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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제다이” 루크 스카이워커

저는 루크 스카이워커의 팬질을 자그마치 거의 30년 간 해왔고
그래서 영화를 몇 번을 보고 나온 지금도 기분이 묘합니다.

에피7이 나온 이후부터 에피8에서는 루크가 죽고
레이아는 에피9 이후에도 끝까지 혼자 살아남아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한 인간이었는데
그럼에도 막상 눈앞에서 그렇게 보고 나니 아쉽고 섭섭하더라구요.
가상의 캐릭터와 동일시한다는 게 좀 우습기는 하지만
제게 이만큼 ‘한 세대가 끝났다’는 걸 직접 피부에 닿을 정도로 실감나게 한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군요.
어쨌든 루크 캐릭터에 대해 여러 곳에서 많은 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저도 첫 장면에서는 헐….하는 반응이었다는 걸 부인할 수가 없네요.
진짜 섬에서 그런 괴상하게 사는 루크 몹시 당황했구요.
[가끔 루크가 아니라 마크 해밀 씨가 보여서 더더욱 당황했슴다, 아 아저씨 좀.]

그렇지만 저는 원래 에피7에서 쌍제이가 루크를 도피자로 만들어놓은 데 분노했던 인간이고
만약에 루크가 제정신으로 거기 틀어박혀 혼자 고고한 척 하고 앉아 있었으면
배신감에 치를 떨었을 겁니다.
문자 그대로 나의 루크는 그러치않아! 라고요!!!
차라리 정말 거대한 좌절감에 망가진 편이 낫지.

전 만족했어요.
두번째 보고 나니 머릿속에서 스토리가 만들어져서
충분히 납득하고도 남았거든요.

프리퀄을 본 팬들이라면 거의 의견이 일치하겠지만
예전에 제가 알던 루크라면 제다이 오더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된 이상
양가감정에 시달렸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무엇보다 루크의 결말은 제가 늘 꿈꿔오던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혼자 숨을 거두어 다른 모든 이들에게 전설로 남는 것”을
그대로 구현했을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찬사 – “깨달은 자”까지
안겨주었으니까요.
[저는 감독이 루크 빠돌이라고 확신합니다. 정말 팬이 원하는 모든 포인트를 갈아 넣었어요.
심지어 주인공 레이의 분량을 희생하면서까지 캐릭터에 대한 헌사를 바쳤죠.]

에피6의 정점에서 멈췄던 이야기가
다시 돌아와
캐릭터가 중년의 정체를 겪고
그것을 파괴하는 위기를 겪고
다시 한번 깨달음을 얻고 성장하여
경지에 이르는 과정을 볼 수 있다는 건
팬에게 정말 그지없는 행운입니다.

3부작의 중간에서 모든 캐릭터가 실패를 겪고 성장하지만
가장 바닥에서 시작해 꼭대기에 도달해 완성으로 끝난 건
심지어 루크가 유일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감독의 유머감각이 좋았네요.
영화에서 루크는 “네가 한 말은 모두 틀렸어”를 여러 번 시전하지만
실제로 그 자신이 끊임없이 결과적으로 틀린 말을 하고 있으니까요.
“레이저칼 들고 혼자서 군대랑 싸우리?” – 실제로 그렇게 했을 뿐만 아니라
“제다이는 지나치게 신격화된 집단이야. 사라져야 해.” – 혼자서 신격화 미화 다 하고 후대에 길이남을 제다이 신화를 이룩했죠.

네, 제게는 언제까지나 에피6의 수도사같은 루크가 아마 가장 사랑하는 모습으로 남을 겁니다.
그렇지만 라스트 제다이에서의 루크는 가장 근사한 결말로 남겠죠.

왜 이렇게 시끄러운지 이해를 못하겠어요

요즘 라스트제다이 관련으로 별별 이상한 썰이 다 돌고 있어서
조금 답답할 지경입니다.

클래식 세대에서 이미 한 수십년 전에 모든 논의가 끝난 이야기에 대해
어째서 이거 아니고 저거 아니라면서
어디서 주워들었는지도 모를 소리와 설정들이 진짜인양 돌고 있는거죠.

그래서 도리어 새로 편입한 팬들이 헷갈려하고 있잖아요.

일단 포스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에 대해 첨언하자면
이 둘은 동전의 양면이 아니라 흔히 아는 음양 태극 무늬와 비슷하다고 보는 편이 타당합니다,
절대 선과 절대 악이 아니라 경향성이고
포스의 두 특성 또는 그에 기반해 운용하는 방식일 뿐입니다. 

가령 밝은 면이 질서, 평화, 안정의 속성을 띤다면
어두운 면은 혼돈, 불안, 공격성 등의 속성을 띠죠.
원래 동양철학에서 어설프게 이미지를 따온 거라 서양인들보다
동양인쪽이 훨씬 이해하기가 쉽고요.

