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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an who Cried – 피아노 2

조니 뎁의 영화를 찾다가 발견한 녀석입니다. 사실 필모그래피에서 자주 제목을 보긴 했지만 국내 개봉이 안 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말이죠. 어느날 용산에 가니 조니 뎁 박스라는 녀석이 떡 하니 있는 겁니다. 거기다 제목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피아노 2’ -_-;;;; 대체 이 물건이 뭣이다냐 하고 들여다보니 원제 The man who cried더군요. 아무리 그래도그렇지 피아노 2가 뭡니까요………..ㅠ.ㅠ

조니뎁이 나오는 것은 알고 있었고, 크리스티나 리치가 나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만….케이트 블랑셰 님이 나오시는 줄은 영화를 틀어보고 알았습니다!!!!! ㅠ.ㅠ 캐스팅 하나만은 정말 호화롭더군요. 거기다 조니뎁+크리스티나 커플 무지 좋아하거든요. 문제는 그 두사람이 ‘연인’으로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까요. 크리스티나에 대한 선입견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영 성숙한 모습은 적응이 안 되서….-_-;;;;

영화를 본 느낌은……….으음, 뭐랄까……….단지 윌렘 데포씨가 나온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골랐던 ‘파빌리온의 여인들’을 보고 난 기분이 딱 이랬습니다. 스토리 자체는 무난합니다. 화면도 그럭저럭 봐줄만 하고요. 으음, 단지 뭐랄까……그 분위기와 연출이라는게…….그다지 추천하고 싶은 영화는 아닙니다. 크리스티나를 좋아하긴 하지만, 이건 좀 미스캐스팅이라는 느낌도 드는군요. 이 친구는 혼자있을 때는 예쁜데 워낙 다른 사람들과 조화를 못이루는 편이라서. 하지만 케이트 님의 연기는 꽤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 러시아 악센트도 좋아요.

조니 뎁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보셔도 괜찮을 겁니다. 제가 근래 본 영화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왔거든요. ㅠ.ㅠ [영화는 2000년 작] 대사는 거의 없고, 집시이기 때문에 악센트가 좀 강하며, 뺨에 희미한 상처자국이 있습니다. [꺄아아앗!!!!] 말을 다루는 솜씨가 일품인게 끝내줍니다. 어떻게 이렇게 인간이 아름다울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ㅠ.ㅠ


케이트 님과 크리스티나의 다정한 한 때. ^^* 키 차이가 엄청난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섹시하게 잘 큰 크리스티나. 저는 크리스의 저 외계인같은 표정이 좋습니다. >.<


소박한 케이트님입니다. 극중에서 가장 패션쇼를 즐겨하십니다만, 뭐든 정말 잘어울려요!!! 그 흰 피부에 금발머리, 푸른 눈에 새빨간 립스틱이 흔들거리는 몸과 어울리며 묘하게 천박한데도, 몸의 선 자체가 우아해서 그런 느낌이 상쇄됩니다. 인간의 몸이란 정말 예술이어요. ㅠ.ㅠ


아름다운 뎁씨………..ㅠ.ㅠ 엉엉엉엉엉엉, 죽을래요. 으아아아악!!!


음, 그런데 생각난 게 하나 있는데 말이죠……..


……………닮았어요. -_-;;;;;;;;;;;;; 물론 수염의 덕이 크겠지만, 영웅에서의 양조위 표정이 조니 뎁과 무척 닮았더군요, 젠장. 역시 취향은 속일 수 없나…ㅠ.ㅠ

네버랜드를 찾아서


이 영화는 제목이 말해주듯이, 네버랜드에 살고 있는 피터가 아니라 네버랜드를 찾아 나서는 배리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도움을 받았던 데이비스 가족들과의 우정(?)을 그린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는 극작가 배리가 사람들과 어떤 생활을 하고 있었고, 소년들과 그 어머니를 어떻게 만났으며, 그들과 어떤 애정과 우정을 나누었는지 조용히, 그러나 사랑스런 눈빛으로 따라간다. 그 와중에 그들은 서로의 과거를 알고, 서로의 현재를 이해하게 된다.

