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두 사람은 이런 구도죠! 스컬리의 눈빛을 보십시오!
결론만 말하자면, 극장판 1편보다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사실 “극장판”이라기보다는 “TV영화”에 더 잘 어울릴만한 녀석이지만요. 매우 엑스파일적인 에피소드지만 동시에 미스터리나 사건의 강도가 극장에서 보기에는 좀 약한 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10년 뒤 이 두 사람의 모습을 정말 제대로 그려냈다는 게 마음에 듭니다. 이 두 사람이라면 진짜 저렇게 살고도 남아요. [멀더는 지난 10년 동안 심심해서 어떻게 살았을까요. ㅠ.ㅠ] 이번 “에피소드”는 멀더보다는 스컬리를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심리적인 면에서 훨씬 복잡하고 섬세하게 그려졌어요. [하긴, 그게 스컬리죠. 바보 멀더는 원래 그렇게 그릴 수가 없는 캐릭터라…-_-;;]
오늘도 티격태격. 하지만 역시, “오늘도 멀더의 뒤치닥거리를 해야 하는 불쌍한 스컬리이…ㅠ.ㅠ”
기본적인 개요 역시 TV판과 동일합니다. 말하자면,
“혼자서 ‘난 믿고 싶어요’라면서 설치다가 이런저런그런 사고 다 치고 결국 나쁜 놈들한테 잡혀가서 위기일발이 된 멀더와,
혼자 맘고생이란 고생은 다하고 실종된 멀더 찾아 돌아다니다 결국 죽을 뻔한 멀더 살려내서 질질질 끌고 나오는 스컬리와,
스컬리가 “멀더가 위험해요!”라고 하니까 한달음에 워싱턴에서 달려와서 두 사람 엉덩이 구해주는 스키너 부국장님”[결국 승진은 못하셨겠죠?]
되겠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너무 정겹습니다. 과거는 과거, 주름살과 지나간 세월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이젠 되돌아갈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추억이라는 추억은 있는 대로 자극하고 캐릭터성은 잃지 않았어요. [스컬리는 억지로라도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고, 멀더는 과거로 돌아가려고 하죠.]
한 마디로 사건 자체의 익숙한 싱거움[사실 중심 사건이 어디선가 본 듯한 이야기더군요]을 떠나 “엑스 파일: 나는 믿고 싶다”는 “옛 팬들을 위한 훌륭한 선물’입니다.
1. 처음 영화가 시작할 때 엑스파일 음악이 흘러나온 순간 박수라도 쳐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역시 극장은 조용했습니다. 팬들과 같이 봤어야 했는데. ㅜ.ㅠ 게다가 해바라기 씨와 천정의 연필들까지 정말로 친절하게 보여주는데, 왜 크게 웃는 사람들이 없는 거예요!!!
특히 스키너 아빠한테 응석부리는 멀더 아가는 손가락질을 하면서 “하하하!!!” 비웃어줘야 한단 말입니다!! 아흐윽. ㅠ.ㅠ [여기서 웃음 참느라 진짜 죽을 뻔 했습니다. 크흑. 정말 가슴 따스한 장면이었어요. 아으, 이 기분은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ㅠ.ㅠ 얼굴에 절로 미소가 피어오르면서 하우우우우우우, 하는 신음소리가 나오는데 정말!!]
2. 멀더의 이죽거리는 유머감각이 살아있다고 좋아했는데, 뒤로 갈수록 영 심각해져서리 약간 실망스럽더군요.
3. ………제발, 둘이서 이런 저런 그런 장면 좀 자제요…ㅠ.ㅠ 옛 팬으로서 두 사람이 포옹하는 거야 정겹지만 찐하게 입술을 맞댄다거나 한 이불 밑에 들어있는 걸 보면 너무 민망해서 죽을 것 같습니다. 아놔, 이런 장면은 “딸랑딸랑” 종을 울려대는 검열관을 불러와 과감히 잘라버려야 해요!!!!
틀림없이 의도는 팬 서비스였겠지만…이건 팬을 두번 죽이는 길이지 말입니다.
4. 어…..그러니까 그 동안 스컬리가 의사로 근무하면서 멀더 먹여 살린 거 맞죠? -_-;;;; 그런데 떠나긴 어딜 떠나 이 인간아. 틀림없이 여행간 뒤에도 스컬리한테 빌붙어 살았을거야. -_-;;; [어, 그건 그렇고 혹시 오해하실까봐, 이건 애증입니다요.]
5. 듀코브니 씨의 기럭지는 여전하지 말입니다!!!! 정우성처럼 늘씬하지는 않아도, 코트자락 휘날리며 걷는 것만으로도 훌륭하지 말입니다!!!! 게다가 눈발이 휘날리는 설원에서 서 있는 다리 길이가 사람 혼을 빼놓지 말입니다!!!!
더구나 주름살 제대로 박힌 통통한 중년이라고요!!! 꺄앙 >.<
6. 생각보다 익숙한 배우들의 얼굴이 많이 보이더군요. 휘트니 팀장도 그렇고, 병원 신부님도 그렇고. 조셉 신부님도 그렇고요.
7. 이 사람들, 무지 즐겁게 영화 찍었을 것 같지 않습니까?
덧. 그러고보니 나 엑스파일 음반 나오는 대로 다 샀었는데, 둘 다 어디갔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