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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Natural] Return (1)

에헤라디야, 휴방 기간이다. 막 나가 보자. >.<

내가 제목에 숫자가 붙는 글을 쓰다니!! 게을러 빠져서 타자치는 게 귀찮아서라도 한 편으로 안 끝나는 건 안 쓰는 내가!!! 스토리 못짜는 게 컴플렉스였던 내가!!!!

으윽, 퇴고 같은 거 모릅니다. ㅠ.ㅠ 어차피 자기만족인데요, 뭘.

* 아래 낙서에서 이어지는 4시즌 초반입니다. 아마도 본편은 제너럴. 외전을 따로 쓴다면 여성향이 될지도….??


[#M_[SPN] Return (1)|less..|“썩을, 여기 라디오 방송국엔 너 같은 계집애들밖에 없나보다, 새미.”
딘이 라디오를 끄고 테이프를 밀어 넣으며 말했다.

“형의 음악취향에 문제가 있는 거야.”
샘이 퉁명스레 대꾸했다.

 “저걸 듣고 있다간 이빨이 몽땅 썩어버릴 거다. 치과 갈 돈도 없는데.”
딘이 레드 제플린의 “Since I’ve been loving you”의 기타 전주에 맞춰 집게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말했다. 샘은 딘의 시덥잖은 농담을 무시했다.

“그건 그렇고 이번엔 어딜 가는 거야? 무슨 일인데?”
“리버틴이라는 마을에서 세 사람이 죽었대. 심장마비로.”
 
샘이 번개 같은 속도로 고개를 돌리더니 턱을 쑥 치켜들고 딘을 쳐다보았다.

“심장마비? 농담이지? 심장마비로 죽은 사람들 때문에 무거운 엉덩이를 거기까지 움직인다고?”
“아니. 일주일에 세 명이라잖아. 수상하지 않아?”
“뉴욕에만 가도 매일 수십 명이 심장마비로 죽고 있을걸.”
“그 중 둘이 고등학교 육상선수였단 말이다.”
“스테로이드나 다른 약물 때문일 거라는 생각은 안 들었어? 형, 게다가 이건 헬하우스닷컴에서 뽑아온 거잖아!”

샘이 종이뭉치를 눈앞에다 흔들며 말했다.

“한 4개월 안 들어갔더니만 읽을 게 엄청나게 쌓여 있더라고. 안 그래도 그거 다 읽느라 죽는 줄 알았다.”
딘이 히죽이며 변명하듯 말했다.
“그래서 이왕 훑는 김에 괜찮은 게 있는지 추려봤지.”

딘이 슬쩍 곁눈질로 샘의 눈치를 살폈다. 샘은 무슨 말을 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가 이내 아무말없이 닫았다. 그는 경직된 표정으로 차 앞에 뻗은 도로를 멍하니 내다보았다.

넉 달이었다. 그 영원과도 같은 시간을 텅 빈 방에서 홀로 보냈다. 한 줄기 햇살도 비쳐들지 않는 어둠 속에서, 좌절과 절망을 유일한 벗 삼아.

“그 중에 어떤 녀석이 요즘 갑자기 자기 학교에서 애들이 죽어간다고 글을 올렸더라고. 육상부 애가 둘이나 죽었는데, 그 중 하나가 죽기 며칠 전부터 귀신이 쫓아다닌다고 떠들고 다녔대. 학교 앞 편의점 아저씨도 헛것이 보인다 그러더니 며칠 뒤에 죽어버리고.”

딘이 지옥에서 돌아왔다. 어깨에 천사의 손도장을 찍고.
천사가 말했다. 세상의 종말을 막아야 한다고.

“뻥이 아닌 건 확실해. 머리가 좀 있는 놈인지 사망 기사까지 꼼꼼히 스캔해서 올려놨거든.”

그리고 이 빌어먹을 놈의 형님께서는 자기 알 바 아니니 귀신 사냥을 가시겠단다.

“샘.”

지금처럼 딘이 이질적으로 느껴졌던 적은 없었다.

“내 말 듣고 있지? 야야, 이 짓도 오래 하다 보니 이젠 척 하면 감이 잡힌단 말이다. 이건 우리 일거리가 분명해.”

샘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딘은 운전대를 꺾으며 한층 더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드디어 할 일이 생긴 거야.”
 
