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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Natural 낙서] 구원

“먼저 샤워나 하고 있어. 난 차에 갔다 올게.”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등뒤에서 탁! 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한참 동안 방 한 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다가 안쪽 침대 위에 털썩 주저 앉았다.
샘은 두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피곤한 하루였다. 고단한 하루였다. 힘든 하루였다.
무엇보다, 다른 날과 똑같은 하루였다.

손가락 사이에서 흐느낌에 가까운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카스티엘…”

오늘도, 내일도, 또 그 다음날도.

“이봐요, 천사님. 듣고 있는 겁니까?”

……..나는 천국에 갈 수 있나요?

“이렇게 날마다 사람들을 구하는 게 정말로 쓸모 있는 일인가요? 착한 일을 하면 나도 구원 받을 수 있나요?”

지옥이 있으니 천국도 있겠죠. 악마가 있으니 천사도 있는 것처럼.

“아니면 무슨 짓을 해도, 악마의 피가 흐르는 나는 지옥에 가는 걸까요.”

딘은 구원받았죠. 당신의 손에.

“내게는 기회가 없는 걸까요.”

당신은 결코 내게는 찾아오지 않아.

“나는 버림받은 자인가요.”

당신은 결코 내게는 대답하지 않아.

“나를 구해주지는 않을 건가요.”

파드득. 작은 날개짓이 공기를 갈랐다.

샘은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딘이 문가에 가방을 들고 서 있었다.

“뭐하냐? 청승떠는 계집애처럼.”

거기 구원이 서 있었다.

[SuPerNatural] Be Careful What You Wish for

수퍼내추럴 팬픽입니다. 아이디어는 몇 개가 넘실대는데 역시 막상 글로 표현하기는 너무 힘들어요. 그래도 스타워즈 때는 팍! 하고 떠오르면 그대로 옮기면 됐는데, 이 녀석은 왜 그럴까요. -_-;;;;

[#M_[SuPerNatural] Be Careful What You Wish for|닫아주세요|
물론 딘은 샘의 얼굴을 후려칠 작정이었다. 샘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듣는 순간 그는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손을 치켜들었고, 어린 동생을 향해 가차 없이 주먹을 휘두르려 했다. 그것은 그의 권리였고, 의무였다. 그는 샘을 용서할 수 없었다.

그 때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은 샘의 얼굴이 그토록 새하얗게 얼어붙지만 않았더라면, 그는 기꺼이 본능을 실천으로 옮겼을 것이다. 샘이 그렇게 어리지만 않았던들, 샘이 그토록 작고 연약하지만 않았던들. 샘이 조금만 나이가 더 많았거나 최소한 키만 조금 컸더라면 딘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동생의 얼굴에 멍 자국을 남겼을 것이다.

샘의 눈에서 반짝이는 물기를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그래서 딘은 손을 내리고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겁에 질린 동생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등을 돌리고 샘을 떠날 수도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어린 동생은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곱씹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딘이 마지막 말을 내뱉은 것은 십대 특유의 잔인함 때문이었다. 그는 혼자서만 상처받고 싶지 않았다. 그는 동생에게도 상처를 주고 싶었다.

형은 나만했을 때 안 그랬어?

아니, 그는 그렇지 않았다.

내가 너만한 나이였을 때, 나는 너를 돌봤지, 새미.

딘은 샘을 먹이고, 입히고, 재웠다. 학교 따위에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수업이 끝나면 그는 동생을 데리러 갔고, 동생과 놀아주었고, 동생에게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가르쳤다. 아빠가 없을 때, 샘은 딘의 책임이었다. 아빠가 있을 때, 샘과 아빠는 딘의 책임이었다.

형도 친구들이랑 놀고 싶지 않았어? 걔네들이랑 똑같아지고 싶지 않았어? 왜 우린 이렇게 살아야 하는데? 왜 우리만 그래야 하는데? 형은 억울하지도 않았어?

아니, 그는 그렇지 않았다.

