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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블비(2018)

트랜스포머는 2편까지 보고는 말았다.
아니, 3편은 봤는지 안 봤는지도 기억이 안 나네.


프리퀄이지만 동시에 소품과도 같은 영화고
영화 전체의 규모는 작지만 의외로 전투장면이 꽤 들어 있어서 그게 더 놀라울 지경.
무엇보다 범블비와 다른 디셉티콘 기체들의 변신 장면을 쉴새없이 넣어주어서
부품들이 움직이는 걸 볼 때마다 부족했던 기계 분을 채워준다.
그것만으로도 좋았어.

내용도 그렇고 무엇보다 시대적 배경이 80년대인지라
아무래도 ET를 많이 연상시키는데다
인물들마저 그 시대를 반영했다기보다는
우리가 보고 자란 그 시절의 영화를 반영했다는 느낌이 물씬 난다.
찰리의 가족과 동생과 옆집 남자아이를 그리는 방식 전체가 그런데
그런데 그 중심이 소년이 아니라 소녀이고,
소녀의 관점에서 그릴 때에는 무엇이 다른지 “우린 아직 그런 사이 아냐”에서 특히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범블비와 찰리의 사랑스러움이 실질적으로 영화의 모든 걸 차지한다.
라디오로 소통하는 부분은 언제봐도 재미있지.
액션영화라기보다는 크리스마스 가족영화.
마지막에 자신의 손으로 고쳐낸 근사한 스포츠카를 타고 달리는 찰리가 좋았어.

 

“블랙 팬서” (2018)

“블랙팬서”는 예고편이 마음에 들어 오랜만에 기대하고 있던 마블 영화였습니다.

조금 감탄했어요.

시나리오에서 연출까지 정말 많은 점에서 고민하고 공을 들인 티가 납니다.
캐릭터는 다들 개성이 넘치고, 각자의 본분과 특성과 입장을 굉장히 잘 드러내고 있으며,
각각 다른 스타일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여러 부족으로 구성된 와칸다처럼
모자이크처럼 영화 내에서 잘 맞물려 떨어집니다.

나아가 주인공의 여러가지 면모들,
영웅이라기보다는 ‘왕’으로서의 입장과
사회적인 책임에 이르기까지 진짜 여러 문제와 고민을 아울렀고요.

오랜만에 사회적 울림을 진지하게 안겨준 히어로 영화고,
근래 본 영화들 가운데 신화적 원형을 현대적으로 가장 잘 살렸으며
(이건 배경이 배경이니만큼 설득력도 더 크고요)
비교하고 싶진 않은데 “토르: 라그나로크”와 많은 점에서 대조됩니다.
일단 소재와 주제가 꽤 비슷하다보니 피해갈 수가 없군요.

이건 감독과 배우들이 영화를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시빌 워”만 해도 소재 자체는 좋았는데 그저 ‘흥미로운 소재거리’로 잠시 활용하는 데서 그치고 말았다면 “블랙팬서”는 주제가 영화 전체를 관통하고 있어서요.

반면에 확실히 액션이 비중에 비해 빈약하게 느껴지는데.
사실 이 영화는 움직임보다는 미술과 화면, 드라마가 중요한지라 빈약하다는 것 자체는 큰 단점이 되지 않음에도 영화 내에서 차지하는 시간이 많은데다
이상하게 0.몇 초씩 어긋나는 듯 보이는 움직임과 음악이 거슬리더라구요.
사운드트랙도 그 특이성은 참 좋은데 가끔 화면과 어긋납니다.
화면감과 리듬감이 안 맞는 느낌이에요.

캐릭터의 첫 영화라 그런지 개인적으로는 “퍼스트 어벤저”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카메라가 보여주는 공간을 묘하게 협소하게 쓰는 것도 그렇고 이상하게 “작은 영화”처럼 보이는데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군요. 감독의 스타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정말이지 나오는 모든 인물들이 아름답습니다.
아니, 이렇게까지 다들 근사해도 되는 건가, 좀 반칙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