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미!! 이 형님은 제다이가 되기로 결심했다!!! 루마니아엔 진짜 제다이 아카데미가 있대!!! 광검도 공짜로 지급해주고!! 그거 갖고 다니면 여자들한테 인기 짱이래!!!”
“근데 형 비행기 못타잖아.”
2.
“새미!! 이거 봤냐? 영국엔 제다이교 신자가 20만 명이나 된대! 너 거기 가서 네 구토약 손 능력 한 번만 보여주면 평생 마스터 대접 받으면서 떵떵 거리고 살 수 있어!”
“….시스교 신자는 몇 명이래?”
3.
딘이 임팔라의 엉덩이에 범퍼 스티커를 붙였다.
“Yoda School of Grammar Graduate, I Am!” (졸업했다, 나는, 마스터 요다의 문법학교를!)
샘은 딘의 엉덩이에 범퍼 스티커를 붙였다.
“Jerk!”
4.
“네가, 네가 감히 우리 둘을 갈라 놓았어!!! 이게 다 너 때문이야!!”
샘이 쓰러져 있는 딘을 껴안은 채 노란 눈을 빛내며 루비를 향해 절규했다.
“응? 쟤가 파드메야? 내가 아니라?”
루비가 황당한 표정으로 크립키 황제를 돌아보며 물었다.
덧. 생각해보면 수뇌 이 인간들 시작은 클래식 3부작이었는데 4시즌 가면서 점점 프리퀄로 가고 있어요. -_-;; 그런 건 안 따라가도 되는데, 끄응.
그러고보니 우리엘은 윈두랑 판박이구나. 딘은 파드메와 오비완이 섞여 있고, 파파존은 콰이곤에 가깝고, 카스티엘은 오비완과 요다와…제길. 중병 도졌다. ㅠ.ㅠ
근데 진짜로 윈체스터 형제를 EU의 제이나와 제이센에 비유하면…테넬한테 루비 대입하면….와, 이거 진짜 대박. ㅠ.ㅠ
태그 보관물: 팬픽
[SuPerNatural] 형제
사춘기란 끔찍한 시기다. 소년 자신에게도,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지시에 따라 이제야 겨우 익숙해진 학교를 내일 당장 그만두고 짐 목사님 댁으로 옮겨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열세 살의 샘 윈체스터는 발정기에 접어든 늑대인간 못지않게 불쾌한 소리로 찡찡거리며 온갖 불평과 짜증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10분 뒤,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짐을 싸고 있던 딘 윈체스터가 드디어 폭발했다.
“야, 이 씨발년아. 제발 그 주둥아리 좀 닥치지 못해? 네가 무슨 오뉴월에 머리 풀어헤치고 속옷 바람으로 뛰어다니는 광년이냐? 아니, 네 입에서 한 마디라도 더 듣느니 차라리 광년이랑 한 방을 쓰겠다. 이거 뭐 사내자식인지 불알 떨어진 고자놈인지 계집년인지 입만 열면 하루 종일 불평불만에 이거 싫어 저거 싫어 쫑알쫑알 징징징. 바람맞은 미친년도 아니고. 제발, 새미, 제발 한 번만이라도 그 잘나빠진 밥구멍 좀 다물고 시키는 대로 하면 안 되냐? 응? 지금 당장 그 아가리에 지퍼를 채우지 않으면 내가 친히 그 안에 암염탄을 채우고 내 장화를, 그것도 두 짝 다, 안에 일주일 묵은 양말을 쳐넣은 채로 쑤셔 박아줄 테니 좋은 말로 할 때 그만 두는 게 좋을 거다, 알았냐? 알아들었으면 닥쳐, 닥쳐, 제발 좀 닥치라고!!”
샘은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욕설의 향연에 할 말을 잃었다. 딘은 머저리처럼 입을 휑하니 벌리고 서 있는 샘을 무시한 채 다시 옷을 개기 시작했다.