***

가끔씩 그는 자신이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가끔씩 그는 지금 이 모든 것이 트릭스터의 장난이 아닐까 의심했다. 딘을 두 번째로 땅에 묻은 후 자신이 언젠가 이미 했던 일들을 다시금 되풀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샘은 말리는 바비를 뿌리치고 트릭스터를 찾아 나서려까지 했었다. 이 모든 게 그의 변덕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나는 또 다시 시간의 고리 속에 갇힌 게 아닐까? 그게 아니라면 혹 나는 키아누 리브스처럼 매트릭스 속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악마도 귀신도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있고, 진짜 샘 윈체스터는 따스하고 평범한 부모님과 포근한 침대에 감싸여 백설공주처럼 잠을 자고 있는 건 아닐까? 눈을 뜨고 나면 행복한 삶이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하루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고통이 일상이 되었을 때, 샘은 그제서야 꿈꾸기를 그만뒀다. 그는 이 현실에서 깨어날 수 없을 것이다. 다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딘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의 형은 다시는 살아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

샌필드 중고등학교의 운동장은 어마어마했다. 전교생의 절반 정도가 스포츠, 특히 육상경기에 매진하고 있는 듯 보였고, 스탠드에는 간간히 학부모로 보이는 어른들이 앉아 날카로운 눈으로 자녀들의 연습장면을 주시하고 있었다.

때로 십대 청소년들을 속이기란 어른들을 속이기보다도 더 어려운 법이다. 그래서 형제는 아이들에게 솔직하게 접근하기로 했다.

“인터넷 기자요?”
“그래. 웹사이트에 올라온 이야기들이 사실인지 일단 확인을 한 다음에 책으로 엮어 내는 거지.”
“오오오오, 멋지다!”
“우리 학교 이야기가 나온다고요? 우리 이름도 나와요?”
“쓸만한 이야기를 들려주면. 하지만 너희는 아직 학생이니까, 성은 없이 이름만 공개할 거야.”
 
딘은 눈을 반짝이고 있는 두 아이들에게 넉살좋게 둘러댔다. 옆에 서 있던 샘은 딘이 팔꿈치로 쿡 찌르자 그제서야 잔뜩 굳은 얼굴을 억지로 펴며 아이들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렉스는 깡패 같은 자식이었어요.”
“자기 잘난 맛에 사는 그런 놈 있잖아요.”
“스타플레이어라 이거죠. 장대높이뛰기 분야에서 주 신기록을 갖고 있거든요. 전국 기록이랑 별로 차이도 안 나고.”
“올림픽에도 출전할 수 있었어요.”
“그럼 뭐해, 성질이 지랄같은데.”
“하여간 진짜 상종하고 싶지 않은 놈이었어요. 난폭하기도 하고.”
“애들을 교묘하게 괴롭혔죠.”
“그냥 자기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요.”

제일 먼저 죽은 렉스 슈나이더라는 소년은 동급생들 사이에서 그리 평판이 좋지 않은 게 확실했다. 그러나 두 아이들조차도 그가 누구보다 뛰어난 운동선수였다는 데에는 토를 달지 않았다. 심술궂고 불쾌한 성격을 지녔지만 신체건강한 평범한 16세 소년.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눈에 띄게 산만해졌고 불안해했으며 신경이 곤두선 채 모든 일에 예민하게 굴기 시작했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다가 불현듯 깜짝 놀라는 일이 잦았으며, 간혹 두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두리번거리기도 했다. 그와 더불어 높이뛰기 기록이 떨어졌다. 며칠 뒤, 학교 운동장에서 연습을 하던 도중 땅을 박차고 하늘을 향해 도약한 그는 공중에서 갑자기 허수아비처럼 빳빳이 굳어 매트리스 위로 추락했다.

“결국 기록이 떨어져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거야?”
샘이 심드렁한 투로 물었다.

“거야 알 수 없는 일이죠. 걔가 신경과민이 되어서 기록이 떨어진 건지 아니면 기록이 떨어져서 신경이 날카로워진 건지. 뭐 저로서는 두 번째라고 생각하지만요. 기록이 안 나오면 진짜 자살이라도 하고 싶어지거든요.”
검은 머리 소년이 뒤통수를 긁으며 말했다.

“난 그 반대인 거 같은데. 걔가 이상한 게 보인다고 하는 소리를 들었거든.”
흑인 소년이 말했다.

딘이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 그 녀석 약물을 한다거나 그런 기미는 없었고?”

두 소년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어….그건…..”
“그럴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하지만 그전까진 걔 깨끗했는데요.”

“기록이 생각처럼 안 나오면 욕심을 부리기 마련이지.”
샘이 끼어들었다.
 
“렉스가 그랬을 것 같지는 않아요.”
“걔는 약물은 실력 없고 약해 빠진 놈들이나 하는 거라고 경멸했거든요.”

