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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아홉 고양이

사용자 삽입 이미지가장 좋아하는 추리소설 작가나 탐정을 꼽으라면, 저는 주저 않고 엘러리 퀸을 꼽겠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묘하게 파장이 맞는 작가였지요.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 때는 후기작인 라이츠빌 시리즈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처음 접한 단편들 탓에 엘러리 퀸을 좋아하게 되어서가 아닌가 싶습니다만.
엘러리퀸의 단편은 재기발랄하고 깔끔하고 시원합니다. 엘러리 퀸의 성격 또한 그렇지요. 그는 차갑고 냉정하고 냉소적이지만 기본적인 성격은 사실 유머와 따스함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라이츠빌 시리즈를 접했을 때 무척 당황했던 것 같습니다. 헐리우드에 갔었을 때만해도 아직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그의 성격이, 라이츠빌에서는 저 밑으로 가라앉았으니까요. 그는 슬퍼하고, 좌절하고, 심지어 스스로와 남을 비난하기에 이르릅니다. 그 전 작품에서 엘러리의 이미지가 청년이었다면, 라이츠빌에서는 그가 드디어 중년에 달했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아마도 어린 나이에는 그 변화가 마음에 들지 않았었겠지요. 지금 생각하면 무척이나 아쉬운 일입니다만. [드룰리 레인은 처음부터 엘러리와 다른 인물로 생각했으니, 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알파벳 시리즈는 정말 최고였습니다!! T.T]

꼬리아홉 고양이는 사실 처음 읽어보는 작품입니다. 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이번에 출판된걸 보고 출판사고뭐고 관심 끊고 제목만 보고 업어왔지요. 이 작품은 이전의 작품들과 달리, ‘사회소설’, 혹은 ‘추리물’이라기보다는 ‘범죄물’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엑스트라는 좀 많이 들겠지만 영화로 만들어도 적절할 것 같군요. [단지 연속으로 많이 죽어나간다는 점에서 ‘호그 살인사건’을 잠시 연상시키기도 했습니다.]
확실히 중반부부터는 긴장이 약간 떨어집니다. 범인이 너무 빨리 밝혀졌어요! ‘그럴 리가 없어’의 느낌을 너무 강하게 주는 그 암시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작가의 의도는 연쇄살인과 군중들, 개인적 영향과 사회적 여파를 그리는데 있어 보입니다만. [아아, 그리고 그 놈의 로맨스 -_-;;;;; 하지만 지미는 마음에 들더군요.] 나이가 들면 그런 것에 욕심이 생기는 것일까요. 작가 자신이 꼽은 걸작에 이 작품이 포함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만, 전체적인 느낌은 조금 아쉽습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좌절하고, 심지어 기절까지 하는 이 인간을 보니 어딘가 기분이 좋군요. >.<
아아, 주문제작이라도 해서 누가 전집 안 내 주려나….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