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보관물: 감상

“대니쉬 걸” (2015)

다행히도 내려가기 전에 볼 수 있었습니다.

보길 잘했네요.
“캐롤”보다 더 만족스럽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톰 후퍼는 왜 ‘레미제라블’을 그렇게 만든거죠. 다른 필모는 죽 한 사람 거라는 걸 알 수 있는데.
에드 레드메인은 처음 사진을 봤을 때에는 어리고 귀엽네 정도였는데
나중에 영화에서 봤을 때 너무 매력적이라서 우와, 하고 감탄사가 나왔었죠.
멈춰 있을 때와 움직일 때의 아우라가 정말 확실히 다릅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도 그 장점이 아주 잘 보이고요.
알리시아 비칸더의 연기와 부인이 겪는 갈등도 좋았어요.
벤 휘쇼의 캐릭터를 넣어 트랜스젠더가 동성애자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 것도 매우 훌륭했습니다.

실화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나중에 자료를 찾아보니 영화보다 현실이 더욱 드라마틱하군요.
부부는 짧은 시간도 아니고 17년 동안, 에이나르가 숨을 거둘 때까지 서로와 함께 했고
에이나르는 두 번이 아니라 다섯 번에 걸쳐 수술을 받았더라고요.

내가 내가 아닌 느낌
그 혼란스러움.
몸과 정신의 불일치가 얼마나 괴로울지 저로서는 짐작만 할 따름이지만
언젠가 그들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랍니다.
덧. 스포트라이트를 보고 싶은데 마감이 끝나고 극장을 찾아보니 시간대가 아직 나오지도 않았군요. 어떻게든 극장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덧2. 좌석에 따른 가격차등제 실시하는 CGV 규탄한다! 아니 무엇보다 발표하고 일주일 뒤에 곧장 시행? 장난하남.

“데드풀”(2016)

처음에 데드풀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웬만해선 성공하기 힘들텐데, 라고 생각했는데
개봉하고 워낙 평이 좋아서
다행이다 싶더라고요.
다행이야, 라이언 레이놀즈 ㅠㅠ
폭스 코리아가 웬일로 마케팅에 힘써줘서
그것도 기뻤어요.
병신년 2월 18일 개봉이라니, 으익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하튼 약간의 기대감을 품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보고 왔습니다.
액션도 마음에 들었어요.  
물론 지나친 원맨액션이긴 하지만.
너무 돈 없는 게 티가 나서 가슴아팠지만.
특히 엑스멘션에서는 더더욱.
저예산 영화인 탓도 있지만
솔직히 데드풀 혼자 떠드는 부분이 제일 좋았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에도
온전한 대화를 한다기보다 데드풀 혼자 벽을 보고 떠들고 있는 느낌이라
영화 전체가 그냥 거대한 독백 같아요.
하긴 생각해보니 데드풀인 상태에서 제대로 대화하는 사람은 그 술집주인 친구밖에 없군요.
다른 이들과는 계속 화살표가 엇나가는 대화를 하고 있으니.  
잔인한 장면을 볼 각오를 하고 갔는데
외려 야한 것만 잔뜩 보고 온 느낌입니다.
이건 아니잖아.
맞다 돈 없댔지.
하지만 바네사 언니가 예뻤으니까.  
워헤드와 엔젤과 바네사 언니까지
이 셋이 하나같이 마음에 들었어요.
악당이 좀 시시하지만
그래, 돈이 없었다고?
영화만 봐서는 놓치는 레퍼런스가 너무 많아서
돌아와서 다시 몇 가지를 확인해봐야했어요.
자막은 정말 신경써서 번역했고요.
트위터에서 번역가 분이 머리를 쥐어뜯으시던데 정말 그럴 만 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번 편 성공했으니 다음 편에선 좀 더 잘 만들어주겠죠.
원래 총격전 할려 그랬는데 제작비 없어서 택시에 가방 놓고 내렸다는 얘기 들었을 때는 정말
눈물이 앞을 가리더이다.
취향을 상당히, 아니 굉장히 많이 타는 영화입니다.
사전지식 없이는 즐기기도 힘들고요.
 
덧. 아니야, 엑스멘은 데드풀을 쫓아다니지 않아 데드풀이 엑스멘을 쫒아다닌다고!!!!
[하긴 데드풀이 안 쫓아다니는 애들이 있긴 하남]
아흑, 영화 전체가 데드풀 시점에서 만들어진 거라 사실 왜곡이 많음, 으하하하핫
라는 모드로 보려고 해도 사람들이 착각하잖아. ㅠㅠ
덧2. 케이블! 케이블! 케이블! 키이라 나이틀리 케이블이랑 빨간머리 근육질 호프가 보고 싶다!!!!
그게 안되면 군인냄새 풀풀 풍기는 진지모드 케이블을 내놓아라 폭스여 ㅠㅠ
덧3. 영국인 악당이 너무 니콜라스 힐트랑 제임스 마스덴을 섞어 놓은 얼굴이라
브라이언 싱어가 캐스팅 압박 넣었냐, 소리가 나오던데요.
….근데 네? 얼음과 불의 노래에서 다리오라고요?!?
아니 다리오 보자마자 잘생겼다는 생각은 했지만 어얽?!
 

