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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풀과 울버린” (2024)

MCU 영화는 심지어 “엔드게임” 이후 손을 놨는데
(그래도 “스파이더맨: 노웨이홈”은 언젠가 봐야한다고 생각은 … 생각만은 계속 하고 있으나. ㅠ,ㅠ)
“데드풀” 시리즈는 폭스와 엑스멘에 대한 의리로 3편까지 전부 챙겨보고야 말았다.

하지만 이번 3편은 데드풀/폭스 엑스멘이 완전히 MCU 세계관으로 합류했다는 걸 보여주는 작품이다.
예전에 다른 분들 추천으로 드라마 “로키”를 1시즌이나마 챙겨봤던 게 큰 도움이 되었다.
드라마 “로키”를 보지 않았더라도 이런 류의 장르물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금세 세계관에 적응했을 듯.

등장하는 인물들 자체가 스포일러다 보니 먼저 보고오신 분들이 전부 함구하여
정보를 전혀 알지 못하고 갔는데
카산드라 노바가 악역이라니, 그건 정말 좋았다. ㅠ.ㅠ
더구나 캐릭터도 매력있어, 언니 ㅠㅠㅠㅠㅠㅠㅠㅠ
난 벤 에플렉의 데어 데블을 꽤 좋아했던지라 엘렉트라의 등장이 반갑긴 했는데
나름 대성공을 거둔 블레이드, 영화 성적으로는 실패한 엘렉트라, 그리고 기획만 주구장창하고 그때마다 엎어진 갬빗을 모아놓고 그들 입으로 외치는 “적절한 결말!”이라니

….. 영화 외적으로 지금 나더러 뭘 어떻게 느끼라는 건지 모르겠소, 감독님.
화를 내라는 건가요. 화를 낼 때인가요. 화 내도 됩니까. 결말은 뭔 결말이야, 얘네들은 이미 나름의 자기 결말을 갖고 있다고. 그 시간선은 죽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거라고.

거기다 MCU 영화에서 이제껏 미디어에 등장했던 모든 엑스멘 캐릭터들을 시간선의 쓰레기통에 쳐박아놓고 얼굴을 보여주면 이건 무슨…. “당신들은 전부 지워졌어요”라고 있는 그대로 해석하는 거 말고 다른 해석의 여지가 존재하긴 하나.

데드풀이라는 컨텐츠 자체가 유머인 척 보는 사람을 불쾌하게 만드는 게 주인지라
영화내적으로는 “얘라면 영화를 이런 식으로 구상할 수 있긴 하지. 이러고도 욕 안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애지.”라고 머리는 외치는데  뮤턴트 앤 프라우드 충만한 옛 폭스 엑스멘 감성은 냉정하게 고개를 끄덕끄덕 할 수가 없도다. 시종일관 무표정으로 본 것 같아. 원래 더티 유머는 나와 좀 안 맞기도 하고.

엔딩 크레딧에 흘러나오는 보너스 영상은 솔직히 팬으로서 좀 울컥했는데 그렇기 때문에 더욱 최악의 선택이었다.
……아니, 잘 살던 애들 너네가 죽였는데요. 너, 너, 너네가 죽였다고.

“9명의 번역가” (2019)

오래 전 제목과 플롯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던 영화였는데
왓챠에서 발견.

처음 번역가들을 한곳에 가둬놓고 일을 시킨다는 플롯을 들었을 때 아가사 크리스티의 밀실류 미스터리는 내 취향이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설정이 너무 억지 아냐?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는데 놀랍게도 실제 모티브가 된 사건이 있다고 한다. “다빈치 코드” 때 출판사에서 정말로 시도한 일이라고.

……극중 인물의 대사를 빌자면 진심 모욕이 아닐 수 없다.

단순한 추리극일 줄 알았으나 놀랍게도 생각보다 많은 소재를 다루고 있다.
출판산업, 창작욕, 번역의 처우 문제, 자본주의와 탐욕. 인간실험
형식 또한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한 장르에만 국한되지 않아
영화가 진행되면서 내용상의 반전에 놀라기도 하지만
도대체 이게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몰라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다.
(다만 만든 이들이 나와 많은 걸 같이 읽고 보고 자랐다는 건 알겠다.
요즘 확실히 이런 것에서 세월의 흐름과 나이를 느끼게 돼.)

나름 비죽거리면서도 재미있게 봤다.
왓챠에서는 가끔 이렇게 찍어놓고 놓친 영화들이 많아 좋은데
제발 인터페이스 좀 수정했으면 좋겠다.
검색도 힘들어, 내가 찍어놓은 영화 찾기도 힘들어… 들어갈 때마다 헤매네.