포스의 어두운 면이 강한 장소들 – 데이고바의 동굴, 아크투의 동굴 – 은
한마디로 사람들의 그런 어둡고 혼란스러운 면을 강하게 자극하는
자연적인 심령(?) 스팟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거기 들어간다고 갑자기 나쁜 마음이 드는 것도 아니고
그곳 자체가 사악한 곳이나 뭐 그런 게 아니에요. 

도리어 자신 안의 불안감과 혼돈을 마주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다크 사이드는 격렬한 감정을 기반으로 하는만큼
포스를 운용할 때 순간적으로 보다 강력한 힘을 낼 수 있고
[제다이라면 제 말에 반박하겠지만]
그만큼 개인적인 욕망에 치우치거나 그것을 성취하기가 훨씬 쉬운 길입니다.
따라서 강한 포스 센서티브일수록, 그리고 강력하게 바라는 것이 있는 사람일수록
그 길에 대해 더 큰 유혹을 느끼죠.

처음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힘이 필요하고, 그래서 다크 사이드의 힘을 빌렸다고 변명하다가도
결국에는 점점 이기적으로 타락해갑니다.
원래 힘과 권력이라는 게 그런 거잖아요.

여하튼 영화나 다른 매체에서 묘사된 거의 모든 제다이들은 그런 어두운 면에 유혹된 적이 있다고 보면 됩니다.
다만 그게 순간의 유혹인지, 아니면 그 힘에 맛들려 점차 거기 잠식되는지의 문제죠.

마지막으로 마스터 요다의 다크사이드로 가는 길

라스트 제다이에서는 포스에 대한 개념이나 라이트 사이드와 다크 사이드에 대한 개념도 클래식 영화와 시퀄 영화에서 그대로 가져왔어요. 거의 핵심요약 정리에 가까운 수준이라고요. 도대체 어디에서 포스 설정이 바뀌었네 다크 사이드가 어쨌네 소리가 나오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12월 13일 운 좋게 시사회에 참석할 수 있었고,
그 다음날 두 번을 더 봤습니다.


아직 뽕이 덜 빠졌는데
대형 스크린에서는 개봉 1주일만에 한국 영화에 밀려 내려가기 시작했다는 소식이네요.
젠장, 마감만 아니었어도.

일단 처음 봤을 때 이 영화에 대한 인상은
드디어 디즈니 산하 루카스필름이 조지 루카스에게서 독립을 선언했으며
에피9 이후로는 진짜 새로운 스타워즈 세대가 시작될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조금 얼떨떨했어요.

이야기가 제가 이제까지 원하던 방향으로 정확하게, 그야말로 “가야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멍한 기분으로 극장을 나왔습니다.

굳이 그렇게까지 대놓고 말할 필요는 없잖아.
조용히 암시하기만 해도 다 알아들었을 텐데.
이렇게까지 바보처럼 취급 안해도 됐을 텐데.

지난 시대가 끝난다는 건 이런 기분이군요.
김일성이 죽고, 김대중이 죽고, 세상이 바뀌고 세대가 교체되는 것을 현실에서도 수없이 봤건만
실제로 이렇게 실감하는 건 픽션을 통해서라니.

제 어린시절이 이제 완전히 지나갔다는 것을 납득했습니다.
개봉날 아침 2, 3차를 찍고 나서 깨달았어요.
처음에 느꼈던 그 위화감은 이성과 감성이 조화되지 못한 탓이라는걸.
머리로는 분명히 이해하고 있는데, 감정적으로는 그걸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걸요.
한번 더 보니 그제서야 감정적으로도 대충 정리가 되더라구요.

그런 다음에야 비로소 영화를 영화로 볼 수 있게 되었고,
그때부터 열광할 수 있었습니다.

“깨어난 포스”가 “새로운 희망”의 재구성으로 시퀄 3부작의 포문을 열었다면

“라스트 제다이”는 전작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제국의 역습”을 계승하고 있으며,
한발짝 더 나아가 “제다이의 귀환”, 그리고 다시 “새로운 희망”까지 한 바퀴를 돌아
앞으로 새로운 시작이 있음을 알립니다.

스타워즈 클래식이 미래의 이미지로 과거를 그렸다면
이 작품은 미래를 가장한 과거의 이미지로 현대를 말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신화라기보다는 현실이 되었고
어쩌면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이상 관조하는 마음으로 옛날 옛적 이야기를 듣듯이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닌 것이죠.
우리는 이제 먼 옛날 머나먼 우주에서 일어난 동시대의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저는 이게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일어나야 하는 일이었고, 일어날 일이었으며,
루카스필름은 이를 꽤나 현명하게, 그리고 무난하고 어찌 보면 꽤 보수적으로 해 냈습니다.

영화는 전작에 비해 복잡하고
구조는 훨씬 현대적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다른 스타워즈 영화들과 굉장히 느낌이 다릅니다.
두 진영이 심지어 네 진영으로 늘어나면서 서로 다른 관점의 이야기를 하거든요.

