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30제 목록을 주욱 훑어보다가 문득 떠올라서 끄적여봅니다.
14번 ‘불’과 24번의 ‘물’은 떼어놓고 보면 여러가지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그 둘을 나란히 놓고 들여다보면 저절로 스카이워커 부부가 연상되더군요.
아나킨은 확실히 ‘불’입니다. 그는 건조한 사막의 혹성에서 자라났고, 화려하고 강렬하게 타오르며, 언제나 사방으로, 그리고 위로 뻗쳐나가려는 성질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주변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자신의 불꽃으로 감아올리고 파멸시키죠. 그래서 그의 에너지는 세상을 까맣게 불태우고 모든 것을 무로 되돌립니다. 그리고 새로운 세상은, 바로 그 시점에서부터 시작되지요.
그에 비해 파드메는, 물의 속성을 지닙니다. 그녀는 호수의 혹성에서 자라났고, 불의 주민인 아나킨이 동경하는 존재입니다. 아나킨이 밖으로 밖으로 확장해나가려는 성질이 있다면, 파드메는 중앙으로, 하나로 집중하려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녀의 믿음은 언제나 확고합니다. 물은 전반적으로 일관되고 한쪽 방향으로 흐르며, 그 속성을 변질시키기가 가장 힘든 존재입니다. 수면은 흔들리지만 심해는 고요하고, 평소에는 온화해보이지만 한번 폭발하면 불보다 거셉니다. 그 순간에는, 불을 꺼뜨릴 수도 있겠지요.
루크는 ‘대지’입니다. 그는 스타워즈 세계의 중심이며,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고 동시에 이야기가 끝나는 완성 지점입니다. 그는 이 세계를 받치고 지탱하는 자이자, 모든 이들의 발판입니다. 그러나 결코 눈부시게 돋보이는 존재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는 항상 우리의 ‘발 밑’에 있기 때문이죠. 그는 가장 중요한 왕의 자리에 위치하지만, 결코 우러러보는 존재는 아닙니다. 대지는 그렇게 모든 것을 감싸안고, 조용히 그 자리에서 단단하게 버팁니다.
레이아는 ‘금속’입니다. 그녀는 대지 위에 길을 내고 누구보다 제일 먼저 앞장서서 나아갑니다. 그녀는 날카로운 칼날로 장애물을 베는, 진정한 투사입니다. 반면 금속은 그 무엇보다 단단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깨지기 쉽습니다. 따라서 어찌보면 가장 연약한 존재라고도 할 수 있지요. 그녀는 어디서나 반짝반짝 빛나는 존재이고 불 다음으로 파멸의 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오비완은 ‘나무’입니다. 그는 유일하게 생명이 있는 유기체이고, 유일하게 스카이워커 집안이 아닌 사람입니다.[왜 아니냐!!고…….주장하시면 반박하기 힘듭니다만 ^^*] 그는 홀로 설 수 없으며, 하늘과 땅을 잇는 다리이자 중간자입니다. 기둥은 수직으로 서 있지만, 가지는 수평으로 뻗어가는 융통성있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나무는 바람에 휘어지지만, 태풍에는 부러집니다. 그는 대지에 뿌리박고 자라나 불에 타오르고, 다시 재가 되어 대지로 돌아갑니다. 그렇게 원을 완성하고 죽어가지요.
뭐, 진짜 오행 이론으로 따지자는 게 아니라, 그저 이미지가 그렇다는 거죠. ^^*
이글루스 가든 – 황제님을 모시는 착한 제다이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