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17년 10월월

마인드헌터


존 더글러스의 동명의 논픽션을 바탕으로 한 창작 드라마.
존 더글러스와 로버트 레슬러, 앤 버지스를 모델로 주인공들을 재구성했다.
[확실히 요즘에는 이런 기법의 창작물 – 특히 미국 드라마 부문에서 – 이 늘어난 것 같다.
생각보다 자주 눈에 띠는걸.]

오랜만에 수사물다운 수사물을 봐서 기쁘다.
정통적인 수사물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동안 캐릭터의 매력에만 기대서 스토리에는 신경쓰지 않는
이야기들을 너무 많이 본 탓에 정말 단물 같았다.
무엇보다 정말 간만에 연출이 좋아. ㅠ.ㅠ
다른 TV 방송국 드라마보다 넷플릭스가 질적인 면에서 훨 낫다니 ㅠ.ㅠ

가볍게 휙휙 넘어갈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끝’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달리게 된다.

어릴 적부터 읽어 익숙한 인물과 사건들과 실제 살인범들이 등장하고
또한 익숙한 용어와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전개될 때마다
일종의 희열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하지만 이제는 많은 시간이 지나고
사회적인 억압과 코드도 바뀌어
기존의 프로파일링 기법이 어디까지 쓸모가 있는지 모르겠다.
현장에서는 내가 모르고 미디어에 노출되지 않는 심층적인 부분까지
지금도 끊임없이 다듬고 있겠지만.

에드워드 켐퍼 역의 배우에게 박수를.
보는 내내 정말 소름끼쳐서 죽는 줄 알았다.
외모까지 그렇게 닮아도 되는걸까.

오랜만에 만화

지난번 눈 수술 때부터 친구가 만화를 빌려주고 있는데
몇달이 지난 지금에야 조금 여유가 생겨서 보고 있다.
[지난번엔 윤지운님 전집을 빌려주었는데 완전 좋았어. ㅠ.ㅠ 젠장 만화를 손에 놓은 지 너무 오래되어서 감격스럽게 읽었다]

 1. 골목길 연가 by 아소우 미코토

작은 공방들이 세들어 살고 있는 골목길을 배경으로 각각의 공방 주인들을 중심 삼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이야기들. 이런 작품을 본 게 오랜만이라 즐겁게 읽었다. 첫 주인공에서 시작해 골목길을 한바퀴 돌고 다시 그 주인공으로 돌아와 작품이 끝나는데, 각 인물의 밸런스가 좋고 그들이 하는 일에 대해 꼼꼼히 설명하는 것도 잊지 않으며, 개인적인 사연과 함께 주변 사람들까지 함께 엮어나가는데 무엇보다 설교나 가르침이 없어서 더욱 좋다. 그리고 모두가 결국은 떠날 사람들이라는 점도. 실제 배경이 된 아지키 골목길이라는 곳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홍대 쪽에 저런 공방들이 있었는데 집값이 너무 올라서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여하튼 그놈의 집값.

2. 잇포(1-4) by 에스토 에무

유명 수제구두제작자인 할아버지를 따라 이탈리아에 가서 구두제작을 배운 주인공. 아직 젊은 나이에 일본에 돌아와 수제구두집을 열어 손님들을 받기 시작한다. 그의 목표는 ‘한 사람에게 좋은 구두를 만드는 것’
내용도 구도도 전형적인 일본만화인데 – 혼혈인 주인공, 외국에서도 인정받는 ‘일본인’, ‘고집센 장인의 철학’ 등등 – 구식이지만 일본도 확실히 변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소년만화와 소녀만화를 결합시켜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열혈만 빼도 좀 낫게 느껴지는구나.

오노 나츠메의 필명이나 문하생이라도 되나? 미묘하게 그림이 닮았는데. 친구가 빌려줄 때도 오노 나츠메 이야기를 한 것 같고.

백수 고양이는 아직 읽는 중. 음, 몇 가지 유머코드는 맞는데 역시 또 몇 가지 유머코드는 안 맞아. ㅠ.ㅠ

마지막 제다이 트레일러

스타워즈 에피소드 8 “마지막 제다이”의 새 포스터와 최종 트레일러가 공개되었습니다.

