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크 스카이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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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잃고, 오른손을 잃고, 추억을 잃고, 진실을 잃고, 아버지를 찾았다. 그것은 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완전히 포용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하나씩, 하나씩 사라진 것들을 다시 되찾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일을 시도한다. 어린아이였던 자신은 죽었고, 자신이 알던 아버지도 죽었고, 눈앞에 놓인 것은 더 이상 모험으로 가득 찬 꿈이 아니라 현실이다.
육체를 물려주었던 아버지가 다시 앗아간 손을 기계로 대치하고,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가 물려주었다던 라이트세이버 대신에 새로운 손으로 새로운 무기를 직접 제작하고, 아버지가 빼앗아간 친구를 자신의 힘으로 찾으러 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버지라는 그 존재를 자신에 맞춰 변형시키기 위해, 혹은 취하고 물려받을 부분을 확실히 하기 위해 그와 맞서러 간다.
앞으로는 어떤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더 이상 크게 놀라지 않을 정도로 [요다, 벤과의 대화를 생각해보라]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그는 검을 맞댄 아버지보다도 훨씬 어른스러운 눈빛, 슬픈 목소리를 지니고 있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의 야망을 위해 누군가에게 끌려다닌 아버지보다도 훨씬 먼저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개척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아버지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보고 겪었으며, 훨씬 많은 사람들을 만나 배워왔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는 아버지로부터 벗어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으며 [검은 제다이복, 기계손] 따라서 벗어나기보다 오히려 커다란 블랙홀처럼 아버지를 흡수하기를 원한다. 아나킨이 ‘배재’와 ‘독단’의 길을 걸었다면, 아들은 ‘포용’과 ‘흡수’의 길을 걸었다. 아버지가 ‘반항’과 ‘대립’의 길을 걸었다면, 루크는 ‘이해’와 ‘공존’을 택했다.
그리고 본래 그러한 길이란 많은 것을 포기해야하는 법이므로, 그는 슬프다. 새 것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헌 것을 파괴해야 하는 법이며[아버지가 그러했던 것처럼]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음은 물론 그것을 직접 행해야 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기에 슬프다. 단순해 보이는 세상이 결코 단순하지 않으며 진실은 사실 숨겨져 있다는 것을 이미 깨달은 후이기에, 그는 슬프다.
세상물정 모르고 순해 빠진 소년도, 약간은 건방진 장난꾸러기도, 그리고 자존심과 자아에 상처입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청년도 좋지만, 모든 것을 알아버린 그가 좋다. 체념해야 할 것을 체념하고 찾아야 할 것을 찾으러 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