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보관물: 감상

“블랙미러: 밴더스내치”

블랙미러 시리즈는 사실 본 적이 없는데
넷플릭스에서 인터랙티브 영화를 내놓았다고 해서 호기심이 동하는 바람에.

웹버전에서는 실행 불가, 전화기나 타블렛 등 휴대용 기기에서만 탭으로만 실행이 가능하다.

초반에 보면서도 이렇게 분기점마다 관객이 선택할 수 있다면 실질적으로 게임과 무엇이 다른가, 라는 의문이 있었는데 실제로 선택지가 제한되어 있고, 잘못된 선택지를 택하면 끊임없이 앞으로 돌아가는 식으로 관객의 선택을 몇 가지로 한정해 유도하고 있다. 그런 식으로 엔딩을 세 개 봤는데 아마 총 대여섯 개 쯤 있을 것 같고 그 외 크게 호기심이 일진 않아서 다 찾아보진 않았다. 그 외의 다른 엔딩들에 ‘이 이야기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가 설명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영화 바깥으로 나가지 않는 고전적인 엔딩이 있는가 하면,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넷플릭스 엔딩도 있다. 일부러 피해가려고 노력했는데, ㅋㅋ 나머지가 하도 정석의 길을 걷다 보니 오히려 그 결말이 제일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는 굳이 영화에서 이런 형식을 취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지라 이런 것도 있구나, 라고 경험한 것으로만 만족한다. 관객이 참여하는 이 같은 형태는 이미 게임에서 숱하게 다루고 있고, 영화나 드라마에서 이런 형식은 오히려 몰입도를 떨어뜨리고 현실감을 주입시키는 감이 있다. 실제로 이 영상 자체도 조금 어수선하고, 같은 내용을 다시 봐야한다는 점에서 외려 시간낭비로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역시 구식인가봐.

범블비(2018)

트랜스포머는 2편까지 보고는 말았다.
아니, 3편은 봤는지 안 봤는지도 기억이 안 나네.


프리퀄이지만 동시에 소품과도 같은 영화고
영화 전체의 규모는 작지만 의외로 전투장면이 꽤 들어 있어서 그게 더 놀라울 지경.
무엇보다 범블비와 다른 디셉티콘 기체들의 변신 장면을 쉴새없이 넣어주어서
부품들이 움직이는 걸 볼 때마다 부족했던 기계 분을 채워준다.
그것만으로도 좋았어.

내용도 그렇고 무엇보다 시대적 배경이 80년대인지라
아무래도 ET를 많이 연상시키는데다
인물들마저 그 시대를 반영했다기보다는
우리가 보고 자란 그 시절의 영화를 반영했다는 느낌이 물씬 난다.
찰리의 가족과 동생과 옆집 남자아이를 그리는 방식 전체가 그런데
그런데 그 중심이 소년이 아니라 소녀이고,
소녀의 관점에서 그릴 때에는 무엇이 다른지 “우린 아직 그런 사이 아냐”에서 특히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범블비와 찰리의 사랑스러움이 실질적으로 영화의 모든 걸 차지한다.
라디오로 소통하는 부분은 언제봐도 재미있지.
액션영화라기보다는 크리스마스 가족영화.
마지막에 자신의 손으로 고쳐낸 근사한 스포츠카를 타고 달리는 찰리가 좋았어.

 

아쿠아맨(2018)

이렇게 단순무식할수가.

솔직히 예고편이 너무 지루하게 나온데다 개인적으로 인물들의 디자인 또한 너무 단순하고 지나치게 코믹스에 가깝게 나와서 기대를 거의 안한 상태였는데… 아서 캐릭터 성격이 그래서 그런지 생각보다 즐겁게 보고 웃었다.