“거참 묘하게 모범적인 놈일세.”
딘이 투덜거렸다.
 “그래, 걔가 본 이상한 게 뭔지는 아니?”

흑인 소년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운동장에서 뛰고 있으면 어떤 애가 옆에서 계속 째려본대요. 그래서 한 방 먹여주려고 다가가면 사라지고 없다고 했던가? 그런데 걔한테 그림자가 없다는 거예요.”

“흠.”
형제는 눈짓을 교환했다.

“뭐야, 학교마다 흔히들 도는 귀신 이야기잖아? 너네 학교에서 예전에 운동부 애 하나가 죽었다거나, 뭐 그런 전설은 없고?”
“어, 난 들어본 적 없는데.”
“나도요.”

샘이 시시하다는 투로 한숨을 내쉬었다. 딘이 아까보다 약간 더 세게 팔꿈치로 샘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두 번째 죽은 소년 짐 캐리어는 방과 후에 육상연습을 하긴 했지만 렉스와는 달리 평범한 무리에 속했다. 짐의 여자 친구였던 린다는 아직도 짐의 이야기만 나오면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았고, 결국 형제는 린다의 친구인 셰릴과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었다.

“짐은 정말 좋은 애였어요. 아주 잘생긴 건 아니었지만 나름 귀엽고 머리도 좋고 착하고 여자애들 마음도 잘 이해해주고. 작년에 5월 퀸을 했던 린다가 짐이랑 사귀기 시작했을 땐 학교가 발칵 뒤집혔었죠. 하지만 사실 짐을 먼저 귀엽다고 생각한 건 린다였어요.”

셰릴은 방어적으로 팔짱을 낀 채 트랙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직도 이젠 짐이 여기 없다는 게 실감이 안 나요. 걔가 웃는 얼굴을 보면 저도 모르게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곤 했는데.”

딘이 한쪽 입꼬리를 슬쩍 말아 올리며 말했다.
“너도 걔를 좋아했나 보지?”

“그래봤자 다 무슨 소용인데요?”
셰릴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대꾸했다.
“어차피 지난 일인걸요. 그리고 짐은 린다를 좋아했고요. 난 그냥….짐이 그렇게 가버렸다는 게 믿겨지지 않을 뿐이라고요.”

샘은 셰릴의 시선을 따라 건너편 트랙을 바라보았다. 준비 운동을 끝낸 몇몇 아이들이 장애물달리기 준비를 하는지 트랙에 장애물을 세우고 있었고, 트랙으로 둘러싸인 운동장 한가운데서는 높이뛰기 연습이 한창이었다. 공기는 약간 차가웠지만 투명하도록 맑았다. 푸른 하늘 가운데 우뚝 솟은 태양에서 내리쬐는 황금빛 햇살에 어린 소년소녀들의 땀방울이 반사되어 반짝거렸다. 와글와글 재잘재잘. 어디서나, 어떤 학교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하고 활기찬 풍경. 그러나 그 풍경 속에는 늘 있던 누군가가 빠져 있었다. 그리고 그 풍경이 얼마나 쓸쓸한 것인지, 샘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 계속

_M#]


덧. 이번에는 꼭 완결 내보자! ㅠ.ㅠ

[SuPerNatural 낙서] 작별

* PG-13 여성향

[SuPerNatural 낙서]  작별

단 한 번의 기회도 주지 않았다.  

샘은 딘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소리없이 중얼거렸다.

무심코 스쳐 지나가는 표정도, 쉴새없이 투닥이는 몸짓도 간절했건만      
단 한 번의 눈짓도, 단 한 마디 언질도 없었다.    

그저 삶이 있었을 뿐이다.
두 사람만의.

그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아무 것도.

샘의 입술이 싸늘하게 식은 딘의 입술 위에 꽃잎처럼 내려 앉았다.

[SuPerNatural] 헤븐 앤 헬 컴퍼니 – 일상 Scene 2

나마리에 님의 팬픽 ‘헤븐 앤 헬 컴퍼니’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짧은 낙서입니다.

가벼운 여성향 경고 들어갑니다. [흠, 언제까지 이런 경고를 넣어야할지 모르겠군요. 제 얼음집은 방문객들의 절반이 남성분들이긴 하지만 수뇌에 관심 없는 분들은 아예 이 글을 읽지 않을 것 같은데다 제 성향이 워낙 가벼운지라. 대충 이 시리즈를 아는 분들은 감을 잡을 테니 다음부터는 빼버릴까 봅니다.]
 

