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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Natural] 헤븐 앤 헬 컴퍼니 – 일상 Scene 3.

나마리에 님의 팬픽 ‘헤븐 앤 헬 컴퍼니’ 설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헤븐 앤 헬 컴퍼니 – 퀀텀 오브 솔라스’ 에서 이어집니다.

딘이 점점 바보가 되어가는군요. 아니 사악해지는 건가. -_-;;;


[SPN] 헤븐 앤 헬 컴퍼니 – 일상 Scene 3.

“딘.”
“넵?”
즐거운 점심시간이 끝나고 영문도 모른 채 우대리에게 옥상으로 호출당한 알바생 딘이 주춤거리며 대답했다.

“자넨 어째서 카대리와 점심을 먹으러 간 건가?”
“네?”
“그러니까 오늘 어째서 카대리와 점심을 먹으러 갔냐는 말일세!”
우대리가 불끈 쥔 두 주먹으로 옥상 난간을 쾅하고 내리치며 외쳤다.  

“아니, 왜냐고 물으셔도….”
딘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우대리가 바람 소리를 내며 뒤돌아 딘을 마주보았다.

“자네, 사장 아들과 데이트 하지 않았나? 응? 그리고 덕분에 즐거웠다고 그 보답으로 선물도 해줬다면서! 그런데 왜 사장아들 샘이 초대했을 때 그 자식과 점심식사를 같이 하지 않은 건가? 내가 어째서 그런 걸 다 알고 있느냐고? 왜냐하면 오늘 점심 시간 내내 그 빌어먹을 녀석이 내 맞은편에 앉아서 ‘어째서지? 어째서 카대리와 점심을 먹으러 간 거야? 선물은 내가 받았는데! 싱글거리면서 데이트 재밌었다고 어깨도 두드려줬으면서! 이런 경우엔 내가 선물을 받은 답례로 식사에 초대하면 얼씨구나 따라오는 게 정상 아냐? 그런데 왜 카대리가 점심 사주기로 했다고 휭하니 가버리는데! 내가 더 비싸고 맛있는 거 사줄 수 있는데! 원한다면 치즈버거 세트 열개를 안겨주고 오후에 간식 하라고 다섯 개는 더 싸줄 수도 있는데! 카대리가 좋으면 왜 나한테 선물을 해주는데! 양다리인가?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건가? 카대리랑 나를 놓고? 우어어어어어억!!!!’이라면서 머리를 싸매고 비맞은 중처럼 중얼거리고 있었기 때문이지. 한 시간 내내, 마흔일곱 번, 자그마치 마흔일곱 번을! 똑같은 내용을 되돌이표로 돌려가면서!!

아, 그건 그렇고 왜 사장 아들 샘이 점심시간에 내 맞은편에 앉아 있었는지 알고 싶나? 왜냐하면 자네가 카대리랑 점심을 먹으러 가서 나 혼자 밥을 먹어야 했기 때문이지!!

그러니까 제발 부탁하건대 사장 아들과 밥을 먹으러 가게. 왜 꼭 카대리랑 먹어야 하는 건가, 응?”

“아, 하지만…”
알바생 딘이 난처한 표정으로 콧잔등을 긁으며 대답했다.
“카대리님이랑 밥을 먹으러 가면 맨날 자기 몫까지 저 먹으라고 주시니까 같은 돈으로 두배를 먹을 수 있는 걸요. 물론 점심값을 제가 내는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더 경제적이잖아요.”

우대리는 아무 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알바생 딘을 빤히 바라보다가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돌렸다. 그는 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꼬나물고는 자기 속도 모르는지 오늘도 변함없이 맑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바보와, 바보에게 휘둘리는 두 바보 중에서 누가 더 바보인지 궁금해하며.

그때 등 뒤에서 알바생 딘이 두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런데 우대리님, 우대리님은 카대리님이 우대리님을 버려서 화가 나신 건가요?”

– 끝

[SuPerNatural] Return (4)

수퍼내추럴 팬픽 Return 4번째입니다.

* 오늘은 아무리 100퍼센트 순수한 눈으로 봐도 여성향입니다. 그래봤자 PG-13이지만.
* 전 역시 이쪽에 소질이 없군요. -_-;;;; 연애물은 너무 힘들어요. ㅠ.ㅠ 다음부터 이런 거 쓰나 봐라, 흑.  


[#M_ [SPN] Return (4) | less.. |“렉스는 숀을 괴롭혔고, 존은 숀이 좋아하는 린다의 남자친구였고, 편의점 주인은 숀을 도둑으로 몰았지. 숀이 끔찍이도 마음에 든 모양이야, 이 미치라는 녀석은.”
딘이 시동을 걸며 말했다.

“뭔가 안 맞아…”
샘이 중얼거렸다.
“뭐가?”
딘이 슬쩍 조수석을 돌아보며 물었다. 그의 금발이 자동차 앞 유리를 통해 비쳐 들어오는 햇빛에 한층 밝게 반짝였다. 샘은 눈을 가느다랗게 떴다.

