결과적으로 페스티벌은 제대로 시작도 하지 못하고 하룻밤만에 취소되었으며, 고액 티켓을 산 피해자들은 기획자에게 역시 거액의 사기 및 피해 소송을 걸었다.

골자는 사실 어디서나 자주 봤던 평범한 이야기다. 무엇을 실제로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모른 채 이런 거 저런 거 하겠다고 머릿속에 공상만 잔뜩 하고 돈을 긁어 모았으나 당연한 귀결로 실패하게 되는 허황된 사업가 혹은 사기꾼의 이야기. 다만 이 사건은 관련 인물들 및 피해 규모가 상상 이상인데다 대대적으로 유명인사들을 홍보에 이용했는데, 그래서인지 메이도프의 사기행각이 떠오른다.

동시에 현대의 소셜 미디어가 얼마나 조작 및 선동에 손쉬운 플랫폼인지 짚어주는 것은 덤. 돈을 받고 이 행사를 홍보한 소위 인플루언서들은 피해자이며, 동시에 부분적인 가해자이기도 하다.

이 피상적인 작은 살아있는 사회에 대해서는 나도 아직 어떻게 판단을 내려야할지 모르겠다. 그 어떤 세상보다도 시끄럽고 북적거리는데 나 자신의 판단력을 성장시키지 않으면 안되는 곳이 되어 가고 있는 것 같고. 늘 발을 디딜 때마다 조심하려고 노력은 하는데 그러다보니 현실 사회보다 더한 스트레스가 쌓이기도 한단 말이지.

증언을 보다 보면 직장인들의 애환이 느껴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후회 없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