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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팬서” (2018)

“블랙팬서”는 예고편이 마음에 들어 오랜만에 기대하고 있던 마블 영화였습니다.

조금 감탄했어요.

시나리오에서 연출까지 정말 많은 점에서 고민하고 공을 들인 티가 납니다.
캐릭터는 다들 개성이 넘치고, 각자의 본분과 특성과 입장을 굉장히 잘 드러내고 있으며,
각각 다른 스타일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여러 부족으로 구성된 와칸다처럼
모자이크처럼 영화 내에서 잘 맞물려 떨어집니다.

나아가 주인공의 여러가지 면모들,
영웅이라기보다는 ‘왕’으로서의 입장과
사회적인 책임에 이르기까지 진짜 여러 문제와 고민을 아울렀고요.

오랜만에 사회적 울림을 진지하게 안겨준 히어로 영화고,
근래 본 영화들 가운데 신화적 원형을 현대적으로 가장 잘 살렸으며
(이건 배경이 배경이니만큼 설득력도 더 크고요)
비교하고 싶진 않은데 “토르: 라그나로크”와 많은 점에서 대조됩니다.
일단 소재와 주제가 꽤 비슷하다보니 피해갈 수가 없군요.

이건 감독과 배우들이 영화를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시빌 워”만 해도 소재 자체는 좋았는데 그저 ‘흥미로운 소재거리’로 잠시 활용하는 데서 그치고 말았다면 “블랙팬서”는 주제가 영화 전체를 관통하고 있어서요.

반면에 확실히 액션이 비중에 비해 빈약하게 느껴지는데.
사실 이 영화는 움직임보다는 미술과 화면, 드라마가 중요한지라 빈약하다는 것 자체는 큰 단점이 되지 않음에도 영화 내에서 차지하는 시간이 많은데다
이상하게 0.몇 초씩 어긋나는 듯 보이는 움직임과 음악이 거슬리더라구요.
사운드트랙도 그 특이성은 참 좋은데 가끔 화면과 어긋납니다.
화면감과 리듬감이 안 맞는 느낌이에요.

캐릭터의 첫 영화라 그런지 개인적으로는 “퍼스트 어벤저”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카메라가 보여주는 공간을 묘하게 협소하게 쓰는 것도 그렇고 이상하게 “작은 영화”처럼 보이는데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군요. 감독의 스타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정말이지 나오는 모든 인물들이 아름답습니다.
아니, 이렇게까지 다들 근사해도 되는 건가, 좀 반칙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 정도.

캡틴 아메리카 3: 시빌워

이쪽은 너무 호평이 많아서 최대한 기대를 억누르고 간 케이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재미는 있습니다.
일단 그 수많은 인원을 정리하는데 성공했고
일대일 액션, 또는 서로 연계되어 벌어지는 앙상블 액션도 훌륭해요.
기본적으로 “윈터 솔저”와 마찬가지로 액션 첩보물의 얼게를 띠고 있는데
그게 루소 형제 취향이 아닐까 하네요. 고전적인 첩보물이요.
본 아이덴티티를 연상시키는 데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만큼 열광했느냐고 묻는다면,
흠, 미묘하네요.
“시빌워”예요.
원작의 초인등록법이 주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고
기본적으로 버키를 둘러싼 갈등이 주 내용이 될 것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만
그래도 시작은 생각할 점이 있는 심각한 공적 주제에 대해서 꺼내놓고
중후반도 아니고 편을 나누자마자 곧장 개인적인 전쟁에 돌입합니다.
개인사를 끌어내기 위해 소재를 사용한 것 밖에 안 되죠, 이건.
이렇게 되면 캡틴이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인 것도 정말 야, 와서 내 편좀 들어줘, 이기적인 이유로밖에 안 보인다고요.
중반이야 여러 애들끼리 싸우는 것에 흠뻑 빠져 봤으니 그렇다고 쳐도
[그래도 전 공항씬보다는 오히려 영화를 처음 열 때의 액션이 더 좋았어요.
공항은 좀 길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종반에서는  
“여기서까지 엄마 이야기가 나오면 어쩔!!!!”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고요.
이건 아니지이!!!!!!
아니, 물론 그 이야기가 나올 거라는 건 영화 초반부터 보여주긴 했지만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캡이 버키 때문에 싸우는 거랑
토니가 과거 때문에 캡/버키랑 싸우는 거랑
완전히 똑같은 이유인 건 둘째치고[그건 뭐 영화 전반에서 반복되는 주제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거랑 소코비아 협정이랑 뭔 상관이냐고요.
이래서 선택을 개인에게 맡기면 안된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거냐!
심지어 악역이 들고 나온 동기도 개인사로밖에 연계시키지 못했어.
처음부터 법안 이야기를 꺼내지를 말든가요 이 사람들하.
이쯤되면 차라리 뱃대숲 쪽이 더 일관성이 있다고.
그래서 사실
액션은 재미있었는데
두번째도 봐야겠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누구야, “윈터 솔저”만큼 잘 나왔다고 한 인간이.

세세한 조각들은 잘 맞춰놨는데
퍼즐을 풀고나니 완성된 그림이 처음 뚜껑에 그려져 있는 그림이 아닌 거죠, 이건.

그래서 간단히 말하자면
뱃대숲에 대한 지나친 혹평이 좀 어리둥절했던 것처럼
시빌워에 대한 지나친 호평도 좀 어리둥절합니다.
이 정도 칭찬을 받을 건 아니잖아?

티찰라의 등장과 소개는 스토리상에서 적절했고 배우도 좋았고 단독영화도 엄청 기대되지만
스파이더맨은 개인적으로 귀여워서 죽을 것 같았긴 해도 냉정하게 보면 설명도 장면도 좀 과했어요.
무엇보다 명분은 사라지고 없고 그냥 ‘패싸움’을 하기 위해 끌어들인 캐릭터가 되어버려서.  
하지만 앞으로 이 꼬맹이가 새 영화에 나와서 두 시간 내내 조잘거릴 걸 상상하니 발그레하군요.  

호크아이는 어벤1, 어벤2, 시빌워에서 모두 다른 캐릭터가 되어 버렸고 – 저건 레너잖아?
에버렛 로스는 나올 때마다 마틴 프리먼이라서 너무 웃겼습니다.
건 그렇고 로스 장군이랑 무슨 관계랍니까?
앤트맨은 여전히 사랑스럽군요. 으하하하하핫
럼로우, 울 럼로우 아저씨 엉엉 ㅠㅠ 이게 뭐야 ㅠㅠㅠㅠㅠㅠㅠ

여튼 이번에 페이즈 2가 끝나던가요?
이 뒷 이야기를 어떻게 이어갈지 궁금하군요.

덧. 버키가 원작 완다 역할을 하고 있다니…사실 그때도 캡아 캐붕이라도 엄청나게 욕먹지 않았던가.
덧2. 결말을 보면 어벤2 때 제렒과 크리스가 블위를 두고 “이남자 저남자랑 다 썸타는 XX”라고 한 말을 그대로 캡아에게 돌려주고 싶습니다. 전처 때문에 현처와 싸우더니 결국은 잘생기고 돈많고 똑똑하고 현명하고 권력있는 국왕님한테 가셨어. 푸핫. 좀 웃어도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