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너무 할 이야기가 많아서 그냥 생각나는 것만 던져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전작들의 시퀄이며, 동시에 거대한 팬필름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악당 카일로 렌의 관점에서 보면 동시에 에피 8, 9의 프리퀄이기도 하지요.
기대감을 고조시키는 데에도 성공했습니다.
회차를 거듭해 볼수록 새로운 장면을이 눈에 띄더군요.
어떤 요소들을 활용하고 머리를 굴렸는지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M_이제부터 미리니름|닫읍시다|
1. 스타워즈는 기본적으로 과거의 ‘신화’를 미래 세계의 배경에[비록 영화에서는 ‘과거’라고 말하긴 해도] 가져온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캐릭터들은 대부분 신화 속의 원형을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었죠.
반면에 “깨어난 포스”에서는 그 캐릭터들의 특성을 분해하고 또 분해하여 다시 뒤섞어 재조립합니다. 분명 레이가 영웅의 속성을 지니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핀은 기존에 여행의 조력자에 머물렀던 한과 레이아와 달리 조력자를 넘어 ‘평범한’ 이들을 아우르고 영화의 주제의식을 가장 잘 담고 있는 또 다른 주인공이며, 카일로 렌은 거대한 악역을 한 단계 낮춰 같은 세대로 가져옴으로써 처음부터 ‘극복할 대상’이 아니라 ‘설득’의 대상으로 삼아버렸죠.
각 인물들과의 관계도 끊임없이 돌고 돌아갑니다.
핀과 레이는 모두 새로운 세상에 발을 디딘 캐릭터고, 레이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지만 변화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반면, 핀은 성장보다는 캐릭터의 ‘변화’ 자체가 거대합니다. 만나는 모든 인물과 상호작용을 하고 누구를 상대하느냐에 따라 지식과 속성을 흡수하고 점차 개성을 완성해 나가죠.
전 레이가 좋아요. 좋은 캐릭터입니다. 배우의 마스크도 아주 매력적이고요. 이렇게 딱 부러지는 여성캐릭터 자체를, 그것도 SF에서 보는 게 얼마나 드문 일인가요. 더구나 이번 “깨어난 포스”에서는 인간과 외계인, 남녀의 구분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무도 그걸 강조하지 않아요.
우리 모두 케네디 누님을 찬양합시다. ㅠ.ㅠ
그렇지만 “깨어난 포스”에서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는 단연 핀입니다. 그 짦은 시간 안에 이 캐릭터의 변화는 개연성이 너무나도 넘쳐나서 정말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도망치고 싶어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처음으로 맛본 인간미에서 헤어나오지 못하죠. 포에게서 이 점을 살짝, 레이에게서 이 점을 살짝, 한에게서 이 점을 살짝 모아서 점차 자기 개성으로 완성해나가는 장면이 진짜 감동적이에요.
카일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싶지만, 워낙 스타워즈의 기존 내용 자체를 담고 있는 설정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으아, 전 그 이름이 나온 순간 제작진의 사악함을 제대로 실감하고 말아서. 으악.
아니 인간들아, 그 이름을 붙이고 걔를 그렇게 만들다니. 푸핫.
거기다 EU에서 루크 아들 이름이잖아. 아놔, 인간들아? 이봐요, 각본가 님들하?
영화가 나오기 전에는 핀, 포, 레이가 삼인방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깨어난 포스를 보고 나면 핀, 레이, 카일로가 영화의 세 축을 이루고 있다는 걸 알게 되지요.
포는 아직 젊고 순진한 루크와 한의 장점만을 섞어 놓았지만 기본적으로는 웨지의 업그레이드 형입니다. 변화하기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마 그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자신에게 주어진 할 일을 하며, 기둥처럼 다른 이들을 떠받치는 존재. 다시 말하지만 전 루크랑 웨지가 최애캐라서요, 으윽. 으윽.
2. 처음 한을 만나기 전까지 두 캐릭터의 만남과 모험이 너무 취향이라서 정말 정신없이 몰아치는데,
이때쯤 팬들의 정신을 홀딱 빼 놓은 다음에 뒷부분의 엉성함을 가리려는 꼼수가 느껴지기도 하고 말이죠.
아, 밀레니엄 팰콘의 비행 씬은 정말 훌륭합니다. 볼때마다 감동이라서 할 말이 없습니다. 정말. ㅠ.ㅠ
그리고 전 엑스윙성애자인지라
엑스윙이 날개를 펼칠 때부터 정신이 반쯤 나가있어서 공화군 행진곡 테마와 함께 엑스윙 공중전 장면도
정말 거의 입을 막고 속으로 발광하고 말아서. ㅠㅠㅠ 몇 번을 봐도 수습이 안되더라고요, 그 감정이.