디즈니코리아에서는 결국 “라스트 제다이”로 가기로 한 모양입니다만. 아, 그 제목 정말 싫네요. 어떻게든 바뀌지 않을까 마지막까지 희망을 갖고 있었는데.

왠지 스노크가 아니라 루크가 흑막인 듯한 포스터….에 전체적으로 너무 완벽한 대칭구도를 그리고 있어 왠지 감독의 성향을 알 것 같습니다.


실은 어제 “저스티스 리그” 예고편이 떠서 이쪽도 한참 신나게 놀았는데
확실히 스타워즈는 제 본진이라 그런지 들뜨는 정도가 다르네요.
오늘 몇 시간은 작업을 못하고 날린 것 같아요.

어흑, 삼총사가 성장한 게 보여서 가슴이 미어져요. ㅠㅠ 레이도 핀도 눈빛이 달라졌고
포는 저항군의 창이 되었고 흑흑흑. 올가나 장군님 나올 때마다 슬프단 말이죠.
무엇보다 전체적으로 전작보다 훨씬 성숙한 분위기라 좋습니다. “깨어난 포스”는 사실 좀 어린애들 취향이었죠. 예고편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너무 기대하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이었는데 웬걸, 이성이 말을 듣지 않는군요.

아무래도 전적을 고려할 때 이번 예고편도 각 장면들이 그저 편리한 짜깁기일 뿐 내용상 이어진다거나 연관이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노림수가 뻔히 보여 약간 괘씸하기까지 하네요. 요즘엔 예고편으로 누가누가 더 낚시질을 잘하나 시합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하자면 이건 ‘보여주기’일 뿐 ‘예고편’으로서의 제역할은 못하는 거잖습니까.

올해 말에도 작년처럼 거의 미친 듯이 마감을 할 듯 한데 어쩌죠. 벌써부터 제 체력이 걱정됩니다.

피어클리벤의 금화

피어클리벤의 금화 

브릿G에서 현재 연재 중인 작품.
하도 타임라인에 자주 나타나길래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읽어 보았다.

전반적으로 “근대국가로 가는 길”이라는 부제를 붙여도 좋을 듯 하다.
이영도와 얼음과 불의 노래 영향이 많이 느껴지고, 그 외에 다른 몇몇 작품들의 냄새와 문체도 묻어 있지만 그래도 재미있다. 중반 이후 간혹 ‘어, 원래 이런 인물이었나?’ 혹은 “원래 이렇게 말하는 인물이었나?’라는 가벼운 의문이 느껴지는 지점들이 있는데 나중에 출판물을 내게 될 때에는 수정이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대개 사소하고 단편적인 것들이라 아마도 연재물을 한번에 읽는 사람들이나 눈치챌 것이다]

예전에 몇몇 작가들로부터 “악역이 제일 중요하다. 모든 인물은 작가의 일부분이기에 악역은 자신의 성격 틀 이상을 벗어나기가 특히 힘들다”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예를 들면 피터 파커는 아무리 흑화해도 기껏해야 아울렛에서 양복을 사는 탈선밖에 못하는 것처럼], 이 작품에 약점이 있다면 바로 그 부분이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대화’를 나누며, 격렬하게 충돌하는 일도 없고 거의 일사천리로 갈등이 해결된다. 중반이 지난 현재까지도 감정의 고조와 충돌에서 해결까지 가는 길이 단순하고 신속하다. 덕분에 읽는 이로서는 편안하고 답답하지 않은 대신 상대적으로 밋밋하다. 이야기 밖에서 조망하는 독자뿐만 아니라 이야기속의 등장인물들마저 끝에서 기다리는 결말을 알고 다 함께 손 잡고 이미 정해진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풍경과 비슷하달까.

하지만 울리케는 귀엽고, 시그리드는 멋지고,
…..아우트케랑 울리케 한 쌍 밀고 싶다. 캬캬캬캬캬캬캬

덕분에 하루를 통째로 날렸어. ㅠ.ㅠ

조만간 황금가지에서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꾸준히 연재를 따라가는 걸 못하는 인간이라 또 언제쯤 뒤를 몰아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