“씨발년.”
딘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들으라는 듯이 중얼거렸다. 딘 윈체스터는 또래들보다 입이 험한 편에 속하긴 했지만 어린 동생에게 장난스레 던지는 욕설에는 늘 자그마한 애정의 기미가 남아있었다. 샘이 눈가에 눈물을 달 때마다 계집애라고 놀리긴 해도 그것은 욕이라기보다 애칭에 불과했다. 그래서 딘의 어조에서 이제껏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격렬한 분노를 접했을 때, 샘은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느꼈다.
그러나 샘 윈체스터는 딘 윈체스터의 동생이었다.
몇 초 후, 부당한 욕을 얻어먹었다는 억울함이 소년의 감정에 호소하기 시작했다. 전신의 뼈마디가 뜨끈하게 저려오면서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질 정도로 화가 치밀었다. 마침내 샘은 주체할 수 없는 분노에 온 몸을 부르르 떨며 새빨개진 얼굴로 소리쳤다.
“이, 이, 머…멍청아!”
순간 방 안에 정적이 감돌았다. 깜짝 놀란 딘이 손을 멈추더니 잠시 후 어깨를 부들거리기 시작했다. 샘은 반항적인 자세로 두 다리를 벌리고 선 채 숨을 씩씩거리며 형을 노려보았다.
영원과도 같은 시간이 흘렀다.
“어, 그래, 내가 멍청이 할 테니 넌 씨발년 해라. 맙소사.”
딘이 한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목구멍 사이로 새어 나오는 웃음소리를 막기 위해 최대한 쥐어짜는 목소리로 말했다. 샘은 딘의 상태를 눈치 채지 못한 채 아직도 양 주먹을 꼭 쥐고 도끼눈을 뜨고 있었다.
“잔말 말고 짐이나 싸, 임마.”
딘이 한층 누그러진 목소리로 샘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그로부터 두달 뒤, 아버지가 목사관으로 형제를 찾아왔을 때에야 비로소 샘은 그 동안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끝
+++
바로 그 단어들의 유래.
[SuPerNatural] Return (完)
수퍼내추럴 팬픽 Return 마지막 편입니다.
드디어!
왠지 샘에게 죄책감이 좀 듭니다만. -_-;;
* 아시다시피, 4시즌 2화와 3화 사이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M_ [SPN] Return (完)| less.. |샘은 운동장 스탠드에 앉아 연습중인 육상부 학생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늘은 높았고 가을바람은 상쾌했다. 젊다 못해 아직은 덜 영근 근육들이 이곳저곳에서 꿈틀거렸다. 이곳에서는 아무런 갈등도, 어둠도, 악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곳은 별천지였다.
그는 운동장 한 가운데에서 연습 중인 숀을 발견했다. 햇빛 아래서 밝게 빛나는 소년의 모랫빛 머리카락은 어디서든 금방 눈에 띌 것 같았다. 고개를 끄덕이며 오래도록 코치와 이야기를 나누던 숀이 마침내 자신의 키를 훌쩍 뛰어넘는 장대를 쥐고 도움닫기 준비 자세를 취했다.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바람을 가르며 소년이 달린다. 힘찬 두 다리가 크게 공중을 내어닫고 마침내 중력을 박차고 뛰어 오른다. 그렇게 움직이는 사람의 몸에는 가히 아름답다는 이름을 붙여도 좋겠다고 샘은 생각했다. 가느다란 막대가 지면에 우뚝 서자 유연한 몸이 활처럼 휘며 가로대 위를 날았다.