가장 훌륭한 점은 극중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한 단계 더 성장한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레아 장군님까지도 새로운 사실을 깨닫지요.
이 영화는 변화에 관한 것이고, 스타워즈 영화 사상 이를 가장 잘 그리고 있기도 합니다.
[아 다시 생각하니 프리퀄 진짜 아까워 죽겠네요, 조금만 더 잘 만들었으면 진짜 괜찮은 영화들이 됐을텐데]

“깨어난 포스” 직후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이어서 본다면 두 영화가 같은 이야기라는 걸 믿기 힘들 정도로 분위기가 다릅니다.

하지만 이건 “새로운 희망”과 “제국의 역습”도 마찬가지였죠.
“제국의 역습”이 사람들의 기대와 상식을 깨트렸다면,
“라스트 제다이” 역시 기존작들에 기반한 사람들의 기대와 상상을 깨트립니다.
그리고 좋은 점은, 그것이 필연적으로 가야할 길로 가고 있다는 거고요.
가장 안 좋은 스토리텔링이 예상을 깨트린다면서 가서는 안될 길로 가는 건데,
“라스트 제다이”는 이를 아주 잘 해 냈어요.
일부러 자극을 하는 바람에 조금 짜증을 내게 하긴 하지만.

영화가 긴 데다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다 보니
클라이맥스가 세 군데, 아니 마지막까지 네 군데나 됩니다.
보고 나면 진이 빠져요.

개인적으로 루크의 광팬인데도 불구하고,
너무 많이 보여주었고 나아가 비중이 너무 커서 영화적으로는 조금 불만스럽습니다만
[레이의 주인공 지분을 빼앗아가 버렸어요.]
그러한 선택을 한 이유도 이해하고
제가 원하는 결말을 맞게 해 주어 만족했습니다.
[캐릭터 해석은 나중에. ㅠ.ㅠ 으어 완전 할말 많은데 이미 트위터에서 막 조각조각 해버려서 정리하기가 애매하네요.]

눈물나게 아름다운 장면들이 많아서.
정말 여러 번 울컥울컥 했습니다.
좋아요. 보고 나서 할 이야기가 많아서 좋습니다.
“깨어난 포스” 때는 꺄아! 말고는 별로 할 이야기가 없었어요.
하지만 “라스트 제다이”는 정말 할 이야기가 많습니다.
좋군요.

아, 그러나 정말 왜 하필 12월 중순 개봉인지. ㅠ.ㅠ
몇 번 더 보고 싶은데 시간이 안 나네요. 4D와 더빙을 꼭 보고 싶은데.
이번엔 10번을 채우기 힘들겠어요.

덧. 그리고 불만이 없느냐! 하면 꺄하하하하하하 왜 없겠습니까.
아, 설명 좀 작작하고 너네 상상력 너무 떨어지고 비유적으로 현대 역사 차용하는 건 알겠는데
대체 머나먼 옛날 우주의 그 ‘이질적인’ 분위기는 어디다 쌈싸먹고 왜 다 익숙한 이미지밖에 없으며
[일해라 디자인 팀 캐릭터 인형 좀 작작 만들고]
편집 자체가 튀는 게 아니라 애들 연기가 튀는 대목들을 보고 저기서 잘라 넣었구나 싶고

덧2. 그치만 이미지는 좋았다. ㅠㅠㅠㅠ 젠장 그야말로 아트 컨셉트를 그대로 가져온 듯한 화면과 이미지와 우주전 엉엉엉 그래도 이 영화에는 전투기들 우주전이 있어 ㅠㅠㅠㅠㅠㅠㅠㅠ 쌍제이 젠장 다음 영화 걱정되네, 그리고 광검 쓰는 거 최고다. 크흡 배우들 왜 이렇게 다들 좋니. 아담 드라이버 캐스팅 진짜 신의 한수다. 더럽게 연기 잘해. 그리고 데이지 리들리가 제일 잘생겼음. 공화군 여성 전사들 최고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포 이자식 여기서는 짜증나는데 진짜 잘생겼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내가 포그, 비비에잇도 그랬지만, 디즈니 이자식들 너무 캐릭터 돈벌 생각만 한다고 투덜거렸는데 귀여워서 견딜수가 없다. 악랄한 것들.

컬럼비아 스타워즈 컬렉션

지난번 카시안 외투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탐이 났었는데

올해에는 한국에서도 “스타워즈 컬렉션”이 출시되었습니다.
테마는 “제국의 역습”

레이아 옷 예쁜데 너무 새하얘, 젠장.

스타워즈 카페에 체험단 모집이 있어서 신청해봤어요.
크게 기대는 안하지만
제국의 역습인데 ㅠㅠㅠㅠ 루크랑 레이아잖아 ㅠㅠㅠㅠ

그치만 저는 한 솔로 옷을 신청했지요.
캬캬캬캬캬캬캬캬캬
내가 왜 그랬을까. ㅠㅠㅠㅠㅠㅠ 레이아 옷을 신청했어야 했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당첨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니, 그보다 저 라스트 제다이 13일 시사회에 당첨될 수 있는 걸까요.
거의 포기 상태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