친구라고 부르기에 동급생들은 하나같이 어린애들에 불과했다. 마치 샘처럼.

딘은 열 살이 겨우 넘은 시절에도 총을 분해하고 조립할 수 있었고, 과녁을 맞추고 사냥하는 법을 알았다. 딘은 칼을 쥐는 법과 휘두르는 법과 베는 법과 찌르는 법을 알았다. 그는 사람의 손목을 비틀고 다리를 부러뜨리고 목을 자르는 법을 알았다. 무엇보다 그는, 어둠 속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 알고 있었다. 또래의 다른 아이들은 야구 모자를 쓰고 자전거를 타고 아이스크림을 핥아먹고 복도에서 다른 아이들의 발을 걸고 식당에서 다른 아이들의 식판을 뒤엎었다. 때때로 장난을 치고 어울릴 수는 있을망정, 그들은 어린애들이었다. 그들은 아무 것도 몰랐다. 딘은 어린애들을 비웃었다.

아빠가 뭔데? 왜 맨날 자기 말만 맞다고 우기는데? 왜 아빠 말이라면 무조건 들어야 하는데? 형은 분하지도 않아?

아니, 그는 그렇지 않았다.

너는 말할 줄도 몰랐어, 새미.

아빠는 유일하게 엄마를 기억하는 사람이었다. 아빠는 딘이 기억하는 즐거운 옛 시절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따뜻한 부엌과 엄마의 웃음소리와 크리스마스 선물꾸러미에 관한 추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비록 두 사람 다 그 때 그 시절을 입 밖으로 꺼낸 적은 한 번도 없을망정 과거를 공유할 수 있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엄마에 관한 추억이나 평범한 생활에 관한 기억이 자신의 꿈이나 소원이 아니라 언젠가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는 것을 증명해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빠는 딘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존재였다. 그의 본질을 말해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

샘은 아무 것도 알지 못했다. 엄마를 잃었을 때, 샘은 말하지도 걷지도 말을 알아듣지도 못했다. 샘은 울고, 먹고, 싸고, 자고, 다시 울었다. 샘은 엄마를 몰랐다. 샘은 아무 것도 몰랐다. 샘이 한참을 자란 후에도, 샘은 여전히 아무 것도 몰랐다. 샘에게는 털어놓을 수 없는 것들이 있었다. 샘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있었다.

아빠가 없었더라면, 딘은 결코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다.

배신자! 다른 사람은 몰라도 형은 내 편을 들어줘야 하잖아. 형은 다 아니까 내 편을 들어줘야 하잖아.

아니, 그는 그렇지 않았다.

물론 딘은 알고 있었다. 완전히는 아니지만 샘의 심정을 이해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아빠를 알았다. 완전히는 아닐망정 아빠를 이해하고 있었다. 딘은 아빠의 복수심을 이해하지는 못할망정 그의 과보호를 이해했다. 그의 강압적인 방식은 이해하지 못할망정 그의 절박함을 이해했다.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나는 네 편을 들어줄 수 없어, 새미.

딘은 발을 멈추고 낡아빠진 허름한 아파트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이제 안으로 들어가, 샘과의 말다툼으로 잔뜩 골이 난 아빠를 마주해야 할 것이다. 샘은? 아빠는 이렇게 물을 테고, 딘은 괜찮다고 대답할 것이다. 샘도 아빠한테 그런 말을 한 걸 후회하고 있어요, 아빠. 샘은 아직 어리잖아요. 아직 철이 덜 들었잖아요.

그렇다면 형은?

딘은 어디선가 들려온 샘의 목소리에 몸을 움찔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해?

아니, 그것은 샘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머릿속에서 그의 목소리가 속삭였다.

지금도 아빠를 이해할 수 있어?

목소리를 떨쳐버리려 고개를 힘차게 휘저었다. 그래, 그래, 그래.