[#M_[SPN] 헤븐 앤 헬 컴퍼니 – 일상 Scene 2.|닫으셔요|”왜 나만? 도대체 왜 나만 안 되는데?”

사장아들 샘은 도저히 분을 참지 못하고 씩씩거렸다.

“아니 소문을 듣자 하니 이 여자 저 여자 안 가리고 오는 여자 안 말리고 가는 여자 안 붙잡는대매. 회사 여직원들 절반하고 한번씩 이거 저거 그거 다 해봤다며, 그래 놓고 걔네들한테는 맨날 웃는 얼굴로 잘해준다면서!! 심지어 애나 부장이랑도 짝짜꿍 소문이 돌고 있고 지난번에는 유통배급부의 유명커플 케이시랑 길 팀장하고 창고에서 쓰리썸을 했다는 얘기까지 들었다고!! 근데 왜 나만? 도대체 왜 나만!! 내가 어디가 뭐가 어때서!”

루비 주임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한숨을 내쉬었다. 옛날 옛적 막 나가던 시절 알 과장한테 한번 불려가 혼쭐이 난 뒤 그나마 성질이 어느 정도 죽었기에 망정이지 그 일만 아니었더라면 옛 애인 사무실에 쳐들어와 지금 짝사랑하는 상대 이야기를 줄줄 늘어놓는 어리광쟁이 사장아들 따위 머리끄댕이를 휘어 잡고 20층 창문 밖으로 내던져버렸을 터다.

“샘.”

루비 주임은 정색을 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로 딘이랑 잘 해보고 싶은 거야?”
“응.”
“진심으로? 정복욕 같은 게 아니라 진심이란 말이지?”
“뭐, 대충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아니, 그런 거 같은데.”
사장아들 샘은 눈동자를 굴리며 잠시 생각하더니 몇 초 후 대답했다.

“방법이 하나 있긴 해.”

루비 주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상당한 각오가 필요할 테지만.”

“그게 뭔데?”
샘이 강아지 눈을 반짝였다.

루비 주임이 샘의 어깨를 토닥이며 힘주어 말했다.

“깔려 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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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이 형제들만큼은 리버스 강력 지지합니다, 쿨럭.
[하지만 내 취향의 글들은 딘샘이 비율상 더 많아…대체 어째서지, 흑. 진정 내 취향의 샘딘은 그분 뿐인가. ㅠ.ㅠ]
덧2. 유통배급부 직원들은 “신 시티”에 등장하신 그분들입니다.

[SuPerNatural] 헤븐 앤 헬 컴퍼니 – 퀀텀 오브 솔라스

가뜩이나 일도 하기 싫은데 주변에서 막 숟가락도 놔주고 젓가락도 놔주고 하니 이왕 이리된 거 수뇌 회사 시리즈로 마구마구 달리고 있는 루크스카이입니다. 실제로는 워낙 작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어 다른 평범한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쥐뿔도 모르는 주제에 말이죠.

나마리에 님의 팬픽 ‘헤븐 앤 헬 컴퍼니’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M_[SPN] 헤븐 앤 헬 컴퍼니 – 퀀텀 오브 솔라스(한 점의 위안)|닫아주십쇼|지난번 복사실에서의 사건 이래, 알바생 딘이 한동안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사실에 초조함과 좌절감을 느낀 사장아들 샘은 대기업 후계자 – 다시 말해 주말 드라마 주인공 – 특유의 필살기 “알고 보면 나도 순정파 남자야”를 이용해 점수를 만회하기 위한 작전에 돌입했다. 스스로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 주제에 알과장이 딘을 호출한 다음날이면 어부지리 격으로 떨어지는 “당신은 천사예요” 점수를 바구니에 주워담기만 하면 되는 카대리를 밀어내고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 그리고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사장아들 샘이 이 세상에 태어난 이래 줄곧 해온 것이자 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 이러한 방법밖에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샘은 천재적인 머리와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계획을 세웠고, 만약에 있을 모든 변수를 고려하여 각각의 시나리오를 짰으며, 심지어 성격과 스타일이 다양한 몇몇 여자들을 초대하여 예행연습을 해보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 결과, 샘은 자신의 뛰어난 계획수립 및 실천 능력에 감탄하며 의기양양한 태도로 딘에게 데이트 – 물론 정확히 이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았다 – 를 신청했다.