“숀은 6개월 전에 이 마을에 이사 왔어. 사건이 일어난 건 그 후의 일이지. 숀한테 어렸을 때부터 귀신이 붙어 있었다면 지금 저렇게 멀쩡히 걸어 다닐 수도 없을걸. 브래들리 부인의 말을 들어봐도 어린 시절에 상당히 건강하고 평범한 아이였던 것 같고. 차라리 지금 이 집에 지박령이 붙어있거나 숀에게 폴터가이트가 들러붙었을 가능성이 훨씬 높은데 집에는 그런 흔적이 전혀 없었지. 우리가 아는 한 폴터가이스트는 학교나 편의점까지 쫓아갈 수 없고 말이야.”
“그래서?”
“일단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건 미치라는 상상친구는 이번 일과 관계가 없다는 거야. 이 마을에 이사를 온 뒤에 뭐가 들러붙었다고 봐야지. 당사자와 아주 밀접한 관계에 있거나 숀에게 상당한 영매 끼가 있지 않는 한 귀신들은 주 경계선을 넘어서 쫓아오긴 힘드니까 말이야. 하여간 숀을 보호하고 있는 걸로 봐서는 숀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데.”
“과거에 비슷한 경험을 했다거나, 지금 처지가 비슷하다거나?”
“응. 그리고 어쩌면 그 영혼이 미치인 척 하고 있는 건지도 몰라. 정신이 나가서 진짜로 그렇게 믿고 있든가, 아니면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숀에게 접근하려고 일부러 그러고 있든가.”

“흠.”
딘이 입을 열었다.
“숀은 아무 것도 모르는 표정이었어. 경찰이라니까 겁을 좀 먹은 것 같긴 했지만 주눅이 들거나 죄책감 같은 게 있는 것 같지도 않았고. 자기랑 별 상관없는 일로 여기고 있는 것 같던데.”
 “그럼 소위 단독범행이라는 거로군.”
샘은 등받이 깊숙이 몸을 기대고 앉아 생각에 잠겼다.

“육상부 선수고, 열두 살 때 아버지가 죽었고, 편모슬하에서 자라고 있지…”
“그런 놈들한테까지 일일이 다 귀신이 붙는다면 세계멸망도 그리 어렵진 않겠다.”
딘이 차가운 어조로 비꼬았다.

“어이, 샘?”
조수석에서 아무런 반응도 돌아오지 않자 딘은 고개를 돌렸다.
“벽난로 위에 사진이 놓여 있었어….”
샘이 눈을 반쯤 뜬 채 웅얼거렸다.
“야, 너 정말 괜찮은 거야? 눈이 완전 풀렸다고. 이봐!”
딘이 오른손을 내밀어 다리를 접고 좌석 아래로 거의 미끄러지다시피 한 샘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었다. 샘의 몸이 물결치듯 힘없이 흔들렸다.
 
“그거 알아, 형? 브래들리 집에는 갓난아기 사진이 없었어.”
마침내 샘이 마치 침대에 누워있는 양 편안한 표정으로 눈을 뜨고 딘의 녹색 눈을 바라보며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라고?”
눈에 띄게 안도한 딘이 한 손으로 핸들을 꺾으며 물었다.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는 아들인데 말이야. 가장 오래된 사진이래야 숀이 한 네다섯 살 쯤? 왜 그랬을까?”
“무지막지 못생겼었나보지, 너처럼. 주름투성이에 새빨개서는.”
딘이 투덜거렸다. 그 말에 샘은 어린애처럼 씨익 웃었다.
“확인해 볼 테야?”

***

“이 짓 진짜 오랜만이다.”
샘의 등 뒤에 바싹 붙어 있는 딘이 어딘가 들뜬 목소리로 속삭였다.
“쉿.”
샘이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내며 부드럽게 손을 놀렸다.
“야, 잘 좀 해봐. 너 나 없다고 그새 연습 안 했지?”
“시껏.”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사무실은 어두웠다. 창 밖에서 희미한 가로등 불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긴 했지만 어둠에 익숙해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문 앞에 잠시 서 있던 형제는 천천히 안쪽으로 발을 옮겼다.
 “난 서류를 뒤질 테니 넌 컴퓨터를 맡아.”
 딘이 소리 없이 책상을 가로질러 철제 캐비닛으로 향했다.

“형.”
뒤따라 컴퓨터를 향해 걸어가던 샘이 갑자기 동작을 멈추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딘도 순간적으로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고개를 기울였다. 잔뜩 긴장한 귀에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다. 형제는 본능적으로 책상 밑으로 몸을 날렸다.

“아우!”
“쉬잇!!!”
딘이 무의식중에 팔을 펼쳐 샘의 입을 가로막는 시늉을 했다. 사무용 책상은 180센티미터가 넘는데다 탄탄한 근육으로 무장한 두 형제가 숨기에는 지나치게 비좁았다. 샘은 서랍 손잡이에 뒷머리를 심하게 부딪쳤고, 사실상 딘은 샘의 한쪽 다리 위에 앉아 있었다. 문 앞에서 발소리가 멈추더니 플래시에서 뿜어 나온 긴 빛줄기가 머리 위에서 이리저리 춤추기 시작했다.