아빠 따위 없었으면 좋겠어. 아니, 애초에 이런 집에서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럼 하고 싶은 것도 다 할 수 있잖아. 다른 애들이랑 똑같이 살 수 있잖아. 차라리 아빠가 사냥이라도 가서 돌아오지 말았으면 좋겠어. 그래서 다른 집에 입양이라도 되면 좋겠어. 그러면, 그러면….

순간적으로 제정신을 잃었다. 용서할 수 없었다. 용서할 수 없었다. 온 몸이 오싹해지는 이 느낌, 심장에서 불꽃이 타오르고 머리로 피가 역류하고 오장육부가 뒤틀리고 발갛게 달군 꼬챙이가 뱃속을 쑤셔대는 이 느낌을, 주체할 길이 없었다. 되돌릴 길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이것을 고스란히 동생에게 되돌려주고 싶었다.

그러나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그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한쪽 입술을 비틀어 올리며 말했다. 이죽거리며 비웃었다.

소원을 빌 때는 조심하는 게 좋아, 샘. 진짜로 이루어질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몸을 돌려 걸어나왔다.

지저분한 싸구려 아파트를 올려다보며, 딘은 다시 한 번 소리없이 소원을 빌었다.

제발, 샘의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기를.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_M#]
덧. 역시 저로서는 샘쪽이 훨씬 감정이입을 하기가 힘들군요.
덧2. 아니, 이제까지와 똑같은 접기 태그를 썼는데 왜 갑자기 오른쪽의 글상자 선이 사라지는 겁니까. -_-;;;;;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알 수가 없군요. ㅠ.ㅠ

[SuPerNatural] 하룻밤의 사랑

* 수퍼내추럴 4시즌 10화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미리니름 주의하시고. ^^*
읽는 분들에 따라 약간 민망한 단어를 발견하실지도.


“으흐흐흐흐, 어이어이, 이봐, 카스티엘.”
“음? 무슨 일이지?”
“있잖아, 있잖아. 애나 말이야, 헤헷.”
“음.”
“그 때 이야기하는 걸 들어보니까 옛날에 둘이서 꽤 친했던 사이 같던데 말이야, 흐으.”
“음.”
“특히 히스토리가 있었네 어쩌고 하는 걸 보니 뭔가 심상치 않았던 사이 같기도하고, 풋.”
“……딘, 아까부터 자네 이상한 소리를 내고 있군. 다른 인간들이 웃을 때와 비슷한 소리가 나는데 뭔가 미묘하게 달라. 듣고 있으려니 왠지 인간들이 사용하는 기분 나쁘다는 표현이란 이런 때 쓰는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아, 그건 말이죠, 카스티엘. 지금 형이 ‘네가 아무리 잘난척 해봤자 이번엔 내가 이겼지롱, 에헴! 으쓱으쓱, 약오르지 용용?’이라는 웃음을 짓고 있어서 그래요.”
“……무슨 소린지 모르겠지만 웃음이 맞긴 맞는 거로군. 인간들 감정표현은 너무 복잡해서 읽기가 힘들어.”
“시끄럽고, 새미. 여하튼 간에, 둘이 친했던 거 맞지, 응?”
“음,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
“그런 거면 그런 거고 아닌 거면 아닌 거지 뭐가 그리 복잡해. 하여간 애나는 천사였을 때 어떻게 생겼었어? 성격은? 그런 식으로 인간처럼 살고 싶어서 내려오는 천사들이 또 있을까? 응?”
“으음…그런 걸 물어봤자. 거참 이상한 걸 궁금해하는군. 뭐, 일단 차례대로 대답하자면 인간의 미적감각과는 상당한 차이가 나긴 하겠지만…. 그래, 그는 무척 아름다웠지.”
“그래, 그래! 당연히 아름…….’그’?”
“음.”
“그녀가 아니라 그?”
“응?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자네.”
“…..그러니까, ‘그녀’가 아니라 ‘그’?”
“아, 그러니까 우린 인간이랑 달라서 성별이라는 게 없는데.”
“그게 뭔 소리야! 악마들은 있잖아! 천사는 뭐가 다른데!”
“응? 악마는 고위급 몇몇을 빼면 원래 인간이었지만 우린 그냥 처음부터 천사로 태어났는걸. 우리야 인간이 가진 성별 따위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왜 필요한지도 모르겠고…우리처럼 완벽한 존재한테는 성별이라는 개념 자체가… 그런데 이 친구 믿음이 없는 건 알았지만 우리에 대해 이 정도로 무지할 줄은….. 좀 심한 거 아닌가, 자네.”
“아, 형은 워낙 책 읽는 걸 싫어해서요. 성경도 처음 이름 나오는 데서 때려치웠을 걸요. 계시록이나 조금 읽었나.”
“입 다물어, 새미. 저기 하, 하지만 애나는…하지만 어쨌든 여자로 태어났고, 흑, 계속 여자로 살았고, 흑, 그러니까 몸도 마음도 여자…흑….”
“으음, 무성이긴 하지만 굳이 인간들처럼 분류하자면 남자에 더 가까울 것 같네만…”
“잠깐, 잠깐만, 말하지 마, 입 열지 마! 말하면 절대 안돼!”
“그러니까 으음, 인간들식으로 말하자면 거세한 남성쯤 되려나…”
“우아아아아아아악! 말하지 말랬지!!!!!!!!”
“푸하하하하하하하핫!!!!”
“응? 나쁜 건가, 그거?”
“우하하하하학, 그러니까 형, 그러니까, 형…끅끅끅, 형은 그러니까…끄하하학.”
“닥쳐, 새미!”
“아, 혹시 이거 자네가 그와 성교를 한 것과 관련이 있는 건가?”
“우아아악! 그 단어 말하지 마! 그리고 ‘그’라고 말하지 마!!! 우아악!”
“끅끅끅, 그러니까 몸은 여자인데 속은…푸하하하하핫”
“너도 몸속에 악마 계집애를 넣어가지고 다닌 주제에!”
“그래도 난 남자랑은 안 했….우왁!”
“죽어! 나가 죽어, 이 자식!”
“아니,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자면 남자도 아니라니까…어….딘, 지금 샘을 죽이면 아버지의 신성한 계획이 엉망진창…”