다음날,
전날 밤 탐스럽고 우람한 근육을 먹여 살리기 위해 늘 신중한 고급 식단을 유지하는 샘이 어린애와 동물은 일단 먹을 것으로 꼬신다는 – 딘이 그중 어느쪽인지는 아직 판단하지 못했다 – 이론을 바탕으로 사흘 밤낮을 고민한 끝에 선택한 별 다섯개짜리 레스토랑 대신 뒷골목에 있는 간이식당에서 콜레스테롤과 기름기가 질질 흘러나오는 베이컨치즈버거와 오지치즈감자튀김과 싸구려 맥주로 배를 채운 뒤, 사랑과 열정과 낭만과 활기가 넘치는 야간 놀이공원에서 두 손 가득 솜사탕과 곰인형을 들고 시원한 밤공기 사이를 누비며 놀이기구를 타고 깔깔거리는 대신 귀신의 집과 서커스 천막과 해괴망칙한 마술 공연에 끌려 들어가 세시간 내내 “저 장님 칼던지기술사는 아무리 봐도 수상한 것이 아무래도 이백년 묵은 곤충괴물인 것 같으니 쇠칼로 찔러 죽여야겠고 – 어, 딘, 농담이겠지? – 삐에로로 분장한 놈들 중에는 어린애들을 꼬셔 부모를 잡아먹는 인간 아닌 괴물이 끼어 있으니 늘 조심해서 살펴봐야 하며 – 개인적으로 왠지 모를 이유 때문에 어린아이 시절은 물론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삐에로를 무서워하는 샘에게는 특히 치명적인 이야기였다 – 자기가 아는 한 마술사는 칼에 찔려도 살아남는 마술로 유명했는데 사실은 진짜로 죽는 주제에 그 전에 영혼을 바꿔치기 해 다른 사람을 대신 죽이는 흑마법을 이용했다는 둥”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모자라 심지어 인형쏘는 사격장에서는 딘에게 완패당해 딘의 팔에 곰인형을 들려주긴커녕 오히려 딘이 따서 건네준 자기 몸뚱이만한 분홍색 코끼리 인형을 벌칙이랍시고 끌고 다녀야 했고, 남녀불문 주변을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눈을 반짝이거나 탄성을 지르거나 턱을 땅바닥으로 추락시키거나 온 몸을 배배 꼬게 하는 – 특히 수많은 남성동지들의 선망의 대상인 – 벤틀리 콘티넨털을 자랑스레 선보이며 집까지 데려다주겠다고 자청했다가 “분홍색으로 칠하면 패리스 힐튼 거랑 똑같겠네.”라는 첫 마디에 넉아웃 당한 사장아들 샘은 부잣집 자제와 평범한 서민 사이의 건널 수 없는 깊고도 넓은 골에 절망하여 알바생 딘이 있을 회사에 차마 나가지도 못하고 방구석에 틀어박혀 몸부림치다가 – 물론 방구석에 그의 거대하고 훌륭하고 우월한 몸이 다 들어갈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 “재벌 아들과 달동네 아가씨의 성공적인 연애백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세번 통독하고도 이에 만족하지 못해 비슷한 내용을 다룬 주말드라마를 다운받기 위해 블랙카드로 인터넷 코인을 충전했다.

한편 그날,
오랜만에 실컷 공짜로 영양보충을 하고 여유있는 저녁시간까지 즐긴 덕분에 과감히 휴가를 내고 – 이것이 바로 알바생의 특권 –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도시 하수구에 사는 인어 사냥을 떠난 알바생 딘은 하수구 오물에 찌들어 냄새와 모양새가 모두 끔찍하게 변한 인어 비늘을 내려다보다 문득 하릴없이 돈만 많고 가끔씩 이상한 면에서 계집애같은 구석이 있는 사장아들 샘이라면 이런 기기묘묘 레어 아이템을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어젯밤 나름 즐거운 시간을 선사해준 답례로 인어 비늘을 선물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밤새 왁스에 담가놨다 박박 문질러 닦아야겠지만. 그는 휘파람을 불며 비늘해체 작업에 돌입했다.

아, 그리고 오늘 이렇게 고생했으니까 내일은 카대리님한테 점심 사달래야지. >.<

_M#]
덧. 세번째 단락, 쓴 저도 대단하지만 – 쓰면서 헉헉거렸다고요. – 읽고 이해하신 분들 정말 대단하십니다. -_-;;; 제가 교정보다 저런 문장 나오면 작가 머리통을 옥스퍼드 대사전으로 후려쳐버리고 싶을 겁니다. 아니, 일단 스누피한테 보내서 문장쓰는 법부터. -_-;;

덧2. 아시다시피 제목의 의미는 해석에 있습니다. 아, 어설퍼라. 하지만 왠지 과장스럽게 하고 싶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