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보관물: 감상/읽고

나오미 크리처

1. “고양이 사진 좀 부탁해요”

단편집. 먼저 타이틀 작품인 “고양이 사진 좀 부탁해요”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사실 이 작품뿐만 아니라, 한편씩 읽어나갈수록 SF 장르에서는 보기 드물게 전반적으로 작가의 시선이 매우 따뜻하고, 동화적인 데가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이런 분위기가 너무 오랜만이라 여기 실려 있는 거의 모든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 나도 확실히 나이가 든 모양이지. 스스로 냉소적이고 비판적이면서 이젠 여기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걸 보면.

2. “캣피싱”

두 권을 한꺼번에 구입해서 연달아 읽었는데, 아무 생각없이 단편집을 읽은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위의 “고양이 사진 좀 부탁해요” 단편을 모티브로 삼은 장편소설이 이 작품이라서. 주인공 스태프의 부모님이 지닌 비밀은 생각보다 훨씬 놀랍고, 아이들의 채팅방은 초기 PC 통신 대화방을 연상케 한다. 개인적으로 낭만적인 시절이었다. 얼굴도 진짜 이름도 모르는, 평생 직접 만날 수는 없겠지만동시에 평생 알던 주변 사람들보다 말과 마음이 잘 맞는 이들에게 새벽에 고민을 털어놓던 순수한 대화방들. 요즘 시대에도 그런 게 과연 가능할까?

AI가 가미된 80년대의 십대 모험 영화를 한 편 본 느낌이다.

무협로판 읽은 것

네이버 시리즈

1. “악녀사주”
전작인 “고수, 후궁으로 깨어나다”를 미친 듯이 낄낄거리며 본 까닭에 이번에도 선택.
무림, 사망, 빙의,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지만 별 미련 없이 포기함
등등 기본 키워드가 전작과 비슷한데
간혹 유머 코드가 있긴 하지만 훨씬 진지해졌다.
거기다 “헌터물”이야.
원래 헌터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번 기회에 생각해보니
헌터물도 기본이 무협이라는 걸 깨달았다.
물론 엄밀히 따지면 ‘게임 시스템’이라고 보는 게 더 적절하기야 하겠지만
한국어에 불교가 깔려 있는 것처럼 한국사람들의 창작적 사고세계에도 무협이 기본으로 깔려 있는 게 아닐까.

성별반전처럼 온갖 남자들이 다 달라붙고 있는데
다 필요없고 신연이랑 신새 응원합니다.
신연이 신새 처음엔 얘 왜이래…하다가 귀여워하는 거 너무 사랑스러워. ㅠ.ㅠ
둘이 잘 먹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 어흑.

그건 그렇고,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도 하나 있던데
이것도 한번 손 대 볼까.

2. “사파무림 시한부로 살아남기”
네이버에는 로판 안에 “무협” 키워드 분류가 필요하다.

많은 빙의물 중에서도
특히 어린아이 몸속에 들어간 성인이 성인처럼 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작품은 등장하는 모든 아이들이 애어른이다.
심지어 어린애로 있는 기간이 너무 길어!

그 점을 제외하면 무협물로서는 꽤 재미나게 읽고 있는데
“살아있는 시체”를 부린다는 점은 너무 쉬운 설정이 아닌가는 생각이 들어.
편리한 사람도구조연을 옆에 하나씩 붙여놓았는데
내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할 커다란 약점이나 제약이 없다니 이보다 더 심심할 데가 있나.

그리고 보아하니 이야기 규모가 상당히 거대해질 것 같다.
이 작품도 그리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처럼 보여 조금 불안하군.

“살아남은 왕녀의 웃음 뒤에는”

개정판은 19금.

네이버에서 연재 중에 보다가 말았는데 외전에 개정판까지 나오는 바람에 이북으로 재구매.
역시 연재본은 이런 문제가. ㅠ,ㅠ

여주인공 미에사가 초반에 워낙 잘 묘사되어 있어서
성장기를 따라가는 맛이 있다.

미에사 뿐만이 아니라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입체적이고
정치적으로도 “할 일을 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며,
스토리도 소위 판에 박힌 ‘답정너’가 아니라 인물들의 특성에 따라 가야 할 방향으로 간다.
어찌 보면 정말 무서울 정도로 건조한 말투로 사람 목숨이 휙휙 날아가는데
그럼에도 미에사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오랜만에 본 수작.

에이릭이 너무 완벽해 가끔은 당황스러울 정도인데
생각해보면 로판에는 이렇게 정석적으로 완벽한 남주가 오히려 보기 드물기도 하지.

 

“사천당가의 장녀는 가문을 지킨다”

네이버 독점 연재 중.

페이지 터너로는 모든 장르를 통틀어 역시 무협을 따라갈 부문이 없다.

아직 연재 중이고 겨우 100화를 조금 넘겼는데 내용 상 꽤나 길어질 것 같고,
이렇게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문체가 굉장히 전문작가답다.
음, 그러니까 그만큼 내가 읽은 수많은 웹소설들이 습작 같은 녀석들이 많았다는 의미라고 해야 할까.

장르적으로도 굉장히 편안한데 고리타분한 구식도 별로 없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현대식으로 끼를 부리려는 부분도 없다. 말하자면 과하지가 않아.

여기서 잘못된 게 있다면 또 다시 어리석게도 연재작을 잡은 나다, 나. ㅠ.ㅠ
이제 다시 몇 달 동안 까먹고 있어야 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