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에 굴복했다…
…기보다는 너무 오랫동안 밖에 나가지 않아서 이러다간 안 될 것 같아 급하게 예매해서 보러 갔다.
스타워즈 소리를 듣던 앤트맨도 궁금하긴 했는데 그래도 극장에서 봐야 할 작품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 두 시간이 정말 훌쩍 지나갔어.
극장에서 나와서 이렇게 긴 영화라고는 생각하지 못해 놀랄 정도였다.
나는 학창시절 슬램덩크를 읽지 않았는데
내가 영화고 만화고 당대 모두가 봤던 것들 중 이상하게 안 보고 지나간 게 많아서 그렇다.
중간중간 한 권씩 친구들이 보던 걸 옆에서 같이 본 데다 워낙 많은 이야기들을 들어 대충은 알고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각 잡고 처음부터 끝까지 보질 못했달까.
이번 열풍이 불어서 조금 깊이 생각해 보니 당시 책 한 권에 시합 5분이라는 데 좀 거부반응이 있었던 것 같아. 나이 들어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어린 시절 특히 사춘기 때는 취향에 대한 이상한 고집이 있지.
여하튼 그래서 배경 지식에는 별 문제가 없었고,
팬도 아닌데도 오프닝은 사람을 울컥하게 만들더라. 음악과 화면이 정말 근사해서. 지면 위에서 펜선이었던 캐릭터들이 살아 나와 움직인다는 전제를 시작부터 박아 놓고 시작하다니 반칙이잖아 이거.
각 캐릭터에 대해 기본에 깔려 있는 편애적인 애정이 없다 보니 오히려 시합에 중점을 둬 더욱 스포츠를 관람하는 시선으로 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실제 관중석에 앉아 있는 사람의 심정이라고 해야 하나. 어렸을 땐 백호가 너무 어수선하고 바보 같아 별로 안 좋아했는데 나이 들고 보니 정말 하는 짓 하나하나가 너무 귀엽더라. 모든 선수들을 ’10대 어린애’로 볼 수 있는 어른이 되어 보니 작가가 왜 당시 캐릭터들을 그렇게 그렸는지 이제야 좀 이해할 것 같고.
배경과 캐릭터들이 따로 놀아 뭔가 배경막 앞에서 종이 인형으로 연극을 하는 느낌이 좀 있는데,
일부러 한 연출인가? 라고 생각했으나 3D에 2D를 입히는 요즘 기법이라는 말을 들었다. 흠. 이 기법은 꽤 오래된 것 같은데, 이 정도로 애들이 느릿느릿하진 않았지 않나. 시합 때는 안 그런데 다른 배경에서는 프레임이 적은가? 는 느낌이 들 정도로 느리다.
여하튼 너무 궁금해서 다음주에는 어케든 시간을 내서 더빙을 한번 보러갈 예정.
덧. 이름도 안나오는 태섭이 친구 A가 마음에 들어 물어봤더니 이름이 달재래.
아, 이 세상 모든 친구 A 취향의 팬들에게 건배! 하긴 나 당시에도 안경선배가 가장 호감이었지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