샘은 눈을 들었다. 딘의 손바닥이 코앞에 멈춰 있었다. 그는 눈을 감고 자신의 숨결이 딘의 손가락을 휘어 감는 장면을 상상했다. 자신의 입술이 뱉어낸 덥고 축축한 공기가 딘의 손바닥을 깃털처럼 가볍게 간질이다가 거친 마디가 박힌 손가락을 타고 올라가 소용돌이처럼 둥그렇게 휘며 손가락 사이의 빈틈으로 빠져나가는 모습을. 아마도 딘은 이 모든 과정을 자신보다도 더욱 생생하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샘은 눈을 떴다. 자신의 것인지 딘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숨소리가 별안간 거칠어졌다. 두 개의 숨소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돌림노래를 부르더니 어느 순간부터 입맞춰 합창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는 멍하니 딘을 바라보았다. 그의 형은 몸을 측면으로 살짝 기울인 채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수 있는 자세로 웅크리고 앉아 뒤쪽에서 일어나는 일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온 몸의 감각을 곤두세운 모습이 자기 영역을 침범한 밉살스런 적수를 앞에 둔 고양이를 연상시켜서, 등위로 부드러운 털이 빳빳하게 일어서 있다는 착각마저 일 정도였다.

샘은 저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보이지 않는 손가락을 내밀어 유혹하듯 살짝 벌려진 딘의 입술을 건드려 보았다. 낮에 딘의 등과 맞닿았던 가슴에, 그의 손가락이 파고들었던 어깨에 아찔한 기운이 스멀거리며 퍼져나갔다. 손가락을 움직여 붉고 도톰한 곡선을 따라 조심스레 쓸었다. 그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신의 입술에 닿았던 그 느낌을 떠올리면서. 딘의 입술은 따뜻하지도 부드럽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그는 손가락 끝에서 불꽃이 터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뇌가 흐물거렸다. 잔뜩 긴장한 채 바닥을 짚고 몸을 지탱하고 있는 자신의 진짜 두 손이 바들거리는 게 느껴졌다.
 
손끝에서 생생하게 살아나는 감촉에 좀 더 대담해진 샘은 점차 아래로 이어지는 강인한 얼굴선을 천천히 훑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수염자국이 까칠한 동그란 턱을 지나 푸른 힘줄이 살포시 도드라진 목을 스치니 손가락 아래서 자그마한 목울대가 꿈틀거렸다. 아래로, 계속해서 아래쪽으로. 샘은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속삭임에 기꺼이 복종했다. 살짝 소름이 돋아 있는 양쪽 쇄골을 한 번씩 어루만지고 살며시 두드려보고 오랫동안 희롱한 뒤에 목이 늘어진 티셔츠를 조금만 헤치고 들어가면, 그 밑에는 윈체스터 형제의 표식인 문신이 기다리고 있었다.

샘은 앞으로 일평생 시력을 잃는다 해도 그 무엇보다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는 검은색 문양의 선을 따라 조심스럽게, 마치 혀를 굴려 그 맛을 음미하듯 피부 위로 부드럽게 원을 그리며 문질렀다. 이 세상에 단 둘, 오직 우리들만의 것. 아무도 빼앗아 갈 수 없는 것. 그날 오랜 수소문 끝에 찾아간 예쁘장한 오컬트 문신전문가 아가씨의 뭉툭한 바늘이 아쉬운 듯 마지막 흔적을 남기고 머뭇거리며 그들의 피부를 떠난 이래 이 세상에서 오로지 샘만이, 딘의 동생인 그만이 외치고 주장할 수 있는 것.

아니, 틀렸다.

문득 샘은 깨달았다.

지옥개에게 갈가리 찢긴 딘의 몸뚱이는 이미 썩어 문드러진 지 오래였다. 지금 그의 형이 입고 있는 육신은 세포 하나하나, 신경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그가 본 적 없는 천사의 작품이었다. 딘의 피부를 빼곡히 뒤덮고 있던 수많은 상흔과 흉터들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저 어두운 색의 셔츠 아래 숨어 있는, 샘에게서 10대 계집애같다는 수치스러운 소리를 들을 정도로 어느 날부터 갑자기 노출을 꺼려하던 딘의 몸은 흠집 하나 없는 100퍼센트 신품이었다. 아무 자국도 남지 않았고, 아무 것도 새겨지지 않았다. 오직 천사의 손자국뿐이었다.

천사는 딘에게서 윈체스터 형제의 증표를 앗아가고 그 대신 자신의 낙인을 남겼다. 이제 딘의 육신은 마지막 터럭 하나, 티끌 하나까지 온전히 천사의 것이었다. 그는 이 지상에서 숨을 쉬는 한 영원히 천사에게 속한 몸이었다.

순간, 샘은 미칠 듯한 질투심에 사로잡혔다. 

“샘.”
귓전에서 들려오는 거친 목소리에 샘은 불현듯 현실로 돌아왔다. 딘이 거리낌 없는 눈빛으로 자신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플래시 불빛과 묵직한 발소리는 한참 전에 사라지고 없었다.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어둠 속에서 한참 동안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느 쪽도 시선을 떼려 하지 않았다. 샘은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질투와 분노와, 갈망이었다. 샘은 딘이 어떤 표정으로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애원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들어줄 마음이 없었다.

