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23년 10월월

“살인자와 프로파일러”

본진이 수사 및 추리 쪽이다 보니 어렸을 적부터 로버트 레슬러 책도 읽었고 존 더글러스 책도 읽었다. 3인방의 마지막 앤 버지스의 저서까지 이제 완성.

다른 두 사람의 책은 워낙 읽은 지가 오래되어서 가물가물하긴 한데, 저자 세 명의 성격이 모두 다르다 보니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확실히 버지스가 가장 체계적이고, 학구적이며, 무엇보다 이 팀에 합류하게 된 이유에 걸맞게 피해자 중심적이다.  그의 대중서가 가장 늦게 출간된 여러 이유 중에서 이 부분도 특히 빠질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에서도 언급하지만 언론과 미디어, 창작물이 “범죄자”에게 들이대는 관심의 돋보기를 생각해 보면, 피해자를 부각시킬 경우 대중이 갖고 있던 “흥미”와 “재미”는 죄책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반감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뛰는 교수이자 학자다 보니, 확실히 ‘수사관’들과는 다르다. 수사관들이 “이런 험악한 사진을 견딜 수 있을까” 하며 들이미는 (물론 성차별이지만, 당시의 본인들 입장에서는 배려였을 것이다.)  온갖 시험대와 장애물도 버지스의 책에서만 접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피해자들과 같은 여성이기 때문에 “범죄자”에게 오히려 가까운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던 남성 수사관들과 관점 자체가 다르다. (FBI 강의에서 반론을 던져대던 생도들은 과연 버지스가 남성 강사였다면 비슷한 질문을 던졌을 것인가?)

때문에 책을 읽다 보면 팀을 구성할 때 동질성도 동질성이지만 그에 못지 않은 다양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다각도에서, 서로가 놓친 것들을 짚어나가며 보완하는 과정들. 주먹구구식의 직감도 수치화된 이론과 척도도 양쪽 모두가 서로를 지탱하지 않으면 그저 모래 위의 누각일 뿐이라는 것도 새삼.

덧붙여, 이러한 연구의 결과로 인해 창작계에 일어난 바람을 내가 실시간으로 지켜보았다는 것도 기분이 묘하다.
실제로 십대 시절부터 연쇄살인범에 대한 책과 소설을 즐겨 읽었고(이 풍조가 돌기 전에는 아무래도 냉전의 여파로 정치, 테러 등이 얽힌 이야기가 주였지), 그들이 스크린 속에 등장하는 것을 보았고, 극한으로 나아가는 것을 보았고, 그리고 지금 한국에서 돌연 ‘사이코패스’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TV에서 과거 범죄를 다루는 프로그램들이 생겨나는 것을 본다. 그리고 이제 한 바퀴가 돌아서 다시 영웅의 시대가 돌아오는 것도.

 

이제야

연휴 내내 일에 잡혀 있다가
연휴가 끝난 후에야 조금 여유가 생겼다.

날씨가 너무 아름다워 오늘 하루는 계속 밖을 떠돌아다니게 되네.

싸늘하지만 청량한 가을 날이다.
근사하구나.

하루쯤은 이런 여유를 즐겨도 괜찮겠지.

“월스트리트에 한 방을: 게임스톱 사가”

어렸을 적 아버지에게 왜 그렇게 다큐를 좋아하시냐고 물은 적이 있는데
나이 들고 나니 내가 딱 그짝이다.
시간 여유가 좀 들었을 때 밀린 드라마를 볼 생각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요즘엔 창작물보다는 다큐멘터리에 먼저 눈길이 가게 된단 말이지.

이 사건이 일어났을 때 트위터에서 실시간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 추이를 목격했기에 넷플 추천 목록에 있길래 잽싸게 클릭했다. 처음엔 소위 네티즌들의 ‘어그로’로 보였고 나중에는 일종의 운동으로 번지는 걸 보면서도 기분이 묘했는데 (일단 큰손 투자가들이 끼어들면서 그마저 성격이 완전히 달라졌으니)
실은 그 전부터 내가 모르는 움직임이 있었음을 처음 알았다.
그래, 아무리 눈덩이처럼 굴러가기 시작한 사태라도 발단이 있었고, 일렁이는 불씨가 없었다면 말이 안 되지.
나도 꼬였는지 다큐에서 “모범적인” 말을 하는 헤지펀드 운용자들이 얼마나 얄미워 보였는지 모른다. 개미 투자가들을 염려해서 하는 말이 아닌, ‘업계를 어지럽힌 데 대한’ 훈계라니.

이 사태로 인하여 로빈후드의 뒷배와 ‘시스템’이 온천하에 까발려진 걸 가장 큰 수확으로 삼아야하지 않을까 싶다. 시스템은 늘 놀라울 정도로 거대하고 교묘하게 숨어 있지.

그치만…..저기, 노래하시는 분들 음. 세상은 참 넓고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있어….

벌써 10월 1일

추석 연휴 전에 어떻게든 일을 마무리 짓고 나름 이 긴 휴일을 즐겨보려 했는데
그만….연휴가 끝나자 보내줘야 하는 다른 일이 들어왔고
결국 대청소도 못하고 “무빙” 보려고 했던 것도 못보고 ㅠㅠㅠ
10월 3일까지 꼼짝없이 일에 잡혀 있게 되었다.

이렇게 되면 다음 스케줄까지 다시 1-2주일이 미뤄지게 되는 식으로 연쇄반응이 일어나고 흑흑흑
그나마 모든 일이 겹쳐서 일어나지 않는다는 데 대해 늘 “나는 운이 좋아”라고 자위하고 있지만
가끔은 원망스럽단 말이지.

이렇게나 날씨가 좋은데!!!!!!!!!!

억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