그러나 그의 발꿈치는 그를 더 높이 올려 보내길 거부했다. 숀이 의식적으로 재빨리 다리를 걷어 올렸지만, 이미 한쪽 지지대에서 이탈한 가로대는 덜컹거리며 바닥으로 추락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처음에 샘은 자신이 무엇을 보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햇빛이 반사되어 반짝였다고 생각했다. 손등으로 가리개를 만들어 올려다보던 샘은 고정대를 벗어난 가로대의 한쪽 끝이 마치 필름을 거꾸로 돌린 듯 위쪽으로 급격하게 튕겨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숀이 안전하게 매트 위로 떨어졌다. 가로대는 충격에 흔들거렸지만 떨어지지 않았다. 숀이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의기양양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나 샘은 웃을 수 없었다. 그는 딘의 말을 떠올렸다. 숀의 형 미치가 죽었고, 양부가 죽었고, 미치는 숀의 삼촌을 죽였고, 렉스를 죽였고, 짐을 죽였고, 편의점 아저씨를 죽였고, 앞으로 또 누구를 해칠지 모른다. 이제 그는 거기에 더해 급격히 향상되기 시작한 숀의 높이뛰기 기록이 그의 힘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말해주어야 했다.
어쩌면 하나쯤은 굳이 밝힐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무 것도 알려주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어쩌면 그냥 저렇게, 아무 것도 모른 채 평범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좋은지도 모른다. 소년은 어렸을 때 헤어진 형의 추억 따위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자라면서 금세 잊어버릴 것이다. 자신을 부둥켜안고 울던, 어른들을 향해 고함치던, 추운 밤 한 이불 안에서 껴안고 함께 발장난을 치던 누군가 따위. 누군가가 자신을 돌봐주었고, 자신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사실 따위.
숀은 샘이 아니니까.
샘은 깍지 낀 두 손을 이마에 갖다 대고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므로 딘도, 아무 것도 몰라도 될 것이다. 하나쯤은 굳이 밝힐 필요가 없을 것이다.
딘과 함께 만났던 셰릴이 숀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소녀는 숀에게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하더니 샘을 돌아보며 손으로 가리켜보였다. 숀이 눈을 찡그리며 샘을 바라보았다. 샘은 고개를 들었다. 숀이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샘은 자리에서 일어나 스탠드 아래로 천천히 걸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소년을 본 것은 그 때였다. 숀보다 몇 살 많아 보이지도 않는, 어지럽게 헝클어진 어두운 금발에 지저분한 얼굴과 어울리지 않는 새파란 눈동자를 지닌 소년이었다. 미치는 꼬깃꼬깃한 점퍼에 두 손을 찔러 넣은 채, 아무런 무게감도 느껴지지 않는 가벼운 걸음걸이로 다가오더니 샘을 마주보고 똑바로 섰다.
샘은 그렇게 지친 눈동자를 본 적이 없었다. 그가 만난 지상에 묶인 영혼들은 모두들 분노에 가득 차 있거나, 광기에 번들거리거나, 텅 비어있거나, 장난꾸러기 어린아이 같은 유혹적인 눈매를 하고 있었다. 미치는 달랐다. 그는 삶에, 아니 죽음에 지친 눈을 하고 있었다.
“딘은 잘못 알고 있어. 숀을 위해서가 아냐.”
샘은 미치의 표정 없는 얼굴에 대고 조용히 말했다.
“너를 위해서야, 미치. 아무도 모르는 너를 숀에게 알려주고 싶은 거야.”
미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악수를 청하듯 자연스럽게 한 손을 쑥 내밀었을 뿐이다. 샘은 미치의 손이 자신의 가슴을 뚫고 들어오는 모습을 보며 멍하니 생각했다. 이렇게 쉽게, 다른 사람의 가슴에, 마음에, 심장에 손이 닿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원하는 사람의 마음을, 욕망하는 사람의 심장을, 아무런 장애도 없이 이렇게 한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샘의 심장이 수축했다. 미치가 손을 비틀었다. 샘은 비명을 지를 듯이 입을 벌렸다. 갑작스런 들숨으로 부푼 가슴이 통나무처럼 빳빳하게 굳었다. 샘의 팔다리가 파드락거리며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누군가 옆에서 새된 비명을 질렀다. 당황한 발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미치의 어깨 너머로 놀란 눈을 하고 얼어붙은 숀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샘의 심장근육이 점점 죄어오는 손아귀 위로 부풀어 오르려고 비명을 지르며 발악했다.
