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보관물: 감상/보고

“더 배트맨” (2022)

극장에 갔던 게 언제더라.
그놈의 코로나 때문이기도 하지만 너무 바빠서
극장에 걸음하지 못하고 있는 게 어언….
이지만 배트맨 개봉했다길래 못 참고 다녀왔다.

솔직히 그동안 거의 소식을 찾아보지 않아서
정보가 전무한 상태였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ㅠ,ㅠ 특히 영상의 경우는 코믹스를 화면으로 옮길 때 모범답안이 아닐까.
이거 코믹스요, 하고 외치는 이상한 효과 안내고 색감과 연출만으로도 이렇게 할 수 있잖아!!
심지어 그 약간 촌스러운 질감까지 ㅠㅠㅠ

로버트 패틴슨에 대해서도 상당한 의구심이 있었는데
……아름다운 턱입니다, 감독님.
감독님들의 심미안을 다시는 의심하지 않겠습니다. 크흡.
영화 내내 거의 가면 쓰고 나온 것도 신의 한 수.

어리고 미숙하고 사회성 부족에 중2병 기질이 다분하고,
그렇지만 그런 배트맨이 멱살 잡혀서 현실로 끌려나와
각성하고 성장하는 내용이 좋았다. 

보는 내내 잠깐, 이거 어디서 봤더라, 잠깐 이 스토리 뭐더라,의 연속이긴 했지만
코믹스 팬질을 시작했다가 금방 접은지라 짚어 말할 수 없다는 게 아쉬웠어.

단점은 역시 너무 길다는 것.
유치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몇몇 장면들. 특히 캣우먼과의…그, 으음.
하지만 뭐, 하나를 얻고 하나를 버렸다고 생각하기로. 뭐든 완벽하게 마음에 들 수는 없는 법이지.
그리고 동시에 몇몇 실루엣은 캡쳐해서 박아두고 싶을 정도로 좋았으니까.

폴 다노는 그 평범함과 기괴함이 좀 무서울 정도였고
고든 형사님과 아직 어린 배트맨과의 유대관계도 좋았어.
뱃맨 이야기 트레이드마크긴 하지만 악당이 항상 너나 나나 하면서 비웃는 것도
한 동전의 양면이 아니라 실은 같은 틀에서 나와 같은 쪽을 보고 있는 다른 꼴이라는 것도

아, 극장에서 한 두 번 쯤 보고 나면 만족스러울 거 같은데 지금 스케줄 생각하면 불가능이겠지. 엉엉
이것도 극장용 영화라.

그건 그렇고, 난 리들러가 계속 “To the Batman”에서
브루스 웨인 때부터는 “For the Batman”이라고 해서
대충 정체를 알고 있지 않은가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아니라고 해서 참 헷갈리네.

“브리저튼”(2021), 넷플릭스

마감 끝나고 한시름 돌리나 했더니
또 다시 폭풍처럼 일이 몰아쳐서 다시 비상 모드인데
(일을 하나만 하고 싶다…멀티태스킹 너무 힘들어.)

처음 나왔을 때 제목은 들었으나
집에 놀러 온 친구가 추천해서 보기 시작.
알고 보니 예전에 그 친구에게서 들은 로맨스 소설이 원작이었다.
드라마도 성인 등급. 처음부터 깜짝 놀랐네.

남자주인공이 흑인인 건 아무 문제도 안 되는데 차라리 극중에서 그 설정에 대한 변명을 넣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바로 전대까지 차별이 있었다면서 왜 공작가는 그리도 오래된 가문인건데?) 어차피 가상의 시대인데 그 세계에서 그랬다면 그런 거지. 그랬다면 도리어 여자들 문제에 더 집중하는 효과도 가져왔을 테고.

