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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에게” (2019)

시리아 정부군에게 포위당해 고립당한 도시 알레포의 기록.
와드 감독은 수년 전 민주화운동 때부터 도시와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고
알레포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남편 함자와 함께, 그리고 딸 사마와 함께
하루하루를 버텨나간다.

시리아 내전이라고 하지만, 과연 이것을 내전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일방적인 상황을 전쟁이라고 불러도 되는 것일까?

독재정부를 몰아낸 자리에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들어오고
국제사회는 존재하기만 할 뿐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고
피와 죽음이 점점 뒤덮는 와중에도 생명은 태어나고 아이들은 자란다.

안에 있는 사람이 들고 있는 카메라의 기록이란
밖에서 들어간 사람의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처절한데,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여전히 사람과 사랑과 정이 있어서
더더욱 가슴아프다.

그 일을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을망정 나는 광주가 고향인 사람이고,
그래서 내내 더욱 이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외세까지 끌어들여 자기 나라의 도시 하나를, 국민들을 지도에서 지워버리는 지도자에서부터
나아가 북한에까지 사고가 치닫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인류에게 환멸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계속해서 삶을 살고, 존엄성을 유지하고, 남을 돕는 이들에게
존경심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메시아” – 넷플릭스

확실히, 디즈니 플러스에 너무 밀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작품들 보는 맛이 정말 쏠쏠하다.
좋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물론 대중은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겠지만.

팔레스타인 지역에 홀현히 나타난 메시아일지도 모른 사나이와
그의 등장으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들.
정부기관에서는 조금씩 그의 존재를 밝혀내기 시작하는데,
진짜 신의 사도인가 아니면 사기꾼인가.

종교가 없으며, 무신론자라기보다는 인격신 부정론자인 나로서는
극 초반에 에바가 한 말에 동감한다.
“어차피 예수도 (사회혼란을 야기하는) 떠버리 무정부주의자였을 것”

그리고 극동인이다보니,
회의적이면서 하지만 진짜였다면 참 좋겠다, 라는 게 극을 보고 거기 이입하는 게 아니라 이 극을 보고 있을 백인 시청자들에게 이입하는 기분이다. 주제가 흥미롭고 심각하며 현실과 이렇게까지 가까운 의문을 던질 때면 이렇게 되는거지. 저 신은 내가 생각하는 신이 아니요, 우리의 신이 아니므로. 다만 기독교인과 이슬람교인의 느낌은 정말로 나와 다르겠지.

의문만 던지고 애매모호하게 끝날 것 같았는데 보아하니 2시즌이 기획될 것 같다.
적어도 예수의 일대기는 따라가야겠지.

중간중간 정말 아슬아슬하게 “범죄자”일지도 모른다는 분위기를 풍겨주는 게 진짜 좋았어.

“시크릿 세탁소” – 넷플릭스

요즘엔 사전정보를 찾아보는 게 귀찮아서 몇 줄의 영화 설명만 보고 클릭해서 보는 편인데,
이 세탁소가 ‘돈세탁’을 의미하는 거라는 건 영화가 시작되고 조금 지나서야 알았다.
난 메릴 스트립의 이른바 모험 영화인줄 알았지.

파나마 페이퍼스 사건을 바탕으로 한 원작 서적을 영화화 한 작품.
이 거대한 사기극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떤 사례들이 있고 어떻게 평범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대체 이런 사태의 원흉은 무엇인지
독특한 방식으로, 그러나 매우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난 이게 보시라이 스캔들까지 이어져 있는 줄은 몰랐어. 정말 어마어마하다.

소더버그 작품 답게 정말 온갖 얼굴아는 배우들이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메릴 스트립 분량이 저거밖에 안되는데 전면에 내세웠어?
라고 생각하지만 마지막 장면을 보고 조금은 납득.
거의 계몽용 선거운동 영화에 가까울 정도였다.

짧고 유익한 영화였다.

“우리가 사랑한 영화들” – 넷플릭스

모두 네 편.
8-90년대 사랑받았던 ‘더티 댄싱’ , ‘다이 하드’  , ‘고스트버스터즈’, ‘나홀로 집에’를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 “고스트버스터즈”만 빼고 정말 좋아하는 영화들이라 입을 벌리고 낄낄거리며 봤다.
[“고스트버스터즈”는 오히려 TV에서 해 준 애니메이션에 더 익숙한 세대라. 나중에 중학생 땐가 1편을 비디오로 빌려봤는데 그때즈음엔 어디가 재밌다는 건지 잘 모르겠더라고. 그건 그렇고 먹깨비를 슬라이머라고 번역하다니 이게 무슨 일입니까 번역가 양반. ㅠ.ㅠ ]

“더티댄싱”이 1편이라는 게 조금 신기했는데, 나는 이 영화를 재개봉때 수십번 돌려보며 재빨리 달려가 볼 정도로 사랑하지만  주변에서는 잘 만나보지 못했거든. 미국인들에게는 꽤 각별한 영화인가 생각했다. 제작, 각본이 전부 여성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고, 대형 스튜디오가 아닌 ‘배급사’에서 만든 작품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확실히 시리즈의 1편으로 선택할 정도로 흥미진진하고 드라마틱한 이야기였어.

“다이하드”를 다시 보고 싶어졌다.

4편이라는 게 아쉬울 정도였는데, ‘우리가 사랑한 토이들’이 재시청 목록에 떠 있는 걸 봤더니 벌써 3시즌까지 올라와 있더라. 그렇다는 건 이 시리즈도 다음 시즌이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이니 기다려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