“샘!”
멀리서 누군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가 심장을 더욱 아프게 옥죄어 온다고 샘은 생각했다.
샘은 운동장 스탠드에 앉아 연습 중인 육상부 학생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도 날씨는 쾌청했고, 잔뜩 기합이 들어간 구호 소리와 고함들이 운동장을 가로질러 들려왔다. 간혹 며칠 전에 있었던 사건을 기억하는 친절한 학부모나 학생들이 샘에게 다가와 몸은 괜찮느냐고 물어보면 샘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젠 괜찮아요. 그리곤 다시 연습 중인 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숀은 오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첫 시도에서 그는 가로대를 뛰어넘지도 못하고 처참하게 추락했다. 두 번째 시도에서는 엉덩이에 걸려 실패했다. 세 번째 시도에서는 가로대에 어깨를 부딪쳤다. 소년은 쓰러지고 좌절하고 화를 냈다. 짜증을 내며 장대를 내팽개쳤다가 다시 터벅터벅 걸어가 힘을 주어 끌어 당겼다. 소년은 다시 준비 자세로 들어갔다.
***
“이해할 수 없어.”
침대 위에 지친 몸을 접어 기댄 채, 샘은 나지막이 혼잣말처럼 읊조렸다.
“난 도와주고 싶었을 뿐이야. 숀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았다고.”
반대쪽 침대 위 한 가득 부품을 늘어놓고 총을 닦고 있던 딘이 코웃음을 쳤다.
“사냥을 하려는 것도 아니었고, 단지 숀에게 미치가 여기 와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던 것뿐이야. 왜 나를 공격했는지 난 도무지 이해가 안 가.”
“난 할 수 있어.”
샘은 고개를 돌려 딘을 바라보았다. 딘은 기름 먹인 천을 든 손을 멈추고 샘을 쳐다보고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짧게 마주쳤다. 딘이 눈가를 누그러뜨리며 피식 웃었다. 샘은 어디선가 저렇게 지친 눈빛을 본 적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너는 천생 동생인 거야, 새미.”
딘은 고개를 숙이고 다시 총을 닦는 일로 돌아갔다. 더 이상의 설명은 없었다. 샘도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딘과는 달리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샘은 딘의 가슴에, 심장 위에 손을 올릴 수 있다면 그도 딘처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의 머릿속에서도 상상 속에서도, 손가락은 전처럼 움직여주지 않았다. 아무리 용을 써 봐도 까딱도 하지 않았다. 샘은 침대 맡에 등을 기대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
숀은 아홉 번째 시도에서 가로대를 뛰어 넘었다. 소년은 매트 위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신나는 덤블링으로 자신의 성공을 자축했다. 장대를 주워들고 운동장 구석에서 까르르 웃고 있는 린다를 향해 뛰어갔다.
샘은 멍하니 땀방울에 젖어 빛나는 소년을 바라보았다. 품속에서 전화기가 울렸다. 누군지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샘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5분 뒤, 다시 전화기가 울렸다. 샘은 액정을 들여다보았다. 루비였다.
샘은 두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 끝
+++
여기까지 읽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마지막이라 좀 서두른 감이 있어서 템포가 지나치게 빠르군요.
그건 그렇고 수뇌가 정말 기록 여러개 깨네요. 스타워즈 때도 안하던 짓을. ㅠ,ㅠ
[하지만 루크, 당신은 내게 있어 언제나 일순위!!!]
이제 재방까지 일주일 남았습니다. 그동안 알차게 충전했으니 슬슬 준비해야겠어요. ^^*
_M#]
[SuPerNatural] Return (5)
수퍼내추럴 팬픽 “Return” 5번째입니다.