일단 해저 왕국을 그려놓은 모습들이 환상적이었고 – 내가 인외종족에 많이 약해서. ㅠ.ㅠ 걔네들 나올 때마다 마냥 좋아 죽었다 진짜. 이것만으로도 점수가 올라갔어. – 액션 장면들이 정말 만족스러웠다. 내가 디씨 특유의 그 타격감 정말 사랑한다네. ㅠ.ㅠ 인간들 디자인은 세련됨을 다 집어던졌는데 인외존재들 최고야 크캬캬캬캬. 특히 브라인 왕국 사랑한다. 갑각류는 사랑이야. ㅠㅠ 그리고 트렌치도. 트렌치 최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스토리는 아까도 말한대로 단순하고 구멍이 좀 많고
여기저기 장소를 옮겨다니는 모험물 형식을 따와서 약간 어수선하기까지.
대신 메라와 아서는 성인들의 끈적임이라기보다 초등학교 6년생들의 풋풋한 사랑쪽에 가까워서 귀엽더라. 티격태격보다 키스신이 훨씬 어색했어. 캬캬.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는 말이 이 커플보다 더 적절할 수가 없다.

바닷속 풍경이 나오면 입을 벌리고 보다가
그놈의 ‘진정한 왕’ 타령이 나오면 피식거릴 수 밖에 없는데
– 게다가 그놈의 초딩스러운 최강 아이템! ㅠㅠ
영화 전체의 분위기가 정말 딱 초등학교 6년에 맞춰져 있는 느낌이라
그냥 따라가게 된다.
부족한 점은 많은데 정말 낄낄거리다가 다 잊어버리고 기분좋게 나오게 된다고 해야 할까.
왠지 호쾌하고 기분 좋은 이야기야.

그리고 아틀라나 여왕님 혼자 다른 세계에 사신다.
메라는 나올 때마다 바람이 부는데 아틀라나 여왕은 나올 때마다 얼굴에 안개효과와 후광을 넣어주고 있어. 내 기분이 아니라 진짜라고.

아이맥스로 보면 더 장관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시간 나면 다시 보고 싶긴 한데
과연 얼마나 걸려 있을지 모르겠네.

보고나면 이상하게 원더우먼이 다시 보고 싶어지는 효과가 있다.

스토리 자체의 함의는 마음에 들어.
다만 그 전통적인 ‘외부인 아버지’의 역할을 어머니가 하고 있을 뿐 익숙한 이야기고.
그 혼외자식이 다시 자신의 것을 찾으러 가는 과정이 유리왕 설화와 똑같고,
메라가 주몽의 소서노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거 좀 많이 재미있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거겠지만.

덧. 둘프 룬드그렌이 이렇게 근사하게 늙다니.
덧2. 장고 펫 아저씨 나오신다!!! >.<
덧3. 윌렘 데포는 저 나이에도 저렇게 얼굴이 젊지 않았는데….딴사람인줄….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2017)

보고 싶었던 영화인데 소리소문없이 개봉했다고 해서 서둘러서 보고 왔다.

탈출을 갈망하던 열여섯의 메리 고드윈이 퍼시 셸리와 사랑에 빠져 함께 도피한 뒤
의 삶과 프랑켄슈타인의 집필, 그리고 작가로서 이름을 밝히기까지의 이야기.
주로 ‘삶’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은 관객들이 알다시피 그것이 바로 “프랑켄슈타인”의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다기보다는 거부하는 퍼시와 대비하기 위해 일부러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기도 하고.

메리의 절망만큼이나 동생 클레어의 절망에 대해서도 상당히 자세하게 그려주고 있는데 그 둘의 성향과 삶이 다른만큼 또 비슷해서 그 둘은 물론이요 그 시대 다른 여성들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생각하게 해 준다.

퍼시와 바이런을 문자 그대로 개새끼로 그려놨는데
어렸을 적에도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담담하게 적어 놓은 글을 봤을 때에도
설령 저 정도까지 적나라하지는 않더라도 대충 짐작은 할 수 있어서
한참 저들의 시와 생애를 찾아봤을 때에도 비슷한 느낌이었는걸.
어찌나 다들 여기저기 씨를 뿌리고 다녔는지.

하지만 덕분에 메리가 집필하는 과정에서는 그 분노가
나한테까지 전달될 정도였으니까.
마무리 연출이 조금 실망스럽긴 하다.
아, 그래도 이 영화는 사랑을 말하고 있군, 이라고 생각하게 되어서.
난 그게 아니라고 믿고 싶었는데.

그렇지만 그게 메리의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 것도 사실이지.

극장에서 보길 잘했어.