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제목이 말해주듯이, 네버랜드에 살고 있는 피터가 아니라 네버랜드를 찾아 나서는 배리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도움을 받았던 데이비스 가족들과의 우정(?)을 그린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는 극작가 배리가 사람들과 어떤 생활을 하고 있었고, 소년들과 그 어머니를 어떻게 만났으며, 그들과 어떤 애정과 우정을 나누었는지 조용히, 그러나 사랑스런 눈빛으로 따라간다. 그 와중에 그들은 서로의 과거를 알고, 서로의 현재를 이해하게 된다.
어린 소년들과의 놀이가 어떻게 피터 팬의 환상적인 모험으로 화하게 되었는지, 군데군데 환상과 현실을 섞어가며 배리의 시선을 보여주는 부분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리게 한다. 비록 ‘피터’라는 친구가 간혹 딴지를 걸기도 하지만, 어른은 환상을 믿고 싶어하고, 소년은 환상을 더 믿으려 들지 않는다. 결국 어른은 꿈을 꾸고, 꿈을 믿고, 꿈을 만들지만, 소년은? 어른이 되었다. 그럼 누가 어른이고, 누가 아이인거지? 내 경우에 비춰보아도, 이건 재미있는 변화다. 나는 어린시절 피터팬을 읽을 때, 박수를 치면 팅커가 살아날 수 있다는 대목을 읽고 비웃었다.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와서 보라면 데이비스 할머니처럼 제일 먼저 일어나 박수를 칠 지도 모른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제임스 배리라는 아저씨는 어른의 눈으로 볼 때 주위에 민폐만 잔뜩 끼치는 인간이다. 결혼생활의 파탄에는 아내 메리의 잘못도 있었다. 그러나 그의 잘못이 컸다. 그는 큰 아이 조지보다도 더 데이비스 부인을 보호할 능력이 없었다. 그는 ‘보호’보다는 ‘어울림’에 더 능력이 있던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옆에서 꿈을 꿀 때에만 사랑스러운 인간이다.
배리가 실비아를 사랑했을까? 나는 아니. -_-;;;; 라고 생각한다. 영화에서는 뭐라 그렸을 지 몰라도, 만약 사랑이 둘 사이에 존재했다 해도 아마 그것은 이기적인 사랑이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집착이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물론, 배리가 진짜 집착하고 있었던 대상은 데이비스 소년들이었을 것이다. 데이비스 부인은 소년과 배리를, 어른이자 다른 집안과 세계에 속한 배리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였을 뿐만 아니라 소년들에게도, 배리에게도 이상적인 어머니였다. 따라서 그것은 진실로 ‘사랑’이 아니라, 배리의 부인 메리가 말한대로 ‘뮤즈’에 대한 찬사에 가깝다.
그리고 물론, 조니 뎁은 그러한 역할에 너무나도 잘 어울려 기가 질릴 정도의 배우이다. 그는 수줍은 눈동자로 몽롱한 표정으로 안대를 두른 채 칼을 휘두른다. 에드 우드와 잭 스패로우와 에드워드가 한 자리에 모인 것 같다. 오랜만에 본 케이트 윈슬렛은[요즘 왜 이리 케이트가 많냐 –;;] 여전히 고전적인 얼굴과 몸짓을 지니고 있어 간혹 그림에서 튀어나온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다. 그녀라면 – 이 영화에서 딱 그 위치에 있었던 것처럼 – 관능과 성스러움이 함께하는 마리아나 성녀 역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더스틴 호프만씨, 오랜만에 뵈서 그런지 많이 늙었다. 그리고………귀여워졌다. –;; [미트 페어런츠 2를 봐야하나,이거.] 줄리 크리스티 씨의 미모는 여전하더군.
영화는 많은 부분 현실과 다르다. 데이비스 부인은 미망인이 아니었고, 피터팬의 모델은 피터가 아니라 마이클이었으며[아아, 극중의 마이클은 정말 귀엽다!], 배리의 이혼은 피터팬이 만들어진 지 몇년 뒤에 이루어졌다. 데이비스 집안에는 아들이 다섯이었고, 그들 중 셋이 비극적으로 죽었다. 전사[첫재 조지], 자살로 추정되는 익사[마이클], 그리고 자살[피터]
아름다운 영화이긴 하지만, 동시에 너무 신파조였다. 그나마 중반까지는 키득거리며 잘 보고 있었는데 마무리는 최악이었다. 아, 물론….그렇게 만들지 않으면 끝낼 방도가 없다는, 감독의 처지를 이해할만 하지만서도. 장례식 장면에서 분위기가 완전히 깨버렸다고 해야하나. 아쉬운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