샘이 몸을 기울이고 두 사람의 입술이 가까스로 스칠 뻔한 순간, 딘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경련이 일어 후들거리는 다리를 안간힘을 다해 똑바로 세우고는 아무런 감정도 실리지 않은 대외용 미소를 얼굴 가득 지어 보였다.
“저런 뚱땡이 경비원한테 걸릴 뻔하다니, 나 없다고 너무 게으름 피운 거 아냐? 너 내일부터 당장 지옥훈련이다, 오케이?”  

겁쟁이.

캐비닛을 향해 발을 옮기는 형의 등을 바라보며 샘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는 잔뜩 힘이 들어간 양손을 가슴 앞에 올리고 손가락을 꿈틀거려 보았다. 그리곤 자신의 두 손을 모아쥐고 그 손가락 끝에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 그것들은 여전히 어딘가에 맞닿아 있었다. 따뜻하고 부드러우며, 다시는 잃을 수 없는 소중한 것에.

마침내 딘의 닦달에 정신을 차린 샘이 컴퓨터 앞에 앉아 한창 자판을 두드리고 있을 무렵 평소와는 달리 농담 한 마디 없이 서류뒤지는 일에만 전념하고 있던 딘이 조그맣게 탄성의 소리를 내질렀다.
“찾았다!”
“나도.”
샘이 컴퓨터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대꾸했다.
“우리 생각이 맞았어.”

“허.”
“허.”
원하던 것을 찾아내 종이를 팔랑거리며 넘기던 딘과 가운데손가락으로 페이지다운 버튼을 쉴새 없이 눌러대던 샘이 동시에 감탄사를 내뱉었다. 딘이 사냥감을 발견한 음흉한 늑대마냥 커다랗게 히죽 웃었다.

“안녕, 미치.”

– 계속

+++

……윽, 내가 써 놓고도 답답해 죽겠다. 

_M#]

[SuPerNatural] Return (3)

….우와, 저 달리는군요. 놀라워라.
오늘은 별거 없어요. ^^*
끊임없는 대화, 대화만이 있을 뿐. -_-;;;
그건 그렇고 글을 어디서 끊어 올려야할지 잘 모르겠군요, 끙.



[#M_ [SPN] Return (3) | less.. |다음날 샘이 커튼 사이로 희미하게 비치는 햇빛에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마주친 것은 입에 칫솔을 문 채 그의 침대 옆에 의자를 끌어다 놓고 앉아 있는 딘의 얼굴이었다. 딘은 칫솔을 쥔 손을 기계적으로 움직이면서 샘의 얼굴을 멀거니 응시하고 있었다.

깜짝 놀란 샘이 후다닥 몸을 일으키고 뭔가를 묻듯 눈썹을 치켜 올리자 딘이 손바닥을 보이며 양손을 들어 올렸다.
“우갸바쟈구릉.”

“뭐?”
샘이 황당한 표정으로 되묻자 딘이 욕실로 사라졌다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누가 공주님 아니랄까봐 잘도 잔다고.”
딘의 턱에 치약거품이 묻어 있었다.
“누가 보면 죽은 줄 알겠다. 밤새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샘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딘은 아무 것도 눈치 채지 못했는지 능글맞게 웃었다.
“나 몰래 밤마다 혼자서 여자라도 만나고 다니는 거면 저승구경 한번 거하게 하게 될 줄 알아라, 새미.”

여느 때와 다름없는 가벼운 농담 속에서 무언가 싸늘한 기운이 피부를 날카롭게 훑고 지나간 듯 느껴진 것은 아마도 샘의 죄책감 때문일 터다. 샘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애써 무시한 채 최대한 부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시트를 확 젖히고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침부터 여자타령이야?”
“하루를 상쾌하게 시작하는 최상의 방법이지. 현실은 새스콰치도 울고 갈만큼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바보 동생밖에 없지만.”

딘이 피식 웃더니 샘에게 수건을 집어 던졌다.
“빨리 그 털북숭이 몸뚱이에 물이나 묻히고 나와. 오늘은 할 일이 많다고.”

***

숀 브래들리는 매우 평범한 중산층 주택에서 살고 있었다. 갈색 머리에 온화한 인상의 중년 여인이 현관문을 열었다.

“뭘 수사하고 계시다고요?”
“고등학교 육상부 학생들이 갑작스럽게 죽은 사건에 대해서 조사 중입니다. 부검 결과 심장마비라는 결론을 얻긴 했지만 우연이라기에는 석연찮은 부분이 있어서요. 마약이라든가, 혹은 다른 원인이 있지나 않은지 다른 학생들에게서 정보를 모으고 있죠.”
“우리 숀은 약 같은 건 안 해요!”
샘의 말에 브래들리 부인이 자지러지듯 소리쳤다.
“아, 그럼요. 물론이죠. 당연합니다. 누가 뭐래요. 그저 아이들과 잠깐만 이야기를 하는 것뿐이라니까요.”
딘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숀은 집에 있나요?”
“네, 위층에요.”