“애콜라이트” 완료

내가 스타워즈 라이브액션을 이렇게 실시간으로 따라간 게 처음인 것 같은데 ㅋㅋㅋ 심지어 안도르도 시작하면 몰아봤지만 일단 플레이 버튼을 누를 때까지 마음의 각오가 필요했으므로 시간이 걸렸고 다른 작품들은 음…. 뒷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았지.

여하튼 차분히 몰아보면 단점이 점점 더 눈에 많이 들어오긴 하겠지만 일단 라스트 제다이처럼 여기저기서 쓸데없는 지점에서 딴지를 걸다 보니 필요 이상으로 방어적이 되긴 한다.

일단 적어도 스토리 상 지금껏 본 라이브 액션 중에서는 안도르 다음이고, 다음 시리즈가 나와주면 고맙겠는데 솔이란 캐릭터를 너무 신경써서 그려놓는 바람에 그가 퇴장한 시점에서 과연 카이미르와 오샤를 중심으로 더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시리즈 내내 주인공인 오샤와 메이에 비춰지는 조명이 너무 흐리기도 했고. 솔직히 뒷이야기를 해야 한다면 다크사이트보다 제다이 기사단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봐. 다만 그렇게 된다면 “애콜라이트” 2시즌이 아니게 되겠지.

이 드라마의 장점은 다른 스타워즈 시리즈와 접점이 매우 적다는 점이고 그래서 더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보니 결과도 좋은 쪽으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MUC처럼 하나를 봐야 다른 하나를 이해할 수 있는 식으로 얽혀 있는 이야기를 대단히 싫어한다.) 대신 일회성이라는 느낌이 강해서 매럭적인 캐릭터를 포진시켜놓긴 했는데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풀지도 못했고 의문거리만 잔뜩 안겨준 부분은 마이너스. 초반에 방영 시간이 짧게 잡은 것을 여전히 이해할 수가 없다. 전부 40분 이상으로만 만들었어도 많은 빈칸을 채울 수 있었을 테고 완성도도 늘어났을 텐데.

여튼 매니 하신토라는 배우의 발견이었고,
버네스트라라는 캐릭터의 발견이었고,
오랜만에 눈 돌아가는 광검 액션의 향연이었고,
(광검은 물론이요 아무리 봐도 무협영화인 포스 장면에서도 방방 뛰느라 혼났다.)

솔 너무 흥미진진하고 보는 이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열렬한 감정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캐릭터로 만들어놓아서 (배우가 한국인이라는 점도 영향이 있을 거 같지만)
이정도 양가감정 드는 캐릭터는 처음이네.
난 심지어 아나킨도 별로 연민하지 않는 인간인데.
하긴 내가 뼛속까지 제다이와 반군 편인지라 솔에게는 무른 것일지도.

인다라 솔 지지합니다. 젠장 내놔요.
7화 내내 좋아서 눈을 못 뗌. 이 둘이 이렇게 케미스트리가 좋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

덧. 아니 왜 며칠 전까지 되던 gif랑 webp 첨부가 안되는 거지….?

“닥터 슬립” (2019)

개봉 당시 보고 싶었지만 놓쳤는데
그게 벌써 5년 전이라니 믿기지가 않는다.

사실 스티븐 킹의 공포 소설은 그다지 내 취향이 아니고
(“사계절” 같은 중단편은 좋아하는 편이지만)
“샤이닝”도 어렸을 적 영화만 봤지 원작을 읽진 않았다.
그래서 원작과 영화의 내용이 다르다든가, 원작자가 영화를 실어했다든가 등의 정보는 머릿속에 있지만 정확한 비교는 불가. 또한 “닥터 슬립” 원작도 읽지 않았다.

그렇지만 영화를 보면서 놀랐던 건 줄거리 자체는 (아마도) 원작을 따라가고 있는데도
그 안에 영화 버전의 설정을 자연스럽게 잘 녹여냈다는 점이다.
스티븐 킹도 여기엔 만족했을 듯.

그리고 확실히 아이들의 능력인 ‘샤인’이 부각되다 보니
공포 또는 오컬트 영화라기보다는
초능력자 무리의 대결같은 느낌이 더 강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트루낫의 표현도 어색하지 않았다.

넷플릭스로 봤는데도 전혀 지루하다는 느낌이 안들었네.
재미있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