아마도 다음편이 짧지만 마지막이 될 것 같군요.
그런데 뭔가…애들 성격이 걷잡을 수 없이 변하고 있어요, 끄응. 역시 길어지면 이런 문제가. -_-;;
어, 저를 원망하시면 안 됩니다. 비록 AU긴 하지만 [전 기본적으로 모든 슬래쉬 팬픽은 AU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4시즌 2화와 3화 사이라 해피엔딩따윈 애초에 없다고요. ㅠ.ㅠ
[#M_ [SPN] Return (5) | less.. |숀 애들러는 네 살 때 브래들리 집안에 입양되었다. 버려진 아이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들이 작고 허름한 국도변 모텔에 들이닥쳤을 때, 숀의 나이는 세 살이었다. 그리고 문앞에서 경찰들을 맞이한 것은 작은 동생의 손을 꼭 붙들고 선 여덟 살 난 마이클 애들러였다.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경찰의 추궁에 모텔 직원은 한 남자가 아이들을 데리고 왔고 일주일 전부터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부모님은 어디 있느냐는 경찰의 물음에 마이클은 대화를 거부했다. 소년이 자진하여 입 밖에 내는 말은 단 두 문장 뿐이었다. “아빠가 데리러 올 거예요”와, “숀은 어디 있나요?”
아버지는 나타나지 않았고, 형제는 보호소에 맡겨졌다. 마이클이 세 살 난 어린 동생을 데리고 도망치려다 세 번째로 붙잡혔을 때, 아동복지국 직원들은 형제를 떨어뜨려놓는 것이 두 아이의 복지와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들은 복지국 직원의 팔과 다리를 물어뜯는 마이클의 사지를 붙잡고 바닥에 내동댕이쳐야 했다.
숀 애들러는 네 살 때 숀 브래들리가 되었다. 마이클 애들러는 열여섯 살이 될 때까지 고아원과 양육가정을 전전했다. 사소한 사건으로 소년원에 잠시 들어가긴 했지만 마이클은 기본적으로 머리가 좋았고, 특히 컴퓨터를 다루는 능력이 뛰어난 아이였다. 열여섯 살 생일이 지나고 얼마 후 마이클은 수많은 다른 고아들처럼 거리로 사라졌다.
일 년 뒤, 소년은 교외의 한적한 도로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수사 결과 경찰은 마이클이 한밤중에 불빛 하나 없는 어두운 도로를 홀로 걷고 있었고, 뒤늦게야 그를 발견한 자동차 운전자가 급히 핸들을 꺾었지만 때는 이미 늦어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무고한 운전자 또한 불운을 비켜가지 못했다. 경찰은 도로 옆 수풀에서 아름드리 나무를 들이받은 자동차와 운전자를 발견했다. 운전자의 이름은 카일 브래들리였다.
앨리스 브래들리는 남편의 생명을 앗아간 불쌍한 고아 소년을 동정했다. 숀 브래들리는 아빠를 빼앗아간 정체모를 누군가를 증오했다. 지문 조회를 통해 신원이 밝혀진 마이클 애들러의 시신과 그가 지니고 있던 소지품은 화장되었다. 그 중에는 브래들리 가족이 살고 있던 마을의 지도와 전화번호 목록이 포함되어 있었다.
윈체스터 형제는 경찰 보고서를 앞에 두고 한참 동안 침묵 속에 앉아 있었다. 마침내 딘이 의자에서 일어나 재킷을 집어 들고는 잠시 나갔다 오겠다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을 때, 샘은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형.”
“왜?”
등 뒤에서 들려오는 나지막한 목소리에 딘이 돌아보았다. 샘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딘은 축 처진 샘의 얼굴을 바라보다 다시 몸을 돌렸다.
“금방이면 돼.”