딘은 샘을 돌아보았다.
“내가 숀과 이야기를 해 볼 테니 넌 엄마랑 같이 있어.”
샘은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거렸지만 이내 포기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딘은 계단을 올라가며 버릇처럼 EMF 측정기를 꺼내들었다. 집안 전체에서 눈에 띄게 강한 기운이 포착되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수치는 편의점보다 낮았다. 흥미로운 것은 전파가 한 군데 집중되어 있기보다 집안 구석구석까지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어쩌면 이 집은 터무니없는 자리에 세워져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딘은 기기를 주머니 안에 집어넣고 방문을 두드렸다.
“숀 브래들리?”

학교 운동장에서 본 모랫빛 머리칼의 소년이 문을 열었다.
“네?”
“경찰서에서 나왔다. 내 이름은…”
“내 잘못이 아니에요.”
“뭐?”
신분증을 찾아 주머니를 뒤지던 딘이 고개를 들었다.
“뭐라고?”

“내 잘못이 아니라고요.”
숀의 하늘색 눈동자가 불안하게 떨리고 있었다.
“정말로 죄송하게 생각해요. 진짜로요. 하지만 제 잘못은 아니에요. 어쩌다 보니 그런 일이 생긴 것뿐이라고요.”
“어이어이어이, 이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딘이 미간을 찌푸린 채 숀을 바라보았다.
“그런 일이 뭔데?”

숀이 두 눈을 둥그렇게 떴다.
“어….그 일 때문에 오신 게 아니에요?”


샘은 브래들리 부인이 권하는 대로 소파에 앉아 찻잔을 집어 들고 거실을 둘러보았다.
“아늑한 집이군요.”
“고맙습니다. 얼마 전에야 겨우 사람 사는 집 같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아, 그러고 보니 숀이 전학 온 지 얼마 안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한 반년 쯤 전에 이 마을로 이사를 왔답니다.”
브래들리 부인이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이 심장마비로 죽었다고 했나요?”
“네.”
“세상에나, 그렇게 어린 애들이.”
브래들리 부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시아주버님도 얼마 전에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답니다. 요즘엔 운동부족이니 뭐니 해서 젊은 나이에도 그렇게 가는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아, 물론 육상부 아이들은 운동부족이라고 할 수 없겠지만요.”
브래들리 부인이 재빨리 덧붙였다.

샘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벽난로 위에 줄지어 늘어서 있는 액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는 평범한 가정집을 방문할 때마다 그런 사진들을 살펴보는 게 좋았다. 언젠가 자신이 자라 가정을 꾸리면 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사진들로 채워 넣을 거라고 다짐한 적도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는 늘 가질 수 없는 것들을 원했다.

“제 남편이에요.”
샘의 시선을 눈치 챈 브래들리 부인이 조용히 말했다. 검은 머리에 어딘가 호방해 뵈는 중년 남성과 어린 숀, 그리고 브래들리 부인이 공원에서 환히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
“숀이 열두 살 때 교통사고로 먼저 떠나고 말았죠.”
“유감입니다.”
샘은 찻잔으로 시선을 내리고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남편은 숀을 참 많이 사랑했어요.”
브래들리 부인이 꿈을 꾸는 듯한 말투로 회상했다. 그녀에게는 어딘가 소녀 같은 기미가 남아 있었다.
“그이가 죽은 뒤엔 아주버님이 숀을 아들처럼 보살펴주셨죠. 자식이 없었거든요.”
브래들리 부인이 찻잔을 입에 가져다대며 말했다.
“어째서 하느님은 그렇게 착한 사람들을 빨리 불러들이시는 걸까요.”

…..가끔은 그들을 다시 내려 보내기도 한답니다, 부인.

브래들리 부인은 샘의 질문에 대해 거침없이 대답해 주었다. 오히려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즐거워하는 듯 보이기도 했다. 최근 높이뛰기 기록을 눈부신 속도로 갱신하고 있는 숀이 무척 자랑스러운지 얼마 후에 열릴 주 대항 경기에 대해서도 시간을 들여 열띤 목소리로 설명해 주었다. 한참 뒤, 계단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샘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딘이 껑충거리며 2층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이야기는 다 했어?”
“어.”
딘은 찻잔 옆에 놓인 초콜릿 쿠키를 보고 입맛을 다셨다.
“그만 가자.”

막 현관문을 나서던 딘은 문득 생각난 듯 몸을 돌리더니 브래들리 부인에게 지나가듯 가벼운 말투로 물었다.
“아, 혹시 미치가 누군지 아십니까, 부인?”
“누구요?”
“미치요. 혹시 어렸을 적 숀에게 그런 이름의 친구가 있었나요?”
“아.”
브래들리 부인의 얼굴에 이제야 알겠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미치는 숀의 상상친구였어요.”
“상상…..뭐요?”
“상상친구요. 어린 아이들이 상상으로 지어낸 친구들 있잖아요. 같이 소꿉장난을 한다든가 그릇을 깨놓고 자기 잘못을 뒤집어씌운다거나 할 때 아주 편리한 존재죠.”
브래들리 부인은 숀의 어린 시절이 생각났는지 장난스레 웃었다.
“숀은 미치가 정말로 있다고 우겨대곤 했죠.”

