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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비긴즈 보고 왔습니다.

드디어, 보고 왔습니다.
크흑, 우여 곡절이 많았어요. T.T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 영화 전에 뭘 먹으려고 간 샌드위치 집은 샌드위치 하나에 8천원씩이나 하질 않나, 친구가 예매한 표는 어제 날짜가 아니라 그저께였질 않나. -_-;;;;; 그래서 결국 표 두개 값을 날리고 현장에서 다시 표를 사서 들어갔더라는 겁니다요. 이거 무슨 마가 끼었나…쿨럭.

개인적으로 앞부분은 조금 지루한 감이 있었습니다. 확실히 라즈알굴 부분은 몰입하기가 힘들었어요. “소위 어딘가 동양적인” 분위기에, 히말라야, 닌자술……배트맨을 보러간 이유는 그런 것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했던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아주 정석인 시간구성 탓도 있는 것 같아 좀 불만이었습니다만, 생각해보니………이거 완전 “성장영화”더군요. 거기서 납득해버렸습니다.

아아, 하지만………다 필요 없습니다. 배트맨이 건물 위에서 망토를 휘날리는 장면 하나로 모든 게 용서됩니다. [이런 콩깍지 같은!!!!] 묘하지만…..가장 미국적인 배트맨이라는 느낌이 들더군요. 아무래도 제가 팀 버튼의 배트맨에 익숙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전 배트맨 포에버와 배트맨과 로빈은 안 칩니다. -_-;;;; 아니, 걔네들은 보고나서 기억 속에서 지워버렸거든요.] 크리스찬 베일의 배트맨은 젊고 혈기가 왕성한 탓인지 ‘단단하고 강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탱크 배트카의 위력 탓도 꽤나 큰 것 같습니다만……

1. 크리스찬 베일. 제가 말입니다, 이 배우를 좋아하거든요. 진짜거든요???? 아메리칸 사이코에서 보인 그 칼날같은 분위기와 표정도 이퀄리브리엄에서의 연약함도, 진짜 좋아합니다아. 그런데, 어째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모습이 더 좋은 겁니까. [배우보다 배트맨이 더 좋은 듯] 으허. 턱이, 턱이 예술입니다. 아이고오. 훌륭한 캐스팅이었어요. 그리고 많은 분들이 말씀하셨습니다만…………….목소리, 목소리, 목소리이!!!!!!
베일씨는 눈에 힘을 조금만 빼면 비극적인 분위기가 되어서리……..모성애를 자극하는 부분이 있어요. 으음. 그런데 당신, 진짜로 키 2미터에 가까운 리암 씨를 들쳐업고 뛴 겁니까!!!!!!!!

2. 마이클 케인 씨. …………..알프레드, 당신 몇 살인 겝니까. 제 보기에 배트맨 시리즈에서 가장 먼저 그 정체를 밝혀야 할 사람은 당신인 거 같은데요. 혹시 당신, 100년 묵은 너구리가 둔갑한거라든가…….그런 거 아닙니까? 쿨럭. 혹시 고담시를 좌지우지하는 게 당신이라든가 [재산은 재벌급, 거기다 배트맨과 웨인가를 주물럭거리고 있잖습니까아!]
어제 깨달은 게 있습니다. 저 취향이 미청년에서 미중년, 그리고 미노년[??]으로 점점 더 이동중인 듯 하옵니다 솔직히 말해서, 영화에서 케인 씨가 제일 좋았다면, 뭐라고 하실 겁니까? T.T 제길, 안 그래도 마이너인데 안 좋습니다아.

3. 모건 프리맨 씨. 꺄아아아아앗! 아이고오, 아저씨 귀여워요………귀여워 죽겠습니다. 능청스러운 연기는 좋았지만, 불행히도 눈에 그리 띄지는 않았습니다. 워낙 다른 인물들이 많아서 그렇겠습니다만. 중요한 역할인데도 불구하고 카메오라는 느낌이 심하게 들었습니다. [오히려 와타나베 씨가 그런 느낌이 들어야 할텐데 말이죠.]

4. 콰이…아, 아니지, 리암 닐슨 씨.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리암 씨, 스승 캐릭터는 그만 맡으셔야겠습니다. T.T 아니, 무지 멋졌어요. 진짜, 진짜로! 그런데 제가 영화의 앞부분에 몰입하지 못한 이유는 이 탓도 있단 말이죠. 알프레드는 계속 ‘마스터’ 웨인을 입에 달고 살지, 리암 씨는 빙판 위에서 칼싸움을 가르치지, 거기다 ‘Fear’가 어쩌구저쩌구 계속 이야기하지. -_-;;;;; 이거, 영화 배트맨 맞는지 너무 헷갈려서……….T.T 순간 당신이 장발로 보였다면 이해하시겠지요.
물론 시나리오 탓이 크겠습니다만, 안 좋아요. 배우한테도, 후속 영화한테도. T.T 순수하게 영화를 즐기기보다는 역시 망상이 계속되어서. 특히 “You are stronger than your father”와 ”you even don’t know my father”가 나오는 부분에서 [대사,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하마터면 코로 콜라 내뿜을 뻔 했습니다. -_-;;;
아아, 빨리 킨제이 리포트를 보고 저 이미지를 씻어야겠어요. 크흑. [아니, 그걸 보면 더한 망상이 시작될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역시 남자는 양복입니다. 쿨럭. 거기다 발음과 목소리가………아우, 젠장. 마지막 가시는 장면, 진짜 훌륭하셨습니다. 우어~~~