그리하여 하룻밤으로 끝난 딘의 헛된 사랑 되시겠습니다. ^^*

덧. 딘횽아, 너무 충격 받아서 잊어먹은 게 있는데…천사의 미적감각도 인간의 미적감각과 같을 것 같지는 않구나…쿨럭. 알고보면 어깨 위에는 짐승머리가 달려있고 팔은 열두개일지도. -_-;;;;;

덧2. 생각해보면 말이죠, 9화에서 루비와 있었던 일을 열심히 설명하는 샘에게 딘이 ‘제발 적나라한 부분은 빼고(그것도 하필 nudity)’라고 부탁한 이유는 상상해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_-;;;;; 딘은 3시즌 마지막에서 죽음을 앞두고 악마들의 참모습을 볼 수 있었죠. 루비와 릴리스의, 말 그대로 적.나.라.한. 악마 본연의 ‘못.생.긴.’ 모습을. -_-;;;;;

……저라도 별로 듣고 싶지 않을 것 같습니다요. ㅠ.ㅠ

어젯밤 두 눈 비벼가며 읽은 수퍼내추럴 팬픽 하나

When It’s Over by P.L. Wynter

어제 라이브저널을 뒤지다 발견한 수퍼내추럴 팬픽입니다.

장르는 General, 1시즌에서 아버지를 잃은 대신 악마를 죽였다는 가정에서 출발하는 AU 기반에,
그 후 13년이 지나 딘은 벌써 나이 40의 중년이 되었고, 샘은 사라와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미고 있는 Future Fic입니다.

…..첫 장면부터 정말 제대로 가슴을 후여 팝니다. 제길, 진짜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고요.
딘이라면 정말로 이러고도 남을 놈이죠, 네.

이 작가분 글을 더 뒤져봐야겠어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