형제는 의미심장한 눈짓을 주고받았다.

“미치에 대해선 어떻게 알게 된 거야?”
문 뒤에서 현관문이 닫히자마자 샘이 물었다.
“숀의 책상 위에 오래된 그림책이 하나 있더라고. 닥터수스의 ”초록색 달걀과 햄“이었는데, 야, 너 기억 나냐? 너도 그 책 무지 좋아했다? 처음엔 날마다 수십 번씩 읽어달라고 조르더니 나중에는 내가 만들어준 멋진 달걀후라이에 초록색 물감까지 쳐 부어서 한동안 달걀 소리만 들어도 토할 거 같았어. 우웩.”
딘이 헛구역질 흉내를 냈다.
“딘.”
샘이 으르렁거리며 경고했다.

“여하튼 완전 더럽고 막 찢어지고 그런 수준이었는데, 열다섯 살짜리 사내자식이 어린애 그림책을 갖고 있으니 좀 웃기잖냐. 그래서 들고 한번 훑어보는데 숀이 아주 경기를 일으키면서 다시 뺏어가더라고.”
딘이 딱 소리를 내며 손가락을 튕겼다.
“표지 안쪽에 어린애 글씨로 미치라는 이름이 적혀 있더군. 그림책 페티쉬라도 있냐고 물어보니까 애가 날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더라.”
“그야 당연하지.”
샘이 한숨을 내쉬며 재킷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었다.

“그건 그렇고 그거 알아?”
“뭘?”
“편의점 주인이 죽기 전에 붙잡은 도둑 말이야.”
딘이 눈을 가느다랗게 뜨며 웃었다.
“숀이야.”
“헤.”
샘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경찰이라고 말을 꺼내자마자 새파랗게 질려서는 털어놓더라고. 처음엔 뭔 소린가 했지만.”

“그러니까 죽은 세 사람이 모두 숀과….우헉!”
아무 생각 없이 딘을 쫓아가던 샘의 발이 튀어나온 보도블럭에 걸렸다. 샘의 긴 다리가 휘청거리더니 팔을 허우적거릴 새도 없이 순식간에 앞쪽으로 기울어졌다.

“컥!”
딘이 숨 막히는 소리를 내질렀다. 샘은 자신의 몸이 마치 딘을 뒤에서 덮치는 자세로 딘의 등 뒤에 얹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샘의 턱이 딘의 어깨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었다. 딘의 목덜미가 뺨을 간지럽혔다. 순간적으로 샘의 심장이 멎었다.

“…..넌 걸음마도 못하냐.”
가까스로 보도와 박치기를 면한 딘이 보기 흉하게 기우뚱한 자세로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그는 굳이 고개를 돌리는 수고도 하지 않았다.
“이건 명실상부 살인미수야.”
“미안.”
샘은 서둘러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이번에도 운동화를 잃어버리거나 하면 너한테 여자 가슴이 달렸다고 로드하우스에 대자보를 써 붙일 거다, 샘.”
딘이 씩씩거리며 임팔라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알아보기 힘든 희미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 샘은 손바닥으로 가슴을 문질렀다. 티셔츠 아래 느껴지던 체온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 계속

_M#]

[SuPerNatural] Return (2)

[SuPerNatural] Return (1)

수퍼내추럴 팬픽 “Return” 두번째 이야기입니다. 확실히 시간이 오래 걸리는군요. -_-;;
게다가 쓰다보니 점점 길어지고 있어요. 헉.

* 4시즌 초반입니다. 2화와 3화 사이라고 보면 됩니다.
* 주로 샘의 관점에서 진행됩니다. 역시 딘이란 캐릭터는 이해받지 못할 때가 더 멋져요, 흑흑. ㅠ.ㅠ
* 해석하기에 따라 아주 약간의 여성향이 가미되어 있습니다.


[#M_ [SPN] Return (2)| less.. |
짐 캐리어는 점심시간에 학생 식당에서 죽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여자친구와 나란히 앉아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고 있던 소년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비명을 지르더니 가슴을 부여잡고 탁자 위로 쓰러졌다. 그는 구급차가 올 때까지 기다리지 못했고, 결국 차가운 몸이 되어 병원으로 실려 갔다.

“지금 린다와 이야기하고 있는 건 누구지?”
딘이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한 손에 쥔 연필 끝으로 건너편을 가리키며 물었다. 셰릴이 고개를 돌렸다.
“숀 브래들리요. 장대높이뛰기 선수예요. 6개월 전에 전학 왔는데, 짐이랑도 꽤 친했어요.”
“허.”
딘이 가볍게 혀를 찼다.
“저건 아무리 봐도 작업 거는 것 같은데?”

이번에는 샘이 딘의 발을 사정없이 밟았다. 비명을 눌러 참기 위해 일그러진 딘의 표정을 보지 못한 셰릴이 코웃음을 쳤다.

“숀은 옛날부터 린다를 좋아했어요. 주변에 모르는 사람이 없었을 정도로 얼굴에 티가 났는걸요, 뭐. 그래서 렉스가 심하게 놀리곤 했죠.”

