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변함없이, 친애하는 친구가 시사회에 불러주어 함께 다녀왔습니다.
찍어둔 영화였어요. 휴 잭맨과 우리 마스터님[푸하하하핫!]과 미셸 윌리엄스라니, 내용을 잘 몰라도 보러 가고 싶을만도 하죠. 평이 안 좋다는 이야기는 들었었는데,
…………안 좋을만 하군요. -_-;;;;
이런 류의 순진한 주인공을 속이고 등쳐먹는 이야기는 이제껏 수도 없이 반복되었고, 요즘에는 눈 감고도 플롯을 따라갈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한 것입니다. 심지어 이 영화는 첫번째 내막도 예상 가능하고, 두번째 내막도 예상 가능하고, 세번째 내막도 예상 가능합니다.[적중률 100퍼센트!!!] 따라서 이런 영화를 통해 뭔가 재미를 주고 싶다면 멋들어진 배우 삼인방 외에도 조금이나마 다른 게 가미되어 있어야 합니다.
………없어요. 전혀. -_-;;;; 이만한 배우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뻔하고 허술한 스토리는 정말 오랜만이에요. 90년대 영화같습니다.
백번 봐줘서, 그래도 익숙하고 빤한 스토리이므로 중후반까지 무난하게 – 못봐줄 정도까지는 아닌 – 넘어갔다고 하더라도, 결말 대체 어쩔 겁니까. 관객들 뒤통수를 치는 데 성공하긴 했지요. 좋지 않은 의미로요. -_-;;;; 마무리가 혹시 필름 편집을 덜 끝내고 내보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엉성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전 원래 책이든 영화든 평가가 상당히 관대한 편이란 말입니다.] 결말을 제대로 내고 앞부분 흐름을 조금만 다듬었더라면 나름 세련된 영화처럼 포장을 잘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왜 이렇게 엉성한 화면과 엉성한 흐름과 엉성한 마무리 장면을 그대로 내놓았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전체 스토리를 생각해보자면 그 ‘클럽’에 공을 들일 이유도 전혀 없습니다. 물론 볼거리의 대부분은 – 카메라와 감독과 배우의 열정이 – 그 장면에 들어있지만 말입니다. 주인공의 타락 – 이라고 부르긴 좀 뭐하지만 – 과 그 속에 피어난 순정을 그리고 싶었더라면 좀 세련되게 묘사를 해 주던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가 그나마 가장 볼만한 곳이라는 건 참 슬픈 일입니다. ㅠ.ㅠ]
유안 씨의 매력은 빼어납니다. 8대 2 가르마 안경잽이 범생이에서 가죽잠바로의 변신, 게다가 클럽에서 신나 날뛰는 모습을 보면, “유안 씨 다이제스트 영화다!!!”라고 외칠 수 밖에 없더군요. ^^* 이제껏 그가 해온 역할들과 모습들을 골고루 섞어 보여주고 있습니다. [넵, 팬 서비스라 생각하고 열심히 낄낄대며 봤습니다.] 휴 씨야 워낙 긴 데다 양복까지 걸치고 있으니 훈훈하고요. [휴 씨의 육체적인 특성은 그의 잔인하거나 야비한 미소를 특히 돋보이게 해 줍니다. 그러나 그는 결코 완벽한 악역은 되지 못하죠. 어떻게 해도 늘 허술해 보인달까요. 원체 선한 인상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미셸 양은 참 특이해요. 귀여운 인상의 얼굴인데 거기에 어딘가 비극적인 게 깔려 있거든요. 브로크백 마운틴에서도 그랬지요.
조금 슬픈 기분이 듭니다.
저 좋은 배우들을 가져다가 똑같은 소리만 하며 필름을 낭비한 듯한 느낌이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