“캐롤”

영화를 본 지는 꽤 되었는데

이런저런 걸 하다보니 감상문을 쓰는 걸 깜박 잊었네.
일단 비주얼은 감탄사가 나오도록 아름답고
토드 헤인즈는 역시 케이트 마님을 좋아하는구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 조금 놀란 게
내가 영화를 보기 전에 갖고 있던 정보라야 두 여자의 사랑,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원작
이라는 것 뿐이었기에
난 당연히 두 여인이 공모하여 캐롤의 남편을 죽여버리고 성공적으로 도피하는 내용인줄 알았어.
하이스미스인걸.
난 작가에 대한 편견에 젖어 있었던 게야. ㅠ.ㅠ

두 배우의 화학작용은 보기 좋았고
보는 내내 긴장을 놓지 못할 정도로 끈적거렸지만
사전 정보가 없었더라면 그 정도로 두 사람이 같이 있는 장면을
숨을 멈춰가며 보고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계속 곧 뭔가가 터질텐데….라고 기다리던 기분.
이게 묘하게 서스펜스적인 데가 있어서 의외의 효과를 냈달까.

케이트 블랑쳇의 연기는 ‘가식적’이라는 부분이 좋았다.
다들 이 이야기는 안하는 것 같은데
캐롤은 대단히 과장되고 보여지는 것에 익숙한 사람, 어떻게 보면 CF에 나오는 전형적인 중상층 부인이라는 느낌이라
내게는 영화 속에서 테레즈보다 오히려 그녀가 하늘에서 떨어진 이질적인 인물로 보였는데
아마도 이는 영화가 상대적으로 테레즈의 관점을 중심으로 하고 있고
따라서 캐롤을 그리는 시선 또한 테레즈를 거쳐 나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테레즈에게는 캐롤의 목소리와 걸음걸이와 손짓이 모두 그렇게,
다른 이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비치는 게지.
그녀가 사진을 찍는 인물로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일테고.
물론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와 비교해보면 캐롤이 타인과 (마음에 둔) 테레즈를 대하는 태도 자체가 아예 다르기도 하지만.

성애 장면은 이성애 영화에 비해 살짝 길었다는 느낌.
뭐 일종의 과시일 수도 있겠고.

원작 소설을 읽어볼까 했는데 들리는 이야기 중 별로 내키지 않는 것들이 들어 있어서 망설이는 중

“마션” (2016)

한 마디로 우리 우주탐사 하고 싶으니 돈 좀 달라고 호소하는 나사 홍보영화 되시겠습니다. 깔깔깔

아, 정말 의도가 너무 잘 보여서
어쩐지 나사가 너무 열심히 영화 홍보를 한다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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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나오기 전부터 독특하다고 이야기는 듣고 있었는데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습니다.
조만간 누군가에게서 빌려야 할 듯
(지금 사놓기만 하고 못 읽은 책이 너무 많군요)
착하고 단정한 바른 영화입니다.
정치고 현실이고 다른 모든 부대 상황이나 조건들을 가볍게 제거하고
단 하나의 목표만을 위해 전진하고,
이쪽에서도 저쪽에서도 스토리 자체가 오로지 문제해결 과정으로만 이뤄져 있는데
그 과정에서 이공계인들의 사고방식이 하나같이 똑같아서
웃음이 나더라고요.
이건 팀웍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그냥 머리 굴리는 방식이 똑같아요. 푸핫.
같이 가신 분은 자기는 그 사고의 흐름이 너무나도 공감된다는 말씀을.
덕분에 중간에 애니의 ‘과학자들이란’ 드립이 실감나더군요.

생각보다 상영 시간이 긴데도 길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합니다.
지구의 사막을 변형해 만들어낸 화성은 너무 아름다워서
오히려 아이러니해요.
생존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정신건강이니 고독감이니 구질구질한 문제도
배경음악 하나로 끝내버립니다.
그건 진짜 영리하더라고요. 물론 주인공 자체가 워낙 밝고 건전한 인간인 탓도 있지만.
아니,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숫자 굴리느라 우울해할 틈도 없달까요.

살아오면서 우주에 대한 개념이, 영화가, 인식이 계속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기분이 묘하군요.
희망찬 우주 개척에서 ‘공포’의 공간으로,
그리곤 마침내 ‘생존’의 공간으로.
미국의 우주 프로젝트 대부분이 취소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나사의 소망대로 어떻게든 다시 살아났으면 좋겠네요.,
저 자신도 어릴적 SF를 보고 자란 세대다 보니.
 
덧. 익숙한 얼굴들이 정말 지독히도 많이 나옵니다. 이럴수가 커뮤니티 때는 몰랐는데
도널드 글로버 왜 이렇게 잘 생긴 거임
덧2. 션 빈 아저씨를 데려다 반지의 제왕 농담을 그렇게 길게 집어넣는 거 너무하지 않습니까!! 깔깔깔깔
덧3.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양웹에는 실제로 진지하게 저 비용을 계산한 분들도 계시더군요.
왠지 이 영화 속 등장인물들과 비슷한 분들이실 듯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