샘이 고개를 번뜩 쳐들었다.
“렉스? 렉스 슈나이더?”
“네, 얼마 전에 죽은 걔요. 놀리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괴롭혔다고 해야 할 거예요.”
셰릴이 한숨을 쉬며 발로 바닥을 파헤쳤다.
“숀이 워낙 순둥이라서 반항도 제대로 못 했어요. 게다가 전학생이었으니까요. 얼마 전에 숀의 높이뛰기 기록이 좋아졌을 땐 더더욱 심해졌죠.”
“허.”
딘이 다시 의미 없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셰릴이 모랫빛 머리의 소년과 함께 있는 린다에게 돌아가자, 딘은 샘을 향해 몸을 돌리더니 연필 끝을 입에 물고 한쪽 눈을 찡긋해 보였다.
“숀이란 녀석과 필히 이야기를 해 봐야겠는걸.”
“잠깐만, 형!”

샘은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려는 딘의 옷자락을 붙잡으려 다급히 손을 뻗었다. 그러나 곧 제풀에 화들짝 놀라 손을 거둬들이고는 어색한 동작으로 재킷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었다. 머뭇거리며 다시 고개를 들어 올린 샘의 시선이 딘의 초록색 눈과 마주쳤다. 딘은 이맛살을 살짝 찌푸린 채 주머니 안에 숨어있는 샘의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샘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딘이 어색함을 얼버무리려는 듯 가볍게 헛기침을 하며 눈썹을 치켜 올렸다.

“왜?”
“운동장 한가운데서 코치와 함께 연습 중인 전도유망한 육상부 학생에게 함부로 말을 걸었다간 변태성욕자로 오해받기 십상이라고.”
샘은 자신의 말이 여느 때처럼 가볍게 비꼬듯이 들리길 빌었다. 딘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누가, 우리가? 어딜 봐서?”
“후줄근한 옷차림의 덩치 큰 수상한 사내 둘. 게다가 우리가 게이 취급당한 게 한두 번이야?”
딘의 날카로운 눈빛이 샘의 얼굴을 위아래로 훑고 지나갔다. 샘은 무심코 침을 꿀꺽 삼켰다.
“브래들리라는 애는 나중에 보는 게 좋겠어. 애들은 둘째치고 보는 눈이 너무 많아.”
샘이 스탠드 쪽으로 고갯짓을 해 보였다.

“흠.”
딘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뭐, 그러든지. 그럼 편의점에나 가 볼까?”

***

죽은 편의점 주인은 인도인이었다.
“이름을 퀵키마트라고 지었으면 대박쳤을 텐데.”
그 사실을 알게 된 딘의 첫 번째 논평이었다. 샘은 그날 두 번째로 형의 발을 밟아야 할지 고민했다.

그리고 이마에 빈디를 붙인 편의점 주인의 부인은 지나가는 맹인의 눈도 번쩍 뜨이게 만들 정도로 눈부신 미인이었다. 딘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지더니 웃음기가 돌아왔다.

칸디르 다라야잔은 평범하고 전형적인 자영업자였고, 세금 문제를 차치하면 학교 앞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만큼 그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말썽꾸러기 학생들이었다. 대여섯씩 무리를 지어 들어오는 소년소녀들은 소란을 피우고, 가게 안을 어지럽히고, 가끔은 그 때를 틈타 도둑질을 하거나 때로는 칸디르나 샨티 부인에게 시비나 수작을 걸기도 했다. 그가 죽은 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 대여섯 명의 남학생들이 가게에 들어와서 소란을 피웠어요. 얼굴이 눈에 익은 운동부 학생들이었지요. 그 중에 몇 명이 항상 무례하고 거칠어서 기억하고 있거든요. 오늘은 또 무슨 짓을 하려나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는데, 글쎄 우리 물건을 가지고 돈도 안내고 도망가려고 했지 뭐예요. 소리를 듣고 제가 뒷방에서 나왔을 때는 남편이 도둑놈들 중 한 명을 붙잡았더라고요.”

소년은 자신은 도둑이 아니라고 잡아뗐지만 손에는 잡지와 과자봉지가 들려 있었다. 아이는 계산을 하려고 계산대로 향하던 도중 가게를 나가던 다른 아이들에 떠밀려 바닥에 넘어졌다고 주장했다. 칸디르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날따라 바깥어른이 화가 많이 나 있었어요. 요즘 가게 사정이 영 좋지 않아서요. 근래에 도둑질도 너무 늘어났고. 그래서 이번에는 꼭 질 나쁜 아이들을 붙잡아 경찰서에 데리고 가야겠다고 다짐을 하고 있었는데…”

도둑질을 저지른 소년을 윽박지르던 칸디르는 갑자기 두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소년의 멱살을 놓고 뒷걸음질 쳤다. 그리곤 두 손을 허공에 휘저으며 무릎을 꿇듯 바닥으로 스르르 무너져 내렸다. 그의 심장은 30초도 채 견디지 못했다.

