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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테이션 게임”

극장에서 내려가기 전에 빨리 보러 갔다와야지!

해서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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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편집 때문에 영화에 익숙치 않은 분들은 조금 헷갈릴 수도 있을 테지만
개인적으로는 매우 만족스러운 영화입니다.
동성애 죄목으로 잡혀온 앨런 튜링의 독백으로 시작되는데
[솔직히 낮게 깐 베니 목소리로 시작하는 건 반칙임요.  
으아, 이리도 찌질한데 왜 목소리만은 이렇게 멋진 거냐. ㅠ.ㅠ]
기본 배경은 2차 대전이 끝나고 몇년 후,
성정체성을 보여주는 학창시절과
전쟁 당시 에니그마를 깨트리기 위한 몇년 전의 시절들이
번갈아가며 지나갑니다.  
제가 앨런 튜링에 관해 알고 있는 것은 영화의 기본 바탕이 된 사실들, 그리고 항간에 널리 알려진 사실들인지라
아무래도 세부적인 사항들이 궁금해지더군요.
가령 휴 알렉산더와 앨런 튜링은 정확하게 어떤 관계였는가.
영화 내에서 왠지 그냥 스리슬쩍 넘긴 감이 있어서요.
그렇게 일방적인 관계였을 것 같지도 않고.
조앤 클라크도 실존인물이었다고는 하는데, 정확하게 어떤 역할로, 어떤 기여를 했을까 등등
영화의 미덕은 튜링의 삶을 중심에 두고
엇나가지도 않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신파조로 흐르지도 않는다는 겁니다.
앞에서 말했듯 팀원들의 묘사가 미흡한 게 조금 아쉽지만
[대신에 멘지스 쪽에 힘을 실어줘서]
또 그쪽으로 신경을 썼더라면 영화의 주제가 흐트러졌겠죠.
두시간 동안 다른 생각 없이 푹 빠져 볼 수 있습니다.
화려하지도 않고, 어찌보면 소박하게까지 느껴지며
주로 배우들의 힘에 의존해 흐르는 영화인데
정말 좋았어요.
덧. 베니는 이번에도 잘생김을 연기합니다. 그리고 역시 울 때가 제일 진짜같아요. >.<
    영화 속 앨런 튜링은 ‘빅뱅 이론’ 셀든을 많이 연상시킵니다. 물론 셸든이 그러한 특성을 일부러 과장시킨 캐릭터이기도 하지만 심지어 문득문득 생김새까지도 연상시키곤 하니.
덧2. 에니그마와 그 불가능하다는 코드를 깨트린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저는 늘 그 에니그마를 만들어낸 사람들이 누굴까가 궁금해집니다. 아무도 그것을 창조한 이들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아요. 그것을 깨트린 사람들이 얼마나 천재이고 영웅인지를 말할 뿐. 독일 쪽에 기록이 아예 없는 걸까요?
덧3. 키이라 나이틀리는 사실 남자 배우들과 케미가 잘 살지 않는 배우인데, 이 영화에서는 왠지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갑니다. 워낙 남초 배경이기도 하고….홍일점이라면서 동성애자의 파트너라는 점에서 오히려 어깨에 힘이 빠지니 그런 것 같아요.  
덧4. 영드 ‘블레츨리 서클’도 한번 보세요. 당시 그곳에서 일하던 여성들이  실은 얼마나 숨은 인재들이었는지를 보여주지요. 그 여성들과 영화 속 조안의 처지가 정말 겹치기도 하고.
덧5. 존 배우는 보는 내내 션 애스틴이 생각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