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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트” (2019)

주말에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스쳐 지나가듯 소개를 봤을 때에는
그냥 흔한 한국영화인가 보다 싶었는데
주변에서 워낙 호평이 자자해서 누이와 함께 뒤늦게 관람.

오, 그런데 생각보다 정말 깔끔한 영화였다.
처음 용남이 예식장 벽타기를 할 때가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었고
오히려 그 뒤는 그보다 긴장감이 더 떨어지는 감이 있지만
대신 (액션이라기보다는) 모험과 아기자기(라고 불러도 괜찮을지 모르겠지만)한 재미들이 있어서 즐거웠고
무엇보다 주인공들이 마음에 들었다.

소위 말하는 용기있는 소시민이란 이런 게 아닐까.
무섭고, 달아나고 싶지만 그래도 용기와 인간성을 잃지 않는.
전체적으로 시선 자체가 무척 따스해서 더욱 좋았던 것 같다.

하지만 난 저런 일이 있다면 제일 먼저 죽겠지. -_-;;;;

덧. 나는 아이돌에 관심이 없어서 여주인공 역의 배우가 소녀시대의 윤아라는 걸 나중에 알았는데
예쁘고 똘망똘망한 인상이라 좋더라. 영웅상이야.

“주전장” (2018)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전장”은 부산 영화제 때부터 들은 바 있어 마침 시간과 사람이 맞아 보러가게 되었습니다.

감정적인 다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지라
제게는 아주 적절했어요.

화자가 일본계 미국인인 덕분에 3자적 입장에서, 그러나 한국이 아니라 일본의 극우세력에 초점을 맞춰 비판하고 있으며, 하나의 역사 수정주의적 주장이 나오면 이를 반박하는 형식이 체스 게임처럼 빠릿하면서도 박진감이 있습니다.

게다가 미국인답게 이 모든 원흉이 어디 있는지 짚고 넘어가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그게 바로 이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고요.
(포스터에도 한자를 넣어줬다면 좋았을 걸 그랬습니다. 솔직히 제목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힘들어 외우기가 어려웠는데 막상 보러가서 한자 타이틀을 보니 그제야 머리에 박히더라고요.)

개인적으로 명절에 공중파 TV에서라도 좀 해줬으면 좋겠군요.
보고 있으면 한국도 지금이라도 조금만 삐끗하면 저 길로 갈 수 있을 거라는 소름끼치는 깨달음이 옵니다. 미국도, 유럽도 현재를 보면 절대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죠. 항상 경계하고,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하는 것입니다.

스파이더맨 : 파프롬홈(2019)

아, 이거 참.

그나마 홈커밍보다는 디즈니풍 틴에이지 TV 영화 같은 분위기에서 조금 벗어나긴 했는데
전 솔직히 이 시리즈에 호감을 못 품겠네요.

이게 스파이더맨 시리즈인지 어벤저스 외전인지 모르겠어요.
MCU 개인 영화들이 조금씩은 다 그렇지만 이정도로 다른 인물을 계속 끌고 들어와서
다른 인물의 ‘후계자’ 역할에 관해 떠드는 시리즈가 있던가요.
난 지난번에 독립했는 줄 알았는데 왜 아직도 못했는데. 왜 또 이거인데.

사실 그래서 이번 영화는 안 보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그만 제이크 질렌할 나온다길래 그만.

그런데 미스테리오 설정이 뿜겨서 죽는 줄 알았단 말이죠.
“너네 이거 다 쇼인거 알지? 영웅영웅 하는데 이거 다 거짓말이고 환영인 건 알지?
롤모델 어쩌고 하는데 다 허구고 돈 벌려고 하는 짓인 건 알고 그러는 거지?”
ㅋㅋㅋㅋㅋㅋㅋ 야 이자식들아, 이런 거 하려면 어벤저스에서 해.
전 이런 메타적 소재 꽤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비꼬고 빈정대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아니 근데 왜 이걸 스파이더맨에서 하고 앉아 있어 이 자식들이!
심지어 스파이디 때문도 아니고 또 토니 스타크 때문이야!
차라리 캡아를 상대로 해야 진정 비웃는 말이 될 수 있는 거 아니냐. 왜 우리의 친절한 이웃 어린애를 데려다가 이짓이야.

말이 나와서 말인데, 다시 말하지만 여러분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을 유럽에 데려가서 남의 나라 유적지 때려부수면 재밌습니까. 차라리 뉴욕에서 해. 뉴욕에서 하라고.
그래서 MCU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어벤저스의 외전 같고,
동시에 전체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외전 같아요.
뭔가…굉장히, 모든 게 겉다리처럼 중심에서 벗어나 있는 느낌입니다.

액션은 좀 나아졌지만 전 끝에 뉴욕에 돌아와서야 비로소 가슴이 뻥 뚫리더이다.
마천루 없는 스파이더맨 무슨 의미야. ㅠ.ㅠ
그래도 드론 속에서 싸우는 건 좋았네요. 이번에 나온 뉴유니버스 애니메이션 연출도 생각나고.
그나마 스파이디 센서 부각시킨 게 어디야.
그리고  뷰글  시몬스 씨는 여기 나오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ㅋㅋㅋ

여튼 저로서는 굉장히 불만 투성이에요.
오죽하면 “뭐, 뉴욕에 피터 파커 동명이인 무지막지 많을텐데 얼굴도 밝힌 거 아니구만.” 이라는 심드렁한 기분.

“우리 사이 어쩌면” (2019)

넷플릭스 작.


나는 거친 말이나 자기 비하 류의 코미디를 좋아하지 않고
그런 점에서 넷플릭스에서 스탠딩 코미디를 몇 번 시도해봤다가 결국 포기했는데
엘리 웡도 그 중 한 사람이다.

다만 랜달 박과 아시아계 배우들끼리 로맨스 코미디를 찍는다는 점이 흥미로워서
예고편이 나올 때부터 궁금했는데
기대보다 훨씬 정통적인 로맨스물이 나왔다.

누구나 주연배우들의 외모를 보면 이게 평범한 로맨스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할 텐데
코미디 부분도, 로맨스 부분도 굉장히 정석적으로 풀어냈어.
키아누 리브스 출연 부분은 약간 과한 장면들이 있기는 했으나
배우들이 너무 즐거워하고 있는 게 보여서 다른 무엇보다 그 부분이 웃음 포인트.

아, 그리고 마커스의 음악은 생각보다 좋았고
특히 엔딩 크레딧은 정말 길이길이 남을 걸작이라고 생각한다. 낄낄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보다 더 즐거운 작품이었다.

덧. 그렇지만 랜달 씨, 아무리 그래도 김치찌개 먹을 때에는 밥이 필요하다는 걸 지적하지 않았단 말입니까.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