한 시간쯤 뒤 딘이 모텔방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샘은 커다란 몸집을 어떻게 주체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방 안을 이리저리 초조하게 서성이고 있었다.
“여어.”
“어떻게 됐어?”
“잘. 나 때문인지 이번엔 꼭꼭 숨겨놨더라.”
딘이 허리춤에서 손때 묻은 그림책을 꺼냈다. 샘의 시선이 그 손의 움직임을 쫓았다.
“형, 생각해 봤는데…”
“그리고 이것도 발견했어.”
딘이 재킷 안주머니에서 작은 공책을 꺼내 탁자 위로 던졌다. 샘은 자기 앞에 놓인 공책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뭔데?”
“일단 읽어 봐.”
한참 뒤, 샘은 공책을 내려놓고 두 손으로 이마를 감싸 쥐었다.
“맙소사.”
딘이 침대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사오기 전에 죽었다는 삼촌이 최초의 희생자라는 데 20달러 건다.”
딘이 한 손으로 뒷목을 주무르며 말했다.
“개인적으로 동생이 죽은 뒤에 입양된 조카 몸을 주물럭거리는 자식은 죽어도 싸다고 생각하지만.”
샘은 여전히 묵묵히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런 다음엔 새로 전학 간 학교에서 동생을 행복하게 해준답시고 다른 방해물들을 다 제거한 거지.”
딘이 쓰게 웃었다.
“참 눈물 나는 형제애야. 그렇지 않냐?”
샘이 고개를 들었다.
“형.”
“왜?”
“진짜로 닥터수스 책을 태울 작정이야?”
“뭐?”
샘의 간절한 눈빛을 본 딘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건 또 뭔 헛소리야?”
“형도 일기장을 읽었으니까 알 거 아냐. 숀은 자기한테 형이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어. 찾아볼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고. 게다가 지금까지 그림책을 소중히 간직한 걸 봐. 형이 손대는 것조차 싫어했잖아. 이건…미치가 숀에게 남긴 유일한 물건이야. 정말로 그냥 이렇게 없애버려도 되는 걸까?”
딘이 얼굴을 찡그렸다.
“우리가 언제부터 그런 걸 신경 썼는데? 그동안 우리가 태운 시체들은 다 어쩌고? 남의 집안 납골당에 쳐들어가서 산산이 때려 부수고 남의 가게 침입해서 죽은 사람이 소중하게 여기던 물건 태운 게 한 두 번이냐? 근데 왜 이번에만 안 되는데?”
“그냥…”
샘은 자신의 시선이 딘의 가슴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그는 다음 말을 애써 꿀꺽 집어 삼켰다. 샘의 표정을 알아차렸는지 아니면 무의식적인 행동인지, 딘이 손을 들어 올려 가슴 위에서 대롱거리는 애뮬렛을 보호하듯 단단히 움켜쥐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샘. 미치를 없애려면 이걸 태워버려야 한다고. 다른 물건은 하나도 안 남았단 말이다.”
“딘.”
“샘.”
딘이 칼날 같은 어조로 공기를 갈랐다.
“미치는 살인을 했어. 그 애는 분노로 가득찬 귀신 나부랭이야.”
“분노가 아니라 동생에 대한 애정이겠지.”
“사람을 죽이는 게?”
“형이 그런 말을 하다니 그거 참 충격적인걸.”
샘은 자기도 모르게 묻어나오는 비아냥에 깜짝 놀라 순간적으로 입을 다물었다. 딘의 얼굴이 드라이아이스처럼 싸늘해졌다.
“경우가 달라. 그 땐 네 목숨이 달려 있었어.”
딘이 턱을 낮추고 두 눈을 부라리며 으르렁거렸다.
“숀은 학대당하고 있었어!”
샘 역시 한 치도 물러나지 않고 대꾸했다.
“그런 건 산 사람에게 맡겼어야지! 미치는 죽은 몸이었잖아! 의도만 좋으면 다 되는 줄 알아?”