어린 소년들과의 놀이가 어떻게 피터 팬의 환상적인 모험으로 화하게 되었는지, 군데군데 환상과 현실을 섞어가며 배리의 시선을 보여주는 부분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리게 한다. 비록 ‘피터’라는 친구가 간혹 딴지를 걸기도 하지만, 어른은 환상을 믿고 싶어하고, 소년은 환상을 더 믿으려 들지 않는다. 결국 어른은 꿈을 꾸고, 꿈을 믿고, 꿈을 만들지만, 소년은? 어른이 되었다. 그럼 누가 어른이고, 누가 아이인거지? 내 경우에 비춰보아도, 이건 재미있는 변화다. 나는 어린시절 피터팬을 읽을 때, 박수를 치면 팅커가 살아날 수 있다는 대목을 읽고 비웃었다.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와서 보라면 데이비스 할머니처럼 제일 먼저 일어나 박수를 칠 지도 모른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제임스 배리라는 아저씨는 어른의 눈으로 볼 때 주위에 민폐만 잔뜩 끼치는 인간이다. 결혼생활의 파탄에는 아내 메리의 잘못도 있었다. 그러나 그의 잘못이 컸다. 그는 큰 아이 조지보다도 더 데이비스 부인을 보호할 능력이 없었다. 그는 ‘보호’보다는 ‘어울림’에 더 능력이 있던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옆에서 꿈을 꿀 때에만 사랑스러운 인간이다.

배리가 실비아를 사랑했을까? 나는 아니. -_-;;;; 라고 생각한다. 영화에서는 뭐라 그렸을 지 몰라도, 만약 사랑이 둘 사이에 존재했다 해도 아마 그것은 이기적인 사랑이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집착이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물론, 배리가 진짜 집착하고 있었던 대상은 데이비스 소년들이었을 것이다. 데이비스 부인은 소년과 배리를, 어른이자 다른 집안과 세계에 속한 배리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였을 뿐만 아니라 소년들에게도, 배리에게도 이상적인 어머니였다. 따라서 그것은 진실로 ‘사랑’이 아니라, 배리의 부인 메리가 말한대로 ‘뮤즈’에 대한 찬사에 가깝다.


그리고 물론, 조니 뎁은 그러한 역할에 너무나도 잘 어울려 기가 질릴 정도의 배우이다. 그는 수줍은 눈동자로 몽롱한 표정으로 안대를 두른 채 칼을 휘두른다. 에드 우드와 잭 스패로우와 에드워드가 한 자리에 모인 것 같다. 오랜만에 본 케이트 윈슬렛은[요즘 왜 이리 케이트가 많냐 –;;] 여전히 고전적인 얼굴과 몸짓을 지니고 있어 간혹 그림에서 튀어나온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다. 그녀라면 – 이 영화에서 딱 그 위치에 있었던 것처럼 – 관능과 성스러움이 함께하는 마리아나 성녀 역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더스틴 호프만씨, 오랜만에 뵈서 그런지 많이 늙었다. 그리고………귀여워졌다. –;; [미트 페어런츠 2를 봐야하나,이거.] 줄리 크리스티 씨의 미모는 여전하더군.

영화는 많은 부분 현실과 다르다. 데이비스 부인은 미망인이 아니었고, 피터팬의 모델은 피터가 아니라 마이클이었으며[아아, 극중의 마이클은 정말 귀엽다!], 배리의 이혼은 피터팬이 만들어진 지 몇년 뒤에 이루어졌다. 데이비스 집안에는 아들이 다섯이었고, 그들 중 셋이 비극적으로 죽었다. 전사[첫재 조지], 자살로 추정되는 익사[마이클], 그리고 자살[피터]

아름다운 영화이긴 하지만, 동시에 너무 신파조였다. 그나마 중반까지는 키득거리며 잘 보고 있었는데 마무리는 최악이었다. 아, 물론….그렇게 만들지 않으면 끝낼 방도가 없다는, 감독의 처지를 이해할만 하지만서도. 장례식 장면에서 분위기가 완전히 깨버렸다고 해야하나. 아쉬운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