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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벨만스” (2023)

넷플릭스를 통해 관람.

예전에 극장에서 놓친 영화 중 하나.
나도 현대인이 되다 보니 이제 컴퓨터 화면으로 OTT를 통해 영화를 보게 되면
중간중간 몇 번은 멈추곤하는데
놀랍게도 오랜만에 쉼없이 주행했다.

액션 영화도, 추리 영화도 아닌
정말 잔잔하게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것뿐이건만
어떤 시끄러운 영화보다도 몰입해서 볼 수 있다니
대체 스티븐 스필버그의 이 연출력은 어디서 오는 걸까.
지평선을 잡는 법?

이 영화가 또한 ‘영화’에 매료된 자의 이야기이고
나이깨나 먹은 나마저 그 사람이 만든 영화를
첫 장면의 새미처럼 입을 벌리고 홀린 듯이 쳐다보고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은
정말 감탄스럽지 않은가.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것 중 하나는
어린 새미가 감독으로서 연기자를 이해하고 다루는 법을 익혀 나가는 과정이었는데
특히 아직 연기가 뭔지도 모르는 어린 감독의 설명에
당사자로서 먼저 본질을 깨닫는 스카우트 소년의 장면이 좋았다.

나는 배우의 연기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 중 하나가 연출자/ 감독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 감독이 스필버그였다.
(같은 배우가 그리 길지 않은 시간 차를 두고 출연한 서로 다른 영화에서
마치 다른 배우인 양 수준 차를 보이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어릴 적부터 봤던 스필버그는 특히 정말 드물게
헐리우드 영화에서 아동들의 연기를 끄집어 내는 데 뛰어난 인물이라
영화 속 그런 장면들을 보며
아, 그래, 그랬기에 당신이 할 수 있었던 거군,
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두시간 반이 후딱이었다.

몇년 간 극장에서 많은 영화를 놓쳤는데
이걸 다시 보니 그때 못본 영화들을 다 따라잡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

덧. 주인공 역인 가브리엘이 묘하게 “레디 플레이어 원”의 타이 셰리던을 떠올리게 하는 인상이다.
흐음…… 이거 흥미로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