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스(Goth)
개인적으로는 지난번의 “ZOO”보다 좋았습니다. 일단 이런 식의 연작을 좋아하기도 하거니와 단순한 스릴러를 떠나 경쾌한 [이렇게 표현해서는 안 될 것 같지만] 추리물의 요소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건 그렇고, 이 작품의 주인공이 남자 고등학생이라는 점을 떠나서라도, “Zoo”에서도 그렇고 이 작가는 어딘가 아직 어리고 미성숙한 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딘가 어설픈데, 그게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서 어디라고 꼭 짚어 말하기가 힘들군요. 음, 잘 쓰인 라이트노벨과 유사한 느낌이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항상 유머가 섞여 있어서 일단은 호감을 품고 있습니다.
이야기 자체는 뒤로 갈수록, 캐릭터에 익숙해질수록 좋아집니다. 제일 마지막 이야기는 워낙 깔린 게 많아 소년의 정체를 짐작하기가 너무 쉬운 데다 절정이라는 의미에서 감정을 고조시키려 했지만 전혀 감성적이 아니라는 점에서 실수였다는 느낌이 듭니다만.
2.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
….잔인성으로 친다면 “Goth”보다 이 녀석이 판금조치 당해야 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이 사람이 좀더 위험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에요.
이 녀석은 Goth와는 조금 반대로, 중반까지는 매우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으나 [“오퍼런트의 초상” 전까지는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그 이후로 내리막길을 걷습니다. 제목을 따온 “유니머설 횡메르카토르 지도~”는 그나마 뒷쪽에선 괜찮았지만, 역시 제일 마지막 작품은 제 취향이 아니군요. 단순한 잔인성 때문이 아닙니다. 작품의 의도가 너무 노골적이라 그렇습니다. 언어 낭비예요.
특히 “이퀼리브리엄”과 “지옥의 묵시록”을 연상시키는 단편들은 – 누구나 알아차릴 정도로 노골적이지만 – 오마주라고 부르기가 좀 그렇군요. 게다가 독창성도 부족해요.
3. 어두워지면 일어나라
뱀파이어와 변신인간과 초능력자가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배경은 상당히 취향이고, 수키 같은 여주인공도 상당히 취향입니다. 빌도 나쁘지 않은 뱀파이어에요. 적당히 구식이고, 적당히 상투적이거든요. 수키의 말투도 꽤 경쾌하고 책장이 휘리릭 넘어가는 속도도 좋습니다.
…………만, 역시 제 가장 큰 문제는 로맨스가 아닌가 합니다. 로맨스 소설치고는[물론 모든 뱀파이어 이야기는 로맨스입니다만] 나름 초자연적인 부분과 로맨스 부분을 상당히 잘 배치했는데 그래도 제게는 로맨스가 과합니다. 연애 소설로 넘어가면서부터 수키의 자의식이 삐그덕거리는데, 전 그나마 호의를 품었던 여주인공의 그런 작태는 용서할 수가 없거든요. -_-;;;; 어쩌면 초반부터 샘을 지지했던 개인적인 이유도 있겠습니다만. ^^*
매우 강력하고 예쁘고 멋지고 사랑스러운 뱀파이어 누님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 한 뒷 내용이 궁금할 일은 별로 없을 듯 합니다.
4. 세계대전 Z
이 녀석 역시, 참신함은 많이 부족합니다만 나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매우 전형적인 좀비 영화, 아니, 좀비 게임을 본듯한 느낌입니다. 장 마다 주인공이 바뀌다 뿐이지 게임의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거든요.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영화감독의 증언이었습니다. 아, 그 부분은 정말 처절하면서도 유머가 철철 흘러넘치더군요.
이 책에서 주목해야할 것은 이런 식의 다양한 관점인데, 그게 생각보다 많이 다양하지가 않습니다. ‘보고서’라 그런지 어찌보면 조금 겹치는 것도 있고, 좀 더 많은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봤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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