5. 게리 올드만 씨. 평범한 중년 가장으로 돌아오셨군요!!!!!!!!!!!!!!!!!!!!!!!!!! 처음에 못 알아봤어요!!!!!!!!!!!!!!!!!!!!!!!!!!!!! 아니, 이것 참, 산뜻한 기분이랄까, 신선하달까. 우하하하하하하하하하! 유안이 오비완 캐스팅됐대더라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랑 비슷하달까. >.< 하지만 정말 귀여우셨습니다. 푸하하하하하하하핫!

6. 킬리언 머피. 눈동자가 감동이었습니다. 당신 아일랜드 계 맞지? 폴 뉴먼 저리가라 눈동자군요. 솔직히 28일 후만 해도 그냥 귀엽군, 정도였고 진주귀걸이 소녀에서도 ‘오, 정육점 놈 치고는 잘 생겼는걸’ 정도였는데……으아, 안경이란 요물입니다. T.T 거기다가 이 사람, 미친 연기가 아주 마음에 들어요!!! 우하하하, 눈이 풀렸어!!! >.< 입을 헤 벌리고 천정을 쳐다보는 표정이 좋더군요. [이런 취향이라 죄송합니다.]

7. 케이티 홈즈. 이런 말 하긴 뭐합니다만…………….대체 이 배우 어디가 예쁘다는 걸까요. 아무래도 제 취향은 아닌 듯 합니다. 전혀 얼굴에 특징이 없어요. 하지만 브루스와 레이첼의 마지막 장면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런 영웅물에서 “난 이렇게 착한 놈인데 차마 비밀을 말할 수 없었어. 자, 이제 알았겠지” 남주인공과 “어머나, 이제까지 모르고 그랬던 거 미안해, 내가 바보였어, 흑흑” 여주인공은 어쩔 수 없지만, 저런 엔딩을 만들어주다니, 좋군요. 땍땍거리지만 않으면 꽤 괜찮은 캐릭터였는데…….역시 전 캣우먼 파라…..

8. 라이너스 로치 씨. ………………..당신 같은 아버지라면 아들이 파더콤이 된 게 당연해 보일 정도입니다. -_-;;;; 세상에나, 이상적인 인간상에 이상적인 아버지상이라는 설정만으로도 무지막지 부담스러운데 거기에 배우는 라이너스 씨라니, 농담합니까. [근데 돌아가실 때 정말 무서웠어요. T.T]

9. 룻거 하우거 씨. 분위기 좋던데요. 의외로 이 캐릭터가 잘 부각되지 않아 슬펐습니다. 눈에는 꽤나 화려하게 보이는데, 악역이 아니라 그저 약간 약삭빠르고 욕심많은 경영진이기에 강렬한 느낌을 주지 못했어요. 나름대로 소심한 성격이 마음에 들었습니다만, 아쉽군요.

10. 와타나베 켄 씨. 보자마자 ‘셰도우’의 존 론을 떠올렸습니다. 이미지도 그렇고, 분장도 그렇고. 아마 기본 설정 자체가 비슷하기 때문일테지만요. [전 영화 셰도우를 상당히 높이 치는 사람이라서요]

……….종합선물세트라 그런지 할말도 무지막지 많아지는군요.

보면서 찝찝한 부분도 많았습니다. 토머스 웨인의 이상적인 모습은 상당히 거슬리더군요. 6대를 이어온 가문에, 직업은 하필 남을 돕는 의사, 완벽한 아버지, 주인님, 그야말로 완벽한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모습.
그리고 완벽한 아버지를 가진 아들이 필연적으로 지닐 수밖에 없는 콤플렉스. 이건 좀 복잡한 부분인데, 레이첼이 브루스의 뺨을 때리는 장면은 실소가 나왔습니다. [알프레드도 만만치 않지만, 그는 구시대 사람이니 넘어가고]
그리고 웨인 회사, 군수품 쪽은 취급하지 않는다면서 왜 그런 이상한 물건들이 넘치는데!!! 그런 식으로 따지면 그 부서, 폐쇄된 게 당연하잖아. -_-;;;

확실히, 많은 부분 스파이더맨과 비교가 되어서 재미있었습니다. 한 놈은 원치 않는 초인적 능력을 가졌는데 돈이 없어서 빌빌대고, 한 놈은 자신의 의지로 움직이는데다가 노력파고, 돈은 미친 듯이 넘치고. 둘이 붙여놓으면 상당히 재미나겠어요. 서로 잘난척 굴면서도 속으로는 부러워서 쳇쳇거릴 것 같습니다. ^^* 뭐, 그런게 묘미가 아니겠습니까.

아아, 다음주는 신시티입니다. -_-++++++++

덧. 개인적으로는 박쥐들이 소용돌이를 그리는 가운데 내려오는 박쥐아저씨의 모습이 제일 멋졌습니다. ㅠ.ㅠ 제길, 정말이지 비주얼 하나는…..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