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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플래시”

이게 얼마만에 맞는 여유입니까.
비록 눈 수술 때문이긴 하지만 그래도 흑흑흑
놀 시간이 있다니!!!

아직 책을 읽는 건 어렵지만 이런 여유있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
오랜만에 넷플릭스 정주행을 했습니다.

CW에서 DC 드라마를 대거로 제작하고 있는데,
이차저차 “플래시”를 3시즌까지 달렸습니다.

1시즌이 재미있더라구요!!
2시즌도 재미있더라구요!!
3시즌은 좀…지지부진하고 지겹더군요.
뭐, 이건 TV 시리즈의 고질병이므로 뭐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요. [그놈의 플래시포인트]

팬도 아닌 제가 봐도 여기저기 원작의 숨은 장치들이 많아서
팬들은 정말 즐거웠을 것 같습니다.

플래시 역인 그랜트도 귀엽고, 시스코와 케이틀린도 좋지만
뭐니뭐니해도 웰스 박사님이 최고십니다. ㅠ.ㅠ
솔직히 피와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제가 1시즌과 2시즌을 계속 볼 수 있었던 건
순전히 리버스 플래시와 웰스 박사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웰스 박사님 최고야 ㅠㅠㅠㅠㅠㅠㅠ
HR은 좀 미묘하지만.

현재 4시즌이 드디어 촬영에 들어갔다고 하는데
다음 시즌은 어떤 내용이 될지 궁금하군요.

리버스 플래시들을 다 써먹었고,
플래시포인트도 써먹었고,
시간여행도 써먹었고,

식구들도 뿔뿔이 흩어졌고.

전 시즌보다는 잘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지구2 웰스 박사님이 됐든 다른 웰스가 됐든
톰 카버나흐 다시 불러와라 ㅠㅠㅠㅠㅠㅠ

잭 스나이더가 저스티스 리그에서 하차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영화는 거의 완성된 상태고,
추가 촬영분과 기타 편집 및 마무리를 조스 웨던에게 맡기고 물러납니다.
지난 3월에 큰딸을 자살로 잃었는데
그래도 열심히 일했지만 아무래도 지금은 일할 때가 아니고 가족들과 함께 있어야겠다고 판단했다 하는군요.
워너 쪽에서는 힘들면 영화 개봉을 뒤로 미루겠다고까지 제안했지만 스나이더 측에서 거절했다고 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직 스무살 밖에 안 된 아가씨던데 가족들의 심정이 어떨지,
가슴 아프군요.
잭과 데보라 부부와 그 가족들이 마음을 추스리고 평온을 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
그런 일이 있었을 줄은 전혀 상상도 못했어요.
워낙 저 부부는 항상 열심히 일하고 웃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라.
기다리는 영화지만 지금 영화가 대수입니까.
그래도, 모든 일이 끝나면
언젠가는 꼭, 두 사람 다 돌아와줬으면 좋겠네요.
단점도 많지만 독특한 장점을 가진 감독이고, 그가 지금까지 키워원 세계였으니까요.
[영화 자체보다도 총괄이 필요해서 조스 웨던에게 맡겼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만 전 그 사람의 ‘마무리’ 솜씨는 안 믿어요. 둘의 스타일이 지나치게 다르기도 하고.  잭 스나이더의 ‘묵직한’ 느낌이 좋다구요. ]
 
무슨 일 때문인지는 밝히고 싶지 않았지만  
그 뒤에 떠돌 온갖 루머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설명할 수 밖에 없었다는 말이 가슴 아픕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는 부정한다” (2017)