“병원에서는 급성발작이라고 하더군요. 건강해 보였을지는 몰라도 평소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을 거라고요.”
샨티 부인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그 학생은 어떻게 됐죠?”
샘이 물었다.
“나중에 경찰이랑 이야기를 하긴 했는데 책임을 물을 수가 없으니 집으로 돌려 보냈다고 했어요. 아마 그 애도 충격을 많이 받았을 거예요. 하지만 전 그 애를 원망하지 않는답니다. 모든 게 다 신의 뜻인걸요.”
샨티 부인이 고개를 살짝 기울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아까부터 계속 이상한 소리가 나는 거 같은데, 들으셨어요?”

***

“EMF 수치가 상당히 높았어.”
샘이 말했다.
“헤, 드디어 진지해지기로 결심한 거냐?”
모텔 의자 위에 축 쳐져 널브러진 딘이 히죽거리며 말했다.
“사실이 그렇다는 것뿐이야.”
샘이 노트북 전원을 켜며 말했다.
딘이 봉지에서 술병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형.”
샘이 컴퓨터 화면에서 눈을 떼지도 않은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왜?”
“이제는 식스팩도 아니고 버번이야?”
“저 아래층에서 몇 달간 굴렀더니만 지상의 즐거움을 다 까먹었지 뭐냐. 속성으로 회복하려면 이 정도는 돼야지. 안 그러냐, 동생아?”
샘이 코웃음을 쳤다.
“고주망태가 되는 걸 인생의 즐거움이라고 할 정도면 저 아래층은 상당히 심심한 곳이었나보군.”
“응.”

아무 감정도 담기지 않은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 샘은 침대 건너편에 앉아 있는 딘을 바라보았다. 그는 텅 빈 표정으로 술병을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그곳에 아무 것도 없는 양. 그러나 찰나의 순간이 지나기도 전에 딘 윈체스터 특유의 잘난 체 하는 듯한 표정이 다시 그 자리를 메웠다.
“다음엔 술집에 가서 여체의 신비라도 탐해봐야겠어.”

거짓말쟁이.
샘은 저도 모르게 목구멍 아래서 솟아나오는 단어를 애써 눌러 삼켰다.

거짓말쟁이.

지옥에서 돌아온 이후 딘은 술집을 애용하지 않았다. 간혹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내기당구를 칠 때에도 술 이외에는 한눈을 팔지 않았다. 예쁜 여자들을 보고 즐겁다는 듯 미소는 지을망정 말을 걸거나 시시덕거리지도 않았다. 마치 그랬다간 누군가에게 호되게 야단이라도 맞을 듯이. 마치 자신은 그런 즐거움을 누릴 자격이 없다는 듯이. 언젠가부터 그는 더 이상 사람들과 가볍게 술잔을 부딪치며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거짓말쟁이.

샘이 욕실에서 나왔을 때, 딘은 이미 한쪽 침대에서 몸을 웅크리고 잠들어 있었고 탁자 위에는 뚜껑 열린 버번병과 젖은 술잔이 놓여 있었다. 샘은 수건을 두른 채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았다. 한참 동안 잠든 딘의 얼굴을 내려다보던 그는 무의식중에 스르르 손을 내밀었다가 딘의 이마 위에서 퍼뜩 동작을 멈췄다. 그는 손을 거둬들였다. 팔이 허리 옆으로 힘없이 늘어졌다. 잠시 후, 샘은 다시 손을 뻗어 딘의 코 아래 집게손가락을 대 보았다. 살아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딘은 살아있었다. 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별안간 방 안의 정적을 가르고 전화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 깜짝 놀란 샘은 황급히 노트북 옆에 놓여 있던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방금 나온 욕실로 향했다. 잠시 후 욕실에서 나온 그는 옷을 걸친 뒤 전등을 껐다. 샘은 문가에서 여전히 잠들어 있는 딘을 다시 한 번 바라보고는 몸을 돌려 곧 어두운 복도 속으로 사라졌다. 어둠 속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을 누군가를 만나러.

***

가끔씩 그는 자신이 지금도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가끔씩 그는 지금 이 현실 또한 누군가의 장난이 아닐까 의심했다. 혹시 이 모두가 악마의 농간은 아닐까? 내가 만들어낸 환상은 아닐까? 형이 살아 돌아오기를, 천사가 존재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내가 눈물로 젖은 베갯잇에 머리를 묻고 지어낸 건 아닐까? 내가 지니의 꿈속에서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눈을 뜨면 여전히 형이 없는 세상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결국 미쳐버린 게 아닐까?

딘이 돌아와 처음으로 포옹을 나눈 뒤로 샘은 의도적으로 딘과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손가락 하나, 옷깃 하나 스치지 않도록 늘 조심했다. 낮이면 딘의 체온과 그가 뿜어내는 따스한 숨결을 느끼다가도, 문득 손을 내밀어 형이 자신의 옆에 있는지 더듬고 확인해보려고 할 때면 용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곤 했다. 밤이 되어 침대에 누워있는 딘을 볼 때면 왈칵 겁부터 났다.

눈을 감고 잠든 딘은 샘이 마지막으로 작별인사를 나눈 딘과 너무나도 닮았다. 작고 소박한 나무관 속에 누워있던 그의 형의 모습과.

그리고 그 차가운 입술과.

딘이 돌아왔다. 그러나 샘은 아직 돌아오지 못했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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