페넬로페와 엘로이즈가 사랑스럽다.
형제자매들의 이야기가 각자 있다고 들었는데 이 둘의 이야기가 가장 궁금해.
둘이서 꿈을 이룰 수 있으면 좋겠다.
둘째는 아무리 봐도 게이 같던데, 차라리 그쪽으로 각색을 했어도 좋았을성 싶다.
하지만 원작이 헤테로 로맨스 소설이니….그건 좀 너무하겠지.
페넬로페 어머니 배우가 좋았다.
역시 시대극의 꽃은 중년, 특히 못된 성격 캐릭터들이지. 하지만 이 캐릭터도 나름 사랑스러워서 그렇게 부르고싶지 않네

다프네 배우가 참 묘한데, 처음 봤을 때와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표정과 생김새가 키이라 나이틀리를 닮아간다.
이쯤 되면 단순히 영국애들이 선호하는 얼굴인 게 아니라 연기 스타일의 정형화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입술을 말고 턱을 내미는 그 스타일이 너무 똑같아서 당황스러웠다.
같은 학교에서 연기 수업이라도 받은 걸까.
보는 내내 머릿속에서 궁금증이 떠나지 않더라고.

읽어야할 책들도 쌓여 있는데,
숙제하듯 기다리고 있다보니 선뜻 손이 안 가네.

“에놀라 홈즈” (2020) – 넷플릭스

귀여워라!!!!!

드라마인줄 알고 그냥 넘어갈까 했는데
두 시간만 투자하면 되는 영화라서 두번에 걸쳐 시청.

전반적인 느낌은 “EBS TV 영화”인데
원작이 청소년 소설이라 당연한 것 같기도 하다.

밀리 브라운은 어렸을 때부터 보면 볼수록 캐리 피셔+나탈리 포트만이라
스타워즈여 제발 좀 데려가라, 노래를 부르는 편이긴 한데
커서도 그 얼굴이 그대로 남았구나.
상큼발랄한 말투가 내가 좋아하는 여주인공 스타일이야.

다만…마이크로프트는 왜 그모양으로 만들어놓았고(원작이 원래 이런가?)
도대체 셜록 홈즈는 왜 헨리 카빌인가….????
라는 의문이 들어서 처음에 도통 집중이 안됐다.
에놀라 엄마가 헬레나 본햄 카터인 거랑 헨리 카빌이랑 밀리 브라운이 남매인 건 그럭저럭 이해하겠는데 헬레나가 헨리 카빌 엄마인 건 못 믿겠다고.
아마 그래서 절대 한 화면에 넣지 않은 거겠지만.

원작 자체가 꽤 영리한 소설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대적인 배경 속에 현대적 사고를 가진 새 캐릭터를 끼워넣는 건 많이 본 기법이기도 하고.
시대극에 현대적인 연출이 이뤄지면 그 부조화에 약간 당황하는 편인데
이 작품은 동시대성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네

“배드 지니어스” (2017)

기본 줄거리를 접했을 때 무척 흥미로워서 보고 싶었던 영화인데 마침 왓차에서 발견.

2시간이 넘는 영화지만 조금도 지루함이 없고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진진하다.
린이 어떻게 커닝 사업에 손을 대게 되었는지
비록 선택일망정 어찌보면 그 함정에 빠져들어가는 과정이 매우 설득력있게 그려져 있고
따라서 캐릭터 자체에 대한 매력도 상당한 편이다.
나머지는 그렇다고 쳐도 그레이스도 마찬가지.
상냥하고 순진한 좋은 친구라고 해도,
가진 것과 가지지 못한 것이 교차할 때에는 때로 양쪽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단순한 스릴러… 같은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예상 외로 사회비판적 요소가 강한 편이라 그것도 즐거운 지점이었다.

막판에 뱅크의 변화는 좀 뜬금없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인생의 목표를 잃었다면 특히 너무나도 곧았다면 더욱 심하게 부러질 수도 있겠지.
개인적으로는 그때 뱅크가 녹음기를 준비해두고 있었으며 린을 옳아맬 함정을 판 거라고 해석한다.

편집도 음악도 스토리도 연기도 빠지는 데가 없다.
설정상 약간 의아한 부분도 있었지만 영화 감상 자체를 방해할 정도도 아니었고.
생각보다 여러 모로, 오히려 헐리우드 영화보다 더 세련된 느낌이라 더욱 놀라웠다.
괜히 평이 좋았던 게 아니구나 싶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