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제목부터, 내지는 홍보물을 통해 알 수 있듯,
겉보기에 많은 문제를 지닌 어린 소년과 졸지에 그 소년의 아버지가 된 중년 남자가 가족이 된다는,
[이 경우는 “자신이 화성인이라고 생각하는 괴짜 소년”과 “그 소년을 입양한 홀아비”지요]
매우, 매우, 매우매우매우매우 평범하고 흔해빠진 뼈대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두들 짐작하시다시피, 이야기는 아주 평범하게, 누구든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 평범하게 흘러갑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장점은 예기된 위기나 갈등, 클라이맥스를 가슴을 졸일 정도로 끌어당기지 않으면서도 묘하게 눈물을 뽑아내는 구석이 있다는 겁니다. 참으로 영화다운 일상과 사건들 사이에서도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소소한 사건들이 고개를 내밉니다. 예를 들면, 오랫동안 옆에 있었던 개의 죽음이라든가 말이지요. 꼬마 자녀가 있는 부모라면, 혹은 저처럼 꼬마 조카가 있는 분이라면 대사 속에서 공감을 느끼기에도 충분합니다. 어느 정도 어린시절의 기억을 자극하기도 하고요.
소년은 노인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시종일관 거칠고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아버지는 설정상 SF작가답게 위트있는 말들을 쏟아냅니다[당연하죠. 존 큐삭인 걸요. 언제나 입심좋게 떠들어대면서도 결코 시끄럽지 않은 우리 큐삭씨는 여기서도 변함이 없습니다.] 두 사람의 어울림은 꽤 훌륭해요. 소년 배우는 창백하고 뾰족한 것이 어딘가 맥컬리 컬킨을 연상시키는 데가 있습니다.
또 하나의 볼 거리는 존과 조안 남매의 티격태격입니다. 이 사람들, 대체 몇 십년 동안 영화 속에서 “우리 친남매요!”를 외치고 있는 겁니까. ㅠ.ㅠ 게다가 같이 늙어가면서! 저 두 사람의 나이먹은 얼굴을 보고 있으면, 아아, 나도 이렇게 나이가 먹었구나, 라는 심정이 된단 말이지요. 잊을만 하면 두 사람 영화가 나오고 또 잊을만 하면 새 영화가 나오고, 를 실시간으로 반복한 탓일까요. 거칠어진 피부와 불어난 몸집과[조안 누님의 경우에는 오히려 더 마른듯?] 늘어난 주름살을 보면서 여전히 “그래도 넌 내 동생이잖니”같은 대사를 10년이 넘게 주고받고 있는 이 배우들은 언제 봐도 흐뭇합니다. 안심을 시켜줘요.
영화가 끝나면 “상기 사건들은 모두 실제 경험을 토대로 한 것이며, 인물은 허구이다”라는 자막이 뜹니다. 찾아보니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더군요. [심지어 작가도 진짜 SF작가!]
작은 상영관이었지만, 아이를 데려온 부모들이 많았습니다. 놀랍게도 처음에 떠들던 아이들이 점차 극에 몰입하는 게 보이더군요. 제일 거슬렸던 사람은 오히려 옆에서 영화 상영 내내 문자를 보내던 젊은이들이었습니다. [그러려면 제발 극장 오지 말고 비디오방이나 가세요.]
적어도 어거스트 러쉬보다는 훨씬 좋은 점수를 받을만 합니다. 그냥 내려가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이런 걸 설에 개봉하라고 -_-;;;]
덧. 부자끼리 “나보다 널 사랑할 사람은 없어!”라든가 “너도 날 사랑하는 거 알아!”같은 대사를 하는 걸 보고 집에 돌아왔더니 “어이쿠, 왕자님!” 게임이 와 있군요. -_-;;;;; 알았어요. 좀 순수해지도록 할게요. ㅠ.ㅠ
덧2. 앞으로 2주일간, 미친듯이 영화보기에 돌입합니다.
덧3. 큐삭 씨가 누굴 연상시키는지 알아냈어요. 왠지 모르게 빌 머레이의 얼굴을 닮아가고 있어요. 으음….맞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