3. 최강의 스포일러, 문제의 그 장면에 대해 정말 모두가 약속한 듯 입을 꼭 다물고 있다는 데 경탄하고 있습니다. 팬들이 맞긴 하군요. 솔직히 처음부터 너무 플래그가 많이 서긴 했는데 설마, 설마 하다가 그만….카일로의 대사가 정말 압권이었죠. 어흑. 스토리상 당연히 그래야 하고, 그렇게 달려가고 있다는 걸 이성으로 알면서도 그 장면 자체는 부인하고 싶은 것입니다.
4. 그건 제가 마치 “레이는 절대로 스카이워커 가문이랑 아무런 혈연관계가 없었으면 좋겠어! 그러면 스토리가 완전 엉망이 되잖아! 그것만은 안돼!!”라고 외치면서 “루크보다 더 무서운 천재라니! 안돼! 차라리 루크 딸이라면 몰라도 루크보다 더 천재라니!!”라고 외치는 모순된 감정과 비슷하달까요. 푸핫.
이성은 절대로 스카이워커가가 아니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최강루크 전설을 놓고 싶지 않은 이 마음. 크흡. ㅠ.ㅠ
머릿속에서는 열심히 카일로와 레이의 나이를 굴리고 있어요. 이제껏 나온 힌트를 보면 레이는 렌 기사단을 피해 피난시킨 루크가 가르치던 영링이었을 것 같은데. 카일로가 생긴 거랑 하는 짓이 너무 어려서 시기가 안 맞는단 말이죠. 대충 십년 전에 사건이 터졌다면 괜찮을 것 같은데 애가 아무리 봐도 얼굴이 겨우 이십대 초반이라.
건 그렇고 카일로와의 광검 대결에서 레이는 아무리 봐도 분노와 어둠을 이용했고, 실은 그게 에피 8에서 어떤 어려움을 줄 것인가 상상하며 즐거워해야 하는데 레이 자체가 너무 강단있고 강한 캐릭터라 별로 걱정이 되질 않는군요. 스타워즈 클래식에서 루크가 흰색-회색-검은색으로 변화했다면 레이는 처음부터 회색으로 시작해서, 아마 끝도 회색으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5. 마즈 캐릭터는 여러모로 좀 미흡한데, 디자인도 그렇고 으음, 이상하게 상상력을 자극하지 않습니다. 전설의 아티팩트를 갖고 있는 것도 그렇고 사실 뒤지면 뭐가 많을 것 같은데 그 좋은 배우를 데려다가 왜 이리 별로 매력적이지 못한 캐릭터로 만들어놨는지 모르겠군요. 파즈마도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생각보다 비중이 너무 낮아서. 다만 후속편에 등장한다면 핀과 좋은 맞수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그쪽을 기대 중입니다.
6. 스타워즈 세계의 가장 좋은 점은 설명을 거의 안한다는 거죠. “긴 이야기지만 그건 나중에” 캬캬캬캬캬캬캬.
7. 솔직히 후반부에 스타킬러 저지 작전은 너무 허술했죠. -_-;;; 중간에 힘이 갑자기 빠지더라고요.
8. 포랑 비비에잇 엉엉엉 포랑 비비에잇. 엉엉엉. 그 둘이 너무 좋아. 엉엉엉 헉스랑 카일로랑 티격태격 하는거 베이더랑 타킨 제독 너무 모린 거라서 뿜겨요 엉엉엉 엉엉엉
9. “깨어난 포스” 내내 반복되는 단어는 “집”, 집에 돌아왔다는 한 솔로, 집으로 돌아가자고 말하는 포, 그 아이를 집으로 데려오라는 오르가나 장군.
저는 이게 디즈니에 넘어가고 그 색을 집어넣은 것인지, 아니면 거대한 스타워즈 사가를 “모험을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어” 라는 이야기로 마치기 위한 포석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전자라고 생각하는데, 양쪽 다일 수도 있겠죠. 사실 영화를 보면서 그 점이 아주 거슬리더라고요. 작작 좀 해! 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달까요. 카일로가 이 이야기 축에서 얼마나 큰 중심을 차지하는가를 말해주는 방증이기도 하고요.
10. “junk”를 “garbage”로, “good”을 “light”로, 이런 식으로 기존 영화의 대사들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일부러 단어 하나를 바꾸거나 같은 의미로 비트는 게 나올 때마다 각본가가 사랑스러워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11. 아, 이런 게 좋아요. 정말 말을 해도해도 끝나지 않고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쳐도 끝나지 않는게 너무 좋다고요. ㅠㅠㅠㅠㅠ 중간중간 설정이 비어 있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아요. 엉엉. 제발 코믹스나 애니메이션 같은 데서 너무 빈 이야기를 채우려고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요. 굳이 이 즐거움을 제한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제발 적당히,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채워넣었으면 좋겠어요.
12. 엉엉엉, 마크 해밀씨 엉엉엉 마크 해밀씨 야 이 사악한 놈들아 루크한테 아나킨 머리스타일을 주다니 야 이 사악한 인간들아 엉엉엉엉 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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