딘이 주먹으로 침대를 내리치며 벌떡 일어났다. 동시에 샘도 똑같은 동작으로 의자를 박차고 일어섰다.
“아, 그래. 진짜로 백만번 양보해서 동생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이승에서 떠돌다가 애를 도와주려고 그랬다고 치자. 그럼 그 다음은? 아무런 잘못도 없이 죽은 아이들한테는 무슨 변명을 할 거냐? 그저 조금 심술궂게 굴었다는 이유로, 단지 여자 친구를 잘못 사귀었다는 이유로 죽은 애들한테는? 그래그래, 처음에는 도저히 보다 못해 동생을 구해주고 싶은 마음에서 저질렀을지도 모르지. 어쩌면 자기감정을 제어하지 못해서 생긴 사고였을지도 모르고. 하지만 그게 언제까지인데? 흙탕물에 발을 담그면 거기서 끝인 줄 아냐? 오물은 자기도 모르는 새에 온 몸에 튀고 악취가 배는 거야.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돼. 자기는 아니라고 말해도 서서히 사악함에 물들어 가지. 점점 더 익숙해지고 점점 더 깊이 빠져 들어가. 나중에는 즐거움까지 느낄지도 몰라. 분노와 악의에 중독되어 헤어 나오지 못하는 거야. 알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새미, 한번 타락의 길에 들어서면 걷잡을 수 없는 법이야! 후회해도 소용없고 되돌릴 수도 없어!”
순간, 딘에게 도전하듯 온 몸을 꼿꼿이 세우고 있던 샘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그는 무심결에 자세를 낮추고 꽉 잠긴 목소리로 쥐어짜듯 속삭였다.
“지금 누구 이야기를 하는 거야, 형?”
이번에는 딘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손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로 꽉 쥔 주먹이 스르르 풀리면서 긴장감에 떨던 어깨가 상처 입은 짐승마냥 힘없이 아래로 쳐졌다.
“미치는 사라져야 해.”
한참 동안 넋이 나간 듯 조용히 서 있던 딘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미치를 이대로 내버려 두자는 게 아니야.”
샘은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기 위해 집게와 엄지로 콧잔등을 누르며 말했다. 오 하느님 제발, 형이 모른다고 해 주세요.
“단지 숀에게 기회를 주자는 거지.”
딘이 입술을 핥으며 빈정거렸다.
“네가 무슨 제니퍼 러브 휴잇이냐? 가족상봉 모임이라도 열어 줄 거야?”
“숀에게는 진실을 알 권리가 있어. 그리고 우리에겐 그 아이의 추억을 박탈할 권리가 없고.”
“오, 추억! 말 한번 잘했다. 어느 쪽이 더 잔인할 거 같아? 우리가 조용히 일을 처리 하고 난 다음에 ‘그리고 모두들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이야기? 아니면 그 불쌍한 어린애한테 ‘얘야, 우리가 네가 어렸을 때 잃어버린 형을 찾았단다. 그런데 벌써 죽어서 귀신이 됐더라. 게다가 지금도 네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엉덩이를 닦아주고 있다지. 어, 그게 무슨 뜻이냐고? 네 형은 네 친구들을 죽이고 다니는 무시무시한 살인귀야. 짜잔, 놀랐지? 그건 그렇고 네 형이 죽은 게 네 아빠 때문이라고 내가 말 했었냐? 아니다, 그게 아니라 네 아빠가 죽은 게 네 형 때문이었던가?’라고 말해주는 것?”
딘이 숨을 몰아쉬며 차갑게 내뱉었다.
“쓸데없고, 주제넘고, 건방진 참견이야.”
샘은 입술을 파르르 떨며 딘을 바라보았다. 그는 형이 이렇게까지 과민반응을 할지 예상하지 못했고, 그 이유도 짐작할 수 없었다.
“샘.”
잠시 후, 딘이 조금 누그러진 말투로 입을 열었다.