사용자 삽입 이미지대강의 플롯 – “홀로코스트 부정론자와의 법정 다툼” – 은 들었지만

제목이 “나는 부정한다”인지라
이렇게 정공의 입장에서 – 비록 ‘방어’긴 하지만 – 보여주는 영화일줄은 몰랐다.
여러 모로 기대와는 어긋났는데
레이첼 와이즈의 캐릭터 때문인지
차분하고 덤덤하게 보여줄 것이라 생각했으나 생각보다 열정적이었고,
반대로 법정 공방은 영국 법정이 배경이다 보니 평소에 상상하던
법정 영화와는 꽤 다른 모습이었다.
지저분한 부분들을 의도적으로 가린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런 점에서 지극히 영국적이다.
어쩌면 이건 영화 속에서 법정변호사가 일부러 부정론자와 눈도 마주치지 않으며
상대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맥락인지도 모른다.
5.18 북한개입설 등 시시때때로 저런 수많은 음모론과 의도된 왜곡 주장들을 접하고 있어서
우리나라, 아니 적어도 나와 같은 이들은 더욱 깊이 공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
저런 자들은 어째서 항상 비틀고 왜곡하는 논리가 그리도 똑같은 걸까.
상식의 승리라고 해야할지도 모르나
놀랍게도 상식이 승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필요 이상으로 많고
이미 십수년이 지난 일임에도 이는 유럽에서도,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현재진행형이다.
모든 의견이 동등한 것은 아니며, 어떤 의견은 들어줄 가치가 없다.
특히 요즘에는 지나칠 정도로 실감하는 문구다.
덧. 미국인이 영국인들 사이에서 느끼는 문화차이가 꽤 재미있었다.
유대계 미국인이다 보니 거기에 한 층위를 더 얹어서.
덧2. 영국여행을 가서도 느낀 거지만,
님들하, 제발 술 좀 작작 마셔. ㅠ.ㅠ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사용자 삽입 이미지미야베 미유키 저

미야베 미유키의 스기무라 시리즈를 좋아하는데, 주인공을 일부러 거세시켜 방해가 될만한 요소를 모두 제거해버렸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행복한 가정, 넉넉한 재정, 거기에 뒤를 봐주는 든든한 권력에 이르기까지. 입으로는 거기에 주눅든 양 행동하고 있지만 실은 그 모든 것을 뒤에 업고 두려워할 것도, 방해거리도 없이 목적을 향해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 스기무라가 괜히 극중에서 차분하고 이성적이라는 평가를 들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는 철저하게 현실과 고립되어 있고 당연히 몇 계단 위에서 관찰자의 입장을 고수할 수 있으므로. 마치 무균실에 있는 것처럼(그가 속해 있는 사보팀도 마찬가지). 이보다 더 작가가 다루기 쉬운 인물이 어디 있단 말인가.
내가 이런 그린듯한 설정과 세계관을 꽤 마음에 들어한 것도 다른 작품들에 대한 반동에서 기인한 게 다분할 테고.
여하튼 이 세번째 작품은 그런 의도가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나는데, 주인공이 사건에 휘말리긴 해도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내 일이 아님’이라는 견지를 유지하고 있고 독자들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나는 다단계의 폐해를 그리고 싶어”라는 목적의식만으로 나머지를 끼워맞춘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미야베 미유키의 다른 작품들도 간혹 그런 분위기를 풍기는 녀석들이 몇 개 있지만 이정도로까지 노골적이지는 않았고 주인공들도 어느 정도 호응하고 어우러져주었지만 이 소설은 원래 제3자의 특성이 짙은 스기무라가 주인공이 됨으로써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사건은 흥미롭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물론 이 시리즈의 전작 두 개도 그랬지. 하지만 스케일이 커진만큼 그게 더더욱 눈에 띄게 되어버렸다고 할까. 원래 이 시리즈의 인물들이 모두 ‘인형’같은 느낌을 주는데 – 주인공과 편집실 사람들이 개중에서 가장 생동감이 넘친다고 하면 말 다했지. – 나호코가 선언을 하는 부분이 정말 그나마 인간같았다. 그 전까지 그녀는 자아도 아무 것도 없는, 아니 실존하는 인물이긴 한 거야? 스기무라의 상상 속에서 존재하는 거 아님? 정도의 느낌을 주는 상태였으니까.
아무리 봐도 스기무라는 장인과 사랑을 했어. -_-;;;;;;;
그래도 본격적인 탐정이 된 스기무라는 궁금하긴 하군.
일본에서 드라마가 나왔다는데 한번 구해 볼까.
덧. 그리고 난 아직도 왜 제목이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인지 모르겠다. 뭐 해석을 하려면 할 수야 있지. 반지는 결혼을 의미할 테고 십자가는 아마도 등에 지고 가야 할 죄를 가리키는 것일테고. 하지만 으음…..과연 적절한 제목이었을지는 모르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