“이 애들은 우리가 아냐.”
샘은 짙게 가라앉은 딘의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그 사실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모를 리가 없었다. 단지 그는 이해받고 싶었을 뿐이었다. 이해하고 싶었을 뿐이다.
“네 쬐끄만 머리통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내가 모를 줄 아냐? 아버지가 조금만 부주의했더라면 우리가, 아니 내가 한 발짝만 삐끗했더라면 얘네들처럼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잖아. 다 헛소리고, 바보 같은 생각이야. 아버지는 끝까지 우릴 버리지 않았을 거고, 우린 훨씬 똑똑하니까 탈출에도 성공했을 거고, 나는 억울하게 죽었더라도 귀신으로는 돌아오지 않았을 거야.”
“그거야 모를 일이지.”
울컥 화가 치민 샘이 반항기 다분한 어투로 쏘아붙였다.
“형은 미치가 아니니까.”
딘은 피곤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응, 그래. 나는 미치가 아니니까. 아무리 끝내지 못한 일이 있어도, 아무리 한스러운 일이 있어도 나는 죽음에서 돌아오지는 않을 거야.”
그는 샘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덧붙였다.
“아무리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해도.”
마치 투명한 모래시계 안의 모래가 흘러내리듯 온 몸의 기운이 뻥 뚫린 구멍 사이로 허물어져 내렸다. 샘은 남은 조각이나마 산산이 깨지지 않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바닥에 발을 단단히 고정시켜야 했다. 갑자기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만 느껴졌다. 우리는 방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 나는 지금 무슨 이야기를 들은 거지? 손을 뻗으면 닿을 만한 거리에 서 있는 딘조차도 실체가 아닌 유령처럼 느껴졌다. 방금 땅속에 묻힌 관에서 너울거리며 빠져나온, 샘이 살고 있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은 영혼.
샘은 내심 딘에게서 그와 다른 이야기를 듣길 원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응, 내 영혼이 그런 거지같은 계약에 묶여서 지옥으로 가지만 않았더라면 나도 너를 떠나고 싶지 않았을 거야. 늘 너를 지켜보고 있었을 거야. 언제나 네 곁에 머물렀을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네게 돌아왔을 거야. 새미.
그러나 그의 형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사냥꾼 딘 윈체스터는 그런 말을 할 리가 없었다. 그는 죽었었고, 그의 말마따나 이 세상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작정이었다. 이 험하고 고독한 세상에 샘을 홀로 버려두고.
저 말끔한 면상을 으스러지게 갈겨주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그리고 너도 숀이 아니야.”
딘이 한층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며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섰다.
그래, 그렇지만 언젠가 미치가 될지도 모르지.
어디선가 들려온 목소리에 샘은 겁을 먹은 듯 주춤거리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딘의 이마에 의아한 주름살이 선을 그렸다.
샘은 고개를 떨구고 풀 죽은 목소리로, 그러나 여전히 고집스럽게 중얼거렸다.
“그래도 나라면 알고 싶을 거야.”
딘은 샘이 로봇처럼 뻣뻣하게 굳은 몸짓으로 등을 돌리고 문 밖으로 걸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차가운 불꽃같은 분노를 꾹꾹 눌러 담은 문짝이 쾅 소리를 내며 닫혔다. 딘은 오랫동안 방 한 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었다.
“제기랄.”
딘이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그는 바닥에 떨어져 있던 익살맞은 그림책을 집어들고는 지저분한 벽을 향해 있는 힘을 다해 패대기쳤다.
“염병할!!!”
– 계속
덧. 딘은 거짓말쟁이에 허풍쟁이. -_-;;;
덧2. 그리고 방금 사랑고백을 들은 주제에 자기 생각에만 빠져 있는 샘은 바보. -_-;;; 어이, 방금 네 형 입에서 ‘사랑’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천지개벽할 사건이 일어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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